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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마드는 이례적인 문화 현상”

여초 커뮤니티가 분화하면서 급진층 모여…“차별과 위협의 반작용”

  •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워마드는 이례적인 문화 현상”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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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갈리아’의 언어로 대표되던 ‘미러링’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성운동의 새로운 조류로 인식됐다. 메갈리아는 여성주의를 내건 커뮤니티 사이트였다. 미러링을 이용해 다소 공격적인 언사를 쓰긴 했지만, 남성들에게 성차별 문화를 환기케 하고 많은 여성의 참여를 이끌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메갈리아는 많은 비판을 받는 동시에 꽤 많은 사람으로부터 지지를 얻었다. 그런데 메갈리아의 새로운 둥지격인 ‘워마드’의 반사회적 언행이 알려지면서 대다수 지지자가 돌아섰다. 그들은 과거 메갈리아와 지금의 워마드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메갈리아와 워마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메갈리아에서 분화된 것이 워마드인 데다 현재 메갈리아가 사실상 문을 닫은 상태라 미러링을 내건 유일한 곳이 워마드이기 때문. 그렇다면 메갈리아는 어떻게 생겨났고, 왜 워마드로 변한 것일까. 

미러링이 시작된 커뮤니티 사이트 메갈리아는 여성 유저들이 미러링을 위해 모인 곳이라고 볼 수 있다. 메갈리아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이갈리아의 딸들’이라는 소설에 나오는 가상의 국가명 ‘이갈리아’를 합쳐 만든 명칭이다. 이 소설은 노르웨이 작가 게르드 브란튼베르그의 작품으로, 고전적인 남성과 여성의 역할이 바뀐 ‘이갈리아’를 배경으로 일어난 사건을 다뤘다. 

메갈리아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의 ‘메르스 갤러리’에서 출발했다. 2015년 5월 바레인에서 귀국한 첫 번째 감염자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으며 메르스가 퍼지자 이에 관한 게시 글을 올리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디시인사이드 내 게시판이었다.


메갈리아, 미러링 모임의 시작

워마드에 올라왔던 낙태 인증 사진. 확인 결과 태아 모형인 것으로 밝혀졌다. [동아DB]

워마드에 올라왔던 낙태 인증 사진. 확인 결과 태아 모형인 것으로 밝혀졌다. [동아DB]

여성운동과는 무관한 전염병 관련 게시판이 새로운 여성운동의 시발점이 된 것은 여성혐오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당시 홍콩에서 격리를 거부하고 탈출하다 연행된 메르스 의심 여성환자 2명의 사진이 인터넷상에 떠돌았다. 이때 남초(남성 유저가 많은) 커뮤니티와 메르스 갤러리를 중심으로 이들이 한국인일 것이라는 여론이 형성됐다는 것. 과거 메갈리아 측은 이들이 한국 여성이 아니라는 게 밝혀졌지만, 여성혐오에 대한 문제의식 때문에 메르스 갤러리에 남성을 비하하는 미러링이 시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메르스 갤러리에 올라온 최초 500개의 글을 전부 열어보면 여성에 대한 비난이 주를 이루는 게시물은 없다. 오히려 ‘김치남’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남성을 상대로 공격적 어휘를 쓴 게시물이 먼저 등장했다. 국내 최초 메르스 확진자가 남성인 것을 두고 비하하는 내용이었다. 감염자가 남자라 욕을 먹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가정생활부터 채용, 승진까지 한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다. 그렇잖아도 어려운 취업인데 금융권에서는 남자 지원자를 우대한다. KB국민은행은 2015년과 2016년 공채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남자 지원자에게 추가점을 준 사실이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KB국민은행 측이 여성 직원의 비율이 너무 높아 성비를 맞추려고 남성 지원자에게 가산점을 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어렵게 입사해도 승진이 쉽지 않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에서 발표한 ‘2017년 9월 기준 국내 5대 은행(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직급별 여성 비율 현황’을 보면 지점장급 이상 임직원의 여성 비율이 10%를 넘는 곳은 하나도 없었다. 

