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킷으로 조여라! 코르셋 재킷’ ‘스커트로 깎아라! 쉐딩 스커트’.
선정적인 표현으로 최근 논란을 빚은 한 교복 광고 문구다. 이 광고는 가수 박진영과 걸그룹 TWICE(트와이스)를 모델로 기용해 ‘교복도 날씬하게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광고에는 ‘숨 막히게 빛난다’ 등 여학생이 허리를 조이면 사람들에게 주목받을 수 있다고 암시하는 듯한 문구도 있었다.
해당 광고에 이의를 제기한 경기도의 한 보건교사는 “성장기 아이들이 교복을 지나치게 줄여 생리불순,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일이 잦다”며 “10대 아이들을 성상품화하는 극도의 상업주의는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광고 포스터는 수거됐고, 박진영이 대표로 있는 연예기획사 JYP엔터테인먼트와 해당 광고 교복업체 스쿨룩스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문을 게시했다.
‘핵존심’ 몸매를 사수하라
스쿨룩스 관계자는 “학생들을 성적 대상화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가수 박진영은 연예인이 되고 싶은 청소년 사이에서 꿈을 이뤄주는 멘토, 성공한 직업인의 이미지를 갖고 있어 그를 모델로 기용했고, 교복을 예쁘게 입고 싶어 하는 학생들의 욕구를 광고에 반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스쿨룩스 홈페이지에는 ‘THIN(씬)데렐라 프로젝트’ ‘날씬함으로 한판 붙자’ 등 여학생의 교복 몸매를 강조하는 광고 문구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러한 광고는 학부모들의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최미란(44) 씨는 “스쿨룩스의 사과는 진정성이 없는 것 같다”며 “교복업체가 청소년에게 ‘날씬한 몸매’에 대한 강박관념을 주입하는 행태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부 청소년은 “날씬함을 강조한 교복 광고가 왜 문제가 되느냐”는 반응이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중학생 백효진(15) 양은 “교복을 예쁘게 입으라는 광고가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 여학생들은 ‘라인’ 없는 교복은 안 입는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동에 사는 고등학생 정윤주(16) 양은 “광고가 다소 선정적이긴 했다”면서도 “어차피 소비자인 우리가 알아서 판단할 건데, 어른들이 나서서 광고를 내릴 필요까지 있었을까”라고 말했다.
학생들에 따르면 “다른 교복 브랜드도 몸매를 강조하는 등 스쿨룩스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한다. 몇몇 교복업체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대부분 ‘몸에 맞는 교복 핏(fit)’을 제일 먼저 내세우고 있었다. E업체는 메뉴를 아예 ‘Girl fit’ ‘Boy fit’으로 구분해놓았고, S업체는 자사 로고 위에 ‘라인이 예술이다’라는 문구를 붙여놓았다. G업체는 ‘언제까지 춥다고 핏을 포기할 것인가’라는 직설적인 문구를 실어놓았다.
‘섹시 교복’ 문화는 이미 10대들 사이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인터넷에서 ‘교복 생정(생활정보)’을 검색하면 초등학교 6학년부터 ‘중학교 교복 섹시하게 입는 법’을 공유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블라우스 단추는 두세 개 풀고 소매를 걷어요. 하복 티는 허리선에 딱 맞춰서. 그래서 상체를 숙였을 때 허리가 아슬아슬하게 드러날 정도면 딱 좋아요. 아니면 사복 티를 입고 그 위에 하복을 걸치고 단추는 풀고 다니세요.’ ‘치마는 무릎 위 10cm 정도는 기본이구요. 너무 짧으면 흔녀(흔한 여자) 되니까 주의.’
외모에 관심이 많은 여학생에게 ‘교복 몸매’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교복 수선을 직접 한다는 이여진(15·가명) 양은 “입었을 때 H라인이 나오는 치마는 ‘핵존심’(지켜야 할 자존심)”이라며 “중1 때는 주름치마가 A라인으로 퍼지도록 입고 다녔는데 그때 사진을 보면 너무 촌스럽고 뚱뚱해 보인다. 지금은 모든 주름을 박아서 치마가 퍼지지 않게 입는다”고 말했다.
교복이 ‘섹시 복장’으로 변질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익명을 요구한 교복업체 관계자는 “2000년대 중반부터로 파악된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신체 성장을 고려해 교복은 넉넉한 크기로 사야 한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었고, 몸매를 강조한 것은 아이비클럽의 ‘다리가 길어 보이는 학생복’ 광고 정도였다”며 “2000년대 일본의 ‘교복 미니스커트’ 문화가 유입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짧은 교복치마 스타일이 유행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교복 스타일 변화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은 TV 드라마”라며, “특히 2009년 KBS 2TV에서 방영된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일본 만화가 원작인 해당 드라마에서는 연기자 구혜선 등 청춘스타들이 가슴을 꽉 조이고 미니스커트형 교복을 입은 모습으로 생기발랄하게 나왔다. 이후 KBS2 TV ‘드림하이’(2011), SBS TV ‘상속자들’(2013) 등 드라마에서 학생 역을 맡은 연기자들은 모두 짧은 교복치마에 날씬한 허리라인을 강조한 재킷을 입었다.
