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명 대 2000여 명. 7월 8일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교전으로 8월 20일 현재까지 양측에서 발생한 사망자 수다. 30배가 넘는 압도적인 격차로 ‘전투가 아니라 일방적 학살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은 이번 교전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강철지붕’이라는 뜻을 가진 이스라엘 대공무기체계 아이언돔(Iron Dom)이다. 이스라엘군 당국에 따르면 요격률 90%에 이르는 이 방어망이 텔아비브와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하마스 측 미사일 공격을 사실상 무력화했기 때문에 가능한 격차였다.
단거리 로켓이나 포 사격을 막아내는 데 주로 활용돼 분류상 C-RAM(Counter Rocket, Artillery and Mortar)에 속하는 아이언돔은 원리상으로는 미국 MD(Missile Defense) 등 미사일 방어체계와 흡사하지만 그 위력이나 방어 범위, 사거리가 전혀 다르다. 장거리 미사일 공격이 최대 안보 위협인 미국이나 러시아가 핵 탑재 대륙간탄도탄(ICBM)을 막아내려고 구성했던 방어 시스템을 주변국과 오랜 분쟁을 겪어온 이스라엘이 수십km 범위로 축소해 설계한 결과물인 셈이다.
한국 역시 상대의 단거리 로켓과 포병전력 연쇄 공격에 수도가 노출된 대표적인 국가. 국내 언론이 이 최신형 무기체계의 놀랄 만한 성적에 주목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1990년대 중반 이래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한의 대표적 무기체계로 꼽혀온 장사정포 공격으로부터 서울을 방어하기 위해 아이언돔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견해가 최근 한 달간 주요 언론 오피니언 면을 앞다퉈 장식했다. 현재 구축 중인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로도 막을 수 없는 포병 전력을 막아내기 위한 ‘특단의 대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었다.
그러나 언뜻 당연해 보이는 이 같은 주장은 곰곰이 따져보면 한계가 명확하다. 먼저 북한과 하마스의 차이다. ‘요격률 90%의 신화’를 만들어낸 2012년 11월 양측 교전 당시 하마스 측이 발사한 미사일은 나흘간 총 737발. 이스라엘 측은 이 가운데 사람이 없는 지역으로 잘못 날아간 464발은 그대로 흘려보내고 나머지 273발 가운데 245발을 아이언돔으로 요격했다. 어림잡아 평균 한 시간에 2발가량의 미사일이 인구밀집 지역으로 날아든 셈이다.
반면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은 상황 자체가 다르다. 그간 한국군 당국이 밝혀온 자료에 따르면, 서부전선에 배치된 북측 포병전력 가운데 서울에 닿을 수 있는 것은 사거리 30~50km의 170mm 자주포가 150문, 40~65km의 240mm 방사포가 200문이다. 실전 배치는 확인된 바 없지만 북한이 올해 들어 시험발사를 이어가는 300mm 방사포는 사거리가 200km에 육박한다. 2006년 한국군 합동참모본부가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70mm 자주포는 시간당 3618발, 240mm 방사포는 시간당 1만3068발을 서울을 향해 ‘쏟아부을’ 수 있다. 요격 대상이 1만 배 가깝게 차이가 난다는 뜻이다.
아이언돔 개발사(社)인 이스라엘 국영 군수업체 라파엘 시스템스 측의 설명 자료에 따르면, 이 대공무기체계는 4~70km 바깥에서 날아오는 로켓이나 포탄을 길이 3m, 무게 90kg의 요격미사일 타미르를 발사해 막아낸다. 레이더, 사격통제장치, 발사대 등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는 1개 포대의 가격은 5000만 달러 안팎. 문제는 20발이 한 묶음인 발사대가 요격미사일을 모두 발사한 뒤 다시 장전해 발사 준비 태세에 이르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라파엘 시스템스 측은 이에 관한 공식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아이언돔 도입 가능성 검토 작업에 관여했던 한국 정부의 한 전직 관계자는 “아무리 개량을 거듭해도 준비 시간을 30분 이내로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한다. 이를 포함해 평균 요격 시간을 계산해보면 아이언돔 1개 포대의 시간당 최대 방어 능력은 50회를 넘기 어렵다는 뜻이다. 국방예산 수조 원을 투입해 이 무기체계를 대량 구매한다 해도 장사정포 포탄 10%도 막아내기 어렵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마디로 ‘아이언돔 신화’는 열악한 군사력의 하마스를 상대할 때나 가능한 일이지, 엄청난 재래식 전력을 비축해둔 북한과는 아예 게임 룰이 다르다는 것이다.
