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다수 국민은 국사, 국어 등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사람이 매우 국수주의적이거나 애국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실상을 보면 이런 교과목을 담당하는 교사나 교과서는 국가와 정부, 여당, 대기업 등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다.
최근 검정에 통과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 가운데 4종이 3·1운동 항목에서 유관순 열사를 삭제해 호된 비판을 받고 있다. 8종 교과서를 분석한 조갑제닷컴의 한 보고서는 대한민국 건국 폄하, 한반도 전역의 합법성을 인정한 국제연합(UN) 결의안 왜곡, 북한 토지 개혁 미화, 주체사상 선전,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 누락, 반한·반미·반기업 등의 측면에서 5종(천재교육, 금성출판사, 두산동아, 미래엔, 비상교육)은 ‘대한민국 교과서가 아니다’라고 봤고, 3종은 ‘수정하면 쓸 만하다’고 봤다. 그 5종 가운데 유관순의 얼굴 사진을 넣고 박스로 설명한 비상교육 교과서를 제외한 4종이 이번에 문제가 된 교과서다.
프랑스 역사에서 잔 다르크 빠진 격
이들 교과서의 공통점은 내용을 취사선택하는 수정주의적 역사관이다. 이것이 교과서 내용을 선택, 배제하고 축소, 확대하는 기준이 된 것이다. 그나마 교육부의 수정 지시로 이들 교과서의 이념적 경향은 희석됐고 더욱 교묘해졌다.
그러면 이들 교과서는 왜 유관순 열사를 삭제했을까. 한마디로 그런 사관으로 보면 유관순은 미국 제국주의자의 감리교단이 설립한 이화학당을 다녔고 노동자나 농민이 아닌, 당시로 보면 엘리트 지식인이었으며, 공산주의가 증오하는 기독교인이었고, 적극적인 폭력 투쟁이 아닌 평화적인 만세 시위를 하는 데 그친 것이 걸림돌이 된다. 민중사관에 따르면 유관순은 교과서에서 삭제해도 좋을 만한 인물이다. 더구나 유관순 열사를 재조명한 당시 이화학당 신봉조, 박인덕 선생에 대해서는 친일 논란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해방 후 유 열사를 발굴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추가적인 내용은 최근 서울대 시간강사 정모 씨가 쓴 논문에서 주장됐다고 한다.
과연 유관순 열사에 대해 그런 평가를 내려도 되는 걸까. 어떤 사람은 한때 국정교과서에서 유관순 열사가 빠진 적도 있다고 강변하지만 이것도 배경을 알아야 한다. 과거 국정인 국사와 검정인 한국근현대사로 나뉘어 있을 때 국사 교과서는 조선 후기까지만 다뤘기 때문에 유관순 열사를 넣을 수 없었고, 한국근현대사 교과서는 주당 4시간씩 2학기를 다룰 때 유 열사에게 2쪽 정도 지면을 할애한 적도 있다. 유관순 열사의 항일운동은 훼손할 수 없는 역사적 진실이다. 이를 교과서에서 제외하는 것은 프랑스 역사 교과서에서 잔 다르크가 빠진 격이다.
인도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는 16세인 딸 인디라 간디에게 보낸 옥중서신을 통해 ‘가여운 코리아’의 어린 여학생들이 일제 핍박에서 벗어나 나라 독립을 위해 용감하게 떨쳐 일어난 점을 언급하고 있다. 옥중서신을 엮은 ‘세계사편력’에도 실려 세계 청소년이 읽는 내용을 왜 우리 청소년은 알 수 없게 하는가.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이미 유관순에 대해 언급했기 때문이라는 변명도 있지만 우리는 3·1운동, 광주학생항일운동, 4·19혁명을 통해 그 또래 청소년이 나라와 민주주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또렷이 전해야 한다.
