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검찰총장이 9월 24일 자신에게 11세 혼외아들이 있다고 보도한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냈다. 고위공직자가 재직 중 혼외아들을 뒀다면 이는 윤리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다만 징계사유 발생 후 3년이 지났다면 징계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11세 혼외아들을 뒀다는 이유만으로는 징계할 수 없다.
사실은 진실과는 다른 개념
최근 3년 이내에 혼외아들의 어머니라는 여인과 이중혼인관계를 계속했다면 공무원의 품위 손상을 이유로 내부 징계는 가능하다. 그러나 단순히 혼외아들의 생활비 등을 지원해왔다면 이는 사회상규, 즉 반사회질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대법원은 판결하고 있다. 따라서 혼외아들에 대해 양자가 모두 부인하는 현재로선 채 총장에게 마냥 비난이나 징계를 가할 수는 없다.
채 총장의 혼외아들 보도에 대해 일부에서는 소위 ‘국가정보원(국정원) 댓글녀 사건’의 수사 결과에 불만을 품은 청와대 등 권력 핵심이 채 총장을 몰아내려는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확인된 바는 없다. 다만 국정원 댓글녀 사건 수사 이후 여권 핵심부에서 채 총장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보인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검찰은 원세훈 전 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지만, 원 전 원장의 개인 비리 혐의를 잡아 구속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원 전 원장,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정보국장, 심리전단 요원 70여 명으로 이어지는 대통령선거(대선) 개입 혐의가 있었다고 결론 냈다. 검찰은 원 전 원장만 기소하고 나머지 직원들에 대해서는 기소유예라는 ‘정치적’ 결단을 내렸지만, 서울고등법원은 9월 23일 이 전 차장과 민 전 국장에 대해서도 공소제기 명령을 내렸다.
그렇다면 채 총장이 낸 소송은 어떻게 될까. 법률적으로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한 정정보도가 인용될 것인지, 또 명예훼손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다.
사실은 진실과는 다른 개념이다. 사실은 객관적으로 그 무엇이 존재하는가의 문제인 데 반해, 진실은 객관적으로 존재 또는 부존재한 사실이 옳은가 그른가의 문제다. 그런데 존재와 부존재는 동시에 양립할 수 없다. 사실과 권리의 존재 여부를 밝히는 소송 절차는 ‘변론주의’라는 대원칙으로 운영한다. 변론주의란 당사자가 자기에게 유리한 소송자료의 수집 및 제출 책임을 지는 것을 말한다. 변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객관적, 실체적 사실과 진실이 존재해도 패소한다. 우리 소송절차가 실체적 진실주의가 아닌 형식적 진실주의를 취하기 때문이다. 변론주의는 당사자가 주장 또는 증명하지 않거나 못하면 설령 법관이 개인적으로 알고 있더라도 이를 재판 결과에 반영해서는 안 된다는 소극적 의미도 포함한다.
통상적으로는 권리자인 원고가 주장 책임 및 증명 책임을 모두 진다. 다만 채무부존재소송에서는 채무자로 지칭되는 자가 원고가 되기 때문에 원고는 ‘채무부존재 사실을 주장’만 하면 되고, 자칭 채권자인 피고가 ‘채무 사실의 존재에 대한 증명 책임’을 지게 돼 있다. ‘조선일보’는 채 총장에게 혼외아들이 있다고 주장하고 채 총장은 없다고 주장해, 그 논리적 구조가 앞서의 채무부존재확인소송과 유사하다.
그렇다면 일반론으로 채 총장은 채무부존재 사실만 주장하면 되고, 오히려 ‘조선일보’가 채 총장에게 혼외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면 그 보도는 사실(이는 진실이라는 의미이다)이 아닌 것으로 인정돼 ‘조선일보’가 패소할 수 있다.
유전자 감식 강제할 방법 없어
정정보도와 관련해 MBC TV ‘PD수첩’의 광우병 관련 방송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하나의 선례가 될 것이다. 이 판결은 진실하지 아니한 사실의 보도로 인해 피해를 입은 피해자는 정정보도청구소송에서 “그 언론보도 등이 진실하지 아니하다는 데 대한 증명 책임을 부담”한다고 해 통상적인 변론주의와 다른 견해를 취한다.
그러면서도 이 판결은 “의혹을 받을 일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에 대해 의혹을 받을 사실이 존재한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자는 그러한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할 부담을 지고, 피해자는 제시된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허위성을 입증할 수 있다”고 했다. 쉽게 말해 ‘조선일보’는 혼외아들의 사실 존재에 대한 소명자료를 제출해야 하고, 채 총장은 이러한 소명자료의 신빙성을 의심케 하면 서로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혼외아들 존재 근거로 채 총장과 아이 어머니가 잘 아는 사이라는 사실, 아이의 학교생활기록부 아버지 칸에 채 총장 이름이 기재됐다는 교직원의 전언, 아버지가 총장이 됐다는 아이의 자랑을 들었다는 사실 정도를 소명자료로 제출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 더군다나 당사자에게 전혀 확인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보도는 더욱 그렇다.
