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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에 왕좌 뺏긴 이마트,월마트 돌려보낸 과거 영광 재현할까

리테일 테크’ 전환 미흡해 온라인 경쟁력 저하… “온오프라인 융합 본격화할 것”

  •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쿠팡에 왕좌 뺏긴 이마트,월마트 돌려보낸 과거 영광 재현할까

서울 성동구 이마트 본사(왼쪽)와 
성수점 전경. [사진 제공 · 이마트]

서울 성동구 이마트 본사(왼쪽)와 성수점 전경. [사진 제공 · 이마트]

2000년 1월 이마트는 당시 법정관리에 들어간 뉴코아그룹 소유의 서울 은평구 건물 한 채를 인수했다. 이후 한국 유통사(史)에 중대 변곡점이 된 이 계약에는 남모를 사정이 숨어 있었다. 이마트의 초기 성장을 이끈 구학서 신세계 고문(전 신세계 회장)은 8월 30일 ‘주간동아’와 통화에서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사실 월마트코리아가 1999년 말쯤 우리(이마트)보다 먼저 뉴코아와 건물 인수에 관한 MOU(업무협약)를 맺었어요. 근데 정식 계약을 따낸 건 우리였죠. 월마트코리아는 건물 실사 등 자금 조달에 시일이 걸리는 요구 조건을 많이 내걸었는데, 이마트는 제 권한으로 그런 절차 없이 바로 계약하겠다고 했거든요.”


이마트에 매장 16개 넘기고 철수한 월마트

해당 건물은 이마트 은평점이 됐고, 결과적으로 이마트와 월마트의 명운을 갈랐다. 이마트 은평점은 2001년 개점 이래 20년 가까이 매출 1위 점포였다. 월마트는 이마트 은평점이 개점한 2001년을 기점으로 매출에서 크게 앞선 이마트와의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2006년 국내 16개 매장을 이마트에 넘기고 한국에서 철수했다.

이마트는 자타가 인정하는 국내 유통업계 1인자다. 신세계가 선보인 ‘한국형 할인점’으로, 1993년 서울 도봉구에 1호점(창동점)을 개점한 이래 업계 선두 자리를 지켜왔다. 그간 이마트 기세는 꺾일 줄 몰랐다. 1990년대 중반 세계 1, 2위를 다투던 다국적 유통기업 월마트와 까르푸가 한국에 상륙했다 이마트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10여 년 만에 철수를 선언했을 정도다. 2012년엔 사실상 이마트를 겨냥한 규제도 등장했다. 대형할인점의 과도한 팽창을 막고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국회에서 월 2회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뼈대로 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통과돼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다.

그랬던 ‘유통 공룡’ 이마트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e커머스 업체 쿠팡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쿠팡은 지난해 별도 매출(20조3635억 원)을 기록해 같은 기간 이마트 온오프라인 부문(이마트+SSG닷컴+G마켓) 매출(약 18조 원, 오프라인 부문인 이마트 별도 매출은 15조538억 원)을 뛰어넘었다(그래프 참조). 소비 중심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이마트 같은 전통적인 유통기업이 e커머스 기업에 빠르게 추월당한 것이다. 실제 이마트 영업이익은 수년째 하락세다. 2017년 6384억 원에 달하던 영업이익(별도 기준)은 2018년 4893억 원으로 줄더니 2019~2021년 3년 연속 2000억 원대를 기록했다. ‘1등 할인점’ 이마트가 과거 위상을 잃어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SSG닷컴·G마켓·이베이 통합 급선무

2006년 5월 22일 당시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구학서 사장 (오른쪽 세 번째)이 참석한 가운데 신세계의 월마트코리아 주식 인수 계약이 체결됐다. [동아DB]

2006년 5월 22일 당시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구학서 사장 (오른쪽 세 번째)이 참석한 가운데 신세계의 월마트코리아 주식 인수 계약이 체결됐다. [동아DB]

