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모, 아들 용현 군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함수진 (맨 오른쪽) 씨.
지난해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회사(114 안내서비스 기업 코이드)에서 효부상을 받은 게 너무 민망하고 죄송해서 더 잘해드려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생각처럼 안 된다며 멋쩍어했다. 직업(114 안내원) 때문일까, 시댁 식구와의 동거가 행복해서일까. 인터뷰 내내 목소리가 밝다.
결혼과 동시에 ‘즐거운’ 얹혀살기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오히려 시부모가 불편하실 것 같단다. “요즘 더운데 ‘속옷 바람’도 못하시잖아요. 가끔 아버님은 샤워하신 후 어머님만 계신 줄 알고 나오시다 저를 보고 ‘후다닥’하세요.”
2003년 9월 결혼과 동시에 시댁에 ‘얹혀산다’는 그의 ‘동기’가 궁금했다. “살다가 분가할 수도 있잖아요. 식구들 입맛도 알고 친해지려고요.” 입맛? “전 음식 장만은 ‘꽝’이거든요. (시댁 식구들은) 짜거나 매워도, 달아도 안 돼요.‘고난이도 음식’ 만드는 건 정말 힘들어요.”
지난해 시아버지 생신 때는 큰마음 먹고 낮부터 주방에서 판을 벌였다고 했다. 그런데 저녁 잔칫상에 오른 갈비에선 탄내가, 당면은 ‘두 번이나’ 삶았는데 전혀 삶기지 않았다. 식사를 마친 시아버지 왈(曰), “내년 생일은… 외식으로 하지?” 요즘도 시어머니에게서 요리 과외를 받고 있단다.
다수의 시댁 식구와 함께 사는 데 갈등이 없을까. “시어머니는 화나시면 ‘뚱’하세요. 그래서 오히려 큰 갈등은 없죠. 그럴 땐 설거지하다가 ‘어머니 좀 언짢으셨어요?’ 하며 ‘뚱’을 풀어요.” 화 푸는 타이밍은 그때그때 ‘감(感)’에 의존한다고.
직장 회식날에는 밥만 먹고 귀가하는데 얼마 전에는 밤 11시에 집에 왔다. 이후 시아버지는 며칠간 말씀이 없었다고 한다. “아버님이 토라지시면(?) 며칠 가요. 그땐 과일이나 영화 티켓으로 ‘뇌물 작전’을 펴죠. 계속 대화를 유도하면서요. 안 되면 형님에게 ‘SOS’를 요청합니다.”
시누이는 ‘쿨’한 성격이어서 아니다 싶으면 곧바로 얘기한다고 했다. 순간 가슴이 아프지만 쌓이는 게 없으니 갈등도 잠시라고. 요즘은 22개월 된 아들 용현 군 때문에 가족이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했다. 정년퇴직하신 시부모와 손자? 얹혀살게 된 ‘동기’를 재차 물었다. “하하. 사실 처음엔 아이 봐줄 분도 필요하고, 돈 모아 집 장만해야겠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앗! 그래도 그게 주목적은 아닙니다.”
또래 며느리들에게 도움말을 청하자 그 정도는 아니라며 몇 번 사양한다. “한번 골이 패면 메우기 힘들잖아요. 미리 대화를 많이 해 시부모와 세대차이를 좁히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대부분은 아랫사람이 풀어드리는 게 좋겠죠. 아랫사람이 등 돌리면 영영 멀어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