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1일 19대 총선은 의회 권력의 향배를 결정하는 동시에 12월 대선에서 대한민국 5년을 책임질 권력의 추가 어느 쪽으로 향할지 가늠해볼 수 있는 풍향계와도 같다. 전국 245개 지역구 가운데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화제의 선거구 판세를 광역자치단체별로 총 6회에 걸쳐 살펴본다.
인천시는 19대 총선에서 ‘서부전선’과도 같은 곳이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가운데 어느 정당이 원내 제1당이 되느냐는 인천에서 어느 정당이 더 많은 의석수를 확보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등 남북 격전이 치열하게 전개된 중·동·옹진은 안보 상황만큼이나 여야 후보가 난립해 뜨거운 격전을 예고하며, 인천 연수구는 황우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안상수 전 인천시장 간 당내 경선 결과부터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강원도는 태백·영월·평창·정선에서 또다시 ‘이광재 바람’이 불 것인지가 관심 대상이다. 분구가 예상되는 원주시에서는 14명의 예비후보가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홍천·홍성 선거구에서는 1승1무1패를 주고받은 황영철 의원과 조일현 전 의원의 숙명의 라이벌전이 예고돼 있다.
바다 건너 제주을에서는 김우남 민주통합당 의원과 부상일 새누리당 예비후보의 리턴 매치 성사 가능성이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인천 중·동·옹진 ▷▶ 안보만큼 뜨거운 10여 명 “나요 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 등 남북 격전이 치열하게 펼쳐진 중·동·옹진은 인천의 대표적 구도심권이다. 전통적으로 여당 강세지역이었지만 16~18대 선거에서 여야 후보가 번갈아 당선하면서 재선을 허락지 않았다. 이곳은 중구, 동구 등 구도심과 옹진군 섬으로 구성된 넓은 지역구여서 표밭 일구기가 어려운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박상은(63) 새누리당 의원이 재선을 향해 활발히 움직이는 가운데 1월 31일 현재 박 의원을 제외한 10명이 여야 예비후보로 나섰다. 이 중 새누리당 후보 5명이 박 의원과 공천 경합을 벌인다. 박 의원은 설 연휴를 맞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대동하고 연평도를 방문하는 등 표밭 다지기를 본격화했다. 그는 “당내 여론조사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나타났다”며 공천을 자신한다.
그러나 다른 후보는 “중앙당에서 박 의원을 ‘물갈이 대상’에 포함시켰다”며 지역구 세대교체를 대세로 몰아가고 있다. 여의도연구소 연구위원을 지낸 김정용(44) 후보와 국회 부대변인 출신 배준영(42) 후보가 40대 초반의 나이를 앞세워 적격 후보임을 강조하고 있다. 김 후보는 박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친밀도를 강점으로 당심을 파고든다. 그러나 이들은 인지도가 7~8%를 넘어서야 경선 대결까지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황인의원 원장 황인성(58) 후보와 시의원 출신 노경수(63), 허식(54) 후보도 분주히 지역을 누비고 있다. 이규민(63)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은 전략공천을 희망하면서 출마를 타진 중이다. 16대 의원을 지낸 서상섭(63) 전 의원과 김홍섭(63) 전 중구청장도 거론되지만 아직 뚜렷한 출마 움직임은 없다.
민주당에선 한광원(55) 전 의원, 권기식(50) 전 김대중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장, 홍인성(49) 전 노무현 대통령 인사수석실 행정관의 3파전이다. 한 전 의원이 그간 지역구를 탄탄히 다져왔기 때문에 공천 경합에서 다소 우위를 보인다. ‘인천일보’와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인 권 후보는 인천공항지키기시민연대 상임대표를 맡고 있으며, 홍 후보는 인천사회복지협의회 연구실장이다. 백령도에서 태어난 최정철(52) 인천지식재산센터장도 민주당 후보로 나서려 한다.
소성호(43) 통합진보당 중·동·옹진 공동위원장은 통합진보당 후보로, 김민(42) 평등노동상담소장은 진보신당 후보로 각각 나섰다.
인천 연수구 ▷▶ 황우여 vs 안상수 맞대결 벌어지나
연수구는 인천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황우여(65) 새누리당 의원은 원내대표의 인지도를 앞세워 5선 고지에 오를 것으로 보지만 당내뿐 아니라 야권에서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여야에서 14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했으며, 안상수(66) 전 인천시장이 연수구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출마에 시동을 걸었다.
국내 경제자유구역의 맏형 격인 송도국제도시를 포함한 연수구는 ‘인천의 강남’으로 분류된다. 여당 지지세가 다소 높았지만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구청장에 당선하는 등 야권 기류로 바뀌는 양상을 보였다. 인구 5만 명을 넘어선 송도국제도시 유권자의 선택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에선 김용재(46) 전 인천시의원, 신호수(57) 인천대 교수, 정승연(46) 인하대 교수 등 3명이 예비후보로 나섰지만 최대 관심은 황 의원과 안 전 시장의 대결 여부다. 황 의원은 인천대 국립대 법인화, 지역에 있는 LNG 인수기지 관련법 통과를 치적으로 내세운다.
