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양대 다이어트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이 체육관에서 매니저들의 지도를 받으며 운동하고 있다. 참가학생 35명은 평균 8kg을 감량했다.
그런데 우리 모두 잘 알다시피 이 단순한 원리에도 오늘날 많은 사람이 여전히 다이어트와의 싸움에서 연전연패한다. 가장 큰 이유는 물론 당사자의 약한 실천의지일 것이다. 그러나 설령 강력한 실천의지로 무장한다고 해도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먼저 ‘주간동아’ 886호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의 칼로리를 정확하게 계산해내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
만일 강력한 실천의지와 훌륭한 칼로리 계산 능력까지 가진 사람이 있다면 그다음 다이어트 과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될까.
아쉽게도 답은 ‘아니다’ 쪽이다. 예를 들어보자. 175cm 키에 체중 80kg을 가진 40세 남자가 중등도 활동량을 보인다면 이 사람의 하루 칼로리 요구량은 2736Cal가 된다. 이 사람이 매일 섭취하는 음식이 평균 2800Cal 정도 된다면, 이론적으로 현재 체중을 거의 그대로 유지해나갈 수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사람이 여름 해변에서 멋진 몸매를 과시할 목적으로 5주 동안 체중을 5kg 정도 줄이기로 결정했다. 평소 직장에서 완벽주의자로 소문난 그는 다이어트에 성공하려고 관련 자료를 철저히 조사한 뒤 계획을 짰다.
먼저 일주일에 1kg씩, 5주간에 걸쳐 체중 5kg을 서서히 줄여 나가기로 결정했다. 그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일주일에 지방 1kg를 없애려면 7700Cal 정도의 마이너스 칼로리 균형이 필요했다. 그래서 계산해보니, 평소 하루 음식 섭취량에서 1100Cal씩만 줄이면 일주일에 정확히 7700Cal가 되고, 이는 결국 지방 1kg을 태우는 것과 같다는 것을 뜻했다.
우리 몸의 특별한 생리적 방어기전
그는 자신과 같은 성인 남자가 하루 1700Cal만 섭취해도 건강에 지장이 없는지 조사해봤다. 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체중을 줄이려면 적어도 하루에 500Cal 이상을 덜 섭취해야 되지만, 건강상 부작용을 피하려면 가급적 1000Cal 이상은 줄이지 않는 것이 좋다고 돼 있었다. 또 하루 칼로리 섭취 하한선으로 1800Cal 이상(여자는 1200Cal 이상)은 섭취하는 것이 부작용 없는 다이어트를 위해서 바람직하다는 단서도 들어 있었다.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계획안을 살펴보니, 하루에 1700Cal를 섭취한다면 이론적으로는 하루 칼로리 섭취 하한선에서 100Cal 정도 부족한 수준이지만, 이 정도 차이는 목표를 위해서 감수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권장 칼로리 수치나 칼로리 계산 등도 어차피 대략 추정해 나오는 것이므로 이 정도 차이는 실제로는 의미가 없으리라는 계산도 깔려 있었다.
드디어 그는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처음에는 치밀한 사전 계획대로 모든 것이 완벽하게 진행되는 듯 보였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그는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느꼈다. 마음을 다잡고 계획대로 충실히 칼로리 섭취를 줄였는데도 초기와는 달리 체중계에 나타나는 수치는 실망 그 자체였다.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됐을까.
그가 다이어트에 실패한 원인은 바로 굶주림 반응(starvation response)이라는 우리 몸의 특별한 생리현상을 이해하지 못한 데 있었다.
굶주림 반응이란 어떤 원인에 의해 외부로부터 음식물 섭취가 줄어들어 우리 몸이 굶주림 상태를 자각하면, 여기에 비례해 자동적으로 기초대사율을 낮춰 생존을 위한 비상체제에 들어가는 우리 몸의 생리적 방어기전을 뜻한다.
생각해보면 먼 옛날, 흉년에 사냥마저 여의치 않은 시기가 닥치면 2~3일에 한 번 끼니 때우기도 힘들 때가 있었을 테고, 심지어 최악의 경우 몇 날 며칠을 물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했을 것이다. 이런 일이 오랜 진화 과정 동안 빈번히 발생하면서 우리 몸은 그에 대비해 생존을 위한 절묘한 자체 방어기전을 만들어낸 것이다.
