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스라 시드 파트너스 공동창업자인 박대진, 강영재, 아비람 제닉(왼쪽부터).
첨단산업의 원천은 ‘하브루타’ 문화
제닉은 1992년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 개인용 컴퓨터(PC)에서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는 전문 회사를 차린 것이다. 이후 이스라엘 정보 부대에서 보안 관련 프로그래밍 업무를 했고, 제대 후 ‘이스라엘의 MIT’로 불리는 테크니온공대에서 컴퓨터학을 전공하고 텔아비브대에서 MBA 과정을 마쳤다. 92년 PC용 앱 개발업체 ‘게코(Gecko)’를 공동창업해 이를 다국적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한 경험을 갖고 있다. 지금은 자신이 투자한 인터넷 보안회사를 한국에 진출시키고 서울과 실리콘밸리를 오가며 살고 있다.
“서울의 가능성을 보고 왔습니다. 혁신을 통해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운 좋게 그는 서울에서 유대인을 닮은 한국인 파트너를 만날 수 있었다. 박대진 ‘코이스라 시드 파트너스’(코이스라) 파트너다. 박 파트너는 중학생 때 부모 권유로 이스라엘 예루살렘으로 유학을 떠나 대학까지 졸업하고 돌아온 특이한 경력을 가졌다. 귀국 후엔 이스라엘 기업과 한국 기업을 연결하는 중계 비즈니스를 했다. 최근 5년 동안 한국과 이스라엘 기업 간 5000만 달러(약 534억 원) 규모의 비즈니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스라엘 공식 언어인 히브리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뿐 아니라 비즈니스 협상과 개발 분야에 많은 노하우를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함께 사업을 하기로 의기투합했고, 한국-이스라엘 전문 비즈니스 컨설팅 업체 코이스라를 세웠다. 제닉은 “이스라엘의 창업 문화와 실리콘밸리에서의 경험을 한국에 가져오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고 했다. 이 회사는 초기 기업(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로, 서울에서 이스라엘과 실리콘밸리를 연결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하고 있다.
박 파트너는 제닉 못지않은 이스라엘 전문가다. 그는 이스라엘에서 IT 벤처들이 성공하는 이유를 묻자 “치열한 토론문화와 하브루타를 통한 끊임없는 학습 덕분”이라고 답했다.
하브루타는 ‘짝을 지어 질문하고 대화하고 토론하고 논쟁하는 것’을 뜻한다. 박 파트너의 설명에 따르면 이스라엘 사람들은 체면과 예의보다 직설적이고 단도직입적인 토론과 소통을 선호한다. 제닉도 이에 100% 동의했다. 그는 “이스라엘에는 빙빙 돌려서 말하는 비효율적인 소통이 없다”고 했다.
“한국 기업가들은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기보다 상대방이 다치지 않도록 배려하는 걸 우선시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세세한 부분을 놓치는 경우가 많고 서비스 개선도 뒤처집니다.”
제닉의 진단이다. 박 파트너는 “이스라엘 사람들은 옆에서 보면 마치 싸우는 것 같다. 실제로 말싸움을 통해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낸다. 그래서 그들이 개발한 서비스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생각 때문에 두 사람 사이에서도 가끔 고성이 오간다고 한다. 각자의 생각을 강하게 주장하고 상대방이 이해할 때까지 격렬하게 토론하기 때문이다. 고객 앞에서 서로 싸우듯 토론한 적도 있다.
스타트업 인큐베이터가 된 이스라엘 군대
두 사람은 이스라엘 IT 벤처산업이 가진 또 하나의 경쟁력으로 ‘이스라엘 군대’를 들었다. 이스라엘은 우리나라와 같이 의무병 중심으로 운영되지만, 군대 문화는 차이가 있다. 입대한 18세 청년에게 창조적인 업무를 맡기고, 책임도 부여한다. 부대별로 우수한 고교생들을 뽑고자 경쟁하고, 학생들도 좋은 부대에 들어가려고 눈치작전을 벌일 정도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에는 군대가 대학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사회에서 아무리 우수한 인력이었어도 일단 ‘삽질’부터 해야 하는 한국과는 천양지차다.
박 파트너는 “한국 군대의 계급 구조 때문에 사병은 전공이나 능력에 상관없이 삽질을 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이스라엘에선 상관이 무능하면 하급 군인이 갈아치울 수 있다. 그것이 이스라엘 군대가 강력한 이유”라고 밝혔다.
게다가 이스라엘 군대는 최고 기술력과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어 이스라엘에는 군대에서 출발한 하이테크 회사가 많다. 페이팔이 인수한 ‘프로드 사이언스(Fraud Science)’라는 핀테크 업체도 그중 하나다. 제닉은 “이스라엘 군대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와 같다. 같은 부대 출신들이 만든 회사가 벌써 여러 개 나스닥에 상장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이스라엘 군대 칭찬은 오래도록 끝나지 않았다. 그들에 따르면, 이스라엘 청년은 군대에서 기술을 배우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인맥도 얻는다. 우리가 귀 기울여 들어야 할 이야기다.
이들은 이러한 이스라엘의 자산과 벤처 성공 노하우를 한국으로 들여오는 데 앞장서고 있다. 창업한 지 1년 남짓 된 코이스라는 이미 5개 업체 투자를 완료했고, 그중 3곳이 후속 투자를 받았다. 이들에게 미래 계획을 묻자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젊은이들이 만든 내비게이션 스타트업 ‘웨이즈(Waze)’를 예로 들었다. 이 업체는 최근 1조 원 넘는 금액에 구글에 인수됐다. 우리나라에도 ‘김기사’ 등 뛰어난 내비게이션 스타트업이 있지만 웨이즈만큼 국제적으로 대박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박 파트너는 이에 대해 “실력이 아니라 마인드 차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기업은 처음부터 국내 시장보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합니다. 또 치열한 토론을 통해 세계 최고 서비스를 만들어내죠. 그런데 우리나라 벤처들은 한국어로 된 국내용 서비스를 먼저 출시하고 이스라엘처럼 치열한 토론을 벌이지도 않아요. 글로벌 경쟁 시대에 한국도 변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차별화된 가치이고 기능입니다.”
박 파트너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