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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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전지 업계 올해 화두는 기술진보… 삼성SDI 시가총액 너무 싸”

양적성장에서 질적성장 단계로 진입, 미국 IRA 세부 법안 수혜 기업 주목할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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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입력2024-01-17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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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유튜브 채널 ‘김지훈의 훈훈한주식’ 김지훈 대표. [박해윤 기자]

    경제 유튜브 채널 ‘김지훈의 훈훈한주식’ 김지훈 대표. [박해윤 기자]

    “전기차 산업 성장률이 둔화된 것은 맞지만 산업 자체 성장이 멈춘 것은 아닙니다. 올해 이차전지 관련 기업은 산업 측면에서 지금까지 양적성장에서 벗어나 질적성장 단계로 접어들 것이고, 주가 측면에서는 종목 간 차별화가 일어날 전망입니다.”

    2023년 한국 증시는 ‘이차전지주의 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열풍의 중심에 에코프로가 있었다. 지난해 1월 2일 11만 원에서 출발한 에코프로 주가는 주식시장 폐장일인 12월 28일 64만7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연초 대비 주가 상승률 528.16%를 기록했다. 또 지난해 7월에는 장중 한때 153만9000원까지 치솟아 1400% 넘는 상승률을 보이기도 했다. 미국 뉴스레터 서비스 모닝브루에 따르면 에코프로는 2023년 블룸버그의 세계 대·중견기업 가격수익(PR) 지수에 포함된 2567개 종목 중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현재 이차전지주 투자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지난해 3분기부터 세계 전기차 수요가 둔화되면서 이차전지 관련 기업의 실적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코프로, 삼성SDI, 에코프로비엠, LG에너지솔루션 등 이차전지 관련 대표 기업의 주가는 1월 8일 현재 지난해 종가 기준 최고가 대비 -50~-30%를 기록하고 있다. 경제 유튜브 채널 ‘김지훈의 훈훈한주식’ 김지훈 대표를 1월 8일 만나 지난해와는 달라져야 할 올해 이차전지주 투자전략에 대해 물었다.

    美 IRA 해외우려기관 지정, 한국엔 기회

    지난해 이차전지주 열풍이 대단했다. 올해는 어떤 모습일까.

    “다들 올해 이차전지 업종이 어렵다고 말하지만 전기차 산업 자체의 성장성이 꺾인 것은 아니다. 더욱이 1월 1일부터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법안인 해외우려기관(Foreign Entity of Concern·FEOC) 지침 시행에 따라 새롭게 수혜를 받는 기업이 등장하면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밸류체인에서 강세를 보이는 종목들이 나타나고 있다. 또 올해는 ‘포스코의 해’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지난해 에코프로가 이차전지 매출이 급격히 증가하며 주가가 급등했던 것처럼 올해 포스코도 이차전지 매출이 처음 반영되기 때문이다. 특히 포스코는 마진율이 50%를 넘는 리튬 사업 매출이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라 기대가 더욱 크다.”



    미국 IRA 세부 법안인 FEOC 수혜를 받는 밸류체인은 어디인가.

    “미국은 배터리 부품과 핵심 광물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고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를 대상으로 최대 7500달러(약 988만 원) 세액공제(보조금) 혜택을 제공한다(표 참조). 이 혜택을 받으려면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은 2025년부터 FEOC에서 조달하면 안 되는데, 미국 정부는 지난달 사실상 모든 중국 기업을 FEOC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 차종이 43종에서 19종으로 크게 줄었고, 당장 올해부터 이차전지 4대 핵심 소재(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액) 가운데 중국산 분리막과 전해액을 쓰면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에 시장 확대 기회가 찾아왔다.”

    주목해야 할 분리막 기업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국내 1위, 더블유씨피가 2위 기업이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생산 물량의 80% 정도를 SK온에, 더블유씨피는 80% 이상을 삼성SDI에 납품한다. 두 기업의 생산능력 차이가 2배 이상 나기는 하지만 그렇다 해도 주가 측면에서 더블유씨피가 상당히 저평가돼 있다. 2024년 영업이익이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980억 원, 더블유씨피는 650억 원 정도로 예상되는데 시가총액 차이는 엄청나다. 1월 8일 기준 전자는 5조9000억 원, 후자는 1조6000억 원이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2022년 적자에서 2023년 흑자로 전환돼 사람들의 기대가 크지만 투자자 입장이라면 매년 꾸준히 성장하는 더블유씨피가 더 나을 수 있다. 분리막은 이차전지에서 양극과 음극의 직접적인 접촉을 막으면서 미세한 기공 사이로 리튬이온만 통과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전체에서 비중이 11~13% 정도다. 전체의 40%를 차지하는 양극재에 비해 비중이 적다 보니 그동안 무시된 측면이 있는데, 지난해 기준 15조 원이던 시장이 2030년에는 28조 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저평가 기업 주목

    FEOC 수혜를 받는 대표적인 전해액 기업은.

