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캥거루족’(나이가 들어도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해 부모 품에서 사는 자녀) 증가 원인으로 경제교육 부재를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캥거루족 중에는 경제적으로 무능한 이도 있지만, 월급을 받는데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늘 적자이거나, 수입 규모를 넘어선 생활로 부모의 지속적 지원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 경제전문가인 정복기 교수(사진)는 “이 같은 캥거루족의 증가는 부모 세대의 노후 준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정 교수는 시티그룹 프라이빗뱅킹 한국본부장, 삼성증권 PB연구소장, PB사업본부장을 역임해 국내 최고 프라이빗 뱅커로 꼽히는 경제전문가다. 지금은 한국금융개발원 교수로 활동하면서 대학과 관공서, 금융기관을 상대로 재테크, 금융 트렌드, 자산관리법 등에 대한 자신의 노하우를 전하고 있다. TV 정보 프로그램과 강연장을 종횡무진하며 활동 중인 그에게서 내 아이가 더욱 잘살 수 있는 길잡이가 되는 자녀 경제교육법에 대해 들어봤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전반적으로 경제에 무지한 편이다. 만약 이대로 방치한다면 (성장 후에도) 경제에 취약한 상태 그대로일 것이다.”
소득·지출 공개로 소비 중요성 깨달아
만나자마자 정 교수의 걱정 어린 지적이 시작됐다. 우리 아이들이 경제에 취약한 근본 이유는 우리나라 특유의 ‘돈에 대한 금기’ 때문이란다. 아이가 돈에 대해 궁금해하면 “너는 아직 몰라도 돼”라며 돈과 관련한 문제를 철저히 ‘어른의 성역’으로 돌려버리거나, 돈에 관심을 보이면 곧바로 속물적이고 계산적인 아이로 치부해버리는 등 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뿌리 깊게 박힌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또한 “올바른 경제관념이 자리하지 않은 채 성장하면 성인이 된 후에도 경제적으로 부모로부터 자립하지 못하고 의존적인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면서 “아이가 제대로 된 경제교육을 받지 못한 채 성인이 되면 실물경제에 대해 올바른 감각을 익히지 못해 경제관념이 흐릿해지거나, 재테크에 대한 그릇된 지식을 갖게 된다”고도 지적했다. 즉, 정 교수가 강조하는 자녀 경제교육의 목적은 ‘우리 아이 부자 만들기’가 아닌 ‘독립적인 성인으로 키우기’에 있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그는 아이의 성장과정에 맞는 단계별 경제교육을 제안한다.
“아이의 성장기에 따라 필요한 영양소가 다르듯, 연령대별로 필요한 경제교육법이 있다”는 정 교수는 “아이가 말문을 트기 시작해 사물에 대한 옳고 그름을 배우기 시작하는 유아기엔 ‘소비에 대한 O·X’를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시기의 자녀교육은 어떤 행동에 대해 해도 ‘된다, 안 된다’를 알려주는 데 있다. 이를 소비습관과 결부해 아이로 하여금 갖고 싶은 장난감이나 간식을 무조건 사주는 대신 그것을 가질 수 있는 일종의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아이에게 소비충동을 억제하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형마트 장난감 코너에서 “장난감을 사달라”며 떼쓰는 아이에게 그 상황을 모면하려고 무조건 장난감을 사주거나 야단을 치기보다, “집에 있는 장난감을 잘 정리한다면 사주겠다”는 식으로 아이가 성취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런 습관은 아이가 충동을 억제하고 기다리는 습관을 들이는 데도 도움이 되고, 아이가 부모 제안을 받아들여 원하는 장난감을 갖게 됐을 때의 성취감도 크기 때문에 물건에 대한 소중함까지 알게 된다는 장점을 지닌다.
철이 들면서 ‘돈’에 대한 관심이 구체화하는 청소년기는 금융에 대한 기본 지식을 길러주고 경제적 자립을 향한 길을 열어주는 단계다. 정 교수는 이 단계의 자녀에게 효과적인 경제교육의 일환으로 “집 안의 낱돈(잔돈) 모으기”를 강조한다.
“낱돈을 모아 돼지저금통에 넣는 습관을 들이면 직접 돈을 만지는 기회가 늘기 때문에 돈에 익숙해지고, 그렇게 모인 낱돈이 목돈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낱돈의 소중함도 알게 된다.”
집안의 경제사정을 올바르게 알려주는 것도 좋다. 부모 소득을 자녀에게 상세히 공개하고 그 소득이 어떻게 쓰이는지 정확한 지출 명세를 공개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정 교수가 직접 자녀에게 실천해 효과를 본 방법이기도 하다.
