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벨라스케스를 따라서(After Velazquez), 2006, 캔버스에 유채, 205×176cm</B> 벨라스케스가 세 점의 초상화로 그린 스페인 왕 펠리페 4세의 딸 마르가리타 테레사를 보테로는 큰 몸집에 유달리 작은 얼굴을 한 비정상적인 비례로 표현했다(좌).<br><B>춤추는 사람들(Dancers), 2000, 캔버스에 유채, 185×122cm</B> 라틴 댄스와 음악은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문화다. 보테로는 라틴 댄스를 소재로 한 작품을 많이 그렸다(우).
아름다운 금발의 어린 소녀가 곧 터져버릴 듯 육중한 몸매의 뚱녀로 우스꽝스럽게 재해석돼 있으니 말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주최로 9월17일까지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리는 ‘페르난도 보테로’전은 살아 있는 거장의 작품 92점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페르난도 보테로(77·사진)는 사람과 동물을 실제보다 풍만하게 표현한 신구상주의 작품으로 유명한 세계적 작가다.
<b>얼굴(Head), 2006, 캔버스에 유채, 203×170cm</b>매끈하고 편평한 얼굴과 터무니없이 작은 눈, 코, 입. 이 작품처럼 보테로는 몰개성적 인물을 의도적으로 그려왔다.<br> <b>소풍(Picnic), 2001, 캔버스에 유채, 113×165cm </b> 함께 소풍 나온 남녀가 냉소적인 표정으로 서로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다. 뒤쪽의 풍경은 고산지대에 자리한 콜롬비아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가 현대미술의 메카인 미국 뉴욕에 입성한 것은 1950년대로, 당시 뉴욕에는 잭슨 폴록으로 대표되는 추상표현주의가 만개해 있었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과장된 형태감을 강조한 그의 작품은 주목받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자신만의 길을 포기하지 않은 그는 1966년 독일에서 개인전을 열면서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게 된다.
콜롬비아 북서부 메데인에서 태어나 스무 살 때까지 고향에서 지낸 보테로는 라틴 사람들의 일상과 문화를 화폭에 많이 담았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투우, 서커스, 댄스 등 라틴 문화는 물론 연인, 거리 풍경, 공원이나 해변으로 놀러 간 사람들 등 일상의 편린들을 다수 감상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처럼 펼쳐지는 비루한 이들의 일상이 딱딱하기보다 따뜻하고 정답게 전달되는 이유는 과장된 형태감, 독특한 색감에서 전해지는 위트와 라틴 세계에 대한 작가의 애정 때문이리라.
작품 속 인물들의 뚱뚱함이 화제에 오를 때마다 보테로는 “아니야, 난 뚱보들을 그리지 않아”라며 늘 똑같은 대답을 내놓는다고 한다.
<b>서커스 단원들(Circus People), 2007, 캔버스에 유채, 139×153cm</b>보테로는 2000년 이후 20세기 서민의 유흥거리였던 서커스 장면을 집중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이 작품에서 그는 서커스 단원들의 생활공간인 막사를 통해 단원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중간).<br><b>자화상(Self Portrait), 1992, 캔버스에 유채, 193×130cm</b>투우사 복장을 한 보테로가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는 12세 때 삼촌의 권유로 투우사 양성학교에 다니기도 했다(맨우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