    “전해액은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리튬이온이 이동하는 연결 통로 역할을 하는데 그동안 틴츠, 캡켐, 궈타이화룽 등 중국 기업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70%를 넘었다. 전해액은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사용 기한이 3개월로 정해져 있어 현지 생산이 유리하고, 신규 업체 진입이 거의 없다. 그래서 지금 국내 1위 전해액 기업 엔켐이 미국 내 생산시설을 급격히 늘리고 있다. 현재 2만t인 생산능력을 2025년 30만t까지 늘릴 계획이다. 2등 기업인 동화기업 자회사 동화일렉트로라이트도 마찬가지다. 미국 테네시주에 설립한 공장이 올해 1분기부터 가동에 들어가 연 8만t을 생산할 예정이다. 분리막과 마찬가지로 전해액 기업도 양극재 회사 주가가 엄청나게 오를 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업황을 가장 빠르게 반영하는 것이 주가’라는 말처럼 11월부터 주가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분리막과 전해액 외에 떠오를 밸류체인이 있을까.

    “실리콘 음극재 생산 기업이다.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흑연 음극재는 가격은 싸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고 효율이 떨어지며 충방전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실리콘 음극재는 그런 흑연 음극재의 단점을 보완했지만 가격이 비싸 2억 원대 고급 차량인 포르쉐 타이칸에만 적용됐다. 그런데 최근 대주전자재료가 생산하는 실리콘 음극재가 이런 하이엔드 차종이 아니라 SK온이 납품하는 픽업트럭에 적용되며 대중화 길을 열었다. 현재 실리콘 음극재 사업을 하겠다고 나선 기업이 많은데, 이는 해당 시장이 커질 것임을 짐작할 수 있는 모습이다. 따라서 실리콘 음극재 회사인 대주전자재료, 실리콘 음극재의 부피 팽창을 줄여줄 CNT(탄소나노튜브) 도전재를 만드는 나노신소재도 주목하면 좋겠다.”

    올해 이차전지 업종 전망이 어두운 것은 전기차 캐즘과 관련 있다. 앞으로 전기차 시장은 어떻게 변화해갈 것으로 보나.

    “캐즘(chasm)은 신제품이 출시됐을 때 얼리어답터에 의해 형성되는 초기 시장과 주류 시장 사이에서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된다는 의미로, 현재 전기차는 대중화에 들어서기 위한 전제 조건인 주행거리, 충전 인프라, 교체 비용, 안정성 가운데 주행거리를 제외하곤 부족한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어느 산업에서나 나타나는 것이고, 앞으로는 성능 좋은 전기차가 대세였던 과거와 달리 합리적인 가격대의 신차들이 나오면서 더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 전망으로는 2024년 17~25종, 2025년 35~50종의 신차가 쏟아져 나와 전기차의 시장 침투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이차전지 배터리 기업들은 현 상황에 어떤 대비를 하고 있나.

    “올해 각 기업 대표의 신년사를 보면 대응책을 알 수 있다. 먼저 대표가 엔지니어 출신으로 바뀐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은 이제 양적 확장보다 기술 보완에 주안점을 두고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질적성장을 이루겠다고 했다. 역시 대표가 반도체 엔지니어 출신으로 바뀐 SK온도 배터리 산업의 본질은 기술 기반 제조업이라며 화학 구성을 확대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삼성SDI는 전기차 보급률 증가에 따라 가격 경쟁력 요구가 커지는 만큼 시장 변화에 선제 대응할 수 있는 원가 경쟁력 확보를 강조했다. 결국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기술진보다. LG엔솔이나 삼성SDI는 분리막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꿔 안정성을 높이는 전고체 배터리를 도요타보다 3년 앞선 2027년까지 양산하겠다는 계획이며, 이런 기술혁신으로 선도 국가 지위를 계속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SDI 밸류체인 부각될 한 해

    증권가에서 배터리 기업인 삼성SDI를 올해 이차전지 업종 투자 톱픽으로 꼽기도 한다.

    “지난해 LG엔솔과 SK온이 적극적으로 북미 지역 투자설비 증설에 나설 때 삼성SDI는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것이 2024년 전기차 수요 둔화 얘기가 나오면서 상대적으로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 측면이 있다. 또 최근 에코프로비엠과 5년간 44조 규모의 하이니켈 양극재 공급 계약을 맺었는데 리튬 가격이 가장 많이 빠졌을 때라 전략적으로 잘했다고 인정받는 부분도 있다. 더욱이 삼성SDI의 주력인 BMW나 볼보, 스텔란티스 등은 경기에 민감하지 않은 하이엔드 차종이라 고객사 효과를 보는 측면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시가총액을 보면 LG엔솔은 97조 원, 삼성SDI는 26조 원이다. LG엔솔이 비싸다기보다 삼성SDI가 너무 싸다고 말할 수 있다.”

    삼성SDI 투자는 괜찮을까.

    “삼성SDI는 올해 실적도 견조할 것이다. 2024년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가 신차를 쏟아낼 예정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가 삼성SDI를 계속 팔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SDI를 나쁘게 보기 때문이 아니라 이차전지 업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팽배해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삼성SDI에 납품하는 분리막·전해액·양극재·음극재 회사 투자가 더 매력적이라고 본다. 물론 지금 당장 투자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전기차 가격 반등이 오거나 신차가 쏟아지고 소비자 반응이 나올 때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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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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