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제2금융권 업체의 상담 모습.
‘압박 부담’과 ‘상환 능력’
2012년 이후 정부의 강력한 가계부채 종합대책 등에 힘입어 양적 증가세가 둔화하는데도,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더구나 이 비율은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이 하락 추세로 반전한 것과 달리 지속적으로 상승 중이다.
2013년 1분기 가계신용 기준으로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36.3%, 자금순환 개인 부문 부채 기준으로 163.8%를 기록했다. 다만 자금순환 개인 부문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는 금융위기 당시 급증했지만, 이후 금융완화정책 등에 힘입은 개인 부문 금융자산 증가로 2012년부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더욱 골치 아픈 대목은 가계대출의 원금상환이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이자상환 능력마저 약화한다는 점이다. 원금 일시상환대출의 롤오버(roll-over) 지속, 분할상환대출의 거치기간 연장 등으로 원금상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신용대출 비중이 증가하고, 주택담보대출에서도 순수 주택 관련 용도보다 생활비 등 생계형 용도가 증가하고 있다. 일반 은행 가계대출 연체율이 소폭 증가하는 데다 시장 상황에 민감한 신용카드 연체율은 2011년 이후 급증하는 상황이다.
이뿐 아니라 경기 및 부동산시장 침체가 심화하면서 가계부채에 부담을 주는 상황도 지속되고 있다. 국내 경제성장률은 2011년 3.7%에서 2012년 2.0%로 급락했으며, 2013년 상반기에는 더욱 악화한 1.9%(한국은행 전망치)로 전망된다. 부동산시장의 경우 수도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하락하고, 박근혜 정부의 4·1대책에도 하락세를 지속 중이다.
가계부채 이자 압박
일반적으로 가계부채는 절대적 규모보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또는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등 상대적 수치를 가지고 그 심각성을 판단한다. 하지만 이것 역시 현 상태에서 가계부채 상환 능력의 하나에 불과하다. 따라서 현재의 가계부채 문제를 ‘압박 부담’과 ‘상환 능력’으로 구분해 종합적인 관점에서 가계부채 위험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좀 더 적절하다.
현 상태에서 대다수 채무자가 가계부채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는 연체, 이자 부담, 비은행 가계대출 등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 이뿐 아니라 소득과 자산 등의 처분을 통한 상환 능력도 중요한 가계부채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압박 부담’의 변수로는 가처분소득 대비 이자 지급 비중, 연체율, 비은행 가계대출 비중을 들 수 있다. 한편 ‘상환 능력’ 측정을 위해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가계 실물자산 같은 변수를 선정했다. 여기에 통계적으로 표준화한 변수를 가중 평균해 종합적인 가계부채 위험을 추정했다.
추정 결과 ‘압박 부담’은 카드사태 이후 안정되다가 금융위기 직전부터 다시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저금리 기조에 따른 가처분소득 대비 이자 지급 비중이 안정되고 있음에도 비은행 가계대출 비중 급등, 연체율 상승 등으로 급등 추세를 보인다.
‘상환 능력’의 경우 금융위기 당시까지 급속히 악화하다가 2010년과 2011년 경제 여건 호조에 따라 잠시 개선되는 듯했지만 2012년 다시 악화하고 있다. 2002년 카드사태 당시엔 정부의 신용불량자 대책, 소비 안정, 경기 호조세 반전, 주택가격 상승세 등으로 실제 상환 위험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금융위기 때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상승세, 이자 지급 부담 증가, 주택가격 하락 등으로 급속히 악화하다가 2010년부터 경기회복, 주택가격 안정세, 저금리정책 등 경제 여건 개선으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 둘을 합친 가계부채 종합 위험은 카드사태 이후 2009년 금융위기 당시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다 2010년에는 가계부채 증가에도 안정세를 시현했다. 2002년 카드사태 당시엔 종합 위험이 상승하긴 했으나 아직 전반적으로 가계부채 수준이 낮고, 당시 정부의 신용불량자 대책, 소비 안정, 경기 호조세 반전, 주택가격 상승세 등으로 그리 높게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2006년부터 주택담보대출 등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면서 가계부채 위험이 상승했으며, 상승세는 금융위기 당시 경제 여건 악화로 크게 상승했다. 금융위기 때는 부채 증가, 연체율 급증, 이자 지급 증가 등으로 급등했다가 2010년부터 경기회복, 주택가격 안정세, 저금리정책 등으로 하락했다.
2011년 이후 정부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영향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했지만, 경기침체 장기화 및 부동산시장 침체 지속, 비은행 대출 비중 증가 등 여건 악화로 가계부채 위험이 다시 상승하고 있다. 특히 2013년에는 경제여건이 악화됨에 따라 가계부채 위험이 금융위기 수준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한국은행의 ‘2013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의 전망치(경제성장률 2.6%)와 전년의 증감률 등을 적용한 결과로, 가계신용과 개인 이자 지급, 순처분가능소득 등은 2012년 증감률을 적용했다.
국가경제 심각한 문제
이렇듯 비록 양적 차원에서는 가계부채 문제가 개선되고 있지만, 가계부채를 둘러싼 여건이 악화하면서 가계부채 위험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가계부채 규모가 빠르게 상승했으나, 금융위기 당시를 제외하고는 경제 여건 등의 호조로 가계부채 위험이 높지 않았다. 아직 국내 가계부채 위험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지는 않았지만 향후 여건이 더욱 악화될 경우 국가경제에 심각한 문제로 다가올 위험이 크다는 뜻이다. 특히 경기침체 장기화, 비은행권의 원금상환 요구 가능성, 주택가격 하락세 등으로 가계부채 위험이 큰 폭으로 상승할 개연성에 유의해야 한다.
가계부채 문제가 국가경제에 심각한 문제로 다가오기 전 가계의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는 정책과 더불어 경제 여건 개선에도 주력할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가계부채 증가의 주된 요인으로 부상하는 전셋값 상승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먼저 급등하는 전셋값을 안정시켜 서민들의 추가 전세자금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의 효과적인 운영 등을 통해 전월세보증금을 금융 저축액으로 전환해 악성 가계부채를 상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뿐 아니라 높아진 가계부채 위험에 견딜 수 있도록 국내 경제 여건 개선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그 가운데서도 저소득층의 일자리 창출과 저축률 상승을 통한 가계수지 흑자율 제고가 시급하다. 고부가가치 서비스 부문을 집중 육성해 신규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창출되는 일자리의 생산성을 제고함으로써 가계소득을 증대해야 한다. 또한 점점 커지는 비은행 금융기관의 가계부채 문제를 연착륙시킬 수 있는 대책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