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0

2015.06.01

두근두근 소셜데이팅의 득실

본인 인증 절차 허술해 신분 속이기 빈번…성매매·성범죄 악용되기도

  • 권건호 전자신문 기자 wingh1@etnews.com

    입력2015-06-01 10: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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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근두근 소셜데이팅의 득실

    소셜데이팅은 해외에서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매치닷컴’(왼쪽)과 ‘e하모니’.

    # 직장인 양모(33) 씨는 매일 스마트폰 알람으로 전달되는 메시지를 기다린다. 오늘은 어떤 인연을 소개해줄까 하는 설렘이다. 며칠 만에 마음에 드는 이성의 프로필을 접한 양씨는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승낙을 기다린다. 상대방의 ‘OK’ 사인이 떨어졌다. 설레는 마음으로 상대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만남을 약속한 주말을 기다린다.

    20, 30대를 중심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데이트 정보를 제공하는 ‘소셜데이팅’이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 소셜데이팅 서비스는 170여 개에 달하고, 이용자는 8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본인 인증과 정확한 프로필을 통해 이성을 매칭해주는 서비스부터 미지의 대상에게 랜덤하게 메시지를 전송하는 서비스까지 다양하다. 기혼자 간 데이트를 주선하다 불륜 조장으로 퇴출됐던 ‘애슐리 메디슨’이 간통죄가 폐지된 뒤 서비스를 재개하기도 했다.

    170여 개 앱, 매일 새로운 사람 소개

    소셜데이팅은 손쉽게 이성과의 만남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역기능도 만만찮다. 본인 인증 절차가 허술해 신분을 속이는 경우부터 성매매나 성범죄에 악용하는 사례까지 종종 발생한다.

    소셜데이팅은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시작됐다. 초기에는 무작위 또는 이용자가 있는 지역을 기반으로 미지의 대상과 채팅할 수 있게 하는 무료 서비스가 대부분이었다. 이후 결혼정보회사의 서비스처럼 이용자의 프로필과 인증 등을 거쳐 체계적으로 ‘매칭’을 지원하는 유료 서비스들이 등장하며 소셜데이팅이 본격화됐다.



    현재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소셜데이팅 애플리케이션(앱)과 서비스는 정확한 집계가 어려울 정도이며, 최대 17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1위 소셜데이팅 앱인 ‘이음’의 경우 가입자가 110만 명이 넘는다. 이음은 오후 12시 30분과 6시, 하루 2번 이성을 소개해준다. 상대방이 마음에 들면 ‘OK’ 메시지를 보내고, 상대방이 이를 수락하면 이름과 전화번호가 공개된다. 이음을 통해 하루 평균 1000쌍의 상호 ‘OK’가 이뤄지고, 지금까지 결혼에 이른 커플도 100쌍이 넘는다.

    소셜데이팅 이용자는 손쉬운 만남 기회를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소셜데이팅 앱 후기를 보면 ‘친구 등 지인에게 소개팅시켜달라고 조르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내용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매일 새로운 사람을 소개받을 수 있어 삶의 활력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이음처럼 체계적인 사업모델을 갖춘 소셜데이팅 서비스는 ‘이츄’ ‘정오의 데이트’ ‘코코아북’ 등 10여 개에 이른다.

    소셜데이팅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미국에서도 ‘e하모니(eHarmony)’ ‘틴더’ ‘매치닷컴’ 같은 온라인 기반의 서비스들이 모바일과 결합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이비스월드는 미국 소셜데이팅 시장 규모가 지난해 21억 달러(약 2조3265억 원)에 달하고, 2019년까지 평균 4.2%씩 성장해 27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시장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국내 소셜데이팅 시장 규모를 연간 200억~500억 원으로 예상했다.

    익명의 그늘 경계해야

    두근두근 소셜데이팅의 득실

    체계적인 사업모델을 갖춘 국내 소셜데이팅 서비스 ‘이츄’(왼쪽)와 ‘이음’.

    소셜데이팅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서비스도 누가,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대표적인 문제는 익명성을 이용한 범죄다. 소셜데이팅 서비스가 등장한 이후 성매매나 성범죄 창구로 활용하다 경찰에 적발된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최근엔 스마트폰 채팅 앱을 통해 만나 마약을 투약하고, 집단 성관계를 가진 남녀 수십 명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문제가 발생하는 1차 원인은 허술한 인증 절차에 있다. 본인 인증 등을 거치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많아 불순한 의도로 접근하는 사람을 걸러내지 못한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 소셜데이팅 서비스 이용자 2명 중 1명은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1년 이내 소셜데이팅 서비스를 이용한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9.8%(249명)가 서비스 이용과 관련해 다양한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피해 내용을 보면 소개 상대방으로부터 △‘원치 않는 계속적인 연락’을 받은 경우가 24.4%로 가장 많았고 △음란한 대화 및 성적 접촉 유도(23.8%) △개인정보 유출(16.0%) △금전 요청(10.2%) 순이었다. 설문 응답자의 38.4%(192명)는 타인에게 공개하는 자신의 프로필 정보를 허위로 입력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허위 입력 정보로는 ‘외모’가 19.0%로 가장 많았고, ‘직업’과 ‘성격 또는 취향’이 각각 15.4%를 기록했다.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사람도 12.4%였다.

    허술한 본인 인증 절차는 상위권 업체들에서도 나타났다. 회원 수 상위 5개 소셜데이팅 업체 중 3개 업체는 본인 인증을 가입 단계에서 필수 절차로 적용하지만, 나머지 2개 업체는 필수가 아니거나 아예 인증 절차가 없었다.

    소셜데이팅 서비스로 인한 피해를 줄이려면 업계와 소비자 모두 변해야 한다. 한국소비자원은 소셜데이팅 서비스 안전수칙 마련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프로필 정보 확인 및 본인 인증 시스템의 제도화 노력이 시급히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소비자에게는 프로필 입력 시 개인정보를 ‘비공개’로 설정하는 등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실제 이성을 만날 때는 공공장소를 이용할 것을 주문했다. 또 어떤 경우에도 금전 요구에 응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소셜데이팅 서비스 이음은 서비스를 건전하게 이용하려면 본인 인증을 철저히 시행하는 업체를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또 가입 즉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피하고, 선별 과정을 거치는 서비스가 좀 더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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