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은 64년 전 우리나라가 광복 직후 처음으로 ‘코리아’라는 국호로 출전한 국제 대회다. 우리 선대가 약소국으로 어렵게 참가했던 올림픽이자 태극기 하나 들고 21일씩 걸려 도착한 런던을 스포츠 강국이 되어 다시 찾게 됐다. 그곳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다시 한 번 떨칠 수 있어 설렌다는 박종길 태릉선수촌장. 그는 1978년 방콕아시안게임과 1982년 뉴델리아시안게임,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사격 부문에서 3회 연속 금메달을 명중한 왕년의 간판 명사수다. 다시 선수들 곁으로 돌아와 때론 아버지 같은, 때론 친구 같은 선수촌장이 돼주는 그를 만나봤다.
▼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현재 국가대표 선수들은 어떤 훈련을 하고 있나.
“시차와 상대 선수의 기술을 고려하는 등 런던올림픽에 맞춰 막바지 훈련 중이다. 또 현지에서 일어날 돌발사태에 대비하고, 선수들이 실제 경기에서도 흔들림 없이 평소의 기량과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마인드컨트롤, 심리훈련 등을 하고 있다.”
▼ 촌장님도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것 같다.
“나 역시 마지막 점검에 집중하고 있다. 어제는 진천체육관에 가서 육상, 수영, 핸드볼, 배구, 사격 다섯 종목을 점검하고 선수들을 격려한 뒤 돌아왔다.”
22개 종목 374명 출전권 얻어
▼ 올림픽을 ‘알고 보면’ 그 재미와 감동이 더할 것 같은데 팀마다 어떤 스토리가 있나.
“22개 종목 374명의 선수가 출전권을 얻었는데, 양궁을 비롯한 17개 종목은 이미 정상급에 올라 있다. 양궁은 현재 크리켓경기장에서 훈련 중인데, 올림픽 양궁 경기장이 야외여서 많은 관중이 지켜보고 바람이 불 것에 대비해 일부러 군부대와 야구장에서 훈련하는 등 특수 훈련도 하고 있다. 특히 양궁은 경기방식이 대한민국을 겨냥해 불리하게 개정됐는데, 그런 가운데서도 꿋꿋이 해내는 선수들의 모습을 국민이 응원해주면 좋겠다.
또 태권도 종목에서도 우리나라가 금메달을 싹쓸이해 재미가 없다는 말이 나와, 국제태권도연맹이 이번 올림픽에 최초로 전자호구시스템을 도입했다. 선수가 전자호구를 입고 경기에 나서면 타격 강도에 따라 바로바로 판정되는 방식이다. 더욱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될 것이다.
올림픽은 모두가 기대하던 유망 선수보다 오히려 주목받지 못했던 깜짝스타가 등장해 더 재미있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도 분명 다섯 명 정도가 깜짝스타로 떠오를 것이다. 특히 여자 태권도 국가대표 이인종 선수는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아테네올림픽 때부터 삼수 끝에 국가대표로 출전하게 됐다. 현재 서른한 살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기 위해 결혼도 미루며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이 선수가 기필코 해낼 것이라 믿는다.”
▼ 촌장님이 각별히 신경 쓰거나 기대하는 팀이 있다면.
“그동안 한 번도 메달을 따지 못했던 여자 레슬링과 복싱, 체조에 더 신경 쓰고 있다. 또 여자 하키팀에 거는 기대가 아주 크다. 무서울 정도로 맹훈련을 한다.”
▼ 촌장님은 사격과 전혀 관련 없는 삶을 살다가 군사훈련 중에 사격선수로 발탁됐다고 들었다.
“베트남전쟁이 한창일 때, 전쟁터로 가는 도중 사격선수로 차출됐다. 당시 대통령 경호실장이 대한사격연맹 회장이 돼 갑자기 아시아사격선수권대회를 유치했는데, 선수가 없었고 준비도 너무 안 돼 있었다. 그래서 대통령 특별명령으로 사격 잘하는 사람을 찾았다. 경찰과 군에서 내로라하는 총잡이가 다 모였다. 전쟁터에 가면서 ‘아, 이제 죽는구나’ 했는데, 기적적으로 ‘아, 이렇게 사는구나. 이게 내 운명인가 보다’ 싶었다. 그렇게 사격인생이 시작됐다. 기억에 남는 순간은 78년 방콕아시안대회 때다. 대회 닷새째 되는 날까지 우리나라가 메달을 따지 못했는데, 딱 닷새째 되는 날 경기에 나간 내가 금메달을 땄다.”
▼ 태릉선수촌에서 합숙훈련 할 때 선수 처지에서 아쉬웠던 점을 촌장이 돼 돌아와 개선한 점이 있다면.
“선수들이 이곳에서 합숙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먹고 자는 문제이고, 그 다음이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곳에 처음 오자마자 조리사들의 봉급명세서를 찾아봤더니, 한 달 103만 원 정도를 받고 있었다. 당장 용역업체 사장들을 불러서 ‘이렇게 할 거면 너희와 거래 안 하겠다’고 화를 냈다. 그렇게 선수촌 구석구석에 신경 쓰고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개선해나갔다.
