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6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도서관 전시실에서 열린 ‘올 웹툰’전 개막에 앞서 청강문화산업대 학생들이 웹툰 체험을 하고 있다(아래). ‘올 웹툰’전 포스터.
10년 동안 꾸준히 성장한 웹툰에 대한 해외 관심도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최근 프랑스 국제 라디오방송 RFI는 8월 24일까지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리는 웹툰 전시회 ‘올 웹툰’을 소개하며 국내 웹툰 발전사 10년과 성장 비결을 상세하게 소개하기도 했다. RFI는 한국에서는 만화 대부분이 인터넷 사이트에서 무료로 제공되며 웹툰이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됐다고 전했다. 이 방송은 엽기 토끼를 만화화한 ‘마시마로’, 북한 간첩 이야기를 그린 ‘은밀하게 위대하게’, 불안정한 사회 속 직장인의 솔직한 심리를 그려낸 ‘미생’ 등을 언급하며 “한국 웹툰 10년사의 아름다운 전경”이라고 표현했다.
웹툰은 우리나라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문화 콘텐츠다. 풍부한 이야기 소재와 작품 수는 국내 웹툰의 경쟁력이다. 아마추어 웹툰 작가 수만 명이 자유롭게 콘텐츠를 올릴 수 있고, 여기서 독자로부터 클릭을 많이 받은 작가는 전문 작가로 성장하기도 한다. 포털사이트들은 작가 인큐베이팅 시스템인 도전 코너를 만들어 10만 명이 넘는 작가 지망생을 확보했다. 스타 작가에 대한 의존도를 완화하고 지속적인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만든 이런 구조가 두꺼운 창작자 층을 만들어 풍부한 소재와 내용을 가능하게 했다.
세로 스크롤도 성공 요소
이에 따라 웹툰 플랫폼을 중심으로 새로운 생태계가 구축됐다. 네이버가 2006년 1월 만든 도전만화 코너에서 지금까지 활동한 작가는 14만 명에 이른다. 도전만화에서 인기가 높은 작품만 모아 놓은 베스트도전에서 활동한 작가는 약 1600명이다. 이 중 175명이 정식 웹툰 작가로 등단했다.
작가들의 수익 다각화를 위한 PPS(Page Profit Share) 프로그램도 생태계를 풍부하게 했다. 작가들은 웹툰 페이지 하단에 텍스트나 이미지 광고를 붙이거나 미리보기, 완결보기 등의 방식으로 콘텐츠를 유료로 판매할 수 있다. 이러한 PPS를 통해 수익이 늘어나면서 월 7000만 원이 넘는 수익을 거둔 웹툰 작가도 등장했다.
화면을 아래로 내리면서 보는 세로 스크롤도 웹툰 성공을 견인한 요소 중 하나다. 보는 사람이 궁금증을 갖게 되고 글의 매력에 빠지게 되는 세로 스크롤은 한국의 빠른 인터넷 환경에 맞게 발전한 독특한 방식이다. 상대적으로 인터넷 속도가 느린 영미권에서는 좌우로 클릭해 넘기는 방식의 디지털 만화가 발전해왔다.
웹툰은 세로 스크롤에 반전 연출이나 플래시 입체효과 등을 도입해 깜짝 효과를 더하기도 한다. 또 배경음악 삽입으로 드라마나 영화에 버금가는 극적인 재미까지 준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에 적합하게 영화적 기법인 줌인·아웃, 페이드인·아웃까지 활용된다. 영미권 출판 만화의 채색과 달리 완전 컬러 작업도 경쟁력을 키운 요인이다.
훌륭한 인터넷 인프라와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도 웹툰 성공을 이끌었다. ‘신과함께’의 주호민 작가는 RFI와의 인터뷰에서 “모두 스마트폰을 갖고 다니기 때문에 웹툰을 보는 것이 일상이 됐다”고 전했다.
지난 10년간 웹툰은 단순히 인터넷 속 만화로만 그치지 않았다. 드라마와 영화, 책으로 채널을 바꾸며 새로운 콘텐츠로 재탄생했다. 하나의 콘텐츠가 여러 형태로 재탄생하는 ‘원소스 멀티유스(One Sourse Multi Use)’를 실현한 대표 콘텐츠다.
강풀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만 몇 편에 이른다. ‘순정만화’ ‘아파트’ ‘바보’ ‘26년’ 등 인터넷을 달군 히트작이 스크린에서 재현됐다.‘Hun’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최종훈 작가 원작의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70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드라마로도 나왔다. 다음의 만화속세상에 소개된 원수연 작가의 ‘메리는 외박 중’은 KBS 2TV 월화드라마로 재탄생했다. TV 예능프로그램에도 웹툰 에피소드가 활용된다. 네이버 웹툰 ‘이말년씨리즈’의 ‘두덕리 온라인’ 편이 6월 12일 케이블채널 tvN ‘SNL코리아’에서 ‘GTA 두덕리 온라인’으로 패러디됐다.
제대로 된 번역 작업 급선무
네이버, 다음, NHN엔터테인먼트, 타파스미디어, ㈜레진엔터테인먼트 등은 이제 웹툰으로 해외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우리가 만들어낸 만화 콘텐츠 웹툰을 세계에 알리고 이를 통해 글로벌 콘텐츠로 키운다는 포부다. 게임과 드라마, 음악에 이어 ‘K툰’의 시대가 열릴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영미권이 그 첫 대상이다. 국내 기업 간 시장 경쟁도 치열해졌다. 영화 등 부가 시장을 포함한 미국 만화 시장의 규모는 3조3000억 원에 이른다.
네이버는 최근 웹툰의 영미권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4억 가입자를 확보한 모바일 메신저‘라인’을 활용해 영어로 번역한 웹툰을 하반기부터 서비스할 계획이다. ‘라인 웹툰’이란 브랜드도 영어와 중국어로 시작한다. 네이버는 라인과 웹툰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영어와 중국어 사용 인구만 15억 명에 이른다. 네이버는 이를 위해 해외 시장별 인기 장르를 분석하고, 각 언어권 시장에 선보일 작품 선정과 번역을 진행 중이다. 라인으로선 웹툰이란 콘텐츠를 활용해 가입자 기반을 넓힐 뿐 아니라 유료화 모델을 통해 수익까지 확대할 수 있는 기회다.
다음은 이미 타파스미디어와 손잡고 미국에서 웹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북미 최초 웹툰 포털 타파스틱에 한국 웹툰 50여 편이 소개돼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는 서비스 웹툰 수를 적극 늘릴 계획이다. 만화 강대국 일본도 공략 대상이다. 일본은 스마트폰 보급 확대가 늦어져 디지털 만화 시장도 작았지만 최근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일본 전자 만화 시장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지난해 시장 규모가 1조 원에 이른다. 웹툰이 한류 콘텐츠로 성공하면 웹툰을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의 세계화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영화와 방송, 게임 등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한국 웹툰이 해외 시장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파생 콘텐츠도 세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 시장을 공략하려면 번역 작업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국적에 얽매이지 않은 이야기와 정서를 가진 작품이 많은 만큼 번역만 잘하면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한 콘텐츠 전문가는 “해외 작가와 독자들은 엄청나게 빠른 작업 속도를 보이는 한국 웹툰에 놀라움을 표한다”며 “우리의 독특한 웹툰 콘텐츠가 해외에서도 어필할 수 있으리란 기대가 높은데 해외에서도 충분히 승산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