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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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목표는 10위!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선수들 흘린 땀만큼 실력 보여주길”

배동현 평창동계패럴림픽 선수단장·창성그룹 대표이사

  •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입력2018-02-27 10: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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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동현 평창동계패럴림픽 선수단장·창성그룹 대표이사. [박해윤 기자]

    배동현 평창동계패럴림픽 선수단장·창성그룹 대표이사. [박해윤 기자]

    “인터뷰에 앞서 말씀드릴 게 있어요. 신의현 선수(38·창성건설)가 2월 3일 핀란드 부오카티에서 열린 세계장애인노르딕스키 월드컵 바이애슬론에서 금메달을 땄다고 직접 연락이 왔어요. 그동안 신 선수가 고생한 시간들이 떠오르면서 울컥하더라고요. 제 일처럼 기뻤습니다.” 

    마치 아버지가 자식 자랑을 하는 듯했다. 2월 5일 만난 배동현(35) 평창동계패럴림픽 선수단 단장 겸 대한장애인노르딕스키연맹 회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신 선수의 승전보를 전했다. 신 선수는 평창동계패럴림픽에서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현재 장애인노르딕스키 국가대표 선수들은 동계시즌을 맞아 올해 초부터 월드컵에 출전 중인데 그 가운데 신 선수가 특히 승승장구하고 있다. 1월 20일 독일 오베리드에서 열린 세계장애인노르딕스키 월드컵 바이애슬론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뒤 핀란드 대회에서 시즌 첫 금메달을 딴 것.

    장애인 동계스포츠 중 첫 프로팀 창단

    “원래 신 선수의 주종목은 바이애슬론이 아니라 크로스컨트리 스키였어요. 지난 연말 동계시즌을 앞두고 시트(좌식썰매 안장 부분)를 새로 맞췄는데 자신에게 맞는 각도를 잡아내지 못해 성적이 안 나왔어요. 그 대신 사격감은 좋아졌는지 최근 바이애슬론에서 성적이 더 좋았죠. 그러던 중 신 선수가 ‘맞는 각도를 찾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는데 정말 좋은 결과가 나왔네요. 이 상태라면 평창에서도 기쁜 소식을 기대할 수 있을 듯합니다.” 

    신 선수의 선전 뒤에는 배동현 단장이 있다. 창성그룹 총괄 대표이사 사장인 그는 2015년 계열사인 창성건설에 장애인노르딕스키팀을 창단했다. 동계스포츠 종목 가운데 첫 실업팀이었다. 배 단장은 “창단식을 하는 날 기자들이 그렇게 많이 찾아올 줄 몰랐다”며 언론의 주목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창단식 날 행사장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에 기자들이 우르르 타기에 ‘오늘 여기에 다른 큰 행사가 있나 보다’ 싶었는데 방향이 같아서 놀랐어요. 그렇게 많은 사람이 올 줄은 꿈에도 예상 못 했죠. 회사 홍보를 위해 만든 게 아니었거든요. 건설 사업은 수주 단계에서 이슈가 많으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되레 조심하는 편이죠.” 



    창성건설 소속 선수 가운데 신의현, 이정민, 최보규 등 3명이 이번 평창동계패럴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그동안 회사는 이들에게 급여는 물론, 해외 훈련과 경기 출전 비용 등을 지원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왔다. 장애인 스포츠 중에서도 비인기 종목인 노르딕스키를 후원한다는 것은 대기업도 쉽지 않은 일이다. 회사 홍보가 목적이 아니라면 무엇 때문에 실업팀을 창단했는지 궁금했다. 

    “2012년 부친인 배창환 창성그룹 회장이 대한바이애슬론연맹 회장이셨어요. 어릴 때부터 부친을 따라 경기장에 가다 보니 선수들을 볼 기회가 많았죠. 당시 관계자 한 분이 장애인노르딕스키 쪽은 연맹도 없다며 열악한 상황을 설명했어요. 선수들이 평소에는 생업을 이어가며 돈을 모으고, 동계시즌에는 사비를 털어 경기에 임한다는 얘기를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죠.”