또 선수촌장이 선수, 코칭스태프와 소통하는 방식을 많이 바꿨다. 감독·코치진과 선수들에게 내가 먼저 다가가고, 개선이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을 내가 먼저 찾아 고쳐주려 했다. 특히 선수들이 얼마나 힘든지, 그리고 자신과의 싸움에 얼마나 지쳐 있을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즐겁게 훈련할 수 있는 선수촌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요즘 선수들은 스타의식과 개성이 뚜렷해,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국민 응원이 큰 힘 될 것
▼ 취임 당시 ‘친구 같고 아빠 같은 선수촌장’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지금은 어떤가.
“포부대로 됐다. 선수들과 똑같이 생활하며 계속 교감했고, 선수들 한 명 한 명 연습할 때마다 늘 곁에서 상태를 파악했다. 그러다 보니 지금 양학선 선수한테 무슨 얘기를 해줘야 하고, 이인종 선수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하는지를 알게 됐다. 선수들을 만날 때마다 하는 얘기와 대화방식도 달라졌다. 그렇게 1년 7개월이 지나니, 이제 선수들이 다 느낀다. 촌장이 얼마나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응원하고 있는지를.”
▼ 촌장인데도 현역선수만큼 열정이 넘친다.
“세계 최고의 선수촌인데, 선수촌장도 세계 최고가 돼야 하지 않겠나. 어느 나라에도 나만큼 열심인 촌장이 없다고 할 만큼 부지런히 선수들을 챙기고 있다. 선수들이 힘을 내려면 내가 먼저 씩씩하게 다가가야 한다. 선수들도 그런 나를 보고 ‘촌장님은 에너지가 넘친다’는 말을 자주 한다. 40년 넘도록 운동을 한 덕에 이제 어느 종목이든 금메달 따는 방법이 보인다. 태권도, 레슬링 선수들에게 바로바로 이야기해주면 감독들도 깜짝깜짝 놀라더라(웃음).”
▼ 특별히 국민의 응원과 지지가 필요한 종목을 꼽는다면.
“먼저 ‘우생순’의 전통을 이어가려고 노력하는 여자 핸드볼팀. 그리고 지켜보면 눈물이 날 정도로 열심히 하는 여자 하키팀. 특히 하키팀 선수들이 나를 볼 때마다 “촌장님, 저희는 힘들어도 걱정 없어요. 어떻게 해서라도 꼭 금메달 딸 수 있게 해주세요” 하고 말하는데….
(그의 눈에 갑자기 눈물이 고였다. 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선수들이 얼마나 절박하게 준비하는지, 그리고 그 선수들을 그가 얼마나 진심으로 응원하는지 전해지는 순간이었다.)
올림픽 경기가 주로 새벽에 중계될 텐데, 이렇게 고생하며 준비한 선수들의 경기를 꼭 온 국민이 응원해주셨으면 한다.”
▼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현재 국가대표 선수들은 어떤 훈련을 하고 있나.
“시차와 상대 선수의 기술을 고려하는 등 런던올림픽에 맞춰 막바지 훈련 중이다. 또 현지에서 일어날 돌발사태에 대비하고, 선수들이 실제 경기에서도 흔들림 없이 평소의 기량과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마인드컨트롤, 심리훈련 등을 하고 있다.”
▼ 촌장님도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것 같다.
“나 역시 마지막 점검에 집중하고 있다. 어제는 진천체육관에 가서 육상, 수영, 핸드볼, 배구, 사격 다섯 종목을 점검하고 선수들을 격려한 뒤 돌아왔다.”
22개 종목 374명 출전권 얻어
▼ 올림픽을 ‘알고 보면’ 그 재미와 감동이 더할 것 같은데 팀마다 어떤 스토리가 있나.
“22개 종목 374명의 선수가 출전권을 얻었는데, 양궁을 비롯한 17개 종목은 이미 정상급에 올라 있다. 양궁은 현재 크리켓경기장에서 훈련 중인데, 올림픽 양궁 경기장이 야외여서 많은 관중이 지켜보고 바람이 불 것에 대비해 일부러 군부대와 야구장에서 훈련하는 등 특수 훈련도 하고 있다. 특히 양궁은 경기방식이 대한민국을 겨냥해 불리하게 개정됐는데, 그런 가운데서도 꿋꿋이 해내는 선수들의 모습을 국민이 응원해주면 좋겠다.
또 태권도 종목에서도 우리나라가 금메달을 싹쓸이해 재미가 없다는 말이 나와, 국제태권도연맹이 이번 올림픽에 최초로 전자호구시스템을 도입했다. 선수가 전자호구를 입고 경기에 나서면 타격 강도에 따라 바로바로 판정되는 방식이다. 더욱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될 것이다.
