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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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배지 4년치 값은 평균 7억원?

17대 국회의원 재산 증감액 분석 200여 명 50% 이상 늘어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08-05-13 12: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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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배지 4년치 값은 평균 7억원?

    5월29일 17대 국회는 막을 내린다.

    파란만장했던 17대 국회의 종착역(5월29일)이 불과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299명의 대한민국 선량(選良)들이 여야로 나뉘어 맞닥뜨린 뜨거웠던 몸짓도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그들이 꿈꿔온 이상(理想)이 실제로 의정활동에서 구현됐는지 여부를 떠나, 국회의원이라는 존재를 조금은 현실적인 위치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어찌 됐든 금배지를 달아본 이들 가운데 제 발로 국회를 떠나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299명만이 가질 수 있는 직업. 국회의원이 되면 단숨에 억대 연봉자로 뛰어오른다. 연봉만 해도 1억원을 훌쩍 넘으며(월평균 900만원), 매달 지급되는 600만원 상당의 활동지원비를 합할 경우 국회의원이 매달 받는 실제 금액은 1500만원에 이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4명 이상의 특급 보좌진과 전망 좋은 사무실도 공짜다. 또 KTX 무료 이용에 해외시찰의 특전까지…. 한마디로 자신을 위해서는 지갑을 열 일이 거의 없는 특급 직업에 속한다.

    물론 의원들의 생각은 정반대다. 특히 지역구 관리를 위해서라도 “번 것 이상으로 써야 할 일이 많고, 후원금은 늘 부족하다”고 하소연한다. 실제도 그럴까.

    ‘주간동아’는 이 같은 궁금증을 안고 17대 국회의 종언을 고하는 시점에 맞춰 이들이 2004년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재산신고 액수와 2008년도에 낸 액수에 관한 자료를 입수, 비교 분석했다. 놀랍게도 299명 가운데 250명의 재산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50% 가까이 증가한 의원도 전체의 3분의 2인 200여 명에 달했다. 평균 증가액은 무려 7억여 원에 이르렀다. (이 통계는 임기를 완주하지 못한 13명을 제외한 286명을 대상으로 집계됐다)



    4년 동안 자기 재산이 절반 이상 증가한 일반 국민이 몇 %나 될까. 쓸 일이 더 많다는 ‘의원님’들의 재산이 4년간 나날이 증가한 이유는 뭘까. 그들의 재산 명세를 헤집어 보자.

    먼저 17대 국회의원들의 소속 정당별 평균 순재산 상승액부터 살펴보자.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평균 3억원으로 가장 적었고, 한나라당은 의원당 평균 10억원에 가까운 부(富)의 증가가 이뤄졌다. 민주당과 자민련 의원들 역시 평균 7억원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체 통계가 잡힌 의원 284명의 상승액은 평균 7억원. 물론 이는 4년간 3조원 이상의 주식가치가 폭등한 정몽준 의원을 제외한 수치다.

    금배지 4년치 값은 평균 7억원?
    매년 봄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발표하는 국회의원들의 재산변동 명세를 추적해보면, 이 같은 부의 증가는 한마디로 부동산이 재테크와 직결돼 있음을 알 수 있다. 2006년 한 해 동안 재산을 1억원 이상 불린 의원은 59%에 해당하는 173명이고, 그중 아파트 등 부동산으로 재산을 증식한 의원은 89%인 154명에 달했다.

    금배지 4년치 값은 평균 7억원?

    주식으로 부를 이룬 정몽준 의원(왼쪽)과 전여옥 의원, 최고하락률 유시민 의원(왼쪽)과 최고상승률 노회찬 의원.

    최고 부자 정몽준 의원 현대중공업 주식 13배 폭등

    4년 전 일반 서민 이하의 재산을 등록했던 하위 10명 의원들의 재산은 4년 뒤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17대 국회가 마감되는 현 시점까지 부채만 안고 있는 의원은 현애자(민노당, -4.7억원) 유시민(무소속, -2.7억원) 두 명뿐이다. 최하위인 현 의원은 출발부터 마이너스였지만, 4년간 1억원 가까이 부채를 줄일 수 있었다.

    상승률로만 따지면 주로 시민사회단체 출신인 민노당과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의 성적(?)이 돋보였다. 수치상 상승률 1위(900배)를 기록한 민노당 노회찬 의원은 300만원에 불과하던 재산이 2억7600만원으로 급상승했고, 강기갑 의원은 3억원, 심상정 의원 역시 4억원 이상 증가했다. 물론 이들의 재산은 본인 재산이 순증가했다기보다 가족 재산이 증가한 경우가 많다. 특히 민노당은 4년 전 부모나 자녀의 재산을 신고하는 것을 거부했던 전력이 있다. 4년간 이를 현실화하면서 늘어난 재산이기 때문에 실질재산 증가율은 제로(0)에 가깝다고 봐도 무방하다.

    무려 17억원이 증가한 열린우리당 홍미영 의원은 재혼을 하면서 큰 폭의 순위 상승을 이뤘다. 홍 의원은 “열린우리당 소속 비례대표였기 때문인지 후원금이 많지 않아 의원 세비는 지역구 선거활동에 다 들어갔다”고 말했다.