“예뻐야 사랑받잖아요”
걸스데이 등 걸그룹 가수들의 교복 의상도 ‘섹시 교복’ 이미지를 부추겼다. 흰 블라우스와 체크무늬 치마가 상징인 ‘스쿨룩’을 입고 허벅지가 드러나도록 강렬하게 춤추는 걸그룹들은 지금도 무대에 종종 등장한다. 또한 가수 현아 등 여성 연예인들의 여고생 시절 사진이 화제가 되면서 ‘교복을 입어도 섹시할 수 있다’는 인식이 10대들 사이에서 널리 퍼졌다.
이에 따라 교복업체들은 디자인의 ‘실루엣’을 집중 광고하기 시작했다. 여학생의 경우 소매는 가늘게, 재킷 길이는 허리선에 맞추고 허리를 잘록하게 해 하체가 길어 보이게 하고, 치마는 타이트한 H라인을 강조하게 됐다. 단정함의 상징이던 교복은 이렇게 제 의미를 잃어갔다.
10대들의 인식을 탓하기 전 어른들의 잘못은 없었는지 반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 김유리(34·여) 씨는 “신체적으로 자유롭게 성장해야 할 아이들이 대중문화와 광고에 현혹돼 자신의 몸을 압박하기에 이른 상황은 어른들이 만든 것”이라며 “아이들은 불편한 교복을 입고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어른들의 비도덕적인 상술에 아이들이 물들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 보건교사 윤모(39) 씨는 “어른들의 외모지상주의가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쳤다”며 “어른들이 성형수술, 다이어트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예쁜 외모를 가져야 사랑받을 수 있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최근 10년 사이 강해졌다. 그리고 예쁜 외모를 충족할 수 있는 수단은 연예인의 스쿨룩 같은 교복 맵시와 화장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예인 모델’에 가격은 뛰고
학생들이 연예인에 열광하는 점을 이용한 ‘교복 마케팅’의 꼼수도 만만찮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복업체 관계자는 “사실 어느 브랜드든 ‘핏’은 비슷하다. 다만 연예인 모델을 기용하느라 교복값이 20% 정도 뛰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모델로 등장하는 교복 브랜드를 사려 하는데, 이들 연예인은 대부분 인기 높은 아이돌가수이기 때문에 모델료가 교복값에 전가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또한 왕따가 되거나 남과 다르기를 두려워하는, 즉 눈에 띄더라도 남에게 미움받지 않을 정도로만 적당하게 띄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심리를 교복업체들이 아주 잘 알고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혜영 소비자공익네트워크(옛 한국소비생활연구원) 본부장이 2014년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시중 교복값의 약 30%는 광고비와 운송비다. 연구를 진행한 2013년 당시 중고생 교복의 평균 판매가는 24만 원이었는데, 동복의 경우 원부자재비 3만 원, 임가공비 5만 원으로 원가가 8만 원에 불과했다. 여기에 광고비와 운송비 7만 원이 더해지고, 대리점에서 9만 원의 이익을 더해 24만 원이 된 것이다. 이혜영 본부장은 “최근 교복 학교주관구매제로 전체 평균가가 내려간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원가나 광고비, 운송비 등의 비율은 (2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연예인 교복’은 교복값 거품과 아이들의 건강 문제를 몰고 온다. 중학교 교사 정수원(35) 씨는 “학생들이 중1 때부터 옷을 꽉 조이게 입어서 조금만 살이 붙어도 단추가 터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남학생조차 ‘날씬한 다리’를 만들려고 다이어트를 하고, 여학생은 생리를 시작할 나이에 치마로 하체를 조여 생리통이 심한 데다 잘 걷지도 못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섹시 교복’을 필수로 여기는 학생들을 통제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정씨는 “학교에서 정기적으로 복장검사를 하는데 전혀 효과가 없다. 중2, 3학년 학생들은 복장검사용 옷을 여벌로 갖고 다니거나 급하게 후배 여학생 옷을 빼앗아 입기도 한다”며 “교복이 몸에 꽉 끼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어서’가 아니라 ‘내가 뚱뚱해서’라고 자책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고 말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학생들의 교복을 성(性)적 상업주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평론가는 “학생은 인격체로서 존중받을 권리가 있고, 10대 연예인이 입고 나오는 ‘야한 스쿨룩’은 비판받아야 할 것”이라며 “현재 대중문화는 섹시함을 ‘쿨’하고 진보적인 것으로 좋게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왜곡된 문화에 청소년이 물들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정적인 표현으로 최근 논란을 빚은 한 교복 광고 문구다. 이 광고는 가수 박진영과 걸그룹 TWICE(트와이스)를 모델로 기용해 ‘교복도 날씬하게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광고에는 ‘숨 막히게 빛난다’ 등 여학생이 허리를 조이면 사람들에게 주목받을 수 있다고 암시하는 듯한 문구도 있었다.
