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85

2015.04.27

전 방위 맹활약, 드론의 무한 진화

스포츠 중계 촬영부터 체르노빌 원전 사고 지역 취재까지…한국은 걸음마 단계

  • 김주연 전자신문 기자 pillar@etnews.com

    입력2015-04-27 11: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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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방위 맹활약, 드론의 무한 진화
    프로야구 시즌이다. TV로 야구 경기를 보는 사람이라면 화면 좌측 상단을 유심히 보자. 화면에 야구장 위가 비칠 때 간혹 ‘헬리캠 촬영 중’이란 문구가 나온다. 헬리캠은 소형 무인항공기 ‘드론(Drone)’에 카메라를 넣은 제품이다. 최근 TV 예능프로그램이나 스포츠 경기,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찍는 데 자주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CBS는 대표 시사프로그램 ‘60분’에서 인간이 갈 수 없는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 지역을 이 헬리캠으로 촬영해 공개했다. 2월 인천 영종대교 106중 추돌 사고 현장도 헬리캠이 찍었다.

    이처럼 드론은 세계적인 ‘핫 아이템’으로 부각하고 있다. 초기 드론은 사람을 대신해 적지를 시찰한다든지 정보 수집이나 공격 등 군사 목적으로 개발됐다. 1990년대 드론의 군사적 가치는 최고조에 달했고 91년 걸프전 당시 미국은 드론으로 주도권을 쥐기도 했다.

    이후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센서, 카메라 등을 부착한 민간용 드론이 나왔다. 2013년 말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드론으로 택배를 보내는 ‘프라임 에어’ 서비스를 론칭할 계획이라고 발표하면서 관심이 부쩍 늘었다. 민간용 드론은 최소 10만 원대면 살 수 있고 비싼 제품은 수천만 원을 넘는다. 대개 사용자가 리모컨이나 스마트폰으로 비행을 통제한다.

    6km 거리 10분 만에 피자 배달

    드론은 여러 산업계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앞서 얘기한 영상 촬영이나 운송은 기본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도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대도시 일부에서 드론 배송을 시험 중이다. 드론이 배송지 인근에 물건을 내려놓으면 배송업체가 고객에게 전달하는 식이다.



    물류업체 DHL도 지난해 9월부터 드론 택배 서비스 ‘파셀콥터(Parcelcopter)’를 시범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도미노피자도 영국에서 ‘도미콥터(Domicopter)’라는 이름의 드론으로 6km 거리에 있는 주문자에게 10분 만에 피자를 배달했다.

    드론은 연구조사 목적으로 쓰이기도 한다. 사람 손이 닿기 힘든 지역에서 사람 대신 정보를 수집한다. 글로벌 보험사 AIG는 드론으로 재난 지역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 보험금 지불이나 손해사정 등에 반영한다. 미국 올스테이트그룹도 자사 보험사업과 건설사업에 조사 목적으로 드론을 활용할 예정이다.

    세계 각국의 농축산업계에서도 드론을 이용한다. 양떼 등 가축을 방목할 때 드론으로 유인하거나 작물을 관리, 조사하는 형태다. 이전에는 인부나 특수 차량 등이 하던 일이다.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사각지대 탐색 등에 특히 유용하다는 평가다.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은 전 세계에 인터넷을 보급하겠다는 목적으로 시작한 ‘인터넷닷오아르지(Internet.org)’ 프로젝트에 드론과 위성을 활용할 예정이다. 영국의 드론 제조사 어센트라,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과 함께 드론에서 인터넷 접속 신호를 보내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구글도 멕시코 드론 제조사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를 인수하고 ‘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헬륨 풍선 모양의 드론을 날려 보내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구글은 드론으로 하는 택배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모기를 수집하는 드론을 만들어 미국 공중보건 시스템 구축을 도울 예정이다.

