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13

2017.11.15

탐방

개성 강한 ‘동네 서점’ 과제는 살아남기

도서정가제 3년…‘창업 성공’으로 이어지려면 생존 전략 세워야

  • 입력2017-11-14 11:18:22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서울 공릉동 서점 ‘51페이지’.[동아일보 전영한 기자]

      서울 공릉동 서점 ‘51페이지’.[동아일보 전영한 기자]

      모든 책값 할인율을 최대 15%로 제한한 도서정가제가 도입된 지 11월 21일로 꼭 3년이 된다. 최근 정부는 당초 ‘3년 시한부’이던 이 제도를 향후 3년간 더 유지하기로 했다. 2020년까지 대한민국 모든 서점에서 책을 정가의 85% 미만 가격으로 팔 수 없게 됐다는 뜻이다. 

      도서정가제는 이처럼 상품 가격을 높게 유지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시행 초기 ‘자유로운 시장 경쟁을 가로막는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은 건 이 때문이다. 반면 ‘책만큼은 시장경제의 예외로 둬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았다. 양자의 힘겨루기에서 후자 쪽이 ‘승리’한 배경에는 지난 3년간 꾸준히 진행돼온 ‘동네 서점’의 약진이 있다. 민음사 대표 등을 지낸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최근 전국 곳곳에 작은 서점이 크게 늘고 있다. 대형 온라인 서점이 과거처럼 책값을 60~70%씩 할인 판매한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했다. 동네 오프라인 서점이 가격 경쟁력 면에서 온라인 서점에 크게 뒤지지 않게 되면서, 독특한 개성과 기획력으로 행인의 발길을 붙드는 ‘진짜’ 서점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과거에도 도서정가제는 있었다. 그러나 출간한 지 18개월이 지난 ‘구간’과 참고서는 예외였다. 대형 온라인 서점은 이 책들을 다양한 판촉행사를 통해 팔아치우며 도서시장을 잠식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서점 수는 1996년 5378개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감소했다. 2015년엔 전국 서점이 1559개에 불과했다. ‘서점 씨가 마른다’는 우려가 쏟아져 나온 이유다. 

      이를 개선하고자 2014년 11월 도입된 것이 ‘세상의 모든 책’을 ‘15% 할인 제한’에 묶은 새로운 도서정가제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서 서점가에 변화가 시작됐다. 2015년 9월 1일부터 올해 7월 31일까지 전국적으로 서점 277개가 새로 문을 열었다. 계간 ‘동네서점’을 발행하는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 ‘퍼니플랜’의 조사 결과다. 이 서점들 중 31개는 올해 개점했다. 일주일에 한 개꼴로 새로운 책방이 생겨난 것이다.


      서울 대현동 서점 ‘미스터리 유니온’의 개성을 보여주는 탐정 액자(왼쪽)와 서울 상암동 술 파는 서점 ‘북 바이 북’.[동아DB, 동아일보 전영한 기자]

      서울 대현동 서점 ‘미스터리 유니온’의 개성을 보여주는 탐정 액자(왼쪽)와 서울 상암동 술 파는 서점 ‘북 바이 북’.[동아DB, 동아일보 전영한 기자]

      ‘서점’이라는 이름의 취향 공동체

      이들 서점 대부분이 과거 서점들과 질적으로 다른 것도 주목할 점이다. 과거 동네 서점에서는 주로 중고교용 참고서와 대중 잡지, 베스트셀러 등을 팔았다. 최근 서울 홍대 앞 등 젊은이가 즐겨 찾는 거리에 생겨나는 서점들에는 이런 책이 거의 없다. 그 대신 ‘술 파는 책방’으로 유명한 상암동 ‘북 바이 북’, 추리소설 전문 서점인 이화여대 앞 ‘미스터리 유니온’, 고양이 책만 모아놓은 대학로 ‘슈뢰딩거’처럼 저마다 개성을 가진 공간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이화여대 근처 서점 ‘퇴근길 책 한잔’에서는 수시로 소규모 영화 상영회를 연다. 이들 공간이 20, 30대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면서 최근 서점은 새로운 문화의 중심으로 부상 중이다. 



      작은 서점은 젊은 층의 창업 아이템으로도 인기다. 최근 1~2년 새 최인아 전 제일기획 부사장, 가수 요조, 방송인 노홍철 등 유명인이 자신의 취향을 담은 서점을 잇달아 낸 것도 서점 창업 열기에 불을 붙였다. 지난해 4월 경기 분당에 ‘좋은날의 책방’을 연 박윤희 대표는 10년 넘게 IT(정보기술) 회사에 다니다 문득 ‘어린 날의 꿈’을 떠올리고 서점을 시작한 이다. 그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 ‘서점 주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며 “서점을 둘러싼 환경이 달라지고 작은 서점이 여기저기 생기는 걸 보면서 ‘나도 한번 해볼까’라고 마음먹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그의 서점에도 여러 번 찾아와 찬찬히 둘러본 뒤 “이런 서점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조심스레 묻는 이가 적잖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런 책방을 찾는 이는 누굴까.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하루 안에 모든 책을 받아 볼 수 있는 세상에서, 굳이 책 가짓수도 적은 오프라인 서점까지 찾아가 책을 구매하는 ‘고객’ 말이다. 서울 연희동에서 ‘밤의 서점’을 운영하는 남지영 대표에 따르면 그들은 대부분 ‘책과 만나는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다. 책의 ‘물성’을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책과 서점에 대한 단상’이라는 부제가 붙은 장 뤽 낭시의 책 ‘사유의 거래에 대하여’에는 ‘만지기만 해도 책은 독자에게 특별한 인상을 남긴다. 무게, 입자, 부드러움을 통해서 책이 전하는 목소리의 변화나 심정의 동요를 식별해낼 수 있다’라는 대목이 있다. ‘동네 서점’ 마니아 중에는 이처럼 책을 직접 만지는 경험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 이가 적잖다. ‘밤의 서점’에서 만난 한 20대 여성은 “온라인 서점에서는 책의 내지 디자인이나 만듦새 등을 꼼꼼히 볼 수 없어 답답하다. 많은 책을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펼쳐볼 수 있는 게 오프라인 서점의 매력”이라고 밝혔다.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동굴을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와 수준 높은 큐레이션으로 화제를 모은 서울 연희동 ‘밤의 서점’.[박해윤 기자]

