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4일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딜러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전세에서 월세로
전세제도가 급격한 균열을 보이고 있다. 전세에서 월세나 반전세로 속속 돌아서고 있다. 월세 시대를 촉발한 건 초저금리다. 전세금을 받아 은행에 예치하더라도 세후 1%대 이자를 받다 보니 집주인이 전세를 선택할 이유가 줄어들었다. 수익률 측면에서 연 4~6% 수익이 가능하기 때문에 월세 선호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택 매입 수요와 공급량이 줄어든 점도 전세난과 월세로의 전환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줄다 보니 구매에서 임대로 돌아선 것이다.
월세로의 전환이 시사하는 점은 이젠 주택을 바라볼 때 수익 못지않게 비용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택을 구매해 내는 이자 세금 등 비용과 월세 비용을 비교해 매입 결정을 내려야 한다.
전세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다. 언젠가는 월세로 옮겨가야 한다. 월세가 글로벌 표준이다. 물론 전환 과정에서 삶의 비용이 높아지는 부작용이 나타나는 건 걱정스럽다. 하지만 이제는 주택을 자산 못지않게 비용 관점에서 바라보는 자세도 필요하다.
1% 금리 시대
6·25전쟁 이후 50여 년간 높게 유지되던 금리가 2000년대 들어 서서히 낮아지기 시작하더니 이젠 초저금리가 평균이자 일상인 세상이 됐다.
초저금리는 투자에서 리스크 확대를 의미한다. 수익률을 1% 더 올리기가 결코 쉽지 않다. 10%에서 11%로 1%p 수익률이 올라가는 것은 상승폭으로는 10%이다. 그러나 1%에서 2%로 1%p 올리는 것은 같은 1%p라 해도 100% 상승률을 기록해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수익 2배 달성은 더 큰 리스크를 걸머지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초저금리 시대에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바로 리스크 관리다. 첫째도 리스크 관리, 둘째도 리스크 관리다. 초저금리는 저성장 시대 산물이기도 하다. 저성장 시대에는 대박이 잘 나오지 않는다. 기대 수익률을 낮추고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한다.
꿈보다는 현실, 배당 예찬
2014년 국내 주식형 펀드로 재미를 본 사람은 많지 않다. 시장을 추종하는 코스피200 인덱스펀드는 -3.72%, 일반 주식형 펀드는 -2.14%를 기록했다(2014년 12월 23일 기준). 반면 배당주 펀드와 중·소형주 펀드는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각각 7.45%와 12.86% 수익률을 거뒀다. 특히 배당주 펀드는 펀드시장 침체에도 가장 많은 자금을 끌어들인 펀드였다.
주식투자에서 배당은 꿈이 아닌 현실을 의미한다. 배당은 투자자 처지에서 손안에 든 새 한 마리다. 성장에 대한 꿈이 사라진 세상에서 투자자는 싼 가격과 배당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배당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는 이유다. 여기에 정부도 배당 투자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세제상 인센티브뿐 아니라 국민연금 같은 연기금을 통해 기업들에게 배당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기업들 처지에선 불만스러운 대목이지만 낙후한 승계 방식과 지배구조, 낮은 배당률, 주주 이익 경시 풍조 등을 바로 잡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배당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저성장 등 구조적 전환, 지배구조에 대한 변화 요구, 연기금의 안정적 운용은 향후에도 지속적인 배당 압력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배당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 요구되는 배경이다.
중국 소비와 성장의 희소성
서울 중구 소공로 롯데면세점 화장품 매장에 몰린 중국 관광객.
중국이 고정자본에 대대적으로 투자하던 2006년께 조선, 화학 같은 ‘중후장대형’ 기업이 중국 수혜주로 불리며 성장 모멘텀을 보였다. 하지만 이젠 중국인의 지갑이 열리는 곳에서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
저성장 시대가 도래해 성장이 희소해지면 성장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은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국내에서 성장을 찾지 못하는 투자자들은 직접 해외로 눈을 돌릴 것이다. 이제 성장은 자산시장에서 희소한 자원이 됐다.
자산 로케이션 시대
1980년대 세계 최고 저축률을 기록했던 우리나라는 이제 최하위권으로 밀려났다. 2013년 기준으로 4.5%에 불과하다(그래프 참조). 앞으로도 나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사상 최대 규모 가계부채, 몇 년째 제자리걸음인 소득 증가율, 비정규직 증가 등은 저축률 하락 요인이지 상승 요인이 아니다. 이런 와중에도 꾸준히 늘어나는 게 있다. 바로 가계 금융자산에서의 사적연금과 보험 비중이다. 1990년 17.7%에서 2013년 말 30.9%까지 증가했다(그래프 참조). 사적연금과 보험은 퇴직연금, 개인연금, 저축성보험, 보장성보험 등을 말한다. 이들은 대부분 정부가 세제상 혜택을 주는 것들이다.
요즘 미국이나 일본에선 ‘자산 로케이션(Asset Location)’이란 표현을 자주 쓴다. 동일한 상품이라면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 곳에 위치시켜 운용하라는 것이 자산 로케이션이다. 여기서 말하는 위치(location)를 결정하는 건 세금 유무. 예를 들어 해외펀드에 투자할 때 일반 계좌로 투자하면 수익의 15.4%를 세금으로 내야 하지만 연금저축계좌로 운용하면 연금소득세 3.3~5.5%만 내면 된다. 연금저축계좌는 자산 로케이션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금리는 낮아지고 소득은 늘지 않는 데다 고령화로 정부의 복지 부담까지 증가하면, 자산배분에 앞서 자산 로케이션부터 해야 한다. 자산 로케이션이 먼저고, 자산배분이 나중이다. 이미 우리나라도 자산 로케이션 시대에 들어섰다. 좀 더 적극적으로 자산 로케이션 전략을 짜고 그 안에서 다양한 자산과 지역에 분산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