    미국 방위산업 컨설팅업체 틸그룹은 전 세계 드론시장이 지난해 5조 원 규모였으며 2020년 12조 원 정도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체 드론 중 상업용 시장은 2023년까지 해마다 평균 35% 성장해 약 972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야말로 눈부신 성장세다.

    그중에서도 중국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세계 최대 드론 제작업체는 중국 DJI다. DJI는 전 세계 민간용 드론시장에서 60%가량을 차지하고 있고, 전체 제품의 70~80%를 미국에 수출한다. 이 업체의 연간 매출액은 2011년 420만 달러(약 47억 원)에서 지난해 5억 달러(약 5631억 원)로 급증했다. 최근 4K 초고화질(UHD) 동영상 촬영, 실시간 영상 중계 스트리밍(연속 재생) 기능 등을 갖춘 최신작 ‘팬텀3’를 미국, 영국, 독일에서 동시에 선보이며 호평을 이끌어냈다(국내에서도 구매 가능).

    그뿐이 아니다. 중국은 올해 ‘제1회 국제무인기 과학발전 고급포럼’을 열고 정부 인사와 업계 전문가들을 초청해 관련 산업 육성에 관해 논했다. ‘국제 무인기 항공문화 마을’도 만들 예정으로,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다. 총 100억 위안(1조7000여억 원)을 투자해 드론 전문대, 드론 연구개발(R&D) 센터와 실험실 등 제반 시설을 모두 갖춰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목적이다.

    전 방위 맹활약, 드론의 무한 진화

    2월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백화점 하비&테마관에서 직원이 아이들에게 드론을 이용한 배송을 시연하고 있다.

    사생활 침해·테러 위험 어쩌나

    경쟁사는 미국 3D로보틱스(3Drobotics)와 프랑스 패롯(Parrot)사다. 3D로보틱스는 롱테일 이론으로 잘 알려진 크리스 앤더슨이 2009년 만든 드론업체다. 제품에 결함이 발견되면 고객이 직접 나서 문제점을 지적해 개선하는 등 개방형 하드웨어 제조사를 표방한다. 창립 5년 만에 연간 순수입 500만 달러를 돌파했고 올해 매출액은 5000억 달러 정도로 예상된다. 전 세계에 3만여 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들이 서로 의견을 공유하는 드론업계 유명 커뮤니티 ‘드론코드’도 갖고 있다.

    패롯사는 올해 초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5’에서 레저용 드론 ‘패롯 비밥 드론’ 시리즈의 7개 드론으로 에어쇼를 펼쳤다. 7분 간격으로 드론들이 각종 묘기를 펼쳐 시선이 집중됐다. 이 업체의 드론은 국내 시장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문제도 있다. 사생활 침해나 테러 위험이다. 실제 1월 백악관에 드론이 충돌하는 사건이 벌어져 미국이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대다수 제품에 카메라가 기본 탑재돼 있어 자신도 모르는 새 영상에 찍힐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해킹당할 경우 테러에 이용될 수도 있다.

    아직 위험하기도 하다. 민간용 드론은 길어야 30분 정도 날 수 있고 배터리 수명이 다하면 추락한다. 배터리 수명이 짧다는 얘기다. 날기 위해 일정 정도의 무게를 유지해야 하는 탓에 배터리를 탑재하는 데 한계가 있다. 잘 날던 드론이 지나가는 사람 머리에 떨어진다면? 당장 보편화된다면 모든 사람이 헬멧을 쓰고 거리를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도 드론 산업에 발을 들였다. 서울에서 드론 축제가 열렸고, 최근 국토교통부는 드론 배송을 미래전략사업으로 키우겠다면서 올해 무인비행택배 사업자를 선정해 시범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 항공법상 무인비행기는 무게 12kg 이하이거나 150m 이하 상공을 비행하면 각 지역 항공청에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청와대, 경기 북부, 강원 북부 등 일부 지역은 비행금지구역으로, 어기면 과태료 300만 원이 부과된다. 최근 업계에서는 드론 산업 활성화를 위해 이 같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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