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사령탑으로 결정된 삼성 류중일 감독.
# 류중일 감독 중심으로 한 코칭스태프
2012 한국시리즈 우승팀 감독이 WBC 사령탑을 맡는다는 약속에 따라 삼성 류중일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류 감독은 자신보다 선배인 양상문 KBO 기술위원 겸 전 롯데 감독에게 수석코치 겸 투수코치를 맡기고, 한용덕 전 한화 감독대행으로 하여금 불펜코치로 양 코치를 보좌토록 했다. 박정태, 김한수 두 코치가 타격을 지도하고 김동수 코치가 배터리, 유지현 코치가 수비와 주루를 전담하게 했다. 류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을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그는 제1, 2회 WBC에 각각 코치로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코칭스태프 가운데 유일하게 WBC 세 대회를 모두 참가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28명 예비 명단이 대회에 나갈 최종 명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WBC는 대회 직전까지 엔트리 교체가 가능하다. KBO가 일찌감치 28명 명단을 확정한 것은 명단을 조기 확정해야 선수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오프시즌 때부터 철저히 몸을 만든다는 코칭스태프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 경험과 패기가 조화를 이룬 대표팀
28명 예비 엔트리를 살펴보면 경험과 패기가 어우러진 최상 전력이라고 볼 수 있다. 2006년부터 이번 대회까지 세 번 모두 나서는 선수는 투수 봉중근, 정대현, 오승환과 내야수 김태균, 외야수 이진영 등 총 5명. 또 투수 류현진, 윤석민, 김광현, 장원삼과 내야수 이대호, 정근우, 최정, 그리고 외야수 이용규, 김현수, 추신수도 2009년 대회부터 두 번 연속 WBC 무대를 밟는다. 이처럼 WBC 경험이 많은 선수가 주축을 이룬 가운데, 생애 처음으로 WBC 유니폼을 입는 선수도 제법 있다.
특히 투수진에 많다. 박희수, 노경은, 홍상삼, 김진우, 유원상, 손승락 등 젊은 피가 대거 수혈됐다. 2006년과 2009년 대회에는 박찬호, 구대성, 김선우, 김병현, 손민한 등 베테랑 선수가 포진했던 반면, 올 시즌 잠재력을 터뜨린 노경은과 ‘돌아온 풍운아’ 김진우가 이름을 올렸다. 불펜에도 한국 프로야구 시즌 최다 홀드 신기록(34개)을 세운 박희수와 2012시즌 53경기에서 5승1세이브22홀드, 방어율 1.93의 빼어난 성적을 거둔 홍상삼, 2010년부터 넥센의 뒷문을 맡아온 손승락이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야수 쪽에서도 변동이 있다. 2006년 박진만(현 SK), 2009년 박기혁(롯데)이 맡았던 유격수 자리에 손시헌, 강정호, 김상수 등 3명이 들어갔다. 강정호와 김상수는 2006년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활약했던 김재걸(현 삼성 코치)과 김민재(현 두산 코치)의 소임을 대신할 선수로 낙점됐다. 1990년생으로 2009년 프로에 입단한 김상수는 28명 예비 명단에서 막내다. 전준우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외야수로 뽑힌 것도 눈길을 끈다. 김강민(SK)과 경합했지만 주루와 수비가 빼어나고, 타격도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 투수 선택 기준은 구위
코칭스태프는 투수진 선발 때 선발투수부터 뽑고, 중간과 마무리 순서로 뽑는 방식을 택했다.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은 이용찬(두산)을 빼고 노경은을 선발한 것이다. 시즌 막판 노경은의 구위가 이용찬보다 좋았다는 점이 결정적 근거였다. 이용찬이 빠지자 서재응(KIA) 대신 김진우가 들어갔다. 국제대회에서 김진우의 파워커브가 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진우는 2009년 대회 때 불펜에서 ‘국민노예’라는 애칭을 얻으며 맹활약했던 정현욱 같은 구실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정우람(SK) 대신 박희수를 택한 것도 현재 구위를 우선시한 결과다. 몸 상태가 불안한 김광현을 발탁한 것은 좌완이라는 장점에 포스트시즌을 통해 구위를 회복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대표팀에서 확실한 선발감은 류현진, 장원삼, 윤석민, 김광현 정도다. 류현진의 이탈 가능성이 있어 대표팀은 어느 때보다 불펜에 비중을 뒀다. 오승환, 봉중근, 정대현, 손승락, 박희수 등 특급 불펜투수가 대거 포함됐다.
# 야수는 경험
선수 선발에 가장 어려움을 겪은 포지션은 1루수다. ‘국민타자’ 이승엽이 WBC 대표팀 복귀를 희망하면서 1루수에는 국가대표 단골멤버인 이대호와 김태균, 그리고 2012년 페넌트레이스 최우수선수(MVP) 박병호 등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내로라하는 거포가 넘쳐났다. 1루수와 지명타자, 대타로 역할 분담을 하더라도 최대 3명밖에 뽑을 수 없어 코칭스태프는 장고를 거듭했고, 결국 박병호가 탈락했다. 이대호, 이승엽, 김태균에 비해 국제대회 경험이 없다는 게 박병호의 약점으로 지적됐다.
야수진에서 1루수 박병호처럼 아쉽게 탈락한 선수는 포수 양의지, 외야수 손아섭이다. 안방마님의 경우, 강민호가 주전 포수라고 볼 때 백업 포수는 게임을 마무리하는 자리인 만큼 경험에서 앞선 진갑용이 양의지보다 후한 점수를 받았다. 외야수 손아섭의 탈락은 추신수와 포지션이 중복되기 때문. 외야수 자원에 좌타 라인이 많아 손아섭이 탈락했다. 외야 자원 가운데 이진영은 풍부한 국제대회 경험, 전준우는 우타 외야 요원의 필요성 측면에서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WBC 참가 여부가 주목되는 류현진.
아직 풀지 못한 문제도 있다. LA 다저스 입단이 유력한 류현진과 오프시즌 동안 팀 이적 가능성이 높은 추신수는 팀 사정에 따라 자칫하면 대회에 참가하지 못할 수 있다. 특히 1선발인 류현진의 불참은 대표팀 전력에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KBO는 앞으로 이 둘의 참가를 위해 최대한 노력할 예정이지만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대체 전력 선발도 염두에 두고 있다.
# 일본, 쿠바 중 한 팀 제쳐야 4강 진출
WBC 본선 1라운드 B조에 편성된 한국은 2라운드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큰 일본, 쿠바 가운데 한 팀을 따돌려야 미국에서 열리는 4강전에 진출할 수 있다. 자타공인 아마추어 세계 최강 쿠바 또는 제1, 2회 WBC 우승국 일본을 제쳐야 한다. 그러나 일본은 다르빗슈 유(텍사스) 등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 전원이 WBC 불참을 선언해 국내파만으로 팀을 꾸릴 예정이다. 쿠바 역시 제1, 2회 WBC 때보다 전력이 많이 약해진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이나 쿠바 모두 결코 넘지 못할 산은 아니다.
28명 예비 명단 발표로 WBC 세 번째 ‘신화 창조’를 위한 밑그림은 일단 그린 셈. 이제 또 한 번 대한민국 야구 힘을 보여주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