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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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호남상륙작전’ 임박했다

[이종훈의 政說] 광주·전남·전북 지지율 올려야 이재명과 양자대결 유리… 목표는 20%

  •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입력2021-05-21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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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4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월 4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본격적으로 정치 활동에 나섰다. 첫 번째 목표는 호남 표심 확보다. 윤 전 총장은 5월 16일 “5·18은 41년 전 끝난 것이 아니고 현재도 진행 중인 살아 있는 역사다.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이 우리 국민 가슴속에 담겨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는 독재와 전체주의에 대한 강력한 거부와 저항을 의미한다. 역사의 교훈을 새겨 어떤 독재에도 분연히 맞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그는 3월 4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부당한 지휘권 발동과 징계 사태에서도 직을 지켰다. 헌법 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서였다”며 “이제 그토록 어렵게 지켜왔던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난다. 검찰의 권한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정의와 상식,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다”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올린 바 있다.

    文 정부 독재 규정, 거부와 저항 요구

    헌법과 민주주의를 강조한 점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 ‘독재’ ‘전체주의’라는 단어와 ‘거부’ ‘저항’이라는 표현이 함께 등장한 점은 새롭다. 퇴임 메시지가 방어적이었다면, 이번 메시지는 공격적이다. 문재인 정부를 독재 또는 전체주의로 규정한 뒤 국민에게 거부와 저항을 요구하는 듯하다. 그 근거는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5·18 정신에서 찾는다. 장기(將棋)에 비유하자면 시작하자마자 ‘장’을 부르고 나선 격이다.

    최근 호남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5월 11일부터 사흘간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지난주 대비 2%p 하락한 32%로 나타났다. 특히 호남에서 긍정 평가가 7%p 급락해 45%에 머물렀다. 부정 평가는 8%p 급등한 44%였다. 긍정-부정 평가 격차가 1%p로 좁혀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같은 조사에서 민주당의 호남지역 지지율도 7%p 하락한 44%를 기록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전 총장도 호남 민심을 읽었을 것이다. 5·18 관련 발언 역시 전략적으로 설계됐다고 봐야 한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을 향한 일방적 지지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자 틈을 파고들었다. 윤 전 총장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양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자주 이겼지만 유독 호남에서는 뒤졌다. 호남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려 이 지사를 앞지를 수만 있다면 내년 대선에서 당선할 확률이 크게 올라간다. 호남 공략은 해볼 만한 승부수다.



    윤 전 총장이 호남을 첫 전투지로 선택한 것은 어찌 보면 모험이다. 이 지사가 대구·경북(TK)을 첫 전투지로 택한 격이다. 상륙작전처럼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전략이다. 실패 가능성이 크지만 성공이 주는 보상은 더 크다.

    윤 전 총장은 호남에서 얼마만큼의 지지율을 획득해야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까. 10%가 1차 관문이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은 18대 대선 당시 호남지역에서 10.5%를 득표하며 승리했다.

    윤 전 총장은 1차 관문을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매일경제·MBN 의뢰로 5월 11일부터 이틀간 전국 유권자 10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가상 양자 대결에서 이 지사는 42.0% 지지율을 얻으며 윤 전 총장(35.1%)을 크게 앞질렀다. 이 조사에서도 호남 유권자의 윤 전 총장 선호도는 12.6%였다. 이 지사에 대한 선호도(65.1%)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10%는 넘어섰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텃밭 호남에 절박감 느끼는 與 후보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5월 18일 광주 북구 국립5 ·18민주묘지를 찾아 5 ·18 최초 희생자인 김경철 열사의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뉴스1]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5월 18일 광주 북구 국립5 ·18민주묘지를 찾아 5 ·18 최초 희생자인 김경철 열사의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뉴스1]

    윤 전 총장은 머지않은 시점에 호남을 방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5월 18일 호남을 찾지 않은 이유는 주목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차기 대선을 앞둔 시점이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는 여야 지도부들로 붐볐다. 윤 전 총장이 이날 호남을 방문했다면 관심을 모으기 어려웠을 것이다. 메시지를 먼저 내고 차후 방문하는 일정을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 대선주자는 5월 18일 누구랄 것도 없이 호남을 방문했다. 현직 자치단체장이라는 신분 때문에 지역 투어가 어려운 이 지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지사는 5월 17일 전북 군산에서 열린 경기도와 전라북도 간 자동차 대체인증부품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식에 참석한 뒤 광주로 내려가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동참했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아예 5월 13일부터 광주에 내려가 이른바 ‘진심’ 일정을 소화했다.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묘비를 닦는가 하면, 본인이 제안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서도 사과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역시 5월 12일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호남을 방문했다. 5월 13일에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위기 극복·정권 재창출을 위한 정세균과의 대화’를 열기도 했다.

    범여권의 유력 대선주자가 호남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민주당 텃밭인 호남 표심을 획득해야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 본선에 대비해 텃밭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감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런 와중에 윤 전 총장이 호남상륙작전을 벌일 태세다. 윤 전 총장이 호남에서 지속적으로 20% 이상 지지율을 유지한다면 이 작전은 ‘매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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