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 외항포에서 어부들이 대구를 선별하고 있다(왼쪽). 경남 거제 ‘양지바위횟집’의 대구탕.
겨울이 제철인 대구 덕에 요즘 거제 외포항은 활기가 넘친다. 작은 대구는 대구탕용으로 주로 팔리고 커다란 대구는 내장과 아가미를 떼어 해풍에 말린다. 소금에 절인 알을 넣은 약대구, 몸을 쫙 편 대구포용 대구, 몸통 그대로 말리는 대구들이 외포항을 차지하고 있다.
외포항 한쪽에 있는 ‘양지바위횟집’은 국물에 대구 수컷의 정소(이리)를 푼 대구탕으로 유명하다. 뽀얀 게 언뜻 보면 꼭 곰탕 같다. 국물이 진하면서도 개운하다. ‘부두횟집’은 ‘양지바위횟집’보다 맑은 대구탕을 낸다. 하얀 속살과 수컷의 이리는 달보드레하다. 소금으로만 간을 한 대구탕은 깊고 그윽하다. 소금이 조미료의 왕임을 증명하는 순간이자, 좋은 식재료에는 소금만 들어가는 게 최상의 요리라는 것을 보여주는 단순하고 맛있는 대구탕이다.
말린 대구를 콩나물, 채소 등과 함께 쪄 먹는 대구찜도 말린 생선 특유의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쫀득한 껍질과 풍성한 살코기를 동시에 씹는 맛이 일품이다. 하지만 역시 대구는 탕으로 먹는 게 가장 맛있다. 살이 무르기 때문에 회로 먹기에는 부적합하다.
거제면에는 겨울이 제철인 굴구이를 파는 ‘원조거제굴구이’ 같은 식당이 몇 군데 몰려 있다. 거제 굴구이는 구우면서 동시에 찌는 방식이다. 굴 자체의 간이 짭짤해 그냥 먹어도 맛있다.
경남 거제포로수용소 앞 ‘백만석’의 멍게비빔밥.
거제는 아름다운 섬이지만 산업 기지가 많다. 옥포에는 대우조선해양 같은 조선소들이 들어서 있다. 거제의 근로소득은 전국 평균을 상회할 정도로 높다. 아침 6시면 옥포 거리마다 출근하는 사람들 행렬이 길게 이어진다. 옥포 ‘삼락식당’은 아귀찜과 수육으로 현지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식당이다.
생선은 대부분 가을이나 겨울이 제철이다. 아귀 역시 겨울이 제철이다. 마산식 마른 아귀가 아닌 생아귀는 살이 탱탱하고 단맛이 난다. 살의 탄력이 일반 생선과는 비교가 안 된다. 양념을 하지 않은 생아귀 수육도 좋고 일반 아귀찜처럼 매콤하게 무친 아귀찜도 좋다. 장승포는 ‘부일횟집’이 유명하다. 음식도 좋지만 ‘부일횟집’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방파제, 도시 풍광도 아름답다. 거제 바다에서 잡히는 자연산 회를 먹을 수 있는 곳이다. 거제 횟집에서는 빠지지 않는 물회도 있다. 푸짐한 물회와 자연산 회를 같이 먹는 문화는 거제 횟집들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