즉 기초대사율을 낮춤으로써 음식물 공급이 줄어든 악조건에서도 가능한 한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게 진화한 것이다. 이런 진화의 선물 덕분에 현대인도 사고 등으로 외딴곳에 장기간 격리됐을 때나 전쟁포로로 오랫동안 최소한의 음식만 공급받는 상황에서도 평상시 개념으로는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장기간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오늘날의 사회는 굶주림 반응이 만들어진 먼 옛날과는 환경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웬만한 곳이라면 어디서든 슈퍼나 음식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고, 각종 고칼로리 식품이 주위에 풍족하게 널렸다.
이렇다 보니 이제는 많은 사람의 목표가 평소 칼로리 비축이 아니라 오히려 체중을 줄이는 쪽으로 변했는데, 바로 이때 오랫동안 인류의 생존을 위해 헌신해온 굶주림 반응이 오히려 적군이 되는 것이다.
충분히 먹어야 심리적 안정감 제고
말하자면 다이어트하려고 소식을 시작하면 굶주림 반응 때문에 우리 몸은 일종의 비상상태로 인식한다. 다이어트에 대한 주인의 절실한 필요성이나 숭고한 목표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단순하게 “아, 음식이 부족한 모양이구나”라고 판단하고는 살아남기 위한 목표로 칼로리 소비, 즉 기초대사율을 떨어뜨린다.
이렇게 되면 기껏 애써서 칼로리 섭취를 줄이더라도 그것에 비례해 대사 능력도 같이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다이어트 효과는 신통치 않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수많은 다이어트 경험자가 흔히 정체기를 맞이하는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면 계륵과도 같은 이 굶주림 반응을 피해가면서 다이어트에 성공할 방법은 없을까. 모든 문제에는 반드시 답이 있게 마련이다. 여기서의 답은 굶주림 반응이라는 생리적 방어기전을 교묘하게 속이는 것이다. 전문 용어로 지그재그 방식(zjgzag method)이라 불리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한마디로, 다이어트 기간 중에 일정한 간격으로 식사를 충분히 해줌으로써 우리 몸에게 지금의 음식 부족이 결코 기초대사율을 낮출 정도의 비상사태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지그재그라는 이름은 음식물을 줄이는 기간과 정상으로 섭취하는 기간을 지그재그로 반복해 시행하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예를 들어 앞에 언급한 40세 남자가 3-1 지그재그 방식을 채택한다고 하면, 그는 3일 동안은 다이어트 계획대로 하루에 1700Cal씩 섭취하고 4일째 되는 날엔 평상시 칼로리 섭취량인 2800Cal 또는 그 이상의 칼로리를 섭취해 우리 몸에 현 상황이 결코 비상사태가 아니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어느 정도 굶어야 굶주림에 대한 반응기전이 작동할까. 이는 정확한 과학적 규명도 어렵고 또 개인 체질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지그재그 방식의 구체적인 기간 조절은 개인에 따라 어느 정도 신축적으로 운용할 수밖에 없다.
즉 일주일을 기준으로 6-1 지그재그를 할 수도 있고, 3-3 지그재그로 3일은 소식하고 그다음 3일은 보통대로 먹을 수도 있다. 심지어 어떤 전문가는 아예 특별한 기간을 정하지 말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적절히 지그재그 방식을 실행하는 것이 장기간 다이어트에 유리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결국 중요한 점은 지그재그 방식은 반드시 지키되 개인에 따라 어느 정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신에게 맞는 날짜를 정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는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다이어트 과정에서 지그재그 방식이 주는 또 하나의 장점은 가끔씩 충분히 먹는다는 것 자체가 당사자에게 큰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는 것이다. 가끔 원하는 음식을 마음껏 먹는다면 ‘앞으로 평생 소식만 하고 살아야 하는가’라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결과적으로 다이어트를 지속할 수 있는 결정적인 밑받침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