    오히려 잘나가는 의원들의 재산 상승폭을 체크해보는 것이 흥미롭다. 지금은 한나라당으로 자리를 옮긴 정몽준(국민) 의원은 얼마 전만 해도 대한민국 No.1 주식부자일 만큼(현재 1위는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 대표적인 재벌이다.

    그러나 4년 전의 재산은 2567억원으로 평범한(?) 수준에 그쳤다. 불과 4년 만에 현대중공업(정 의원이 21% 소유) 주식이 13배 폭등했다는 얘기다. 한 가지 재미있는 일화를 들면, 정 의원은 비서들에게 수년 전부터 “현대중공업이 곧 제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다”라고 말해왔다는 것. 그러나 불행히도 보스의 말을 귀담아들은 비서는 없었다고 한다.

    재산 증가 1~10위 의원들을 살펴보면 모두가 부동산이라 해도 좋을 만큼 부동산 재테크가 재산 증식의 핵심임을 보여준다. 상위권도 병원사업 때문에 차입금이 증가한 정의화 의원을 빼고 대부분의 의원들 재산이 부동산으로 수십억원씩 증가했다. 특히 재산 2~4위가 한나라당 김양수(266억5000만원), 정의화(162억5000만원), 김무성(147억3000만원) 의원 등 부산·경남(PK) 출신으로 채워져 PK 전성시대를 상징했다.

    4년 전 재산순위 하위 10명
    이름(소속 정당)
    2004년 재산
    4년간 증가액
    증감률
    현애자(민노)
    -5억6300만원
    +9020만원
    비교 불가
    강기갑(민노)
    -2억3400만원
    +3억원
    비교 불가
    김교흥(우리)
    -2250만원
    +2억6000만원
    비교 불가
    장향숙(우리)
    -500만원
    +6500만원
    비교 불가
    노회찬(민노)
    300만원
    +2억7600만원
    92075.3%
    이광철(우리)
    87만원
    +9600만원
    11040.2%
    심상정(민노)
    110만원
    +4억1100만원
    37434.7%
    홍미영(우리)
    300만원
    +17억원
    58332.5%
    이영순(민노)
    710만원
    +3억6000만원
    5083.7%
    배일도(한)
    860만원
    +2억9000만원
    3391.3%


    4년 전 재산순위 상위 10명
    이름(소속 정당)
    2004년 재산
    4년간 증가액
    증감률
    정몽준(국민)
    2567억원
    +3조3475억원
    1303.7%
    정의화(한)
    173억원
    -20억원
    -12.0%
    김무성(한)
    102억원
    +48억원
    47.9%
    이계안(우리)
    82억원
    +52억원
    63.4%
    김양수(한)
    82억원
    +131억원
    160.7%
    이은영(우리)
    74억원
    +47억원
    64.1%
    이상득(한)
    63억원
    +30억원
    48.4%
    김효석(민주)
    61억원
    +17억원
    28.8%
    심재덕(우리)
    47억원
    +28억원
    59.5%
    이혜훈(한)
    45억원
    +11억원
    24.4%


    증가액 상위는 한나라당, 하락액 상위는 우리당 출신 의원들이 휩쓸어

    순재산 증가로 순위를 좁혀봐도 마찬가지다. 서울 강남, 용인, 분당 등 이른바 ‘버블 세븐’에 본인 또는 배우자 명의로 주택이나 아파트를 보유한 의원도 전체의 28%인 68명에 달했다. 부동산 재산 증가 상위 30인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초강세를 보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건설회사 최고경영자(CEO) 출신 김양수 의원은 부동산 재산이 131억원 늘어 가장 높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3위인 한나라당 박희태 의원과 열린우리당 이계안 의원이 각각 57억원과 52억원의 부동산이 증가했다.

    흥미로운 점은 주식 거부인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다. 올해 61억7138만원의 재산을 신고한 전 의원은 지난해까지 무려 20여 종 40억원에 가까운 주식을 보유했다. 2007년 한 해 수익만 16억원일 정도다. 이 같은 넉넉한 배경 덕분인지 재산순위 상위권 의원들은 “의원 세비를 주로 서울 사무실에서 소비한다”고 말한다.

    서갑원
    +6억8000만원
    김영춘
    +2억8000만원
    백원우
    +2억5000만원
    이인영
    +1억3000만원
    오영식
    +1억1000만원
    송영길
    +1억1000만원
    이기우
    +7000만원
    우상호
    +7000만원
    임종석
    -7억2000만원
    최재성
    -1억2000만원
    순재산 하락순위도 흥미롭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린 데 반해, 예상외로 지난해까지 여권 의원들이던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이 순재산 하락 순위권을 휩쓸었다.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인데, 그는 4년 전 1억원대의 재산을 신고했지만 대통령후보 경선을 치르는 등 정치 역경 와중에 재산을 까먹으면서 은행 빚으로 생활해야 할 처지가 됐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그렇다면 386의원들의 평균은 어떨까. 열린우리당 소속 대표적인 386의원 10여 명을 통해 그들의 재산을 짚어봤다. 결론적으로 평균 3억3000만원이던 재산이 4년간 불과 1억5000만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여타 의원에 비해 청빈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고 봐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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