안 전 시장은 황 의원과의 정면 대결을 원치 않아 당내 조율을 거쳐 중·동·옹진으로 지역구를 옮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용재, 정승연 두 후보는 ‘변화와 젊은 연수’를 기치로 황 의원 아성에 도전한다. 박근혜 대통령 경선후보 특보를 지낸 신 교수는 경선에서 저력을 보이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7명이 혼전을 벌이는 중이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연수구청장에 도전했다 낙선한 안귀옥(54) 후보가 인천지역 1호 여성변호사 경력을 앞세워 표심 공략에 나섰다. 역시 변호사인 나완수(49) 후보는 지역위원장의 ‘프리미엄’을 활용해 경선에 대비하고, 이철기(55) 동국대 교수와 박창화(60) 인천대 교수가 최근 경쟁 대열에 뛰어들었다. 이 교수는 조국 서울대 교수, 김중배 언론광장 대표, 이석행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 진보인사가 지지한 후보에 속해 탄력을 받고 있다. 인천지역 시민단체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박 교수는 ‘신구도심 공존’을 강조한다.
우수근(45) 인천시 중국 주재 국제자문관, 홍정건(55) 전 원광디지털대 외래교수, 이상규(51) 영어교육원장도 민주당 예비후보로 나섰고, 이강일(69) 나사렛국제병원장이 합류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에선 주민참여예산제 도입에 큰 구실을 한 시민운동가 이혁재(39) 인천시 도시계획위원과 변호사 김상하(48) 후보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 무소속 예비후보로 등록한 인천지검 부장검사 출신 윤형모(54) 변호사는 대중도통합신당 후보로 총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인천 서·강화을 ▷▶ 강화와 검단 신도시 표심 아직은 조용
인천 서·강화을에서는 5선 도전에 나선 이경재(71) 새누리당 의원의 공천 여부에 촉각이 쏠린 상태. 새누리당에선 ‘물갈이 공천’을 기대하는 3명이 예비후보로 나섰다. 민주통합당에서는 신동근(51) 전 인천시 정무부시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장석종(46) 검단신도시통합대책위원장의 도전이 거세다.
이곳은 강화도와 서구 검단 2개 지역으로 확연히 분리돼 있어 지역색이 다소 강하다. 신도시 개발로 유입 인구가 급증한 검단지역 유권자가 강화도의 2배가량 된다. 이로 인해 검단지역 표 성향이 이번 선거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강화지역 투표율이 높은 데다 쏠림현상도 심해 각 후보가 강화지역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이경재 의원은 18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한 뒤 복당했기 때문에 낙천하더라도 무소속 출마를 강행할 수 있다. 이 의원은 당내 ‘친박계 희생론’과 ‘자진 용퇴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출마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그는 “강화지역의 대규모 국비 지원 사업과 검단신도시 개발을 원활히 이끌려면 중량감 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며 지지를 호소한다.
계민석(44) 황우여 원내대표 비서실장, 송병억(58) 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감사, 민우홍(57) 전 인천시의원 등 3명이 이 의원과의 경합에 나섰다. 계 후보는 강화고와 인천대를 나온 지역 토박이며 한나라당 정책기획위원, 중앙당 부대변인을 지냈다. 18대 총선 서강화갑 당내 경선에서 이학재 의원에게 패한 바 있는 송 후보는 이번에 지역구를 옮겼다. 민 후보는 검단 출신으로 서인천새마을금고이사장을 지냈다.
서구청장 선거에서 두 번 패한 강범석(46) 전 인천시장 비서실장도 총선 출마에 강한 의지를 보인다. 무소속으로 강화군수에 2번 연속 당선됐던 안덕수(66) 후보는 군수직을 사퇴하고 총선에 뛰어들었다. 그는 무소속 예비후보로 등록했지만 조만간 새누리당 공천을 신청할 예정이며, 내심 전략공천을 바란다.
치과의사 출신인 신동근 후보는 17대 총선에 출마했다 낙선했고, 최근 2년간 정무부시장을 지내면서 지역구 관리에 열성을 쏟았다. 장석종 후보는 지지부진한 검단신도시 개발을 촉진하고 보상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자신이 적임자라고 강조한다. 민주당 인천시당 정책실장, 남북관계위원장을 지낸 서원선(49) 씨도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강화지역에서 웨딩홀을 운영하는 김윤영(62) 씨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처럼 무소속 후보로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박희제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강원 원주시 ▷▶ 분구 유력…14명 나서 저울질 한창
강원 원주시는 분구를 겨냥해 예비후보자가 몰려들어 최고 격전 양상을 보인다. 분구가 되면 강원도에서 유일한 분구 지역이라는 상징성과 그동안 춘천이 누려온 정치 1번지의 위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유권자의 관심도 뜨겁다. 현재 예비후보 등록자는 14명. 그러나 분구가 확정되면 출마를 저울질하던 후보도 대거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원주는 17, 18대 총선에서 이계진(65) 전 한나라당 의원이 승리했지만 현재는 민주통합당 강세지역으로 분류된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원주시장과 도의원 5석 모두 민주당이 석권한 데다, 이 전 의원의 강원도지사 출마에 따른 빈자리도 같은 당 박우순(62) 의원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정당별 예비후보 등록자는 새누리당 8명, 민주통합당 4명, 통합진보당과 무소속 각 1명이다. 예비후보들은 이미 분구를 염두에 두고 갑과 을구로 출마지역을 정한 상태. 갑구는 새누리당에서 김기선(59) 전 강원도 정무부지사, 김대천(44) 당 농어촌대책특별위원, 함종한(68) 전 의원, 최동규(63) 전 한국생산성본부 회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민주통합당에서는 박우순 의원과 김진희(47) 전 도의원, 심기준(50) 전 강원도 정무특보가 뛰고 있다. 무소속 이재현(50) 한라대 교수도 갑구를 노리고 있으며, 예비후보로 등록하지는 않았지만 통합진보당은 배연길(45) 도당 상임위원장을 예비후보로 확정했다.
