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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신인 돌풍’ 앗 뜨거워

9개 구단 젊은 피 깜짝 활약에 그라운드 후끈

  • 이경호 스포츠동아 기자 rush@donga.com

프로야구 ‘신인 돌풍’ 앗 뜨거워

한국 프로농구 올스타전이 처음 열린 2001~2002시즌부터 2009~2010시즌까지 톱스타 플레이어의 경연장인 올스타전 팬 투표 1위는 단 한 명이었다. 무려 9년 연속 1위. 프로리그에서 9년간 단 한 명의 스타가 최고 인기 선수였다는 의미다. 주인공은 ‘영원한 오빠’ 이상민(42·현 삼성 썬더스 코치)이다. 기념비적 기록이지만 ‘9년 연속 1등 이상민’은 농구계의 큰 숙제이기도 했다. 프로농구리그에서 9년간 이상민을 뛰어넘거나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대형 스타가 탄생하지 않았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였다.

프로농구는 이상민, 문경은(현 SK 나이츠 감독), 서장훈, 현주엽 등 1990년대 농구대잔치 스타가 은퇴하면서 급격한 쇠퇴기를 맞는다. 최근에는 시즌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플레이오프 경기가 다른 종목에 밀려 스포츠 케이블채널의 중계 편성을 잡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반면 프로야구는 2000년대 중반 들어 대형 신인이 리그에 계속 등장했다. 2005년 최정(SK), 오승환(한신), 윤석민(볼티모어), 2006년 류현진(LA 다저스), 강정호(넥센), 민병헌(두산), 한기주(KIA), 2007년 김광현(SK), 양현종(KIA), 이용찬(두산), 2008년 나지완(KIA), 2009년 정수빈(두산), 김상수(삼성), 안치홍(KIA)이 그 주인공이다. 비슷한 시기에 이대호(소프트뱅크)가 정상급 타자로 성장하며 리그 최고 스타가 됐다.

2009년 이후 송진우, 양준혁, 이종범, 정민철, 정민태, 김동수 등 1990년대 최고 스타가 대거 은퇴했지만 프로야구리그는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로 팬들의 이탈 없이 최고 인기 종목 자리를 지켰다.

프로야구 ‘신인 돌풍’ 앗 뜨거워

LG 임지섭 선수.

고졸 임지섭 데뷔전 선발승



2014년은 예년에 비해 시즌 초반 신인 활약이 더 뜨겁다. 프로야구는 종목 특성상 특급 유망주라도 퓨처스리그(2군)에서 기량을 갈고닦은 후 1군에 데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리그 수준이 높아지면서 그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그러나 2014시즌은 개막과 함께 깜짝 고졸 신인의 활약이 펼쳐졌다. 강렬한 데뷔전이었다.

LG 고졸 신인 투수 임지섭(19)은 3월 30일 서울 잠실에서 열린 팀의 시즌 두 번째 경기에 선발 등판해 서울 라이벌 두산을 상대로 5이닝 동안 3안타 4볼넷 2삼진 1실점으로 14대 4 대승을 이끌었다. 지난해 팀타율 1위를 기록한 두산 강타선을 5회까지 75개 공으로 막았다. 이날 잠실은 2만6000명 관중이 꽉 들어찼다. ‘가만히 서 있어도 다리가 떨린다’는 프로 데뷔전, 그것도 만원 관중 앞이었지만 19세 투수는 전혀 흔들림 없이 자기 공을 던졌다. 임지섭은 이날 승리로 역대 4번째로 고졸 신인 투수 데뷔전 선발승 기록을 세웠다. 마지막 기록은 8년 전 류현진이 한화 유니폼을 입고 세웠다.

프로야구 ‘신인 돌풍’ 앗 뜨거워

넥센 조상우, 강지광 선수와 한화 최영환, 김민수 선수 (위부터).

