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의 ‘환희’.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미술품 수집가인 안 회장은 서울미술관 설립자이기도 하다. 제약회사 말단 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젊은 시절부터 월급을 쪼개 그림을 사온 그는, 평생에 걸쳐 수집한 ‘거장’의 작품을 모아 미술관을 세웠다. 그리고 지금 그 여정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전시를 열고 있다. 서울미술관 소장품전 ‘거장’이다.
2월 15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서는 이중섭의 ‘환희’를 비롯해 박수근, 천경자, 장욱진, 김환기, 김창열, 이우환 등 한국 현대미술을 상징하는 작가 36명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작 하나하나 예사로운 것이 없다. 박수근의 대표작 ‘우물가’도 그중 하나다. 빨래가 널린 초가집 풍경과 그 앞 우물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이 작품은 정겨운 색채와 향토적인 질감을 통해 박수근이 왜 ‘국민화가’로 불리는지 새삼 실감하게 만든다.
단순한 구도 안에 해학을 담아 한국적 추상화의 기틀을 세운 인물로 꼽히는 장욱진의 ‘까치와 아낙네’, 단색화의 거장 이우환의 ‘선으로부터’ 등 우리 현대화의 다양한 얼굴을 두루 만날 수 있는 것도 즐겁다. 2012년 서울미술관 개관기념전에 등장했던 이중섭의 ‘황소’도 이번 전시를 통해 또 한 번 관객 앞에 선을 보인다.
김기창의 ‘예수의 생애’연작 중 ‘십자가를 지고’(왼쪽)와 ‘수태고지’.
서울미술관은 조선 말기 흥선대원군이 별장으로 사용한 석파정(서울시 유형문화재 제26호)과 이어져 있다. 전시를 감상하면 한옥과 계곡, 숲이 어우러진 이 공간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문의 02-395-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