이 지역 공천 경쟁은 관록과 패기의 대결로, 누구도 우위를 장담하기 어렵다. 40대 후보들은 ‘바꿔 열풍’에 맞춰 참신성을 무기로 내세우지만 50, 60대 후보들은 인지도를 포함한 본선 경쟁력을 강조한다. 야당에서는 2명의 신진 후보가 현역의원의 벽을 넘어 본선에 진출할지가 관심거리다. 을구는 현역의원이 없는 무주공산이라는 점에서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새누리당에서 이강후(58) 전 대한석탄공사 사장, 안상현(48) 전 의원, 원면식(56) 도당 부위원장, 윤용호(55) 새누리당 정치대학원 총동문회 부회장이 나섰다. 민주통합당에서는 송기헌(48) 변호사, 한상철(72) 전 원주시장, 통합진보당에서는 김수정(50) 전 원주문화소비자모임 회장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계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원주는 이 지역에서 중고교를 졸업한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의 영향력이 적지 않다. 심기준 전 특보가 을구 출마를 준비하다가 갑구로 변경한 것에 대해서도 지역 정가에서는 이 전 의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새누리당은 이 같은 ‘이광재 그림자’를 걷어내고 기존 정치인과 차별화된 인물을 본선에 올려야 한다는 부담감 속에서 기필코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 ▷▶ ‘이광재 바람’ 이번에도 불어올까
태백·영월·평창·정선은 강원도 선거구 가운데 최고의 혼전지역으로 꼽힌다. 4개 시군이 한 선거구로 묶인 17대 총선 이후 민주통합당이 계속 승리했지만 이번 총선은 여야 모두 뚜렷하게 우위를 점하지 못한 상태다. 이 때문에 후보들은 유력 주자가 나서지 않는 한 ‘해볼 만하다’는 의지를 보인다.
1월 30일 현재 예비후보 등록자는 새누리당 4명, 민주통합당 2명이다. 새누리당은 염동열(51) 당협위원장, 최철규(47) 강원미래발전포럼 대표, 문태성(54) 전 강원도 정무특보, 이준연(53) 전 강원도의회 부의장이 공천을 다툰다. 민주통합당은 권영만(53) 전 EBS 사장과 김원창(68) 전 대한석탄공사 사장이 최종원(62) 현 의원과 예선을 치를 전망이다. 또 자유선진당 최고위원으로 영입된 류승규(66) 전 의원이 출마 의사를 밝혔고, 통합진보당은 전제완(41) 전 민주노동당 도당 사무처장을 예비후보자로 확정했다.
태백·영월·평창·정선은 이광재 전 의원의 영향력과 소지역주의가 변수. 평창 출신인 이 전 의원은 이곳에서 17, 18대 연거푸 당선했고 재판 중이던 2010년 6·2지방선거에서도 강원도지사 자리를 차지했다. 당시 이계진 전 한나라당 의원과의 싸움에서 불리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이광재 바람’을 일으킨 덕분에 민주당은 보수 텃밭으로 여겼던 강원도에서 대약진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 전 의원의 도지사 출마에 따른 보궐선거에서도 같은 당 최종원 후보가 승리했는데, 그의 후광이 적지 않게 작용했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4개 시군은 최근 선거에서 지역별로 표심이 갈렸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태백시장과 영월군수는 한나라당, 평창과 정선군수는 민주당이 차지해 균형을 맞췄다. 지난해 4·27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의 엄기영 전 MBC 사장이 태백과 영월에서 우위를 보였고, 민주당 최문순 지사는 평창과 정선에서 앞섰다. 이에 따라 각 당이 공천 과정에서 지역별 경쟁력도 고려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 예비후보 등록자들의 출신지는 영월, 평창, 정선 2명씩이다. 염 위원장과 이 전 부의장이 평창, 최 대표와 김 전 사장이 정선, 문 전 특보와 권 전 사장이 영월 출신이다. 최 의원은 태백 출신이다.