    직접 해외 응원 갈 정도로 선수들 챙겨

    1월 20일 독일에서 열린 세계장애인노르딕스키  월드컵에서 
신의현 선수를 응원하는 배동현 단장. [사진 제공 · 배동현]

    1월 20일 독일에서 열린 세계장애인노르딕스키 월드컵에서 신의현 선수를 응원하는 배동현 단장. [사진 제공 · 배동현]

    실업팀은 정부 기준에 따라 가맹, 준가맹, 인정단체 등 세 종류로 나뉜다. 인정단체는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단체이지만 국가 지원이 없다. 창성건설 장애인노르딕스키팀은 창단 당시 인정단체에 불과했다. 동계 종목은 대부분 유럽에서 훈련하는데 장애인의 경우 휠체어, 좌식썰매 등 챙겨야 할 장비가 비장애인에 비해 많다. 코치도 외국인과 한국인 등 여러 명인 데다 장비 담당 인력까지 있어 한 번 훈련을 떠나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든다. 배 단장은 그동안 오로지 회사 예산으로 팀을 지원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가맹단체로 승격됐다. 지금은 소속 선수들이 해외 훈련을 갈 때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 경비를 지원하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사무국 운영비를 지급한다. 덕분에 선수들은 더욱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배 단장은 대한장애인노르딕스키연맹을 꾸리는 데 기여해 회장직을 맡았다. 지난해 말 임기가 끝날 즈음 만장일치로 2020년까지 연임하게 됐다. 

    “신 선수를 비롯해 소속 선수들이 잘 뛰어준 덕분이에요. 성적이 잘 나오니까 소속 회사에서 지원을 잘했다는 평을 받게 됐거든요. 덕분에 지난해 10월 대한장애인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평창동계패럴림픽 선수단 단장직도 제의받았어요. 굉장히 영광스러운 일이죠. 패럴림픽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수락했습니다.” 

    아무리 회사 소속의 실업팀 경기라 해도 오너가 경기장까지 찾아가 응원하기란 쉽지 않다. 배 단장은 1월 독일 오베리드에서 열린 월드컵에 개인 자격으로 찾아가 선수들을 응원했다. 

    “진작 갔어야 했는데 좀 늦었죠. 가서 보니 우리 선수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정말 애를 많이 쓰고 있더라고요. 경기장이 있는 곳은 독일에서도 굉장히 오지예요. 장을 보려면 차를 타고 30분은 나가야 할 정도죠. 숙소 상태가 좋은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런 환경에서도 불평 없이 훈련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고 제가 느낀 바가 많아요.” 

    일주일 동안 선수들의 훈련과 경기를 지켜보고 돌아온 뒤 그들의 사이는 더욱 각별해졌다. 신 선수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낼 정도다. 이번 금메달 획득 소식도 신 선수가 배 단장에게 직접 전했다. 

    비인기 종목의 장애인 프로팀을 운영하는 것은 비즈니스와 관계된 문제다. 최근 평창동계패럴림픽 메달 획득을 목표로 많은 지원이 쏟아지고 있지만 선수 중에는 패럴림픽 이후 관심이 뚝 끊길 것을 걱정하는 이도 있다. 배 단장은 미리 걱정할 문제는 아니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예산이 아마 확 줄어들 거예요. 하지만 저희는 평창동계패럴림픽을 보고 지원하는 게 아니에요. 2022 베이징동계패럴림픽에서도 선수들이 메달을 획득할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할 거예요. 사실 신 선수처럼 잘하는 선수는 본인 상태에 따라 선수로 계속 뛸 수도, 지도자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또 신 선수보다 더 훌륭한 선수가 나타날 수도 있고요. 지금은 패럴림픽 이후는 생각지 않고 있어요. 이번에 좋은 성적을 내는 게 먼저라고 봐요.”

    적극적인 후원의 밑바탕에는 배 단장의 동계스포츠에 대한 애정이 깔려 있다. 부친의 영향이 컸다. 배창환 회장은 승마를 좋아해 국가대표로도 활동했고, 근대5종 경기에도 출전하면서 바이애슬론에 심취했다. 대한바이애슬론연맹을 창설해 회장직을 맡다 현재 아시아바이애슬론연맹 회장으로 재임 중이다. 배 단장 역시 초교 입학 전부터 스키를 타는 등 동계스포츠에 발을 들였다. 

