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발견된 익룡 발자국 화석은 해남이크누스 우항리엔시스의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8000만년 전보다 훨씬 앞선다.
최근 국내에서도 지금까지 한 번도 발견되지 않은 거대 익룡 발자국과 뿔공룡 턱뼈 화석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한동안 주춤하던 공룡 연구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생대 백악기의 한반도가 공룡의 낙원이었음을 확인해준 결과”라며 “좀더 완벽한 형태의 화석이 추가로 발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내다본다.
지난 3월 말 경북 군위군 군위읍 야산계곡의 백악기 전기 지층에서 작은 공룡 발자국 화석과 함께, 몸집이 클 것으로 추정되는 익룡 발자국 화석 하나가 발견됐다. 이 화석은 길이 354mm에 폭 173mm로, 전문가들은 익룡의 몸집이 6~7m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지금까지 가장 큰 익룡 발자국 화석은 1996년 전남 해남 우항리에서 발견된 해남이크누스 우항리엔시스. 백악기 후기에 살았던 해남이크누스 우항리엔시스의 앞발자국은 길이 330mm에 폭 110mm, 뒷발자국은 길이 350mm에 폭 105mm로 이번에 발견된 익룡보다 몸집이 작았던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익룡 전문가인 미국 콜로라도대 마틴 로클리 교수는 “이번에 발견된 화석만큼 크고 잘 보존된 경우는 세계적으로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공룡 화석 대량 출토 가능성
‘익룡(翼龍)’이라는 말은 ‘날개를 가진 도마뱀’이란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생물학적으로 공룡은 아니며 긴 앞발가락이 날개를 받치는, 날 수 있는 파충류로 분류된다. 익룡은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후기인 약 2억2000만년 전에 등장해 공룡이 멸종한 백악기 후기 6500만년 전까지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거대 익룡은 백악기 후기, 공룡이 멸종하기 직전인 6500만~7000만년 전까지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임종덕 박사는 “이번 발자국 화석은 1억년 전의 지층에서 발견됐다”며 “해남이크누스 우항리엔시스의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8000만년 전보다 훨씬 앞선다”고 밝혔다. 백악기 익룡 발자국이 발견된 지역은 한국 스페인 아르헨티나 영국 멕시코 미국 일본 중국 모로코 9개 나라밖에 없으며 한국과 스페인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한반도에서는 익룡 발자국이 해남 외에 경남 하동 금성면과 사천 사포면, 거제 남부면 등 남해안 일대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됐다.
학계에서는 한반도에 최소 4종 이상의 익룡이 살았을 것으로 판단한다. 과학자들은 주로 백악기 후기 지층에서 나오던 거대 익룡 발자국이 전기 지층에서도 발견됨으로써 한반도가 백악기를 통틀어 익룡의 낙원이었으리라고 추정한다. 이번 익룡 발자국 화석은 크기가 다른 작은 공룡 발자국 화석들과 함께 발견됐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몸집이 거대한 익룡의 먹잇감에 물고기, 어패류, 죽은 공룡의 시체나 공룡 새끼들이 포함되는 만큼 화석이 발견된 곳이 ‘사냥터’ 혹은 ‘저녁식사’ 자리였을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뿔공룡 서식 첫 국제 공인
중생대 백악기의 한반도는 넓은 호수와 온화한 기후, 화산 활동이 잦아지면서 익룡을 포함한 공룡들이 살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리아오케라톱스(아래 왼쪽), 아르케오케라톱스(아래 오른쪽).
이 공룡은 세계적으로도 새로운 종류인 데다, 뿔공룡의 턱뼈 화석이 국내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화석은 지난해 9월 경남 고성군 일대에서 지표 조사를 벌이던 부경대 연구원들에 의해 발견됐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측은 “경남 고성군 월평리 퇴적암 지층에서 길이 10cm 크기의 공룡 아래턱 화석을 발견해 정밀 분석한 결과, 약 9000만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에 살던 뿔공룡 화석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척추고생물학자들은 이 화석이 중국에서 발견된 백악기 초기의 아르케오케라톱스와 리아오케라톱스 같은 뿔공룡과 비슷한 특징을 지녔지만, 지금까지 발견된 공룡과는 전혀 다른 종류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게다가 왼쪽 아래턱의 일부인 이 화석은 이빨 8개의 모양이 그대로 남아 있을 만큼 보존 상태도 양호하다. 전문가들은 사람보다 작은 소형 공룡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측한다. 발견 내용을 검토한 캐나다 국립자연박물관의 쿄 타노우 박사는 “뿔공룡임이 틀림없으며, 기존의 중국 뿔공룡들과는 다른 특징이 확실히 보인다”고 평가했다. 물론 공룡 뼈나 발자국 화석을 발견했다고 해서 바로 공룡과 익룡의 종류나 몸 크기, 무게 등 신체적 특징을 추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발자국 화석만으로 몸 크기를 속단하기 어렵듯, 뼈가 함께 발견돼야 비로소 종류나 크기 같은 신체 특징을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익룡과 뿔공룡 화석의 잇따른 발견으로 중생대 백악기의 한반도가 다양한 초식공룡과 육식공룡이 살던 ‘공룡의 낙원’이었다는 학설이 설득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실제 중생대 백악기의 한반도는 넓은 호수와 온화한 기후, 화산 활동이 잦아지면서 익룡을 포함한 공룡들이 살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국내에 비교적 널리 분포한 백악기 지층에서 수많은 익룡 발자국과 공룡 화석이 발견되고 있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반도에서는 그동안 경남 고성·하동, 전남 여수·해남·화순, 경기 화성 시화호 일대에서 공룡과 익룡 발자국 및 부분 골격, 공룡 알 화석 등이 발견됐다. 앞서 지난해 6월 경기 화성에서는 프로토케라톱스로 추정되는 공룡 뼈 화석이 발견됐다는 보고도 있었다. 이 가운데 경남 하동과 전남 해남에서 발견된 화석에는 ‘부경사우루스 밀레니엄아이’와 ‘해남이크누스 우항리엔시스’라는 한국식 학명이 붙었다.
이번에 뼈 화석이 발견된 경남 고성을 포함해, 그동안 발자국 화석만 발견되던 지역에서도 공룡 뼈 화석이 나올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광범위한 지역에 대한 재조사 작업이 이뤄질 경우 세계 공룡연구계를 뒤흔들 수준의 연구 성과가 한반도에서 나오리라는 기대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