염 위원장이 예선을 통과해 최 의원과 맞붙는다면 지난 보궐선거에서의 패배를 설욕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최 의원은 현역의원이라는 프리미엄이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와 관련된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명예훼손)로 재판을 받는 중이다. 그러나 민주통합당 도당 관계자는 “최 의원이 재판을 받는 중이라는 사실을 공천심의위원회에서 논의는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큰 걸림돌로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원 홍천·횡성 ▷▶ ‘숙명의 라이벌’ 황영철과 조일현 대결
강원 홍천·횡성은 전·현직 의원 간 숙명의 라이벌전으로 관심을 끈다. 주인공은 황영철(47) 새누리당 의원과 조일현(57) 전 민주당 의원. 홍천·횡성은 1월 30일 현재 예비후보 등록자가 이들 2명뿐으로 강원도 내 선거구 가운데 가장 적지만 열기는 어느 곳보다 뜨겁다.
이들 후보는 그동안 선거에서 3차례 대결해 1승1무1패의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14대 의원을 지낸 조 전 의원과 황 의원이 처음 대결한 때는 16대 총선. 그러나 홍천 출신인 두 후보는 횡성 출신인 유재규 후보에게 패했다. 소지역주의가 낳은 의외의 결과. 당시 득표수는 유 후보 2만1131표, 황 후보 1만8898표, 조 후보 1만8812표로 두 후보가 홍천 표를 양분한 반면, 유 후보는 횡성에서 몰표를 받았다. 이어 17대에서는 조 후보가 황 후보를 662표차로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고, 18대에서는 황 후보가 49.2%의 득표율로 41.4%에 머문 조 후보를 누르고 금배지를 처음 달았다.
이번 총선에서도 두 후보가 네 번째 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로선 당내에서 두 후보와 경쟁할 만한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중앙당에서도 이들의 경쟁력을 사실상 인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두 후보는 지역 현안 미해결에 대한 책임 소재를 놓고 기선을 잡으려는 신경전을 한차례 벌였다. 용문-홍천 철도 유치가 지연된 데 대해 조 후보는 2007년 자신이 10억 원의 예산을 기본계획 수립 비용으로 따내며 사업에 시동을 걸었지만 황 의원이 국회에 입성한 뒤로는 타당성 문제로 예산이 배정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황 의원은 예비 타당성 조사를 한 결과, 비용 대 편익이 낮아 책정 예산마저 불용처리가 될 정도로 무리한 추진이라면서 새 노선 설정 등 현실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두 후보는 이에 대해 1월 17일 맞장토론회를 열기로 했지만 선거관리위원회가 후보자들의 공약 검증을 위한 토론회는 선거 기간에만 가능하다고 밝혀 무산됐다.
두 후보는 수차례 대결을 펼치면서 탄탄한 조직과 지지기반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느 쪽도 우위를 장담하기 어렵다. 결국 선거 기간에 누가 부동층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여당에 등을 돌렸다. 홍천에서는 무소속, 횡성에서는 민주당 군수가 탄생했다. 이 같은 표심이 이번에도 이어질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16대 총선처럼 소지역주의를 노린 횡성 출신 후보의 출마가 변수지만 예전만큼 파괴력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유선진당에서는 원종익(67) 전 도의원, 통합진보당에서는 용석춘(51) 도당 사무처장의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
이인모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제주 제주을 ▷▶ 김우남 vs 부상일 또 한 번의 ‘리턴 매치’?
제주을은 3선에 도전하는 김우남(57) 민주통합당 의원과 부상일(41) 새누리당 예비후보의 ‘리턴 매치’ 성사 여부가 관심사다. 이들은 18대 총선에서 김 의원이 43.1%, 부 후보가 37.8% 득표율을 보이며 접전을 벌였다.
김 의원은 국회 입성에 성공해 ‘힘 있는 3선 의원’으로 키워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그는 “국회의 꽃이라 부르는 상임위원장이 되면 인구, 예산, 경제 규모에서 전국 1%에 불과한 제주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기회가 될 때마다 신공항, 역외금융센터, 제주4·3사건 문제 등에서 보여준 이명박 정부의 ‘제주 홀대’를 거론하며 유권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부 후보는 4년 동안 절치부심하며 지내온 아픔을 이번 선거에서 모두 털어버리겠다고 다짐했다. 새누리당 제주도당위원장을 맡아 한라산국립공원 관리권, 세계 7대 자연경관 도전 등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해외수출 전진기지인 국공립수출전문단지 유치, 농민을 위한 병해충 무인방제사업 실시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다.