장사정포 막기보다 파괴가 현실적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이 아이언돔 후속모델로 개발 중인 아이언빔(Iron Beam)을 그 대안으로 거론하기도 한다. 라파엘 시스템스가 2016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밝힌 이 무기체계는 요격미사일 대신 고출력 레이저를 사용한다. 사거리는 2~7km로 짧은 편이지만 4~5초에 한 번씩 발사가 가능하고 재장전도 거의 필요하지 않다는 것. 타미르 미사일이 기당 4만~5만 달러에 달하는 반면 아이언빔의 레이저포는 한 번 발사에 1달러밖에 들지 않는다는 것도 엄청난 장점이다.
그러나 이 역시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이를 통해 장사정포 포탄을 일부라도 막아낸다면 그만큼 우리 측 피해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같은 예산을 투입한다면 북측 장사정포를 하나라도 더 빨리 격파할 수 있도록 아군 포병전력이나 항공전력을 강화하는 게 훨씬 유리하기 때문. 날아오는 포탄을 요격한다 해도 포탄을 발사한 북한 자주포나 방사포는 무사하지만, 아예 포 자체를 무력화하면 그 후에는 날아오는 포탄 개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드는 까닭이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간단한 모델이 군사 시뮬레이션에서 주로 활용하는 란체스터(Lanchester) 연립방정식이다. 이동 가능한 두 포병 집단이 상대를 조준 사격하는 상황에 적용하는 이 방정식은 양측 전력의 수량과 성능(살상률)을 대입하면 어느 쪽이 대략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승리할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북한 장사정포 주요 전력과 이를 격파하는 한국군 대화력전(對火力戰)의 핵심 무기체계를 이 방정식에 대입해보자. 북측 장사정포 수량은 앞서 밝힌 한국군 당국의 발표 자료에 따랐고 155mm K-9 자주포와 팔라딘 자주포, 130mm 구룡과 227mm MLRS(다연장로켓포) 등 우리 측 전력은 3월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발간한 ‘2014년 군사균형 보고서’(The Military Balance 2014)의 관련 데이터를 주로 원용했다. 그 결과가 바로 ‘그래프’다.
먼저 첫 번째 선(파랑)은 현재 상황에서 양측이 화력전을 벌일 경우 북측 전력이 줄어드는 추이다. 두 번째 선(빨강)은 아이언돔이나 아이언빔 같은 요격체계를 도입해 장사정포 공격의 10%를 요격하는 데 성공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북측 전력 전체가 무력화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현재보다 29.6% 줄어든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시간 동안 서울에 날아들 전체 포탄의 개수는 요격체계 도입으로 69%까지 줄어든다. 여기까지만 보면 꽤 쓸 만한 결과다.
무기는 게임 아이템 아니다
그러나 세 번째 선(초록)을 보면 결론은 또 달라진다. 아이언돔 1개 포대의 방어 범위는 대략 150km2 안팎. 대규모 실전 배치된 170mm 자주포와 240mm 방사포의 사거리 안에 포함된 서울 강북 인구밀집 지역을 커버하려면 최소한 4개 포대 이상을 도입해야 한다. 여기에 발당 5만 달러로 알려진 요격미사일 가격까지 계산하면 예산은 가뿐하게 5000억 원에 육박한다(사거리가 짧은 아이언빔은 더 많은 포대를 도입해야 같은 넓이를 방어할 수 있다). 이 5000억 원으로 요격체계 대신 한국군의 대표적 MLRS인 M-270 등을 추가 구매해 대화력전에 투입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나타나는 결과가 바로 세 번째 선이다.
