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오르면 상품가격이 함께 오르고, 채권가격은 떨어진다.’
교과서에서 말하는 자산가격 변동의 일반적인 법칙이다. 그러나 이를 신봉하며 투자 전략을 세워온 개인투자자는 아마도 2013년 6월을 잊기 어려울 것이다. 주가와 채권가격이 동반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주식 및 채권 투자자는 물론, 일부 해외자산 투자자까지 손실을 감내해야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시 현상이 과연 일시적인 것에 불과했는지, 혹은 주요 자산가격 사이의 관계가 중·장기적으로 변화하는 신호탄은 아니었는지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각종 주식과 채권 등 주요 자산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꼼꼼히 확인해나갈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2013년 한 해 금융시장을 돌아보면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방준비은행제도(FED)의 초저금리 유지와 세 차례에 걸친 양적완화로 주요 자산가격의 상관관계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은 자못 명확해 보인다.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반영되기 시작한 2012년 하반기부터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이들 자산 사이의 가격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표1 참조).
미 연준의 통화정책이 주요인
경기 상승기에는 주가와 상품가격이 상승하고 그와 동시에 금리 상승으로 채권가격이 하락한다는 일반율이 현실과 어긋나기 시작한 것은 2009년 이후부터다. 이때부터 2012년 상반기까지 주가와 채권가격, 상품가격이 모두 상승하는가 하면, 2012년 하반기부터는 주가가 상승하는 데 비해 채권가격과 상품가격은 하락했고, 약세를 유지하던 달러지수는 강세로 전환됐다. 특히 2012년 하반기 이후 흐름의 경우, FED는 금리를 0.25% 초저수준으로 유지했지만 시장금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2012년 7월 1.39% 저점 이후 2013년 9월 2.99%까지 상승하면서 글로벌 자금 흐름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나온 결과였다.
물론 이러한 변화에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친 것은 글로벌 신용을 좌우하는 FED의 통화정책이다. FED는 2000년 이후 두 번의 인하와 한 번의 인상 사이클을 진행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간 초저금리를 유지하는 등 변화무쌍한 통화정책을 구사해왔다. 해당 정책결정 시기 경기와 신용 상태를 반영한 결과였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FED가 양적완화 등 다양한 정책수단을 사용하면서 그 영향력은 점차 커졌다. 이 무렵 FED 정책변화를 ‘표2’처럼 시기별 5개 구간으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2001년 1월부터 2003년 6월까지 FED는 정보기술(IT) 버블이 붕괴하면서 발생한 경기 둔화 탓에 금리를 6.50%에서 1.00%까지 떨어뜨렸다. 이 첫 번째 구간을 ‘완화(A)’라 부르기로 하자. 다음으로 2004년 6월부터 2006년 6월까지는 2003년 시작된 경기 확장 국면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을 염려해 금리를 1.00%에서 5.25%까지 끌어올렸다. 이 두 번째 구간은 ‘긴축(B)’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2007년 9월부터 2008년 12월 사이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금리를 5.25%에서 0.25%까지 대폭 떨어뜨렸다. ‘완화(C)’ 시기다. 2009년 1월부터 2012년 7월까지는 이렇게 낮춘 금리를 유지하고 양적완화를 시행한 ‘초저금리(D)’ 시기였다. 끝으로 2012년 8월부터 현재까지는 선진국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되고 FED의 양적완화 축소가 우려됨에 따라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선 ‘시장금리 상승(E)’ 시기다.
이 5개 구간별로 주식과 채권 등 주요 자산가격 사이의 상관관계는 다채롭게 변화했다. 첫 번째 완화(A) 시기에는 경기 둔화로 통화정책이 완화되면서 주가가 하락하고, 시장금리 하락으로 달러가 약세를 보이며, 채권가격이 상승하는 전통적 논리가 작동했다. 이 무렵 주가와 채권가격은 -0.81로 높은 음의 관계, 주가와 달러지수는 +0.68로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두 번째 긴축(B) 시기에는 고유가와 미국 내 물가상승 위험을 통제하려고 미국 재정당국이 발 빠르게 통화 긴축을 실시했다. 이 경우 주가가 상승하고 채권가격은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이 성장을 뒷받침하면서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 확장으로 미국 긴축정책을 상쇄한 것이 주가와 채권가격의 동반 상승으로 이어졌다. 또한 당시 달러 지수는 금리가 4.25%p 인상됐음에도 미국의 수입 수요 확대로 경상수지 적자폭이 커지면서 강세 폭이 크지 않았던 점도 상품가격 급등과 관련해 기억할 만하다.