“아이들을 모아놓고 집안의 수입과 지출 명세를 공개했는데, 자신들에게 얼마만큼의 돈이 들어가는지 알게 된 다음부터 아이들이 더욱 신중하게 소비하기 시작했다. 예전엔 갖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무조건 ‘사주세요’ 하고 졸랐지만, 수입과 지출을 공개한 다음부터는 소비욕구를 자제하거나, 꼭 필요한 게 있으면 미리 다른 항목에서 절약 계획을 세운 후 ‘사주세요’라고 요구한다.”
재테크 핵심은 투기 아닌 투자
독립을 눈앞에 둔 대학생 자녀의 경우, 경제교육은 더욱 구체적인 실물경제 영역으로 옮겨간다. 사회인이 된 다음 효과적으로 재테크를 할 수 있도록 주식, 펀드 등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고, 스스로 자기 용돈을 관리해 재테크 기회를 열어주는 것도 이 단계에 이뤄진다.
이때 중요한 점은 단순히 수익률에 치중해 돈을 불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재산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정 교수는 “주식이나 펀드로 큰돈을 버는 사람은 극히 일부이기 때문에 아이로 하여금 ‘잘만 하면 대박을 낼 수 있다’는 사고를 심어주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 투기가 아닌 투자 개념으로 재테크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모든 교육법에 선행해야 하는 중요한 교육이 있다. 바로 부모의 모범이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듯, 부모가 평상시 올바른 소비습관을 보이는 등 돈 관리에 철저하고 성실한 태도를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정 교수는 강조한다. “물건값을 확인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소비한다거나 평소 충동구매를 즐기는 습관은 물론이고 ‘한 방’이나 ‘대박’을 입에 달고 사는 습관도 지양해야 한다. 부모가 성실하게 가계수입을 관리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는 부모 수입이 많고 적고를 떠나 부모의 일을 존중하게 되고, 부모 수입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면서 자신도 그 태도를 닮게 된다.”
바로 여기에 정 교수가 강조하는 자녀 경제교육의 핵심이 들었다. 성실하게 일해서 가족을 부양해온 부모 모습을 본받아 자녀도 성인이 된 이후 자기 삶을 독립적으로 꾸려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저금리, 부동산값 하락 등으로 안정적인 재테크가 어려워진 요즘 ‘어떻게 먹고살지’를 알려주는 것은 아이들을 영재로 키우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그렇기에 체계적이고 올바른 경제교육을 통해 자녀가 경제적으로 독립된 성인이 될 수 있게 하는 것은 부모에게 꼭 필요한 일일 것이다.
정 교수는 시티그룹 프라이빗뱅킹 한국본부장, 삼성증권 PB연구소장, PB사업본부장을 역임해 국내 최고 프라이빗 뱅커로 꼽히는 경제전문가다. 지금은 한국금융개발원 교수로 활동하면서 대학과 관공서, 금융기관을 상대로 재테크, 금융 트렌드, 자산관리법 등에 대한 자신의 노하우를 전하고 있다. TV 정보 프로그램과 강연장을 종횡무진하며 활동 중인 그에게서 내 아이가 더욱 잘살 수 있는 길잡이가 되는 자녀 경제교육법에 대해 들어봤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전반적으로 경제에 무지한 편이다. 만약 이대로 방치한다면 (성장 후에도) 경제에 취약한 상태 그대로일 것이다.”
소득·지출 공개로 소비 중요성 깨달아
만나자마자 정 교수의 걱정 어린 지적이 시작됐다. 우리 아이들이 경제에 취약한 근본 이유는 우리나라 특유의 ‘돈에 대한 금기’ 때문이란다. 아이가 돈에 대해 궁금해하면 “너는 아직 몰라도 돼”라며 돈과 관련한 문제를 철저히 ‘어른의 성역’으로 돌려버리거나, 돈에 관심을 보이면 곧바로 속물적이고 계산적인 아이로 치부해버리는 등 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뿌리 깊게 박힌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또한 “올바른 경제관념이 자리하지 않은 채 성장하면 성인이 된 후에도 경제적으로 부모로부터 자립하지 못하고 의존적인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면서 “아이가 제대로 된 경제교육을 받지 못한 채 성인이 되면 실물경제에 대해 올바른 감각을 익히지 못해 경제관념이 흐릿해지거나, 재테크에 대한 그릇된 지식을 갖게 된다”고도 지적했다. 즉, 정 교수가 강조하는 자녀 경제교육의 목적은 ‘우리 아이 부자 만들기’가 아닌 ‘독립적인 성인으로 키우기’에 있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그는 아이의 성장과정에 맞는 단계별 경제교육을 제안한다.
