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
이번 접촉을 통해 그동안 북-미 사이에 논의됐던 핵 프로그램 신고 관련 합의사항이 최종 조율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실무를 맡고 있는 성 김 과장의 행보가 관심을 모은다.
2006년 제임스 포스터 전임 과장에 이어 한국계로는 최초로 한국과장에 임명된 성 김 과장은 미국 측 북핵 실사단 단장격으로 북한을 수차례 방문해 실질적 협의를 이끌며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의 좌장 노릇을 했다.
지난해부터 언론에 자주 이름이 오르내렸지만 그에 대한 이력은 별로 알려진 게 없다. 북핵 문제라는 민감한 사안을 담당하는 국무 책임자 위치에 있어서인지 입이 무겁고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다.
그를 잘 아는 워싱턴의 지인들에 따르면, 성 김 과장은 다섯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펜실베이니아 대학과 로욜라 법과대학을 졸업한 뒤 로스앤젤레스에서 검사생활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다 1989년 외교관으로 인생의 방향을 튼 뒤 2002년부터는 주한 미 대사관에서 정치·군사 담당 서기관으로 근무했다. 당시 외교관들 사이에서는 성 김 과장을 두고 “한국계 외교관으로 주한 미국대사가 처음 나올 수 있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는 후문.
일에서만큼은 신중하고 선을 긋는다는 평가다. 특히 미디어에 대해선 상당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견지한다고 한다. 보도 자제(Off the record)를 전제한 후 이야기를 하는 편이지만, 몇 차례 민감한 부분이 자신의 실명과 보도된 뒤로는 더욱 미디어를 주의한다고 전해진다.
미국 국무부 내에선 성실성과 신중함으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도 “힐 차관보 등으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한 6자 회담의 한 파트너인 우리 외교부와도 우호관계를 형성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성 김 과장을 잘 아는 현지 언론인은 “미국에 왔던 우리 외교관들 대부분이 한국 정부나 미디어가 성 김 과정이 흠집나지 않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을 만큼 그를 배려한다”고 말했다.
이번 북-미 간 접촉은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되고,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북한과 미국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이 성사될 가능성까지 점쳐볼 수 있는 중요한 자리다. 전권을 쥐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는 미국의 카드를 갖고 있다. 온 세계가 그를 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 어떤 역할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알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