집에 돌아와도 차별은 계속된다. 한국여성민우회가 지난해 6~8월 두 달간 10~70대 여성 125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3%가 한국은 성적으로 평등한 나라가 아니라고 답했다. 성차별 사례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가족관계에서 발생한 성차별(23%)이었다. 많은 여성이 집안일에 대한 은근한 요구나 남자색, 여자색 등의 일상적 영역의 차별을 문제로 지적했다. 전후 사정과 무관하게 여초 커뮤니티 이용자 다수는 메르스 갤러리의 등장에 열광했다. 성차별 때문에 겪은 서러움을 분노로 풀어낼 공간이 생긴 것. 물론 미러링이 메르스 갤러리에서 처음 시작된 것은 아니다. 여성시대(여시), 디시인사이드 남자연예인갤러리(남연갤) 등에서는 이전에도 ‘김치남’ ‘강된장남’처럼 ‘김치녀’ ‘된장녀’ 등의 여성혐오를 되돌려주는 표현이 있었다. 하지만 남초 커뮤니티에 비해 폐쇄적이던 여초 커뮤니티 특성상 미러링이 발생하더라도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는 미러링을 통한 여성운동 저변 확대에 대해 “극한의 생존 경쟁으로 젊은 층은 남녀 할 것 없이 항상 분노해 있는 상태다. 게다가 그 분노를 해소할 방향이 마땅치 않다. 이에 일부에서 여성,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혐오하는 방식으로 해소하기 시작하자, 젊은 여성을 필두로 차별과 위협에 대해 불만이 쌓여갔다. 혐오 표현을 그대로 돌려주는 것은 남성 위주 사회를 향한 저항인 동시에 울분을 해소하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메르스 갤러리라는 판이 벌어지자 각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사람들이 몰려와 메르스 갤러리는 미러링의 장이 됐다. 이후 메르스 갤러리의 글을 디시인사이드 측에서 삭제한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에 이용자들은 자료 삭제를 막기 위해 게시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퍼다 나르기 시작했다. 2015년 8월 7일에는 디시인사이드에서 완전히 독립해 ‘메갈리아’라는 커뮤니티 사이트가 생겼다. 

여성주의 진영에서는 메갈리아의 미러링으로 여성운동의 저변이 크게 확대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조한혜정 명예교수는 “확실히 초기 미러링으로 남성들도 여성 차별적 문화를 더 잘 알게 됐고, 공격적 언사를 사용해 그 내용이 빨리 퍼졌다. 덕분에 비교적 쉽게 성차별 문제가 사회 담론이 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혐오의 멍석이 깔렸다

7월 16일 올라온 한 게시물. 부산 동래역에서 남아를 죽이겠다는 내용이다. (왼쪽) 성체 훼손 사건 이후 성당에 불을 지르겠다는 게시물이 워마드에 올라왔다. [뉴시스]

7월 16일 올라온 한 게시물. 부산 동래역에서 남아를 죽이겠다는 내용이다. (왼쪽) 성체 훼손 사건 이후 성당에 불을 지르겠다는 게시물이 워마드에 올라왔다. [뉴시스]

그러나 혐오를 혐오로 대응하다 보니 부작용이 발생했다. 소수자들까지 남성이라는 이유로 혐오 대상이 돼버린 것. 2015년 10월 메갈리아에 아동과 성관계를 맺고 싶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사이트 내에서는 큰 반향을 얻지 못했지만, 일베에서 이 글을 퍼다 나르며 화제가 됐다. 이후 작성자가 과거 병설유치원 교사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작성자는 미러링의 일환이라는 해명만 내놓고 자신의 신상을 공개한 사람들을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소라넷을 미러링한다며 일반 남성의 성기 사진 등 음란물을 게시판에 공유하는 경우도 있었다. 

수많은 논란에도 메갈리아는 한동안 건재했다. 메갈리아의 미러링이 성평등 담론 확산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성차별에 강경히 반대하는 것이 ‘메갈’이라면 우리는 ‘메갈’이다’라는 논평을 내놓았다. 

하지만 성적소수자를 두고 벌어진 갈등으로 분열이 시작됐다. 당시 메갈리아에서는 ‘게이 아웃팅(성소수자임을 주변에 강제로 폭로하는 것) 프로젝트’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일부 사이트 이용자가 게이들의 만남에 이용되는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해 사진 및 개인정보를 폭로하겠다고 나선 것. 운영진이 이에 반대하자 2016년 1월 성소수자 비하 및 폭로에 동의하는 사람들만 다음 카페 워마드를 개설해 나와버렸다. 

