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수백 종의 어묵이 생산되는 어묵의 도시다.
대연동은 부산의 대학로다. 부경대, 동명대, 부산외대, 부산예술대 등 주변에 대학이 몰려 있다. 대연동에는 일제강점기를 상징하는 음식인 어묵을 파는 ‘미소오뎅’이 있다. 부산의 음식 마니아 가운데 이 집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작은 가게는 언제 가도 사람이 붐빈다. 부산 최고 어묵을 선별해 파는 독특한 가게다.
일제가 물러간 후 한국인이 최초로 운영한 어묵 회사는 1945년 창립한 동광식품이었고, 현재까지 남은 곳은 50년에 시작한 삼진식품이다. 삼진식품 어묵은 생선살 함유량이 80%를 넘는 명품 어묵이다. 일제강점기 어묵은 당연히 ‘오뎅’으로 불렸고, 부산은 물론 전국에 유명한 오뎅집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에는 제대로 된 어묵을 만나는 일이 쉽지 않다.
부산에서만 30여 개 어묵 회사에서 수백 종의 어묵이 생산된다. ‘미소오뎅’ 대표는 이 중 20여 종의 명품을 선별, 남해산 멸치로 우리고 소금으로 간한 국물에 끓여낸다. 어묵은 종류가 다양한 만큼 익히는 시간도 다르다. ‘미소오뎅’ 주인이 직접 골라 손님들에게 준다. 어묵과 함께 이 집에서 빠지면 안 되는 음식이 스지(すじ·힘줄)다. 한우 스지는 졸깃한 맛으로 먹는 음식이다. 이 집에서는 더치소주에 벨기에 고급 맥주까지 보통 오뎅집과는 다른 음식들을 판다. 어묵과 맥주의 기이하고 멋진 만남을 ‘미소오뎅’에서 경험할 수 있다.
진한 국물이 일품인 ‘쌍둥이 돼지국밥’ 집(위)과 돼지국밥.
저녁 8시 30분이 넘은 시간에도 실내는 만원이다. 한쪽에 자리 잡고 실내를 돌아보니 혼자 늦은 저녁을 먹는 노인, 아이들을 한둘 데려온 아주머니들, 연인들, 50대 아저씨들과 젊은 여자와 더 젊은 남자까지 혼자거나 여럿이거나 돼지국밥을 먹고 수육을 먹는다. 장터같이 소란한 분위기지만 사람들 입가에서는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항정살 수육은 기름기가 많아 부드럽다. 목살 등을 이용한 정통 수육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 집 항정살 수육을 비판하지만 부드러운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은 지지를 보낸다.
이 집 돼지국밥은 밥과 국이 따로 나오는 따로국밥 형태다. 반찬은 평범하다. 하지만 돼지국밥은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 12시간 이상 고아낸 국물은 뽀얀 설렁탕 스타일이다. 뽀얀 국물 위로 노란 참기름이 떠다닌다.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자 깊고 진한 고기향과 진득한 식감이 느껴진다. 고깃국물의 원초적 맛과 향이 나지만 튀지 않는다. 국물 속에 제법 가득한 고기는 은근한 뒷맛을 낸다. 먹을수록 육수와 고기가 맛 속으로 더욱 깊게 끌어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