다수가 개방적으로 교과서 써야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대화, 나아가 미래 목적과의 대화다. 사관은 역사를 취사선택하는 얼이요, 교과서는 그렇게 드러난 얼굴이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왜 6·25전쟁 때 월남인이, 그 후에도 탈북민이 끊이지 않는지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헌법이 추구하는 우리 체제가 굳건해진다.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국민의 마음과 힘을 모아야 할 시기에 한국사 교과서들이 오히려 훼방꾼 노릇을 하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헌법, 교육기본법,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 강조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지켜지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옹호하는 관점에서 한국사를 다시 써야 한다. 학부모단체에서 현행 한국사 교과서 5종에 대해 법원에 사용중지가처분 신청을 내거나 반헌법적인 내용에 대해 검찰에 고발하고, 교육부는 이를 즉각 회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교육부나 국사편찬위원회에서는 교육 과정 기준을 더 엄정하게 만들고, 교과서 검정 기준이나 심사 기준을 더 엄격하게 해야 한다.
더 좋은 방법은 수능 출제진 구성처럼 시대별, 분야별로 전문가와 교사를 충분히 확보해 이들이 토론과 협의를 거쳐 타당하고 합의 가능한 정사(正史)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한국사 교과서는 체육이나 수학 교과서 같은 일반 과목이 아닌, 특별 과목으로 취급해야 한다. 그리고 일정 기간마다 한국사 교과서의 판수(edition)를 더해가면서 개선한다면 비로소 권위를 갖게 되고 국민도 안심할 수 있다. 특히 한국 현대사 부분은 각계각층 인사로 구성한 모니터링단을 운영해 함께 써가야 한다.
현대사는 역사학자의 독점 연구 대상이 아니고 당대사는 아직 역사가 아니기에, 한국사 교과서는 소수가 폐쇄적으로 쓰기보다 다수가 개방적으로 써야 한다. 그래야 국민에게 공감과 신뢰를 얻는 교과서가 나올 수 있다. 이번 유관순 열사 삭제 사건을 계기로 한국사 교과서와 우리 교육은 정상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다음 세대가 한국사 교육을 올바르게 받아야 다가올 미래의 온갖 도전을 씩씩하게 감당하면서, 대한민국 국가공동체와 지구촌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검정에 통과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 가운데 4종이 3·1운동 항목에서 유관순 열사를 삭제해 호된 비판을 받고 있다. 8종 교과서를 분석한 조갑제닷컴의 한 보고서는 대한민국 건국 폄하, 한반도 전역의 합법성을 인정한 국제연합(UN) 결의안 왜곡, 북한 토지 개혁 미화, 주체사상 선전,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 누락, 반한·반미·반기업 등의 측면에서 5종(천재교육, 금성출판사, 두산동아, 미래엔, 비상교육)은 ‘대한민국 교과서가 아니다’라고 봤고, 3종은 ‘수정하면 쓸 만하다’고 봤다. 그 5종 가운데 유관순의 얼굴 사진을 넣고 박스로 설명한 비상교육 교과서를 제외한 4종이 이번에 문제가 된 교과서다.
프랑스 역사에서 잔 다르크 빠진 격
이들 교과서의 공통점은 내용을 취사선택하는 수정주의적 역사관이다. 이것이 교과서 내용을 선택, 배제하고 축소, 확대하는 기준이 된 것이다. 그나마 교육부의 수정 지시로 이들 교과서의 이념적 경향은 희석됐고 더욱 교묘해졌다.
그러면 이들 교과서는 왜 유관순 열사를 삭제했을까. 한마디로 그런 사관으로 보면 유관순은 미국 제국주의자의 감리교단이 설립한 이화학당을 다녔고 노동자나 농민이 아닌, 당시로 보면 엘리트 지식인이었으며, 공산주의가 증오하는 기독교인이었고, 적극적인 폭력 투쟁이 아닌 평화적인 만세 시위를 하는 데 그친 것이 걸림돌이 된다. 민중사관에 따르면 유관순은 교과서에서 삭제해도 좋을 만한 인물이다. 더구나 유관순 열사를 재조명한 당시 이화학당 신봉조, 박인덕 선생에 대해서는 친일 논란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해방 후 유 열사를 발굴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추가적인 내용은 최근 서울대 시간강사 정모 씨가 쓴 논문에서 주장됐다고 한다.