“아이의 성장기에 따라 필요한 영양소가 다르듯, 연령대별로 필요한 경제교육법이 있다”는 정 교수는 “아이가 말문을 트기 시작해 사물에 대한 옳고 그름을 배우기 시작하는 유아기엔 ‘소비에 대한 O·X’를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시기의 자녀교육은 어떤 행동에 대해 해도 ‘된다, 안 된다’를 알려주는 데 있다. 이를 소비습관과 결부해 아이로 하여금 갖고 싶은 장난감이나 간식을 무조건 사주는 대신 그것을 가질 수 있는 일종의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아이에게 소비충동을 억제하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형마트 장난감 코너에서 “장난감을 사달라”며 떼쓰는 아이에게 그 상황을 모면하려고 무조건 장난감을 사주거나 야단을 치기보다, “집에 있는 장난감을 잘 정리한다면 사주겠다”는 식으로 아이가 성취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런 습관은 아이가 충동을 억제하고 기다리는 습관을 들이는 데도 도움이 되고, 아이가 부모 제안을 받아들여 원하는 장난감을 갖게 됐을 때의 성취감도 크기 때문에 물건에 대한 소중함까지 알게 된다는 장점을 지닌다.
철이 들면서 ‘돈’에 대한 관심이 구체화하는 청소년기는 금융에 대한 기본 지식을 길러주고 경제적 자립을 향한 길을 열어주는 단계다. 정 교수는 이 단계의 자녀에게 효과적인 경제교육의 일환으로 “집 안의 낱돈(잔돈) 모으기”를 강조한다.
“낱돈을 모아 돼지저금통에 넣는 습관을 들이면 직접 돈을 만지는 기회가 늘기 때문에 돈에 익숙해지고, 그렇게 모인 낱돈이 목돈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낱돈의 소중함도 알게 된다.”
집안의 경제사정을 올바르게 알려주는 것도 좋다. 부모 소득을 자녀에게 상세히 공개하고 그 소득이 어떻게 쓰이는지 정확한 지출 명세를 공개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정 교수가 직접 자녀에게 실천해 효과를 본 방법이기도 하다.
“아이들을 모아놓고 집안의 수입과 지출 명세를 공개했는데, 자신들에게 얼마만큼의 돈이 들어가는지 알게 된 다음부터 아이들이 더욱 신중하게 소비하기 시작했다. 예전엔 갖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무조건 ‘사주세요’ 하고 졸랐지만, 수입과 지출을 공개한 다음부터는 소비욕구를 자제하거나, 꼭 필요한 게 있으면 미리 다른 항목에서 절약 계획을 세운 후 ‘사주세요’라고 요구한다.”
재테크 핵심은 투기 아닌 투자
독립을 눈앞에 둔 대학생 자녀의 경우, 경제교육은 더욱 구체적인 실물경제 영역으로 옮겨간다. 사회인이 된 다음 효과적으로 재테크를 할 수 있도록 주식, 펀드 등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고, 스스로 자기 용돈을 관리해 재테크 기회를 열어주는 것도 이 단계에 이뤄진다.
이때 중요한 점은 단순히 수익률에 치중해 돈을 불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재산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정 교수는 “주식이나 펀드로 큰돈을 버는 사람은 극히 일부이기 때문에 아이로 하여금 ‘잘만 하면 대박을 낼 수 있다’는 사고를 심어주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 투기가 아닌 투자 개념으로 재테크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모든 교육법에 선행해야 하는 중요한 교육이 있다. 바로 부모의 모범이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듯, 부모가 평상시 올바른 소비습관을 보이는 등 돈 관리에 철저하고 성실한 태도를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정 교수는 강조한다. “물건값을 확인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소비한다거나 평소 충동구매를 즐기는 습관은 물론이고 ‘한 방’이나 ‘대박’을 입에 달고 사는 습관도 지양해야 한다. 부모가 성실하게 가계수입을 관리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는 부모 수입이 많고 적고를 떠나 부모의 일을 존중하게 되고, 부모 수입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면서 자신도 그 태도를 닮게 된다.”
바로 여기에 정 교수가 강조하는 자녀 경제교육의 핵심이 들었다. 성실하게 일해서 가족을 부양해온 부모 모습을 본받아 자녀도 성인이 된 이후 자기 삶을 독립적으로 꾸려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저금리, 부동산값 하락 등으로 안정적인 재테크가 어려워진 요즘 ‘어떻게 먹고살지’를 알려주는 것은 아이들을 영재로 키우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그렇기에 체계적이고 올바른 경제교육을 통해 자녀가 경제적으로 독립된 성인이 될 수 있게 하는 것은 부모에게 꼭 필요한 일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