민주통합당에서는 김 의원의 아성에 오영훈(44) 전 도의회 의원이 도전장을 내고 답장을 받을 수 있는 우편엽서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색 운동을 벌이고 있다. 약사 출신인 최창주(60) 전 제주도정무부지사도 선거사무실을 마련하고 국민경선에서의 ‘이변’을 노린다. 새누리당은 차주홍(54) 대명교통 대표가 출사표를 던졌고, 요양보호사인 강정희(57) 씨가 무소속으로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제주 동부지역에 해당하는 제주을은 도시와 농어촌이 공존하는 곳. 구도심으로 부르는 도시 지역은 재생 사업이 현안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농촌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민생경제를 아우르고 농업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해법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공약이 먹혀들 것으로 보인다. 도시 중산층과 농어민이 대부분인 유권자를 직접 접촉하면서 인지도, 지지도를 어느 정도 끌어올릴지가 당락을 결정짓는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임재영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인천시는 19대 총선에서 ‘서부전선’과도 같은 곳이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가운데 어느 정당이 원내 제1당이 되느냐는 인천에서 어느 정당이 더 많은 의석수를 확보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등 남북 격전이 치열하게 전개된 중·동·옹진은 안보 상황만큼이나 여야 후보가 난립해 뜨거운 격전을 예고하며, 인천 연수구는 황우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안상수 전 인천시장 간 당내 경선 결과부터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강원도는 태백·영월·평창·정선에서 또다시 ‘이광재 바람’이 불 것인지가 관심 대상이다. 분구가 예상되는 원주시에서는 14명의 예비후보가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홍천·홍성 선거구에서는 1승1무1패를 주고받은 황영철 의원과 조일현 전 의원의 숙명의 라이벌전이 예고돼 있다.
바다 건너 제주을에서는 김우남 민주통합당 의원과 부상일 새누리당 예비후보의 리턴 매치 성사 가능성이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인천 중·동·옹진 ▷▶ 안보만큼 뜨거운 10여 명 “나요 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 등 남북 격전이 치열하게 펼쳐진 중·동·옹진은 인천의 대표적 구도심권이다. 전통적으로 여당 강세지역이었지만 16~18대 선거에서 여야 후보가 번갈아 당선하면서 재선을 허락지 않았다. 이곳은 중구, 동구 등 구도심과 옹진군 섬으로 구성된 넓은 지역구여서 표밭 일구기가 어려운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박상은(63) 새누리당 의원이 재선을 향해 활발히 움직이는 가운데 1월 31일 현재 박 의원을 제외한 10명이 여야 예비후보로 나섰다. 이 중 새누리당 후보 5명이 박 의원과 공천 경합을 벌인다. 박 의원은 설 연휴를 맞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대동하고 연평도를 방문하는 등 표밭 다지기를 본격화했다. 그는 “당내 여론조사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나타났다”며 공천을 자신한다.
그러나 다른 후보는 “중앙당에서 박 의원을 ‘물갈이 대상’에 포함시켰다”며 지역구 세대교체를 대세로 몰아가고 있다. 여의도연구소 연구위원을 지낸 김정용(44) 후보와 국회 부대변인 출신 배준영(42) 후보가 40대 초반의 나이를 앞세워 적격 후보임을 강조하고 있다. 김 후보는 박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친밀도를 강점으로 당심을 파고든다. 그러나 이들은 인지도가 7~8%를 넘어서야 경선 대결까지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황인의원 원장 황인성(58) 후보와 시의원 출신 노경수(63), 허식(54) 후보도 분주히 지역을 누비고 있다. 이규민(63)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은 전략공천을 희망하면서 출마를 타진 중이다. 16대 의원을 지낸 서상섭(63) 전 의원과 김홍섭(63) 전 중구청장도 거론되지만 아직 뚜렷한 출마 움직임은 없다.
민주당에선 한광원(55) 전 의원, 권기식(50) 전 김대중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장, 홍인성(49) 전 노무현 대통령 인사수석실 행정관의 3파전이다. 한 전 의원이 그간 지역구를 탄탄히 다져왔기 때문에 공천 경합에서 다소 우위를 보인다. ‘인천일보’와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인 권 후보는 인천공항지키기시민연대 상임대표를 맡고 있으며, 홍 후보는 인천사회복지협의회 연구실장이다. 백령도에서 태어난 최정철(52) 인천지식재산센터장도 민주당 후보로 나서려 한다.
소성호(43) 통합진보당 중·동·옹진 공동위원장은 통합진보당 후보로, 김민(42) 평등노동상담소장은 진보신당 후보로 각각 나섰다.
인천 연수구 ▷▶ 황우여 vs 안상수 맞대결 벌어지나
연수구는 인천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황우여(65) 새누리당 의원은 원내대표의 인지도를 앞세워 5선 고지에 오를 것으로 보지만 당내뿐 아니라 야권에서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여야에서 14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했으며, 안상수(66) 전 인천시장이 연수구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출마에 시동을 걸었다.
국내 경제자유구역의 맏형 격인 송도국제도시를 포함한 연수구는 ‘인천의 강남’으로 분류된다. 여당 지지세가 다소 높았지만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구청장에 당선하는 등 야권 기류로 바뀌는 양상을 보였다. 인구 5만 명을 넘어선 송도국제도시 유권자의 선택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에선 김용재(46) 전 인천시의원, 신호수(57) 인천대 교수, 정승연(46) 인하대 교수 등 3명이 예비후보로 나섰지만 최대 관심은 황 의원과 안 전 시장의 대결 여부다. 황 의원은 인천대 국립대 법인화, 지역에 있는 LNG 인수기지 관련법 통과를 치적으로 내세운다.