경기 후 임지섭은 “첫 단추를 잘 끼운 만큼 항상 오늘 같은 마음으로 던지겠다”고 당당히 말했다. 모처럼 탄생한 대형 유망주를 보며 LG 팬은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시속 150km 강속구와 스플리터가 주무기인 임지섭은 지난해 LG의 지명을 받은 후 참가한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아마추어 최강 쿠바를 상대로 7이닝 동안 16삼진이라는 믿기지 않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빠른 공, 그리고 마운드 위에서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대범한 투구는 같은 좌완 투수 류현진을 쏙 빼닮았다. 특히 류현진의 서클 체인지업처럼 위력적인 주무기가 될 수 있는 스플리터가 있어 제구력을 완성한다면 또 한 명의 특급 에이스 탄생도 기대해볼 만하다.

넥센의 고졸 2년 차 조상우(20)도 올해 뜨거운 신예다. 2013년 1군에서 단 5경기 8이닝을 던져 ‘신인왕 후보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그는 시즌 초반 넥센의 핵심 불펜투수로 성장 중이다. 4월 1일 목동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프로 데뷔 첫 승도 올렸다. 많은 팬이 임지섭이 제2의 류현진, 조상우가 제2의 오승환으로 성장해주길 기대한다.

김기태 LG 감독은 “임지섭도 7년 후 류현진처럼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으면 좋겠다. 팀에도 좋고 선수 본인에게도 좋고, 프로야구 전체에도 얼마나 좋은 일이냐”고 말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조상우는 배짱이 대단하다. 올해 신인왕이 됐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넥센이 미래의 4번 타자로 키우는 중고 신인 강지광(24)도 시즌 중반 본격적으로 1군에 등장할 예정이다. 2009년 투수로 입단해 단 한 번도 1군 경기를 뛴 적이 없는 강지광은 타자로 변신한 뒤 한 시즌 30홈런-30도루가 가능한 잠재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2년 연속 최하위로 추락해 올 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인 전력 보강에 나선 한화도 신인들 활약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대졸 신인 투수 최영환(22)은 최고 151km 강속구를 자랑한다. 프로 첫 시즌이지만 벌써 한화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불펜투수 구실을 맡았다.

개막전 엔트리에 단 7명 포함

올해 영남대를 졸업한 한화 신인 포수 김민수(23)는 3월 30일 롯데와의 개막전에 선발 출장했다. 신인 포수가 개막전에 선발 출장한 것은 2000년 해태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김상훈(KIA) 이후 14년 만이다. 김민수는 “새벽에 눈이 떠졌다. 너무 떨렸다”고 했지만 준수한 투수 리드 실력을 선보였다. 한화는 최근 몇 시즌 리그에서 포수진이 가장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2시즌 이후 신경현 현 배터리 코치가 은퇴하자 포수난은 더 극심해졌다. 김응용 감독은 김민수의 강한 어깨에 큰 기대를 건다. 포수는 성장에 많은 시간이 필요한 포지션이다. 김민수도 아직 경기 운영과 블로킹 등에서 고쳐야 할 점이 많지만 잠재력은 충분하다.

KIA에도 개막전 엔트리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신인이 있다. 대졸 내야수 강한울(23)은 KIA가 자랑하는 리그 정상급 키스톤 콤비 김선빈과 안치홍을 위협하는 유망주다. 깔끔한 수비, 강한 송구 능력이 강점. 내야 전 포지션을 맡을 수 있는 능력도 팀에 큰 보탬이 된다. 선동열 감독은 “강한울은 발도 빠르다. 지금은 선발로 나오는 것보다 아껴뒀다가 승부처에서 꺼내는 카드”라며 자랑한다.

2014년 9개 구단 개막전 엔트리는 총 235명이었다. 그중 신인 선수는 단 7명뿐.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그들 가운데 과연 누가, 그리고 몇 명이나 1군에 남아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시즌 초반 이미 그들의 활약은 리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2014시즌이 점점 더 재미있어지는 큰 이유 가운데 하나다.



주간동아 2014.04.14 933호 (p58~59)

이경호 스포츠동아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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