과연 유관순 열사에 대해 그런 평가를 내려도 되는 걸까. 어떤 사람은 한때 국정교과서에서 유관순 열사가 빠진 적도 있다고 강변하지만 이것도 배경을 알아야 한다. 과거 국정인 국사와 검정인 한국근현대사로 나뉘어 있을 때 국사 교과서는 조선 후기까지만 다뤘기 때문에 유관순 열사를 넣을 수 없었고, 한국근현대사 교과서는 주당 4시간씩 2학기를 다룰 때 유 열사에게 2쪽 정도 지면을 할애한 적도 있다. 유관순 열사의 항일운동은 훼손할 수 없는 역사적 진실이다. 이를 교과서에서 제외하는 것은 프랑스 역사 교과서에서 잔 다르크가 빠진 격이다.
인도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는 16세인 딸 인디라 간디에게 보낸 옥중서신을 통해 ‘가여운 코리아’의 어린 여학생들이 일제 핍박에서 벗어나 나라 독립을 위해 용감하게 떨쳐 일어난 점을 언급하고 있다. 옥중서신을 엮은 ‘세계사편력’에도 실려 세계 청소년이 읽는 내용을 왜 우리 청소년은 알 수 없게 하는가.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이미 유관순에 대해 언급했기 때문이라는 변명도 있지만 우리는 3·1운동, 광주학생항일운동, 4·19혁명을 통해 그 또래 청소년이 나라와 민주주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또렷이 전해야 한다.
다수가 개방적으로 교과서 써야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대화, 나아가 미래 목적과의 대화다. 사관은 역사를 취사선택하는 얼이요, 교과서는 그렇게 드러난 얼굴이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왜 6·25전쟁 때 월남인이, 그 후에도 탈북민이 끊이지 않는지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헌법이 추구하는 우리 체제가 굳건해진다.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국민의 마음과 힘을 모아야 할 시기에 한국사 교과서들이 오히려 훼방꾼 노릇을 하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헌법, 교육기본법,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 강조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지켜지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옹호하는 관점에서 한국사를 다시 써야 한다. 학부모단체에서 현행 한국사 교과서 5종에 대해 법원에 사용중지가처분 신청을 내거나 반헌법적인 내용에 대해 검찰에 고발하고, 교육부는 이를 즉각 회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교육부나 국사편찬위원회에서는 교육 과정 기준을 더 엄정하게 만들고, 교과서 검정 기준이나 심사 기준을 더 엄격하게 해야 한다.
더 좋은 방법은 수능 출제진 구성처럼 시대별, 분야별로 전문가와 교사를 충분히 확보해 이들이 토론과 협의를 거쳐 타당하고 합의 가능한 정사(正史)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한국사 교과서는 체육이나 수학 교과서 같은 일반 과목이 아닌, 특별 과목으로 취급해야 한다. 그리고 일정 기간마다 한국사 교과서의 판수(edition)를 더해가면서 개선한다면 비로소 권위를 갖게 되고 국민도 안심할 수 있다. 특히 한국 현대사 부분은 각계각층 인사로 구성한 모니터링단을 운영해 함께 써가야 한다.
현대사는 역사학자의 독점 연구 대상이 아니고 당대사는 아직 역사가 아니기에, 한국사 교과서는 소수가 폐쇄적으로 쓰기보다 다수가 개방적으로 써야 한다. 그래야 국민에게 공감과 신뢰를 얻는 교과서가 나올 수 있다. 이번 유관순 열사 삭제 사건을 계기로 한국사 교과서와 우리 교육은 정상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다음 세대가 한국사 교육을 올바르게 받아야 다가올 미래의 온갖 도전을 씩씩하게 감당하면서, 대한민국 국가공동체와 지구촌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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