안 전 시장은 황 의원과의 정면 대결을 원치 않아 당내 조율을 거쳐 중·동·옹진으로 지역구를 옮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용재, 정승연 두 후보는 ‘변화와 젊은 연수’를 기치로 황 의원 아성에 도전한다. 박근혜 대통령 경선후보 특보를 지낸 신 교수는 경선에서 저력을 보이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7명이 혼전을 벌이는 중이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연수구청장에 도전했다 낙선한 안귀옥(54) 후보가 인천지역 1호 여성변호사 경력을 앞세워 표심 공략에 나섰다. 역시 변호사인 나완수(49) 후보는 지역위원장의 ‘프리미엄’을 활용해 경선에 대비하고, 이철기(55) 동국대 교수와 박창화(60) 인천대 교수가 최근 경쟁 대열에 뛰어들었다. 이 교수는 조국 서울대 교수, 김중배 언론광장 대표, 이석행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 진보인사가 지지한 후보에 속해 탄력을 받고 있다. 인천지역 시민단체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박 교수는 ‘신구도심 공존’을 강조한다.
우수근(45) 인천시 중국 주재 국제자문관, 홍정건(55) 전 원광디지털대 외래교수, 이상규(51) 영어교육원장도 민주당 예비후보로 나섰고, 이강일(69) 나사렛국제병원장이 합류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에선 주민참여예산제 도입에 큰 구실을 한 시민운동가 이혁재(39) 인천시 도시계획위원과 변호사 김상하(48) 후보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 무소속 예비후보로 등록한 인천지검 부장검사 출신 윤형모(54) 변호사는 대중도통합신당 후보로 총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인천 서·강화을 ▷▶ 강화와 검단 신도시 표심 아직은 조용
인천 서·강화을에서는 5선 도전에 나선 이경재(71) 새누리당 의원의 공천 여부에 촉각이 쏠린 상태. 새누리당에선 ‘물갈이 공천’을 기대하는 3명이 예비후보로 나섰다. 민주통합당에서는 신동근(51) 전 인천시 정무부시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장석종(46) 검단신도시통합대책위원장의 도전이 거세다.
이곳은 강화도와 서구 검단 2개 지역으로 확연히 분리돼 있어 지역색이 다소 강하다. 신도시 개발로 유입 인구가 급증한 검단지역 유권자가 강화도의 2배가량 된다. 이로 인해 검단지역 표 성향이 이번 선거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강화지역 투표율이 높은 데다 쏠림현상도 심해 각 후보가 강화지역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이경재 의원은 18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한 뒤 복당했기 때문에 낙천하더라도 무소속 출마를 강행할 수 있다. 이 의원은 당내 ‘친박계 희생론’과 ‘자진 용퇴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출마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그는 “강화지역의 대규모 국비 지원 사업과 검단신도시 개발을 원활히 이끌려면 중량감 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며 지지를 호소한다.
계민석(44) 황우여 원내대표 비서실장, 송병억(58) 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감사, 민우홍(57) 전 인천시의원 등 3명이 이 의원과의 경합에 나섰다. 계 후보는 강화고와 인천대를 나온 지역 토박이며 한나라당 정책기획위원, 중앙당 부대변인을 지냈다. 18대 총선 서강화갑 당내 경선에서 이학재 의원에게 패한 바 있는 송 후보는 이번에 지역구를 옮겼다. 민 후보는 검단 출신으로 서인천새마을금고이사장을 지냈다.
서구청장 선거에서 두 번 패한 강범석(46) 전 인천시장 비서실장도 총선 출마에 강한 의지를 보인다. 무소속으로 강화군수에 2번 연속 당선됐던 안덕수(66) 후보는 군수직을 사퇴하고 총선에 뛰어들었다. 그는 무소속 예비후보로 등록했지만 조만간 새누리당 공천을 신청할 예정이며, 내심 전략공천을 바란다.
치과의사 출신인 신동근 후보는 17대 총선에 출마했다 낙선했고, 최근 2년간 정무부시장을 지내면서 지역구 관리에 열성을 쏟았다. 장석종 후보는 지지부진한 검단신도시 개발을 촉진하고 보상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자신이 적임자라고 강조한다. 민주당 인천시당 정책실장, 남북관계위원장을 지낸 서원선(49) 씨도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강화지역에서 웨딩홀을 운영하는 김윤영(62) 씨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처럼 무소속 후보로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박희제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강원 원주시 ▷▶ 분구 유력…14명 나서 저울질 한창
강원 원주시는 분구를 겨냥해 예비후보자가 몰려들어 최고 격전 양상을 보인다. 분구가 되면 강원도에서 유일한 분구 지역이라는 상징성과 그동안 춘천이 누려온 정치 1번지의 위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유권자의 관심도 뜨겁다. 현재 예비후보 등록자는 14명. 그러나 분구가 확정되면 출마를 저울질하던 후보도 대거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원주는 17, 18대 총선에서 이계진(65) 전 한나라당 의원이 승리했지만 현재는 민주통합당 강세지역으로 분류된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원주시장과 도의원 5석 모두 민주당이 석권한 데다, 이 전 의원의 강원도지사 출마에 따른 빈자리도 같은 당 박우순(62) 의원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정당별 예비후보 등록자는 새누리당 8명, 민주통합당 4명, 통합진보당과 무소속 각 1명이다. 예비후보들은 이미 분구를 염두에 두고 갑과 을구로 출마지역을 정한 상태. 갑구는 새누리당에서 김기선(59) 전 강원도 정무부지사, 김대천(44) 당 농어촌대책특별위원, 함종한(68) 전 의원, 최동규(63) 전 한국생산성본부 회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민주통합당에서는 박우순 의원과 김진희(47) 전 도의원, 심기준(50) 전 강원도 정무특보가 뛰고 있다. 무소속 이재현(50) 한라대 교수도 갑구를 노리고 있으며, 예비후보로 등록하지는 않았지만 통합진보당은 배연길(45) 도당 상임위원장을 예비후보로 확정했다.