이 경우 개전 초기 잠시 동안에는 두 번째 선보다 효과가 떨어지지만, 상황이 이어질수록 북한 장사정포 전력 전체를 무력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현재의 절반을 밑도는 42.9%까지 떨어진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서울에 날아드는 포탄의 총량은 53% 이하까지 줄어든다. 아이언돔이나 아이언빔을 구매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시간 안에 북측 화력을 격파할 수 있고, 수도권에 있는 민간시설이나 국민이 입게 될 피해도 크게 줄어든다. 한마디로 한반도 전장(戰場) 환경에서 아이언돔은 전혀 경제적인 무기체계가 아니라는 의미다.
사실 이러한 결과는 ‘공격이 방어에 비해 제곱 이상의 승수 효과를 갖는다’는 군사 시뮬레이션의 기본공식에 의하면 당연한 것에 가깝다. 아이언돔이 처음 국제사회의 관심 대상으로 떠오른 2012년 무렵 국방부가 도입 필요성을 검토하다 사실상 백지화한 배경도 바로 이 때문. 이 무렵 청와대 안보라인에서 일했던 한 전직 관계자는 “대(對)이스라엘 무기 수출 확대 가능성 등 다양한 주변 요인을 감안해도 가격에 비해 효용이 높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곰곰이 따져보면 이내 부스러지고 마는 ‘공허한 신화’가 한 달 넘게 공론장을 떠돌았던 셈이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청한 한 군사전문가는 “어느 틈엔가 흡사 컴퓨터 게임에서 아이템을 사듯 무기 도입을 말하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눈에 띈다”고 평했다. 신형 무기체계가 등장하면 어김없이 ‘우리도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안보 관련 단체나 일부 누리꾼의 시각은 전쟁과 살상, 천문학적 예산을 일종의 ‘놀이’로 사고하는 것에 가까워 보인다는 비판이다. “그 같은 관점이 ‘절대 안보’라는 신화와 맞물려 주류 언론에까지 여과 없이 등장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본다.” 이 전문가가 덧붙인 마지막 말이다.
단거리 로켓이나 포 사격을 막아내는 데 주로 활용돼 분류상 C-RAM(Counter Rocket, Artillery and Mortar)에 속하는 아이언돔은 원리상으로는 미국 MD(Missile Defense) 등 미사일 방어체계와 흡사하지만 그 위력이나 방어 범위, 사거리가 전혀 다르다. 장거리 미사일 공격이 최대 안보 위협인 미국이나 러시아가 핵 탑재 대륙간탄도탄(ICBM)을 막아내려고 구성했던 방어 시스템을 주변국과 오랜 분쟁을 겪어온 이스라엘이 수십km 범위로 축소해 설계한 결과물인 셈이다.
한국 역시 상대의 단거리 로켓과 포병전력 연쇄 공격에 수도가 노출된 대표적인 국가. 국내 언론이 이 최신형 무기체계의 놀랄 만한 성적에 주목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1990년대 중반 이래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한의 대표적 무기체계로 꼽혀온 장사정포 공격으로부터 서울을 방어하기 위해 아이언돔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견해가 최근 한 달간 주요 언론 오피니언 면을 앞다퉈 장식했다. 현재 구축 중인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로도 막을 수 없는 포병 전력을 막아내기 위한 ‘특단의 대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었다.
그러나 언뜻 당연해 보이는 이 같은 주장은 곰곰이 따져보면 한계가 명확하다. 먼저 북한과 하마스의 차이다. ‘요격률 90%의 신화’를 만들어낸 2012년 11월 양측 교전 당시 하마스 측이 발사한 미사일은 나흘간 총 737발. 이스라엘 측은 이 가운데 사람이 없는 지역으로 잘못 날아간 464발은 그대로 흘려보내고 나머지 273발 가운데 245발을 아이언돔으로 요격했다. 어림잡아 평균 한 시간에 2발가량의 미사일이 인구밀집 지역으로 날아든 셈이다.