올림픽은 모두가 기대하던 유망 선수보다 오히려 주목받지 못했던 깜짝스타가 등장해 더 재미있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도 분명 다섯 명 정도가 깜짝스타로 떠오를 것이다. 특히 여자 태권도 국가대표 이인종 선수는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아테네올림픽 때부터 삼수 끝에 국가대표로 출전하게 됐다. 현재 서른한 살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기 위해 결혼도 미루며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이 선수가 기필코 해낼 것이라 믿는다.”
▼ 촌장님이 각별히 신경 쓰거나 기대하는 팀이 있다면.
“그동안 한 번도 메달을 따지 못했던 여자 레슬링과 복싱, 체조에 더 신경 쓰고 있다. 또 여자 하키팀에 거는 기대가 아주 크다. 무서울 정도로 맹훈련을 한다.”
▼ 촌장님은 사격과 전혀 관련 없는 삶을 살다가 군사훈련 중에 사격선수로 발탁됐다고 들었다.
“베트남전쟁이 한창일 때, 전쟁터로 가는 도중 사격선수로 차출됐다. 당시 대통령 경호실장이 대한사격연맹 회장이 돼 갑자기 아시아사격선수권대회를 유치했는데, 선수가 없었고 준비도 너무 안 돼 있었다. 그래서 대통령 특별명령으로 사격 잘하는 사람을 찾았다. 경찰과 군에서 내로라하는 총잡이가 다 모였다. 전쟁터에 가면서 ‘아, 이제 죽는구나’ 했는데, 기적적으로 ‘아, 이렇게 사는구나. 이게 내 운명인가 보다’ 싶었다. 그렇게 사격인생이 시작됐다. 기억에 남는 순간은 78년 방콕아시안대회 때다. 대회 닷새째 되는 날까지 우리나라가 메달을 따지 못했는데, 딱 닷새째 되는 날 경기에 나간 내가 금메달을 땄다.”
▼ 태릉선수촌에서 합숙훈련 할 때 선수 처지에서 아쉬웠던 점을 촌장이 돼 돌아와 개선한 점이 있다면.
“선수들이 이곳에서 합숙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먹고 자는 문제이고, 그 다음이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곳에 처음 오자마자 조리사들의 봉급명세서를 찾아봤더니, 한 달 103만 원 정도를 받고 있었다. 당장 용역업체 사장들을 불러서 ‘이렇게 할 거면 너희와 거래 안 하겠다’고 화를 냈다. 그렇게 선수촌 구석구석에 신경 쓰고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개선해나갔다.
또 선수촌장이 선수, 코칭스태프와 소통하는 방식을 많이 바꿨다. 감독·코치진과 선수들에게 내가 먼저 다가가고, 개선이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을 내가 먼저 찾아 고쳐주려 했다. 특히 선수들이 얼마나 힘든지, 그리고 자신과의 싸움에 얼마나 지쳐 있을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즐겁게 훈련할 수 있는 선수촌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요즘 선수들은 스타의식과 개성이 뚜렷해,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국민 응원이 큰 힘 될 것
▼ 취임 당시 ‘친구 같고 아빠 같은 선수촌장’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지금은 어떤가.
6월 27일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에서 2012 런던올림픽대회 D-30을 맞아 미디어데이 행사가 열렸다. 국가대표 레슬링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다.
▼ 촌장인데도 현역선수만큼 열정이 넘친다.
“세계 최고의 선수촌인데, 선수촌장도 세계 최고가 돼야 하지 않겠나. 어느 나라에도 나만큼 열심인 촌장이 없다고 할 만큼 부지런히 선수들을 챙기고 있다. 선수들이 힘을 내려면 내가 먼저 씩씩하게 다가가야 한다. 선수들도 그런 나를 보고 ‘촌장님은 에너지가 넘친다’는 말을 자주 한다. 40년 넘도록 운동을 한 덕에 이제 어느 종목이든 금메달 따는 방법이 보인다. 태권도, 레슬링 선수들에게 바로바로 이야기해주면 감독들도 깜짝깜짝 놀라더라(웃음).”
▼ 특별히 국민의 응원과 지지가 필요한 종목을 꼽는다면.
“먼저 ‘우생순’의 전통을 이어가려고 노력하는 여자 핸드볼팀. 그리고 지켜보면 눈물이 날 정도로 열심히 하는 여자 하키팀. 특히 하키팀 선수들이 나를 볼 때마다 “촌장님, 저희는 힘들어도 걱정 없어요. 어떻게 해서라도 꼭 금메달 딸 수 있게 해주세요” 하고 말하는데….
(그의 눈에 갑자기 눈물이 고였다. 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선수들이 얼마나 절박하게 준비하는지, 그리고 그 선수들을 그가 얼마나 진심으로 응원하는지 전해지는 순간이었다.)
올림픽 경기가 주로 새벽에 중계될 텐데, 이렇게 고생하며 준비한 선수들의 경기를 꼭 온 국민이 응원해주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