해당 광고에 이의를 제기한 경기도의 한 보건교사는 “성장기 아이들이 교복을 지나치게 줄여 생리불순,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일이 잦다”며 “10대 아이들을 성상품화하는 극도의 상업주의는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광고 포스터는 수거됐고, 박진영이 대표로 있는 연예기획사 JYP엔터테인먼트와 해당 광고 교복업체 스쿨룩스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문을 게시했다.
‘핵존심’ 몸매를 사수하라
스쿨룩스 관계자는 “학생들을 성적 대상화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가수 박진영은 연예인이 되고 싶은 청소년 사이에서 꿈을 이뤄주는 멘토, 성공한 직업인의 이미지를 갖고 있어 그를 모델로 기용했고, 교복을 예쁘게 입고 싶어 하는 학생들의 욕구를 광고에 반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스쿨룩스 홈페이지에는 ‘THIN(씬)데렐라 프로젝트’ ‘날씬함으로 한판 붙자’ 등 여학생의 교복 몸매를 강조하는 광고 문구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러한 광고는 학부모들의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최미란(44) 씨는 “스쿨룩스의 사과는 진정성이 없는 것 같다”며 “교복업체가 청소년에게 ‘날씬한 몸매’에 대한 강박관념을 주입하는 행태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부 청소년은 “날씬함을 강조한 교복 광고가 왜 문제가 되느냐”는 반응이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중학생 백효진(15) 양은 “교복을 예쁘게 입으라는 광고가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 여학생들은 ‘라인’ 없는 교복은 안 입는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동에 사는 고등학생 정윤주(16) 양은 “광고가 다소 선정적이긴 했다”면서도 “어차피 소비자인 우리가 알아서 판단할 건데, 어른들이 나서서 광고를 내릴 필요까지 있었을까”라고 말했다.
학생들에 따르면 “다른 교복 브랜드도 몸매를 강조하는 등 스쿨룩스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한다. 몇몇 교복업체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대부분 ‘몸에 맞는 교복 핏(fit)’을 제일 먼저 내세우고 있었다. E업체는 메뉴를 아예 ‘Girl fit’ ‘Boy fit’으로 구분해놓았고, S업체는 자사 로고 위에 ‘라인이 예술이다’라는 문구를 붙여놓았다. G업체는 ‘언제까지 춥다고 핏을 포기할 것인가’라는 직설적인 문구를 실어놓았다.
교복업체 ‘스쿨룩스’가 ‘날씬한 교복 몸매’를 강조한 광고.
‘블라우스 단추는 두세 개 풀고 소매를 걷어요. 하복 티는 허리선에 딱 맞춰서. 그래서 상체를 숙였을 때 허리가 아슬아슬하게 드러날 정도면 딱 좋아요. 아니면 사복 티를 입고 그 위에 하복을 걸치고 단추는 풀고 다니세요.’ ‘치마는 무릎 위 10cm 정도는 기본이구요. 너무 짧으면 흔녀(흔한 여자) 되니까 주의.’
외모에 관심이 많은 여학생에게 ‘교복 몸매’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교복 수선을 직접 한다는 이여진(15·가명) 양은 “입었을 때 H라인이 나오는 치마는 ‘핵존심’(지켜야 할 자존심)”이라며 “중1 때는 주름치마가 A라인으로 퍼지도록 입고 다녔는데 그때 사진을 보면 너무 촌스럽고 뚱뚱해 보인다. 지금은 모든 주름을 박아서 치마가 퍼지지 않게 입는다”고 말했다.
