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07

2013.10.07

브라질 너 잘 만났어!

홍명보호 10월 12일 서울서 평가전…정예 멤버 총출동 월드컵 본선 담금질

  • 윤태석 스포츠동아 스포츠2부 기자sportic@donga.com

    입력2013-10-07 13: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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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질 너 잘 만났어!
    ‘영원한 우승 후보’ ‘삼바군단’ 브라질이 한국에 온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10월 12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브라질과 평가전을 치른다. 나흘 후인 15일에는 천안종합운동장에서 말리와 맞붙는다. 팬들의 관심은 온통 브라질과의 대결에 쏠려 있다.

    브라질이 어떤 팀인가. 1930년 첫 월드컵부터 2014년 브라질월드컵까지 20회 연속 월드컵 무대를 밟는 세계에서 유일한 팀이다. 최근 다소 주춤하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8위까지 떨어졌지만 7월 자국에서 열린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결승전에서 스페인을 3대 0으로 누르고 정상에 오르며 세계 최강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브라질은 최근 평가전에서도 포르투갈을 3대 1, 호주를 6대 0으로 완파하는 막강 화력을 보여줬다.

    브라질 최고의 축구스타는 리오넬 메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축구의 샛별 네이마르(21·바르셀로나)다. 이 밖에도 헐크(27·제니트), 오스카(22), 하미레스(26), 다비드 루이스(26·이상 첼시), 파울리뉴(25·토트넘), 마르셀루(25·레알 마드리드) 등 유럽 빅 리그에서 활약하는 특급 스타가 즐비하다.

    기성용 소집, 유럽파 전면 배치

    브라질 너 잘 만났어!

    선덜랜드의 기성용.

    대한축구협회는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10년 넘게 5만 원, 3만 원, 2만 원으로 책정했던 1, 2, 3등석 가격을 이번 브라질전에서는 8만 원, 5만 원, 3만 원으로 50% 이상 인상했다. 또 관전 시야가 좋아 초청석으로 사용하던 본부석 아래쪽 좌석을 스페셜석(350석)과 특석(1800석)으로 분류해 20만 원과 10만 원에 각각 판매했다. 스페셜석 구매자에게는 대표팀 유니폼과 호텔식 뷔페를 제공하고, 특석에도 응원용 형광스틱과 호텔식 도시락 및 음료를 서비스한다.



    처음에는 대폭 인상한 가격에 대한 비판 여론도 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팬들의 호응이 뜨거웠다. 9월 27일 온라인 예매사이트를 열자마자 서버가 다운됐다. 스페셜석과 특석, 1등석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대한축구협회는 2007년 네덜란드 국가대표팀 초청 경기 후 약 6년 만에 서울월드컵경기장 6만2000석이 꽉 찰 것으로 기대한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브라질 초청비가 생각보다 많이 들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가격 인상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그만큼 경기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1995년 브라질과 역사적인 첫 대결 이후 총 네 차례 친선경기에서 맞붙었다. 월드컵 등 공식 대회에서 성인 국가대표팀이 브라질과 만난 적은 없다.

    한국은 1995년과 97년, 2002년에는 0대 1, 1대 2, 2대 3으로 모두 졌다. 하지만 99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는 종료 직전 터진 김도훈의 골로 1대 0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역대전적은 1승3패로 열세지만,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브라질을 꺾은 팀이 바로 한국이다.

    브라질은 홍명보 감독과도 인연이 깊다. 홍 감독은 현역 시절 브라질과 치른 네 차례 A매치에 모두 출전했다. 특히 2002년 11월 열린 브라질전에서는 황선홍 포항스틸러스 감독과 함께 A매치 은퇴식을 갖기도 했다.

    잔칫상은 차려졌다. 홍 감독도 최정예 멤버로 브라질과 맞붙는다. 홍 감독은 브라질전과 말리전에 나설 출전 명단 25명을 9월 30일 발표했다. 여전히 소속 팀에서 경기를 뛰지 못하는 박주영(아스널)을 제외하면 사실상 정예 멤버가 소집됐다.

    브라질 너 잘 만났어!
    눈에 띄는 것은 기성용(선덜랜드)의 발탁이다. 기성용은 7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최강희 전 국가대표팀 감독을 조롱해 파문을 일으킨 뒤 그동안 홍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홍 감독은 9월 영국 출장 중 직접 기성용을 만나 사령탑을 조롱한 데 대한 깊은 반성과 진정성 담긴 사과를 확인했다. 홍 감독은 “본인의 깊은 후회를 확인했다. (진정성 없는 태도를) 먼저 이야기해줬다. 합류하는 마음이 동료들과 같지 않을 거다. (주변 반감도) 충분히 이해한다. 이 점이 경기력보다 먼저다. 공식적이며 명확한 사과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기성용은 국가대표팀 합류를 전후해 어떤 방식으로든 최 감독과 팬들에게 공식 사과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 외적인 측면을 배제하면 전략적 측면에서 기성용의 활용 가치는 높다. 즉각 투입이 가능하다. 부상과 SNS 파문 여파로 거듭 추락하던 경기력이 올여름 선덜랜드로 임대된 뒤 되살아났다. 사실 그간 홍명보호가 치른 평가전에서 미흡한 조합과 불안한 중원 플레이가 계속 지적됐는데, 힘과 경험을 갖춘 기성용은 최적의 카드다.

    브라질전에서는 유럽파가 전면에 나설 전망이다. 브라질전이 열리기 사흘 전인 10월 9일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경기가 일제히 벌어진다. 골키퍼를 제외하고 9일 경기에 나선 국내파는 체력 문제로 사실상 브라질전은 뛰기 힘들다. 자연스럽게 유럽파 선수들이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전방 원 톱은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이나 지동원(선덜랜드) 가운데 1명이 유력하다. 섀도 스트라이커에는 김보경(웨일스 카디프시티), 좌우 측면에는 손흥민(레버쿠젠)과 이청용(볼턴)이 포진한다. 중원은 기성용과 한국영(쇼난 벨마레)이 호흡을 맞출 개연성이 높다. 왼쪽 윙백은 박주호(마인츠)와 윤석영(퀸즈 파크 레인저스), 김진수(알비렉스 니가타)가 경쟁하고 오른쪽은 김창수(가시와 레이솔)가 사실상 한 자리를 굳혔다. 중앙 수비는 변함없이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와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콤비가 가동된다.

    1년 만의 리턴매치 설욕하나

    브라질전에서 주축을 이룰 국가대표팀 멤버를 자세히 살펴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상당수가 지난해 런던올림픽 동메달 신화의 주역들이다. 브라질도 마찬가지다. 이번 방한 멤버 가운데 네이마르와 오스카 등 6명이 당시 런던 무대에서 뛰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브라질과의 대결은 설욕전 성격을 띤다. 한국은 런던올림픽 4강에서 브라질과 만나 0대 3으로 완패했다. 네이마르와 오스카가 3도움을 합작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그러나 기가 죽을 필요는 없다. 한국은 당시 경기 초반 놀라운 경기력으로 브라질을 강하게 몰아쳤다. 홍 감독은 “그때 브라질 감독과 선수들이 당황해하는 모습을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 기억한 뒤 “이번에도 후회 없는 경기를 해보겠다. 어차피 우리 최종 목표는 내년 월드컵이다. 브라질 같은 강팀을 상대로 대표팀이 얼마만큼 견뎌낼지, 또 얼마나 좋은 모습을 보여줄지 나 역시 기대하고 있다.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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