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역시 될 수도” 이해찬 ‘親文 제3후보’ 노리나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가 정계에 다시 등판했다. 이 전 대표는 3월 19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선거가 아주 어려울 줄 알고 나왔는데 요새 돌아가는 것을 보니 거의 이긴 것 같다”며 “노골적으로 말하면 문재인 정부를 지켜야 한다고 본다. 작심했다. 마이크 잡을 수 있는 데는 다 다니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7개월 전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민주당 전당대회 직전인 지난해 8월 28일 “내일로 32년간의 정치 생활을 마감한다. 앞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차기 대선 역할론에 대해서는 “현역에서 은퇴하는 것이기에 할 수 있는 역할은 많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LH 투기’ 이재명 기획폭로說

지난해 8월 28일 이해찬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온라인으로 퇴임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동아DB]

이 전 대표가 등판한 까닭이 뭘까. 첫째, 리더십 공백 메우기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3월 9일 사퇴했다. 대표나 최고위원이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려면 대선 1년 전까지 사퇴하도록 규정한 당헌 때문이다. 문제는 4·7 재·보궐선거를 한 달 앞둔 중대 시점이라는 점이었다. 선거 목전에 선장을 잃은 격이다. 이 전 대표는 직접 나서서라도 리더십 공백을 메워야 한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둘째, 이재명 경기도지사 견제다. 한국주택토지공사(LH) 직원 투기 ‘기획 폭로설’로 민주당 내부가 시끄럽다. 이 지사 최측근 김남근 변호사 등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를 움직여 최초 폭로를 감행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기획 폭로설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지사 최측근들이 ‘주군’을 위해 몰래 꾸민 일이 아니냐는 그럴듯한 해석까지 더해지는 상황이다.

이낙연 전 대표가 3월 9일 주재한 마지막 당무회의 자리에 이 지사가 예고 없이 나타났고 좌석이 없자 항의하면서 고성이 오갔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 지사는 3월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상 최대의 이간 작전이 시작됐다”며 “민주당 내 갈등을 부추기는 근거 없는 낭설과 가짜뉴스가 갑자기 넘쳐나고 있다. 이재명 탈당에 의한 4자구도가 펼쳐지면 필승이라는 허망한 뇌피셜도 시작됐다”고 말했다. 당내에서 자신을 제거하기 위해 ‘기획 폭로설’이나 ‘불쑥 등장설’ 따위를 유포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주장이다. 친문(친문재인)계 좌장 격인 이해찬 전 대표로서는 이 지사의 이런 발언을 당내 분열을 가중하는 위기 요소로 받아들였을 수 있다.



셋째, 친문계 제3후보 키우기다. 이해찬 전 대표가 등판한 시점이 공교롭게도 차기 대선 1년 전이다. 대선후보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시점이다. 이 지사를 대체할 민주당 내 친문계 제3후보를 내세우려면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분위기를 띄워야 한다.

친문 주도로 꾸린 당내 싱크탱크 ‘민주주의4.0’이 제3후보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입각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물론 윤호중 국회 법사위원장, 정태호 당 전략기획위원장 등이 민주주의 4.0 구성원이다.

친문계 제3후보 자리를 노리는 인물이 넘쳐난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광재 의원,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이다. 조금이라도 가능성 있는 인물은 모두 등판해야 한다는 ‘13룡 등판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들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다. 권위 있는 인물이 제어하지 않는다면 ‘질서 있는’ 제3후보 창출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10번은 더 대통령 배출해야…”

넷째, 20년 장기집권 달성이다. 이해찬 전 대표는 ‘20년 장기집권’ 플랜을 내걸고 대표직에 올랐다. 대표 취임 직후(2018년 9월) ‘100년 정당론’을 제기했다. 2018년 9월 17일엔 “1955년 어려운 시절 민주당을 창당해 여기까지 63년 동안 달려왔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탄생시켰고 작년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당선시켰다. 앞으로 10번은 더 (대통령을) 당선시켜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강병원 당시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촛불과 함께 문재인 정부 탄생을 뒷받침한 민주당은 ‘100년 정당’을 향해 국민과 함께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장기집권에 대한 이 전 대표의 열망은 여전한 것 같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8월 28일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정책이 뿌리내리기 위해 재집권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정책이 뿌리내리려면 적어도 10~20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재집권 교두보 확보 차원에서 4·7 재·보궐선거는 매우 중요하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여론 추이를 보며 재집권이 만만치 않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개인적 야망은 없을까. 이 전 대표는 1952년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보다 10세 젊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1940년생이다. 김 위원장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나서는 일이 발생한다면 어떨까. 이 전 대표도 나서고 싶을 것이다. 직접 친문계 제3후보도 뛰는 플랜이다. 이 전 대표의 재등판을 보면서 ‘혹시’라는 의문이 든 이유다. 그의 곁에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 180석 신화를 만들어낸 공신 중 하나인 이근형 전 전략기획위원장도 있다. 혹시가 역시가 될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