    “우리나라에는 노르딕스키를 탈 수 있는 스키장이 없었어요. 부친이 해외에서 바이애슬론 경기를 뛸 때 따라가서 해본 게 전부였는데, 거기서는 노르딕스키 인기가 대단하더라고요. 유럽 사람들은 겨울이면 노르딕스키를 이동 수단으로 삼는 경우도 적잖아 무척 신기했어요. 바이애슬론 경기를 중계하면 축구만큼 시청률이 높게 나오더라고요. 월드컵 시즌에는 수만 명이 경기장을 찾습니다. 10년 전 세계랭킹 1위였던 노르웨이 올레 에이나르 비에른달렌 선수는 당시 박지성, 김연아 선수 못지않은 국민 영웅이었어요. 그런 걸 직접 경험한 덕분에 노르딕스키에 애정을 갖게 됐죠.”

    지난해 10월 26일 경기 이천시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국가대표 발대식에서 선수단장으로 임명된 배동현 창성그룹 대표이사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10월 26일 경기 이천시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국가대표 발대식에서 선수단장으로 임명된 배동현 창성그룹 대표이사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2015년 8월 13일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팰리스서울에서 열린 창성건설 장애인 노르딕스키팀 창단식에서 배동현 대표이사와 선수단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신의현·최보규 선수, 배 대표이사, 하호준·이정민 선수. [뉴시스]

    2015년 8월 13일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팰리스서울에서 열린 창성건설 장애인 노르딕스키팀 창단식에서 배동현 대표이사와 선수단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신의현·최보규 선수, 배 대표이사, 하호준·이정민 선수. [뉴시스]

    지난해 연말 신 선수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창성건설 후원이 지속될 것임을 의심치 않았다. 그만큼 회사의 강한 후원 의지가 신 선수에게 신뢰를 줬기 때문이다. 창성건설은 2009년 설립됐지만 모태인 창성그룹 역사는 30년이 넘는다. 창성그룹은 창성, 하나테크, 대화프레스, 도일코리아 등 4개의 소재·제조회사와 창성건설, 신창기업, 연세산업 등 3개의 건설·부동산 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맨 끝에 있는 알로프트 서울 명동 이하를 빼주시면 됩니다)


    “부상 없이 실력 발휘하는 게 중요”

    요즘 배 단장은 사석에서 늘 평창동계패럴림픽을 홍보한다. 친한 선후배와 지인에게 선수단장 직함이 찍힌 명함을 건네며 관심 가져주길 당부한다. 그는 “올림픽도 중요하지만 패럴림픽이 더 잘돼야 한다”며 대국민 관심을 호소했다. 

    “다른 나라는 올림픽보다 패럴림픽 티켓이 먼저 매진된다고 해요. 혹자는 패럴림픽을 올림픽보다 먼저 개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죠. 그만큼 우리나라도 장애인 스포츠 활성화에 공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경기 이천시에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을 따로 지었잖아요. 사실 태릉선수촌을 지을 때 장애인 훈련시설을 함께 지었다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어요. 다른 나라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곳에서 훈련하는데 우리는 아쉬운 부분이 많죠.” 

    배 단장은 패럴림픽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열정이 넘쳤다. 신의현, 서보라미 선수 등 노르딕스키 국가대표를 포함한 국가대표 39명에 대한 애정도 넘쳤다. 그는 이번 패럴림픽에서 우리나라는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 이상으로 종합 10위를 목표로 한다며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메달 색깔과 종합 순위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선수들이 부상 없이 노력한 만큼 실력 발휘를 했으면 좋겠어요. 그럴 만한 자격이 충분히 있는 분들이죠. 선수들을 만나 이야기 나눠보면 한 번 아픔을 이겨낸 사람들이라 그런지 생각에 깊이가 있어요. 배우는 것도 많고 반성도 하게 돼요. 이번 패럴림픽에서 스스로 만족할 만한 값진 성과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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