세 번째 완화(C) 시기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정책이 주로 이뤄졌다. 금리가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1차 양적완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주가가 하락했지만, 채권가격은 상대적으로 견고한 모습을 보이며 낮은 음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달러는 금리 인하에도 안전 자산 성격이 부각하면서 오히려 강세로 전환해 주가와 높은 음의 상관성을 가진 점도 특기할 만하다.
각 자산 환경 꼼꼼히 확인해야
네 번째 FED의 ‘초저금리(D)’ 유지 시기에는 추가 양적완화를 통해 경기 방어와 유동성 확장이 이뤄졌다. 주가와 채권가격은 모두 상승했고 +0.77의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반면 풍부한 유동성 공급이 이뤄지면서 달러화 약세로 이어졌고, 그 결과 주가와 달러지수의 상관관계는 -0.66으로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다섯 번째 ‘시장금리 상승(E)’ 시기는 2012년 하반기 이후 FED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반영되면서 시작됐다. 주가는 올랐지만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채권가격이 떨어져 두 자산가격의 상관관계는 음으로 전환했고, 달러화 가격은 강세로 돌아섰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최근 수년간 주요 자산가격 사이의 상관관계는 고정된 것이 아니었다. 시기별 경기와 신용이라는 두 가지 요인에 따라 꾸준히 변화해왔다. 특히 2013년의 경우 시장금리가 오르고 선진국과 신흥국의 경기회복 속도에 차이가 나면서 자금 흐름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신흥국 주식에서 선진국 주식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일종의 추세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중·장기적으로는 이러한 흐름이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2014년 자산가격 흐름에 무조건적으로 대입하기에는 조금 이른 감이 있다. 여전히 완만한 경기회복 속도와 디플레이션 압력을 감안하면, 2013년 같은 일방적인 움직임보다 각 자산별로 펀더멘털(거시경제지표)을 확인하는 모습을 보일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양적완화 축소는 물가상승률이나 실업률에 연동해 빠르지 않은 속도로 진행될 개연성이 크다. 일방적인 방식보다 경기를 지켜보며 진행될 것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지금 거론되는 FED의 금리 인하는 2015년 이후에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인 신용긴축 같은 충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론은 이렇다. 향후 자산가격 사이의 상관관계는 신용(유동성)보다 경기(펀더멘털)의 영향을 받을 개연성이 더 높다. 섣부른 공식화보다 기업이익이나 인플레이션 같은 각 자산의 펀더멘털을 꼼꼼히 확인해야 그 방향을 점칠 수 있다는 뜻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늘 쉽게 변하지 않는 법이다.
교과서에서 말하는 자산가격 변동의 일반적인 법칙이다. 그러나 이를 신봉하며 투자 전략을 세워온 개인투자자는 아마도 2013년 6월을 잊기 어려울 것이다. 주가와 채권가격이 동반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주식 및 채권 투자자는 물론, 일부 해외자산 투자자까지 손실을 감내해야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시 현상이 과연 일시적인 것에 불과했는지, 혹은 주요 자산가격 사이의 관계가 중·장기적으로 변화하는 신호탄은 아니었는지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각종 주식과 채권 등 주요 자산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꼼꼼히 확인해나갈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2013년 한 해 금융시장을 돌아보면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방준비은행제도(FED)의 초저금리 유지와 세 차례에 걸친 양적완화로 주요 자산가격의 상관관계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은 자못 명확해 보인다.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반영되기 시작한 2012년 하반기부터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이들 자산 사이의 가격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표1 참조).
미 연준의 통화정책이 주요인
경기 상승기에는 주가와 상품가격이 상승하고 그와 동시에 금리 상승으로 채권가격이 하락한다는 일반율이 현실과 어긋나기 시작한 것은 2009년 이후부터다. 이때부터 2012년 상반기까지 주가와 채권가격, 상품가격이 모두 상승하는가 하면, 2012년 하반기부터는 주가가 상승하는 데 비해 채권가격과 상품가격은 하락했고, 약세를 유지하던 달러지수는 강세로 전환됐다. 특히 2012년 하반기 이후 흐름의 경우, FED는 금리를 0.25% 초저수준으로 유지했지만 시장금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2012년 7월 1.39% 저점 이후 2013년 9월 2.99%까지 상승하면서 글로벌 자금 흐름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나온 결과였다.
