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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예수의 포도밭’처럼 매끈한 와인

루이 14세 탄생 기념 와인 ‘빈 드 랑팡 제쥐’

  • 입력2018-01-23 14:3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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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토 드 본 전경.(왼쪽) 빈 드 랑팡 제쥐 와인. [사진 제공 · 나라셀라㈜]

    샤토 드 본 전경.(왼쪽) 빈 드 랑팡 제쥐 와인. [사진 제공 · 나라셀라㈜]

    프랑스 왕 루이 13세의 왕비 안 도트리슈(Anne d’Autriche)는 불임이었다. 결혼한 지 23년이 지나도록 슬하에 자녀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부르고뉴(Bourgogne)에 있는 가르멜 수녀원의 마르게리트 수녀가 놀라운 예언을 했다. 왕비가 곧 임신을 해 왕자를 낳는다는 것이었다. 이때 왕비가 37세였는데 당시로서는 임신이 쉽지 않은 나이였다. 

    아무도 수녀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왕비는 기적처럼 임신했고 아들을 낳았다. 태양왕 루이 14세가 될 아이였다. 수녀원은 예언이 적중한 것을 기념하고자 보유 중인 포도밭 가운데 가장 좋은 곳을 빈 드 랑팡 제쥐(Vigne de L’enfant Je′sus·아기 예수의 포도밭)라고 명명했다. 부샤르 페레 에 피스(Bouchard Pe‵re & Fils)의 명품 와인 빈 드 랑팡 제쥐는 바로 이 밭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든다. 

    부샤르 페레 에 피스는 미셸 부샤르와 그의 아들이 1731년 설립했다. 이곳은 부르고뉴에서 제일 큰 와이너리이며, 노른자위 땅인 코트 도르(Co⋎te d’Or) 지역에만 130만㎡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다. 그 밭들 가운데 부샤르 페레 에 피스가 가장 아끼는 곳이 빈 드 랑팡 제쥐다. 

    코트 도르는 세계 최고의 피노 누아르(Pinot Noir) 산지다. 그 유명한 로마네콩티(Romane′e-Conti) 밭이 있는 곳도 코트 도르다. 포도밭 전체 면적은 8000만㎡밖에 안되는데 와이너리가 1000개 이상이다 보니 땅값이 비싸다. 2만~3만㎡에 불과한 작은 밭도 여러 와이너리가 나눠 소유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빈 드 랑팡 제쥐는 예외다. 부샤르 페레 에 피스는 1791년 이 밭 4만㎡를 모두 인수한 뒤 지금까지 독점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빈 드 랑팡 제쥐는 부샤르 페레 에 피스만이 만들 수 있는 와인이다. 

    아기예수의 포도밭이라는 이름과 달리 돌이 많고 척박하다. 하지만 와인 맛은 정반대다. 타닌의 질감이 어찌나 매끈한지 마치 아기 피부처럼 부드럽다. 빈티지가 어린 빈 드 랑팡 제쥐는 신선한 베리향이 매력적이고, 7~8년 이상 병 숙성된 것은 우아한 과일향에 커피, 가죽, 담배 등 갖가지 향이 어우러져 복합미가 환상적이다. 



    빈 드 랑팡 제쥐의 완성에는 샤토 드 본(Cha⋎teau de Beaune)의 역할도 크다. 샤토 드 본은 루이 11세 때 지어진 요새로, 1820년 부샤르 페레 에 피스가 매입해 숙성실로 이용하고 있다. 지하 10m 깊이에 위치한 셀러는 온도, 습도 등 모든 면에서 와인을 숙성시키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빈 드 랑팡 제쥐를 비롯해 부샤르 페레 에 피스가 생산하는 최고급 와인은 모두 어둡고 조용한 이곳에서 긴 잠을 자며 맛을 완성한다. 

    빈 드 랑팡 제쥐는 목표를 향해 열심히 뛰는 사람에게 선물하고픈 와인이다. 맛도 훌륭하지만 기적과 연관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어서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이제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빈 드 랑팡 제쥐를 한 잔 따라 우리 선수들을 위해 응원의 건배를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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