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로 복귀한 메이저리그 출신 해외파들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팀 성적이 최하위인 데다 득점 지원까지 받지 못하는 KIA의 서재응은 예외로 치더라도 김선우(두산)는 현재 2군에 내려가 있는 처지고, 최희섭(KIA)도 2년째 폭발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돋보이는 선수는 롯데 우완 송승준. 지난해 국내로 복귀해 고향인 부산에서 뛰고 있는 그는 올해 출발이 아주 좋다. 5월7일까지 4승에 27탈삼진. 팀 에이스 손민한과 같은 승수다. 메이저리그 출신들이 부진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유독 송승준은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4월6일 서울 잠실경기장에서 열린 롯데 대 LG전. 9회말 마지막 타자 LG 최동수의 타구가 높이 뜨자 송승준은 두 팔을 번쩍 치켜들었다. 한국 무대에서 처음 거둔 완봉승. 송승준은 이날 9이닝 동안 탈삼진 12개를 잡으며 올 시즌 1호 완봉승의 주인공이 됐다.
올 시즌 1호 완봉승 주인공 … 에이스 손민한과 어깨 나란히
4개의 안타만 내주고 볼넷은 단 하나. 그야말로 완벽 피칭이었다. 145km대 직구를 비롯해 커브, SF볼, 포크볼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LG 타자들을 압도했다. 경기가 끝난 뒤 송승준은 “타자들과의 템포 싸움에서 앞섰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송승준이 이처럼 타자와의 타이밍 승부에 자신감을 갖게 된 데는 페르난도 아로요 투수코치의 공(功)이 크다. 아로요 투수코치는 몬트리올 등에서 송승준을 수차례 지도한 바 있다.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투수판을 밟는 위치. 원래 송승준은 오른발을 3루 쪽 투수판에 두고 투구했지만 이날부터 1루 쪽으로 바꿨고, 이것이 타자들의 ‘히팅’ 타이밍을 뺏는 데 주효했다.
한국 프로야구 코치들은 대부분 습관적으로 우완 투수는 3루 쪽 투수판을 사용하라고 주문한다. 아무래도 8개 구단 선발 라인업에 오른손 타자가 많이 분포해 있기 때문이다. 3루 쪽 투수판을 사용하면 오른손 타자들의 바깥쪽 코스를 공략하는 슬라이더 등의 구질을 던지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스트라이크 존을 최대한 넓혀 타자 몸 쪽에서 바깥쪽으로 크게 휘어지는 투구를 구사할 수 있기 때문에 우완 투수들은 대부분 3루 쪽 투수판을 밟는다.
그러나 송승준은 다르다. 오른손 타자의 안쪽으로 역회전하는 구질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3루 쪽 투수판을 밟는 것이 볼 카운트를 잡는 데 방해가 됐다. 송승준은 “투구할 때 습관적으로 오른팔이 벌어져 공이 휘어나가고 볼로 판정받곤 했다. 투수판을 1루 쪽으로 바꾼 뒤부터는 이전에 볼로 판정된 공이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스트라이크를 잡아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오른손 타자와의 몸 쪽 승부에 자신감을 얻게 된 것이다.
송승준이 선전하는 또 다른 원인은 상대 타자들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다. 그에게 분석은 이미 습관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송승준은 선발로 나서는 경기 직전 상대 타자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며 컨디션을 살핀다. 대부분 투수들이 선발 투입 전날 상대 타자의 컨디션과 타격을 살피며 등판 준비를 마치지만, 송승준은 경기 바로 직전까지도 상대 타자들의 분석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미국 생활을 하면서 뼛속 깊이 체득한 그만의 노하우다. 송승준은 “지난해까지는 한국 타자들을 잘 몰랐다. 상대를 모른 채 밀어붙이기만 했으니 금세 밑천이 드러났다. 올해는 다르다. 내가 먼저 그들에 대해 알고, 그들보다 한발 앞서가기로 했다”고 말한다. 더그아웃에서 수다를 떨거나 농담을 주고받을 때도 눈동자만은 늘 상대 타자들의 연습 배팅 모습을 주시한다.
‘잘나가는’ 롯데의 경쟁력은 역시 마운드에 있다. 노련한 베테랑 에이스 손민한과 2선발 외국인 투수 매클레리가 버티고 있고, 3선발 송승준이 제 몫을 해주면서 전체적으로 팀 전력이 지난해보다 배가됐다.
메이저리거 되지 못한 恨 ‘훌훌’ … 국가대표 발탁 노려
특히 송승준의 가세가 큰 힘이 됐다. 경기 외적으로 아직 한국 문화가 낯선 외국인 감독과 코치, 선수들 사이에서 가교 구실을 하는,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새로 부임한 외국인 감독과 코치의 철학을 솔선수범해 따르면서 팀 동료들과 코칭스태프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중요한 임무를 부여받은 것이다. 이효봉 프로야구 해설위원도 “기량뿐 아니라 성실한 자세로 동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선수”라며 리더로서의 그의 역량을 높이 평가했다.
송승준은 올 전반기 좋은 활약으로 2008 베이징올림픽 대표팀에 발탁되는 게 목표다. 4승을 거두고 있고 장기인 포심 패스트볼이 나날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제구는 아직 불안하다. 순간적으로 페이스가 흐트러져 집중타를 허용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한결같은 피칭을 보여주는 것이 급선무다. 안정된 제구력을 뒷받침으로 실점을 줄이고 승수를 늘려간다면 베이징행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송승준은 메이저리거가 돼보지 못한 한을 품고 있다. 마이너리그에서 맹활약했지만 성공의 희열을 맛보지 못하고 쫓기듯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현재처럼 상승세를 유지해 롯데가 오랜만에 가을 야구를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면 메이저리거 승격보다 더 큰 꿈을 이루게 될지도 모른다.