교복이 ‘섹시 복장’으로 변질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익명을 요구한 교복업체 관계자는 “2000년대 중반부터로 파악된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신체 성장을 고려해 교복은 넉넉한 크기로 사야 한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었고, 몸매를 강조한 것은 아이비클럽의 ‘다리가 길어 보이는 학생복’ 광고 정도였다”며 “2000년대 일본의 ‘교복 미니스커트’ 문화가 유입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짧은 교복치마 스타일이 유행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교복 스타일 변화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은 TV 드라마”라며, “특히 2009년 KBS 2TV에서 방영된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일본 만화가 원작인 해당 드라마에서는 연기자 구혜선 등 청춘스타들이 가슴을 꽉 조이고 미니스커트형 교복을 입은 모습으로 생기발랄하게 나왔다. 이후 KBS2 TV ‘드림하이’(2011), SBS TV ‘상속자들’(2013) 등 드라마에서 학생 역을 맡은 연기자들은 모두 짧은 교복치마에 날씬한 허리라인을 강조한 재킷을 입었다.
“예뻐야 사랑받잖아요”
온라인 교복 쇼핑몰 ‘교복몰’이 ‘핏(옷맵시)’을 강조하며 내건 광고.
이에 따라 교복업체들은 디자인의 ‘실루엣’을 집중 광고하기 시작했다. 여학생의 경우 소매는 가늘게, 재킷 길이는 허리선에 맞추고 허리를 잘록하게 해 하체가 길어 보이게 하고, 치마는 타이트한 H라인을 강조하게 됐다. 단정함의 상징이던 교복은 이렇게 제 의미를 잃어갔다.
10대들의 인식을 탓하기 전 어른들의 잘못은 없었는지 반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 김유리(34·여) 씨는 “신체적으로 자유롭게 성장해야 할 아이들이 대중문화와 광고에 현혹돼 자신의 몸을 압박하기에 이른 상황은 어른들이 만든 것”이라며 “아이들은 불편한 교복을 입고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어른들의 비도덕적인 상술에 아이들이 물들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 보건교사 윤모(39) 씨는 “어른들의 외모지상주의가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쳤다”며 “어른들이 성형수술, 다이어트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예쁜 외모를 가져야 사랑받을 수 있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최근 10년 사이 강해졌다. 그리고 예쁜 외모를 충족할 수 있는 수단은 연예인의 스쿨룩 같은 교복 맵시와 화장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예인 모델’에 가격은 뛰고
학생들이 연예인에 열광하는 점을 이용한 ‘교복 마케팅’의 꼼수도 만만찮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복업체 관계자는 “사실 어느 브랜드든 ‘핏’은 비슷하다. 다만 연예인 모델을 기용하느라 교복값이 20% 정도 뛰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모델로 등장하는 교복 브랜드를 사려 하는데, 이들 연예인은 대부분 인기 높은 아이돌가수이기 때문에 모델료가 교복값에 전가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또한 왕따가 되거나 남과 다르기를 두려워하는, 즉 눈에 띄더라도 남에게 미움받지 않을 정도로만 적당하게 띄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심리를 교복업체들이 아주 잘 알고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혜영 소비자공익네트워크(옛 한국소비생활연구원) 본부장이 2014년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시중 교복값의 약 30%는 광고비와 운송비다. 연구를 진행한 2013년 당시 중고생 교복의 평균 판매가는 24만 원이었는데, 동복의 경우 원부자재비 3만 원, 임가공비 5만 원으로 원가가 8만 원에 불과했다. 여기에 광고비와 운송비 7만 원이 더해지고, 대리점에서 9만 원의 이익을 더해 24만 원이 된 것이다. 이혜영 본부장은 “최근 교복 학교주관구매제로 전체 평균가가 내려간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원가나 광고비, 운송비 등의 비율은 (2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연예인 교복’은 교복값 거품과 아이들의 건강 문제를 몰고 온다. 중학교 교사 정수원(35) 씨는 “학생들이 중1 때부터 옷을 꽉 조이게 입어서 조금만 살이 붙어도 단추가 터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남학생조차 ‘날씬한 다리’를 만들려고 다이어트를 하고, 여학생은 생리를 시작할 나이에 치마로 하체를 조여 생리통이 심한 데다 잘 걷지도 못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섹시 교복’을 필수로 여기는 학생들을 통제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정씨는 “학교에서 정기적으로 복장검사를 하는데 전혀 효과가 없다. 중2, 3학년 학생들은 복장검사용 옷을 여벌로 갖고 다니거나 급하게 후배 여학생 옷을 빼앗아 입기도 한다”며 “교복이 몸에 꽉 끼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어서’가 아니라 ‘내가 뚱뚱해서’라고 자책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고 말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학생들의 교복을 성(性)적 상업주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평론가는 “학생은 인격체로서 존중받을 권리가 있고, 10대 연예인이 입고 나오는 ‘야한 스쿨룩’은 비판받아야 할 것”이라며 “현재 대중문화는 섹시함을 ‘쿨’하고 진보적인 것으로 좋게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왜곡된 문화에 청소년이 물들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