이 지역 공천 경쟁은 관록과 패기의 대결로, 누구도 우위를 장담하기 어렵다. 40대 후보들은 ‘바꿔 열풍’에 맞춰 참신성을 무기로 내세우지만 50, 60대 후보들은 인지도를 포함한 본선 경쟁력을 강조한다. 야당에서는 2명의 신진 후보가 현역의원의 벽을 넘어 본선에 진출할지가 관심거리다. 을구는 현역의원이 없는 무주공산이라는 점에서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새누리당에서 이강후(58) 전 대한석탄공사 사장, 안상현(48) 전 의원, 원면식(56) 도당 부위원장, 윤용호(55) 새누리당 정치대학원 총동문회 부회장이 나섰다. 민주통합당에서는 송기헌(48) 변호사, 한상철(72) 전 원주시장, 통합진보당에서는 김수정(50) 전 원주문화소비자모임 회장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계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원주는 이 지역에서 중고교를 졸업한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의 영향력이 적지 않다. 심기준 전 특보가 을구 출마를 준비하다가 갑구로 변경한 것에 대해서도 지역 정가에서는 이 전 의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새누리당은 이 같은 ‘이광재 그림자’를 걷어내고 기존 정치인과 차별화된 인물을 본선에 올려야 한다는 부담감 속에서 기필코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 ▷▶ ‘이광재 바람’ 이번에도 불어올까
태백·영월·평창·정선은 강원도 선거구 가운데 최고의 혼전지역으로 꼽힌다. 4개 시군이 한 선거구로 묶인 17대 총선 이후 민주통합당이 계속 승리했지만 이번 총선은 여야 모두 뚜렷하게 우위를 점하지 못한 상태다. 이 때문에 후보들은 유력 주자가 나서지 않는 한 ‘해볼 만하다’는 의지를 보인다.
1월 30일 현재 예비후보 등록자는 새누리당 4명, 민주통합당 2명이다. 새누리당은 염동열(51) 당협위원장, 최철규(47) 강원미래발전포럼 대표, 문태성(54) 전 강원도 정무특보, 이준연(53) 전 강원도의회 부의장이 공천을 다툰다. 민주통합당은 권영만(53) 전 EBS 사장과 김원창(68) 전 대한석탄공사 사장이 최종원(62) 현 의원과 예선을 치를 전망이다. 또 자유선진당 최고위원으로 영입된 류승규(66) 전 의원이 출마 의사를 밝혔고, 통합진보당은 전제완(41) 전 민주노동당 도당 사무처장을 예비후보자로 확정했다.
태백·영월·평창·정선은 이광재 전 의원의 영향력과 소지역주의가 변수. 평창 출신인 이 전 의원은 이곳에서 17, 18대 연거푸 당선했고 재판 중이던 2010년 6·2지방선거에서도 강원도지사 자리를 차지했다. 당시 이계진 전 한나라당 의원과의 싸움에서 불리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이광재 바람’을 일으킨 덕분에 민주당은 보수 텃밭으로 여겼던 강원도에서 대약진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 전 의원의 도지사 출마에 따른 보궐선거에서도 같은 당 최종원 후보가 승리했는데, 그의 후광이 적지 않게 작용했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4개 시군은 최근 선거에서 지역별로 표심이 갈렸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태백시장과 영월군수는 한나라당, 평창과 정선군수는 민주당이 차지해 균형을 맞췄다. 지난해 4·27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의 엄기영 전 MBC 사장이 태백과 영월에서 우위를 보였고, 민주당 최문순 지사는 평창과 정선에서 앞섰다. 이에 따라 각 당이 공천 과정에서 지역별 경쟁력도 고려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 예비후보 등록자들의 출신지는 영월, 평창, 정선 2명씩이다. 염 위원장과 이 전 부의장이 평창, 최 대표와 김 전 사장이 정선, 문 전 특보와 권 전 사장이 영월 출신이다. 최 의원은 태백 출신이다.