4월6일 서울 잠실경기장에서 열린 롯데 대 LG전. 9회말 마지막 타자 LG 최동수의 타구가 높이 뜨자 송승준은 두 팔을 번쩍 치켜들었다. 한국 무대에서 처음 거둔 완봉승. 송승준은 이날 9이닝 동안 탈삼진 12개를 잡으며 올 시즌 1호 완봉승의 주인공이 됐다.
올 시즌 1호 완봉승 주인공 … 에이스 손민한과 어깨 나란히
4개의 안타만 내주고 볼넷은 단 하나. 그야말로 완벽 피칭이었다. 145km대 직구를 비롯해 커브, SF볼, 포크볼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LG 타자들을 압도했다. 경기가 끝난 뒤 송승준은 “타자들과의 템포 싸움에서 앞섰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송승준이 이처럼 타자와의 타이밍 승부에 자신감을 갖게 된 데는 페르난도 아로요 투수코치의 공(功)이 크다. 아로요 투수코치는 몬트리올 등에서 송승준을 수차례 지도한 바 있다.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투수판을 밟는 위치. 원래 송승준은 오른발을 3루 쪽 투수판에 두고 투구했지만 이날부터 1루 쪽으로 바꿨고, 이것이 타자들의 ‘히팅’ 타이밍을 뺏는 데 주효했다.
한국 프로야구 코치들은 대부분 습관적으로 우완 투수는 3루 쪽 투수판을 사용하라고 주문한다. 아무래도 8개 구단 선발 라인업에 오른손 타자가 많이 분포해 있기 때문이다. 3루 쪽 투수판을 사용하면 오른손 타자들의 바깥쪽 코스를 공략하는 슬라이더 등의 구질을 던지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스트라이크 존을 최대한 넓혀 타자 몸 쪽에서 바깥쪽으로 크게 휘어지는 투구를 구사할 수 있기 때문에 우완 투수들은 대부분 3루 쪽 투수판을 밟는다.
그러나 송승준은 다르다. 오른손 타자의 안쪽으로 역회전하는 구질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3루 쪽 투수판을 밟는 것이 볼 카운트를 잡는 데 방해가 됐다. 송승준은 “투구할 때 습관적으로 오른팔이 벌어져 공이 휘어나가고 볼로 판정받곤 했다. 투수판을 1루 쪽으로 바꾼 뒤부터는 이전에 볼로 판정된 공이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스트라이크를 잡아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오른손 타자와의 몸 쪽 승부에 자신감을 얻게 된 것이다.
송승준이 선전하는 또 다른 원인은 상대 타자들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다. 그에게 분석은 이미 습관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송승준은 선발로 나서는 경기 직전 상대 타자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며 컨디션을 살핀다. 대부분 투수들이 선발 투입 전날 상대 타자의 컨디션과 타격을 살피며 등판 준비를 마치지만, 송승준은 경기 바로 직전까지도 상대 타자들의 분석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미국 생활을 하면서 뼛속 깊이 체득한 그만의 노하우다. 송승준은 “지난해까지는 한국 타자들을 잘 몰랐다. 상대를 모른 채 밀어붙이기만 했으니 금세 밑천이 드러났다. 올해는 다르다. 내가 먼저 그들에 대해 알고, 그들보다 한발 앞서가기로 했다”고 말한다. 더그아웃에서 수다를 떨거나 농담을 주고받을 때도 눈동자만은 늘 상대 타자들의 연습 배팅 모습을 주시한다.
‘잘나가는’ 롯데의 경쟁력은 역시 마운드에 있다. 노련한 베테랑 에이스 손민한과 2선발 외국인 투수 매클레리가 버티고 있고, 3선발 송승준이 제 몫을 해주면서 전체적으로 팀 전력이 지난해보다 배가됐다.
메이저리거 되지 못한 恨 ‘훌훌’ … 국가대표 발탁 노려
특히 송승준의 가세가 큰 힘이 됐다. 경기 외적으로 아직 한국 문화가 낯선 외국인 감독과 코치, 선수들 사이에서 가교 구실을 하는,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새로 부임한 외국인 감독과 코치의 철학을 솔선수범해 따르면서 팀 동료들과 코칭스태프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중요한 임무를 부여받은 것이다. 이효봉 프로야구 해설위원도 “기량뿐 아니라 성실한 자세로 동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선수”라며 리더로서의 그의 역량을 높이 평가했다.
송승준은 올 전반기 좋은 활약으로 2008 베이징올림픽 대표팀에 발탁되는 게 목표다. 4승을 거두고 있고 장기인 포심 패스트볼이 나날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제구는 아직 불안하다. 순간적으로 페이스가 흐트러져 집중타를 허용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한결같은 피칭을 보여주는 것이 급선무다. 안정된 제구력을 뒷받침으로 실점을 줄이고 승수를 늘려간다면 베이징행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송승준은 메이저리거가 돼보지 못한 한을 품고 있다. 마이너리그에서 맹활약했지만 성공의 희열을 맛보지 못하고 쫓기듯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현재처럼 상승세를 유지해 롯데가 오랜만에 가을 야구를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면 메이저리거 승격보다 더 큰 꿈을 이루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