물론 이러한 변화에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친 것은 글로벌 신용을 좌우하는 FED의 통화정책이다. FED는 2000년 이후 두 번의 인하와 한 번의 인상 사이클을 진행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간 초저금리를 유지하는 등 변화무쌍한 통화정책을 구사해왔다. 해당 정책결정 시기 경기와 신용 상태를 반영한 결과였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FED가 양적완화 등 다양한 정책수단을 사용하면서 그 영향력은 점차 커졌다. 이 무렵 FED 정책변화를 ‘표2’처럼 시기별 5개 구간으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2001년 1월부터 2003년 6월까지 FED는 정보기술(IT) 버블이 붕괴하면서 발생한 경기 둔화 탓에 금리를 6.50%에서 1.00%까지 떨어뜨렸다. 이 첫 번째 구간을 ‘완화(A)’라 부르기로 하자. 다음으로 2004년 6월부터 2006년 6월까지는 2003년 시작된 경기 확장 국면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을 염려해 금리를 1.00%에서 5.25%까지 끌어올렸다. 이 두 번째 구간은 ‘긴축(B)’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2007년 9월부터 2008년 12월 사이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금리를 5.25%에서 0.25%까지 대폭 떨어뜨렸다. ‘완화(C)’ 시기다. 2009년 1월부터 2012년 7월까지는 이렇게 낮춘 금리를 유지하고 양적완화를 시행한 ‘초저금리(D)’ 시기였다. 끝으로 2012년 8월부터 현재까지는 선진국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되고 FED의 양적완화 축소가 우려됨에 따라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선 ‘시장금리 상승(E)’ 시기다.
이 5개 구간별로 주식과 채권 등 주요 자산가격 사이의 상관관계는 다채롭게 변화했다. 첫 번째 완화(A) 시기에는 경기 둔화로 통화정책이 완화되면서 주가가 하락하고, 시장금리 하락으로 달러가 약세를 보이며, 채권가격이 상승하는 전통적 논리가 작동했다. 이 무렵 주가와 채권가격은 -0.81로 높은 음의 관계, 주가와 달러지수는 +0.68로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두 번째 긴축(B) 시기에는 고유가와 미국 내 물가상승 위험을 통제하려고 미국 재정당국이 발 빠르게 통화 긴축을 실시했다. 이 경우 주가가 상승하고 채권가격은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이 성장을 뒷받침하면서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 확장으로 미국 긴축정책을 상쇄한 것이 주가와 채권가격의 동반 상승으로 이어졌다. 또한 당시 달러 지수는 금리가 4.25%p 인상됐음에도 미국의 수입 수요 확대로 경상수지 적자폭이 커지면서 강세 폭이 크지 않았던 점도 상품가격 급등과 관련해 기억할 만하다.
세 번째 완화(C) 시기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정책이 주로 이뤄졌다. 금리가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1차 양적완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주가가 하락했지만, 채권가격은 상대적으로 견고한 모습을 보이며 낮은 음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달러는 금리 인하에도 안전 자산 성격이 부각하면서 오히려 강세로 전환해 주가와 높은 음의 상관성을 가진 점도 특기할 만하다.
각 자산 환경 꼼꼼히 확인해야
네 번째 FED의 ‘초저금리(D)’ 유지 시기에는 추가 양적완화를 통해 경기 방어와 유동성 확장이 이뤄졌다. 주가와 채권가격은 모두 상승했고 +0.77의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반면 풍부한 유동성 공급이 이뤄지면서 달러화 약세로 이어졌고, 그 결과 주가와 달러지수의 상관관계는 -0.66으로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다섯 번째 ‘시장금리 상승(E)’ 시기는 2012년 하반기 이후 FED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반영되면서 시작됐다. 주가는 올랐지만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채권가격이 떨어져 두 자산가격의 상관관계는 음으로 전환했고, 달러화 가격은 강세로 돌아섰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최근 수년간 주요 자산가격 사이의 상관관계는 고정된 것이 아니었다. 시기별 경기와 신용이라는 두 가지 요인에 따라 꾸준히 변화해왔다. 특히 2013년의 경우 시장금리가 오르고 선진국과 신흥국의 경기회복 속도에 차이가 나면서 자금 흐름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신흥국 주식에서 선진국 주식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일종의 추세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중·장기적으로는 이러한 흐름이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2014년 자산가격 흐름에 무조건적으로 대입하기에는 조금 이른 감이 있다. 여전히 완만한 경기회복 속도와 디플레이션 압력을 감안하면, 2013년 같은 일방적인 움직임보다 각 자산별로 펀더멘털(거시경제지표)을 확인하는 모습을 보일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양적완화 축소는 물가상승률이나 실업률에 연동해 빠르지 않은 속도로 진행될 개연성이 크다. 일방적인 방식보다 경기를 지켜보며 진행될 것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지금 거론되는 FED의 금리 인하는 2015년 이후에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인 신용긴축 같은 충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론은 이렇다. 향후 자산가격 사이의 상관관계는 신용(유동성)보다 경기(펀더멘털)의 영향을 받을 개연성이 더 높다. 섣부른 공식화보다 기업이익이나 인플레이션 같은 각 자산의 펀더멘털을 꼼꼼히 확인해야 그 방향을 점칠 수 있다는 뜻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늘 쉽게 변하지 않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