반면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은 상황 자체가 다르다. 그간 한국군 당국이 밝혀온 자료에 따르면, 서부전선에 배치된 북측 포병전력 가운데 서울에 닿을 수 있는 것은 사거리 30~50km의 170mm 자주포가 150문, 40~65km의 240mm 방사포가 200문이다. 실전 배치는 확인된 바 없지만 북한이 올해 들어 시험발사를 이어가는 300mm 방사포는 사거리가 200km에 육박한다. 2006년 한국군 합동참모본부가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70mm 자주포는 시간당 3618발, 240mm 방사포는 시간당 1만3068발을 서울을 향해 ‘쏟아부을’ 수 있다. 요격 대상이 1만 배 가깝게 차이가 난다는 뜻이다.
아이언돔 개발사(社)인 이스라엘 국영 군수업체 라파엘 시스템스 측의 설명 자료에 따르면, 이 대공무기체계는 4~70km 바깥에서 날아오는 로켓이나 포탄을 길이 3m, 무게 90kg의 요격미사일 타미르를 발사해 막아낸다. 레이더, 사격통제장치, 발사대 등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는 1개 포대의 가격은 5000만 달러 안팎. 문제는 20발이 한 묶음인 발사대가 요격미사일을 모두 발사한 뒤 다시 장전해 발사 준비 태세에 이르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라파엘 시스템스 측은 이에 관한 공식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아이언돔 도입 가능성 검토 작업에 관여했던 한국 정부의 한 전직 관계자는 “아무리 개량을 거듭해도 준비 시간을 30분 이내로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한다. 이를 포함해 평균 요격 시간을 계산해보면 아이언돔 1개 포대의 시간당 최대 방어 능력은 50회를 넘기 어렵다는 뜻이다. 국방예산 수조 원을 투입해 이 무기체계를 대량 구매한다 해도 장사정포 포탄 10%도 막아내기 어렵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마디로 ‘아이언돔 신화’는 열악한 군사력의 하마스를 상대할 때나 가능한 일이지, 엄청난 재래식 전력을 비축해둔 북한과는 아예 게임 룰이 다르다는 것이다.
장사정포 막기보다 파괴가 현실적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이 아이언돔 후속모델로 개발 중인 아이언빔(Iron Beam)을 그 대안으로 거론하기도 한다. 라파엘 시스템스가 2016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밝힌 이 무기체계는 요격미사일 대신 고출력 레이저를 사용한다. 사거리는 2~7km로 짧은 편이지만 4~5초에 한 번씩 발사가 가능하고 재장전도 거의 필요하지 않다는 것. 타미르 미사일이 기당 4만~5만 달러에 달하는 반면 아이언빔의 레이저포는 한 번 발사에 1달러밖에 들지 않는다는 것도 엄청난 장점이다.
그러나 이 역시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이를 통해 장사정포 포탄을 일부라도 막아낸다면 그만큼 우리 측 피해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같은 예산을 투입한다면 북측 장사정포를 하나라도 더 빨리 격파할 수 있도록 아군 포병전력이나 항공전력을 강화하는 게 훨씬 유리하기 때문. 날아오는 포탄을 요격한다 해도 포탄을 발사한 북한 자주포나 방사포는 무사하지만, 아예 포 자체를 무력화하면 그 후에는 날아오는 포탄 개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드는 까닭이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간단한 모델이 군사 시뮬레이션에서 주로 활용하는 란체스터(Lanchester) 연립방정식이다. 이동 가능한 두 포병 집단이 상대를 조준 사격하는 상황에 적용하는 이 방정식은 양측 전력의 수량과 성능(살상률)을 대입하면 어느 쪽이 대략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승리할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북한 장사정포 주요 전력과 이를 격파하는 한국군 대화력전(對火力戰)의 핵심 무기체계를 이 방정식에 대입해보자. 북측 장사정포 수량은 앞서 밝힌 한국군 당국의 발표 자료에 따랐고 155mm K-9 자주포와 팔라딘 자주포, 130mm 구룡과 227mm MLRS(다연장로켓포) 등 우리 측 전력은 3월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발간한 ‘2014년 군사균형 보고서’(The Military Balance 2014)의 관련 데이터를 주로 원용했다. 그 결과가 바로 ‘그래프’다.