혼외아들인지 여부를 가리는 일은 유전자감식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그런데 현행법상 아이가 채 총장을 상대로 혼외아들임을 인정하라는 인지청구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한 유전자감식을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채 총장의 정정보도청구소송에서도 이를 강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조선일보’는 채 총장의 혼외아들을 확정적으로 증명할 수 없게 돼 정정보도청구소송에서 패소할 개연성이 높다. 물론 공익성이라는 다른 원인이 인정돼 예외적으로 정정보도 책임을 면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혼외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증명할 수 없어 그 보도의 진실성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채 총장의 사표가 수리되지 않는 상태에서 과연 진실이 무엇인지 조속히 밝혀지길 바랄 뿐이다.
사실은 진실과는 다른 개념
최근 3년 이내에 혼외아들의 어머니라는 여인과 이중혼인관계를 계속했다면 공무원의 품위 손상을 이유로 내부 징계는 가능하다. 그러나 단순히 혼외아들의 생활비 등을 지원해왔다면 이는 사회상규, 즉 반사회질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대법원은 판결하고 있다. 따라서 혼외아들에 대해 양자가 모두 부인하는 현재로선 채 총장에게 마냥 비난이나 징계를 가할 수는 없다.
채 총장의 혼외아들 보도에 대해 일부에서는 소위 ‘국가정보원(국정원) 댓글녀 사건’의 수사 결과에 불만을 품은 청와대 등 권력 핵심이 채 총장을 몰아내려는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확인된 바는 없다. 다만 국정원 댓글녀 사건 수사 이후 여권 핵심부에서 채 총장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보인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검찰은 원세훈 전 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지만, 원 전 원장의 개인 비리 혐의를 잡아 구속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원 전 원장,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정보국장, 심리전단 요원 70여 명으로 이어지는 대통령선거(대선) 개입 혐의가 있었다고 결론 냈다. 검찰은 원 전 원장만 기소하고 나머지 직원들에 대해서는 기소유예라는 ‘정치적’ 결단을 내렸지만, 서울고등법원은 9월 23일 이 전 차장과 민 전 국장에 대해서도 공소제기 명령을 내렸다.
그렇다면 채 총장이 낸 소송은 어떻게 될까. 법률적으로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한 정정보도가 인용될 것인지, 또 명예훼손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다.
사실은 진실과는 다른 개념이다. 사실은 객관적으로 그 무엇이 존재하는가의 문제인 데 반해, 진실은 객관적으로 존재 또는 부존재한 사실이 옳은가 그른가의 문제다. 그런데 존재와 부존재는 동시에 양립할 수 없다. 사실과 권리의 존재 여부를 밝히는 소송 절차는 ‘변론주의’라는 대원칙으로 운영한다. 변론주의란 당사자가 자기에게 유리한 소송자료의 수집 및 제출 책임을 지는 것을 말한다. 변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객관적, 실체적 사실과 진실이 존재해도 패소한다. 우리 소송절차가 실체적 진실주의가 아닌 형식적 진실주의를 취하기 때문이다. 변론주의는 당사자가 주장 또는 증명하지 않거나 못하면 설령 법관이 개인적으로 알고 있더라도 이를 재판 결과에 반영해서는 안 된다는 소극적 의미도 포함한다.
채동욱 검찰총장의 소송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 삼우의 한 직원(가운데)이 9월 24일 소장 접수 후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그렇다면 일반론으로 채 총장은 채무부존재 사실만 주장하면 되고, 오히려 ‘조선일보’가 채 총장에게 혼외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면 그 보도는 사실(이는 진실이라는 의미이다)이 아닌 것으로 인정돼 ‘조선일보’가 패소할 수 있다.
유전자 감식 강제할 방법 없어
정정보도와 관련해 MBC TV ‘PD수첩’의 광우병 관련 방송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하나의 선례가 될 것이다. 이 판결은 진실하지 아니한 사실의 보도로 인해 피해를 입은 피해자는 정정보도청구소송에서 “그 언론보도 등이 진실하지 아니하다는 데 대한 증명 책임을 부담”한다고 해 통상적인 변론주의와 다른 견해를 취한다.
그러면서도 이 판결은 “의혹을 받을 일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에 대해 의혹을 받을 사실이 존재한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자는 그러한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할 부담을 지고, 피해자는 제시된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허위성을 입증할 수 있다”고 했다. 쉽게 말해 ‘조선일보’는 혼외아들의 사실 존재에 대한 소명자료를 제출해야 하고, 채 총장은 이러한 소명자료의 신빙성을 의심케 하면 서로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혼외아들 존재 근거로 채 총장과 아이 어머니가 잘 아는 사이라는 사실, 아이의 학교생활기록부 아버지 칸에 채 총장 이름이 기재됐다는 교직원의 전언, 아버지가 총장이 됐다는 아이의 자랑을 들었다는 사실 정도를 소명자료로 제출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 더군다나 당사자에게 전혀 확인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보도는 더욱 그렇다.
혼외아들인지 여부를 가리는 일은 유전자감식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그런데 현행법상 아이가 채 총장을 상대로 혼외아들임을 인정하라는 인지청구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한 유전자감식을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채 총장의 정정보도청구소송에서도 이를 강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조선일보’는 채 총장의 혼외아들을 확정적으로 증명할 수 없게 돼 정정보도청구소송에서 패소할 개연성이 높다. 물론 공익성이라는 다른 원인이 인정돼 예외적으로 정정보도 책임을 면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혼외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증명할 수 없어 그 보도의 진실성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채 총장의 사표가 수리되지 않는 상태에서 과연 진실이 무엇인지 조속히 밝혀지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