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학생이 은행 창구에서 학자금 대출에 대해 상담하고 있다.
최근 한 대학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의 일부다. 스스로를 ‘휴학생’이라고 밝힌 이 누리꾼(네티즌)은 “교육부가 올 초 갑자기 학자금 대출 방식을 바꾸는 바람에 그것만 믿고 기다리던 많은 이들이 피해를 보았다”며 “빼앗긴 한 학기를 어떻게 보상할 것이냐”고 교육부를 집중 성토했다.
문제의 발단은 올해 초 변경된 대학 학자금 대출 지침. 2004년까지 대학의 학자금 대출은 선착순 접수 방식으로 이뤄져왔다. 그런데 교육부가 1월13일 갑자기 ‘올해부터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등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부터 학자금을 대출받도록 하겠다’며, 각 대학에 ‘학생에게 본인 또는 학부모의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 증명서, 국민건강보험료 납부 영수증,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등 3가지 서류 가운데 유리한 서류를 제출하도록 하고, 학교 측은 이러한 서류를 심사해 대출 추천을 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내용이 홍보기간이나 준비과정 없이 갑자기 대학에 시달됐다는 점. 이 때문에 2월 초까지 각 은행에 대출 대상자 명단을 보내야 하는 대학들은 한 달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제도 변경 공고, 신청접수, 서류심사, 대상자 선발까지 끝마쳐야 하는 극심한 혼란을 겪어야 했다.
이에 대해 연세대 관계자는 “변경된 학자금 대출 기준에 대한 문의전화가 하루에 150여통씩 폭주해 해당과 직원 4명이 모두 전화를 받느라 다른 업무를 보지 못할 정도다”라며 “고육지책으로 모든 신입생과 재학생에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내 바뀐 대출 규정을 설명한 대학도 있었지만, 이후 오히려 문의 전화만 늘어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피해를 본 것은 학생과 학부모들. 대학이 변경 내용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대출 신청 서류심사 등을 처리할 인원 충원조차 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들은 허둥지둥하다 신청기간을 놓치거나 대상자가 되지 못해 대출 자체를 포기해야 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생활보호대상자인데도 제도 변경 내용을 미리 알지 못해 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도 있고, 가정형편이 어려운데도 서류상으로 사실이 드러나지 않아 학자금 대출 대상이 되지 못한 경우도 있다. 학생들의 사정이 모두 딱했지만 제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시행되면서 생긴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도리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학 측에 대해서도 비난의 목소리는 나온다. 1985년 학자금 대출제도가 도입된 뒤부터 교육부는 지속적으로 저소득층 우선 대출을 권고해왔으나 대부분의 대학이 절차가 복잡하고 귀찮다는 이유로 선착순에 따라 학자금을 대출해오다 결국 교육부가 강제로 지침을 하달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어쨌든 교육부와 대학 측의 준비 미흡 등 체계적이지 못한 시스템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으로 돌아가게 됐다. 요즘 인터넷에는 이런 학생들을 노리고 ‘대학생 학자금 대출’이란 광고를 내건 불법 대출업체들까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교육부 기초학문지원과 관계자는 “올해 학자금 지원 과정에서 다소 혼선이 빚어졌던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큰 방향이 맞았던 만큼, 다음 대출부터는 혼란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며 “교육부에서는 학자금 대출을 확대하고 꼭 필요한 학생들이 혜택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편에 대해 계속해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