당시 메갈리아 운영진은 성소수자에 대한 비하 여론을 키우는 인원은 소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워마드는 개설 초기부터 가입자 1만 명을 모으며 메갈리아의 자리를 빠르게 대체해갔다. 워마드는 생물학적 여성만 가입할 수 있다는 규칙을 내걸었다. 게이나 트랜스젠더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것. 지금도 회원가입 창에는 여성만 가입할 수 있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혐오 대상이 남성에서 여성이 아닌 모두로 커지기 시작한 것. 

이후 워마드는 빠르게 확장해 지난해 2월 독립 사이트를 만들었다. 회원 수는 3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일 인기 게시 글이 보통 100여 개의 추천을 받는 것을 감안하면 동시접속자 수가 1000명을 상회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용자 수는 늘어나지만 워마드에 대한 인식은 점차 나빠지고 있다. 워마드의 비공개 게시판 ‘데스노트’에 음란물 및 남성 시체나 성기를 훼손한 사진이 대거 올라온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부정적 여론이 커졌다. 이외에도 문재인 대통령 비하, 독립운동가 및 6·25전쟁 유공자에 대한 비하 게시물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급격히 나빠졌다. 

최근 문 대통령 비하와 천주교 성체 훼손, 패륜적 언행 등이 지속적으로 공개되면서 메갈리아의 줄임말인 메갈과 워마드는 한국 사회에서 모욕적 언사의 대명사가 됐다. 7월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항소 2부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김모(62) 씨에게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다. 김씨는 2016년 8월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서 한 여성을 ‘메갈리아’ ‘워마드’ 등의 단어로 모욕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메갈리아’나 ‘워마드’는 과격하고 혐오적인 표현을 하는 여성들을 지칭할 때 주로 등장하는 말이다. 이러한 단어는 여성인 피해자를 폄훼하거나 경멸적 감정을 나타내는 표현”이라고 밝혔다.


여성단체에서도 난감

“워마드는 이례적인 문화 현상”
워마드의 행동에 가장 난감한 쪽은 여성단체다. 단순히 미러링이라 하기에는 이들의 표현이 너무 과격하기 때문. 일부 단체는 워마드와 관계없다며 선을 긋기도 했다. 7월 11일에는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성명을 통해 “워마드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조한혜정 명예교수는 “워마드를 ‘여성주의다, 혹은 그렇지 않다’로 구분하기보다 이례적 문화 현상으로 봐야 한다. 물론 성체를 훼손하거나 소수자, 약자에게까지 혐오 발언을 일삼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여성의 과격한 언행에 집중하기보다 이들이 왜 이렇게까지 이야기하게 됐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 혜화역 집회에 대한 인식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라는 구호를 내걸어 화제가 됐던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당 공동위원장은 7월 9일 KBS ‘사사건건’에 출연해 “‘문재인 재기해’라는 문구는 여자들이 그동안 당한 것에 비하면 별것 아니다. 주최 측이 아니라 일부 참가자만 해당 문구를 사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틀 뒤인 11일 다른 인터뷰에서 “혜화역 집회에서 나온 일부 발언은 잘못됐다”고 입장을 수정했다. “그 구호(문재인 재기해)는 공식 구호가 아니었고 현장에서 감정적으로 나온 것이다. 분노로 인한 외침이 왜 나왔는지 좀 더 들여다봐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지금 워마드에서 기행을 일삼는 사람들이 여성이라는 보장도 없다고 지적한다. 특정 세력이 여성 성차별에 대한 분노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는 것. 워마드는 여성만 회원가입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본인 인증 절차가 없기 때문에 여성이 아니라도 쉽게 회원 가입을 할 수 있다. 

반면 워마드의 언행이 여성운동으로서 의미가 있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메갈리아가 이성애자 남성이 저지르는 여성혐오를 사회에 폭로했다면, 워마드는 이성애자 남성뿐 아니라 성소수자 남성이나 장애인 남성도 여성혐오나 여성착취를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물론 표현의 정도는 문제가 있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활동”이라고 평가했다. 성체 훼손 논란에 대해서도 “가톨릭의 낙태 금지 및 남성만 사제직을 수행할 수 있다는 남성 중심적 교리에 대한 강한 비판으로 본다”고 밝혔다.






주간동아 2018.07.25 1148호 (p12~15)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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