이마트 위기의 주된 원인은 할인점 사업의 부진이다. 이마트의 본업인 오프라인 대형마트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영업이익도 감소하기 시작했다. 쿠팡이 ‘로켓배송’(밤 12시 이전에 상품을 주문하면 다음 날까지 배송) 서비스를 출시한 2014년, 이전까지 7000억 원대를 유지하던 이마트 영업이익은 전년(7592억 원) 대비 1000억 원가량 줄어든 6568억 원을 기록했다. 이마트가 8월 11일 발표한 올해 2분기 실적에서 가장 많은 영업적자(-364억 원)를 낸 사업 분야도 바로 할인점이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1993년 국내에 처음 등장한 할인점 사업은 산업 사이클에 따라 성장이 둔화할 수밖에 없다”면서 “2014년 쿠팡이 로켓배송을 시작했을 당시 이마트가 판매하는 모든 품목을 커버하지 못했음에도 시장에서 바로 (쿠팡에 호의적인) 반응이 왔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2013년까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일주일 중 자율로 정할 수 있었는데 2014년부턴 고객이 대형마트를 가장 많이 찾는 일요일로 강제됐다”며 “이와 같은 규제 강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e커머스 시장 내 경쟁에서 뒤진 것도 위기 원인으로 꼽힌다. 쿠팡, 마켓컬리 등 신생 기업이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공격적인 경영 전략을 폈기 때문에 이마트 온라인 부문 실적이 부진하다는 것이다. 실제 이마트가 e커머스 강화를 위해 공들이고 있는 자회사 SSG닷컴과 지난해 인수한 G마켓은 2분기 들어 각각 405억 원, 182억 원 영업적자를 냈다. 올해 초 3조4404억 원을 들여 인수한 이베이코리아(현 G마켓글로벌)도 아직까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마트의 e커머스 시장 전략에 대해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마트가 롯데쇼핑을 제치고 e커머스업계 빅3(쿠팡·네이버·이마트, 1분기 결제 금액 추산치 기준)에 들어오긴 했다”면서도 “1~2위와 비교했을 때 리테일테크(정보통신기술 접목 유통사업)로 전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은 한계”라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선 3위 기업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 SSG닷컴·G마켓·G마켓글로벌을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게 이마트의 전략인데 지금으로선 그 통합 작업이 미흡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자회사 악재 영향은 제한적”

과거 이마트는 해외시장과 전문점 사업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중국에선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보복을 견디지 못해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베트남 시장에도 진출했으나 지난해 사업 지분을 현지 유통업체 ‘타코(THACO)’에 매각하는 등 사실상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이 밖에도 2012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시도한 헬스 앤드 뷰티(H&B) 스토어 ‘분스’와 ‘부츠’, 2018년 문을 연 가정간편식 전문점 ‘PK피코크’, 일본 잡화점 ‘돈키호테’를 본떠 만든 ‘삐에로쑈핑’ 등이 현재 모두 사업을 중단한 상태다.

최근엔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이마트 자회사의 악재도 잇따르고 있다. SCK컴퍼니(옛 스타벅스코리아)는 고객 사은품으로 제공한 굿즈 ‘서머 캐리백’에서 1급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돼 제품을 전량 회수했다. 이마트24는 지난달 신제품으로 출시한 빵에 ‘내 주식처럼 사르르 녹는 바닐라버터샌드’라는 이름을 붙였다가 ‘안 그래도 증시 약세로 힘든 개미들을 조롱하는 것이냐’는 소비자의 거센 항의를 받고 제품 발주를 중단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런 악재들이 실적에 미친 영향은 미미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이마트와 관련된 논란은) 당장 3분기 실적에 타격을 준다고 하기엔 너무 지엽적 이슈”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스타벅스 불매운동은 이전부터 일부 고객층에서 계속됐다”면서 “최근 서머 캐리백 문제의 경우 현행법상 가방이 유해물질 안전요건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따지고 보면 법적으론 문제가 없기에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는 “소비자가 쿠팡, 네이버를 이용할 때와 (이마트를 이용할 때) 별반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면서 “이마트는 할인점 사업을 오래 영위해와 오프라인 매장, 신선식품 쪽에 강점이 있으니 이를 유지하되 e커머스업체가 우위를 점한 배송 등 다른 장점까지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G마켓, 이베이코리아 인수 등 온라인 투자 과정에서 이마트의 영업이익이 일시적으로 감소한 것처럼 보이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지금까지가 온오프라인 융합을 위한 준비 단계였다면 이제부턴 본격 실행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이마트는 기존 할인점 내 후방 공간을 배송기지(PP센터)로 전환해 활용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으며 향후 4년 간 온라인 물류센터에 1조 원 이상을 투자하는 등 배송 물류 부문의 혁신도 시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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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55호 (p30~58)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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