먼저 첫 번째 선(파랑)은 현재 상황에서 양측이 화력전을 벌일 경우 북측 전력이 줄어드는 추이다. 두 번째 선(빨강)은 아이언돔이나 아이언빔 같은 요격체계를 도입해 장사정포 공격의 10%를 요격하는 데 성공하는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북측 전력 전체가 무력화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현재보다 29.6% 줄어든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시간 동안 서울에 날아들 전체 포탄의 개수는 요격체계 도입으로 69%까지 줄어든다. 여기까지만 보면 꽤 쓸 만한 결과다.
무기는 게임 아이템 아니다
그러나 세 번째 선(초록)을 보면 결론은 또 달라진다. 아이언돔 1개 포대의 방어 범위는 대략 150km2 안팎. 대규모 실전 배치된 170mm 자주포와 240mm 방사포의 사거리 안에 포함된 서울 강북 인구밀집 지역을 커버하려면 최소한 4개 포대 이상을 도입해야 한다. 여기에 발당 5만 달러로 알려진 요격미사일 가격까지 계산하면 예산은 가뿐하게 5000억 원에 육박한다(사거리가 짧은 아이언빔은 더 많은 포대를 도입해야 같은 넓이를 방어할 수 있다). 이 5000억 원으로 요격체계 대신 한국군의 대표적 MLRS인 M-270 등을 추가 구매해 대화력전에 투입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나타나는 결과가 바로 세 번째 선이다.
이 경우 개전 초기 잠시 동안에는 두 번째 선보다 효과가 떨어지지만, 상황이 이어질수록 북한 장사정포 전력 전체를 무력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현재의 절반을 밑도는 42.9%까지 떨어진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서울에 날아드는 포탄의 총량은 53% 이하까지 줄어든다. 아이언돔이나 아이언빔을 구매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시간 안에 북측 화력을 격파할 수 있고, 수도권에 있는 민간시설이나 국민이 입게 될 피해도 크게 줄어든다. 한마디로 한반도 전장(戰場) 환경에서 아이언돔은 전혀 경제적인 무기체계가 아니라는 의미다.
사실 이러한 결과는 ‘공격이 방어에 비해 제곱 이상의 승수 효과를 갖는다’는 군사 시뮬레이션의 기본공식에 의하면 당연한 것에 가깝다. 아이언돔이 처음 국제사회의 관심 대상으로 떠오른 2012년 무렵 국방부가 도입 필요성을 검토하다 사실상 백지화한 배경도 바로 이 때문. 이 무렵 청와대 안보라인에서 일했던 한 전직 관계자는 “대(對)이스라엘 무기 수출 확대 가능성 등 다양한 주변 요인을 감안해도 가격에 비해 효용이 높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곰곰이 따져보면 이내 부스러지고 마는 ‘공허한 신화’가 한 달 넘게 공론장을 떠돌았던 셈이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청한 한 군사전문가는 “어느 틈엔가 흡사 컴퓨터 게임에서 아이템을 사듯 무기 도입을 말하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눈에 띈다”고 평했다. 신형 무기체계가 등장하면 어김없이 ‘우리도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안보 관련 단체나 일부 누리꾼의 시각은 전쟁과 살상, 천문학적 예산을 일종의 ‘놀이’로 사고하는 것에 가까워 보인다는 비판이다. “그 같은 관점이 ‘절대 안보’라는 신화와 맞물려 주류 언론에까지 여과 없이 등장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본다.” 이 전문가가 덧붙인 마지막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