염 위원장이 예선을 통과해 최 의원과 맞붙는다면 지난 보궐선거에서의 패배를 설욕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최 의원은 현역의원이라는 프리미엄이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와 관련된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명예훼손)로 재판을 받는 중이다. 그러나 민주통합당 도당 관계자는 “최 의원이 재판을 받는 중이라는 사실을 공천심의위원회에서 논의는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큰 걸림돌로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원 홍천·횡성 ▷▶ ‘숙명의 라이벌’ 황영철과 조일현 대결
강원 홍천·횡성은 전·현직 의원 간 숙명의 라이벌전으로 관심을 끈다. 주인공은 황영철(47) 새누리당 의원과 조일현(57) 전 민주당 의원. 홍천·횡성은 1월 30일 현재 예비후보 등록자가 이들 2명뿐으로 강원도 내 선거구 가운데 가장 적지만 열기는 어느 곳보다 뜨겁다.
이들 후보는 그동안 선거에서 3차례 대결해 1승1무1패의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14대 의원을 지낸 조 전 의원과 황 의원이 처음 대결한 때는 16대 총선. 그러나 홍천 출신인 두 후보는 횡성 출신인 유재규 후보에게 패했다. 소지역주의가 낳은 의외의 결과. 당시 득표수는 유 후보 2만1131표, 황 후보 1만8898표, 조 후보 1만8812표로 두 후보가 홍천 표를 양분한 반면, 유 후보는 횡성에서 몰표를 받았다. 이어 17대에서는 조 후보가 황 후보를 662표차로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고, 18대에서는 황 후보가 49.2%의 득표율로 41.4%에 머문 조 후보를 누르고 금배지를 처음 달았다.
이번 총선에서도 두 후보가 네 번째 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로선 당내에서 두 후보와 경쟁할 만한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중앙당에서도 이들의 경쟁력을 사실상 인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두 후보는 지역 현안 미해결에 대한 책임 소재를 놓고 기선을 잡으려는 신경전을 한차례 벌였다. 용문-홍천 철도 유치가 지연된 데 대해 조 후보는 2007년 자신이 10억 원의 예산을 기본계획 수립 비용으로 따내며 사업에 시동을 걸었지만 황 의원이 국회에 입성한 뒤로는 타당성 문제로 예산이 배정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황 의원은 예비 타당성 조사를 한 결과, 비용 대 편익이 낮아 책정 예산마저 불용처리가 될 정도로 무리한 추진이라면서 새 노선 설정 등 현실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두 후보는 이에 대해 1월 17일 맞장토론회를 열기로 했지만 선거관리위원회가 후보자들의 공약 검증을 위한 토론회는 선거 기간에만 가능하다고 밝혀 무산됐다.
두 후보는 수차례 대결을 펼치면서 탄탄한 조직과 지지기반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느 쪽도 우위를 장담하기 어렵다. 결국 선거 기간에 누가 부동층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여당에 등을 돌렸다. 홍천에서는 무소속, 횡성에서는 민주당 군수가 탄생했다. 이 같은 표심이 이번에도 이어질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16대 총선처럼 소지역주의를 노린 횡성 출신 후보의 출마가 변수지만 예전만큼 파괴력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유선진당에서는 원종익(67) 전 도의원, 통합진보당에서는 용석춘(51) 도당 사무처장의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
이인모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제주 제주을 ▷▶ 김우남 vs 부상일 또 한 번의 ‘리턴 매치’?
제주을은 3선에 도전하는 김우남(57) 민주통합당 의원과 부상일(41) 새누리당 예비후보의 ‘리턴 매치’ 성사 여부가 관심사다. 이들은 18대 총선에서 김 의원이 43.1%, 부 후보가 37.8% 득표율을 보이며 접전을 벌였다.
김 의원은 국회 입성에 성공해 ‘힘 있는 3선 의원’으로 키워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그는 “국회의 꽃이라 부르는 상임위원장이 되면 인구, 예산, 경제 규모에서 전국 1%에 불과한 제주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기회가 될 때마다 신공항, 역외금융센터, 제주4·3사건 문제 등에서 보여준 이명박 정부의 ‘제주 홀대’를 거론하며 유권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부 후보는 4년 동안 절치부심하며 지내온 아픔을 이번 선거에서 모두 털어버리겠다고 다짐했다. 새누리당 제주도당위원장을 맡아 한라산국립공원 관리권, 세계 7대 자연경관 도전 등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해외수출 전진기지인 국공립수출전문단지 유치, 농민을 위한 병해충 무인방제사업 실시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다.
민주통합당에서는 김 의원의 아성에 오영훈(44) 전 도의회 의원이 도전장을 내고 답장을 받을 수 있는 우편엽서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색 운동을 벌이고 있다. 약사 출신인 최창주(60) 전 제주도정무부지사도 선거사무실을 마련하고 국민경선에서의 ‘이변’을 노린다. 새누리당은 차주홍(54) 대명교통 대표가 출사표를 던졌고, 요양보호사인 강정희(57) 씨가 무소속으로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제주 동부지역에 해당하는 제주을은 도시와 농어촌이 공존하는 곳. 구도심으로 부르는 도시 지역은 재생 사업이 현안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농촌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민생경제를 아우르고 농업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해법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공약이 먹혀들 것으로 보인다. 도시 중산층과 농어민이 대부분인 유권자를 직접 접촉하면서 인지도, 지지도를 어느 정도 끌어올릴지가 당락을 결정짓는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임재영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