      동굴을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와 수준 높은 큐레이션으로 화제를 모은 서울 연희동 ‘밤의 서점’.[박해윤 기자]

      지난해 7월 서울 신촌기차역 맞은편에 문을 연 시집 전문 서점 ‘위트앤시니컬’도 이런 사람을 위한 공간이다. 일반 서점에서는 서가에 빽빽하게 꽂혀 제목만 간신히 볼 수 있는 시집들이 이곳에서는 하나하나 소중한 ‘작품’ 대접을 받는다. 손님은 표지를 고스란히 드러낸 채 책장에 놓여 있는 시집을 둘러보다 자신의 취향과 공명하는 책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책의 발견’은 동네 서점이 가진 중요한 기능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날마다 세계 각지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책 가운데 서점 주인의 눈에 든 매우 적은 종류의 책만 서점 서가에 놓인다. 박윤희 ‘좋은날의 책방’ 대표는 “우리 서점 공간에는 아무리 많아도 2000종 이상 책을 두기 어렵다. 내가 읽어보니 좋았던 책, 읽고 싶은 책,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책만 골라 서점에 들여놓는다. 말하자면 우리 서점에 있는 책은 전부 내가 추천하는 책인 셈”이라고 했다. 

      그래서 동네 서점을 찾는 이는 ‘신간의 홍수’ 속에서 놓치고 지나갔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책을 뒤늦게 소개받을 기회를 얻는다. 서점의 연륜이 쌓이면서 서점 주인과 단골이 서로 추천 도서를 주고받고 책 목록을 더욱 풍성히 만들 수 있는 것도 작은 오프라인 서점의 장점이다. ‘좋은날의 책방’은 ‘단골의 한 칸 서가’라는 이름으로 이 책방 마니아들이 직접 꾸민 서가를 공개한다. ‘여름’ ‘지혜의 불꽃’ ‘블랙캣’ 등의 별명으로 불리는 이 서점 단골들은 각자 다른 손님에게 추천할 만한 책 목록을 만들었다. 다른 단골들이 이 책을 주문해 사서 읽으면 자연스레 이 서점만의 정체성이 형성된다. 

      ‘밤의 서점’에서는 책 제목을 가려둔 채 점장의 추천 문구만으로 책을 고르게 하는 ‘블라인드 데이트’ 코너가 인기다. 이 서점에 들어서면 ‘우연히 탄 기차가 목적지에 데려다준대요’라고 적힌 나무판 앞에 종이봉투에 담긴 책 몇 권이 가지런히 놓여 있는 게 보인다. 봉투 위엔 ‘이번 생은 망한 것 같다고 농담하면서도 실은 그럴 리 없다고 믿고 계신 분’처럼, 서점 주인이 보기에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싶은 독자의 특징 등이 간략히 적혀 있다. 손님은 책값을 지불하고 봉투를 열어봐야 비로소 자기가 어떤 책을 샀는지 알 수 있다. 이 역시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동네 서점만의 재미다. 남지영 ‘밤의 서점’ 대표는 “독서는 자폐적인 일이지만, 우리는 같은 책을 읽는 사람들과 느낌의 연대를 이루게 된다. ‘밤의 서점’이 서로 말을 걸지 않고 아는 척하지 않아도 책을 통해 마음이 이어지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바로 이런 소통에 끌리는 이들이 동네 서점 마니아가 되는 셈이다. 

      마케팅 전문가 세스 고딘은 저서 ‘린치핀’에서 ‘우리는 필요한 것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웬만한 물건은 사지 않는다. 우리는 관계, 이야기, 마법을 살 뿐이다’라고 했다. 동네 서점에는 바로 이 관계, 이야기, 마법이 존재한다. 문제는 그것이 바로 수익과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울 홍대 앞에서 서점 ‘땡스북스’를 운영하는 이기섭 대표는 지난해 한 칼럼에서 ‘책은 구매 경험만 다르지 어디서 사나 똑같은 물건이다. 구경은 서점에서 하고 구입은 인터넷에서 하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 이 공간이 나한테 건네준 ‘경험’이라는 값을 책을 구입하는 식의 소비로 순환시켜주면 좋은데,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새로운 독립 서점들을 찾아다니며 책을 즐기기보다는 SNS에 ‘인증’만 남기는 사람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2011년 3월 개업 후 지금까지 건재한 ‘땡스북스’는 많은 동네 서점의 ‘롤모델’ 같은 곳이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여전히 ‘생존’을 고민한다. 

      실제로 상당수 서점이 창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닫기도 한다. 퍼니플랜 조사에 따르면 2015년 9월부터 올해 7월 사이 동네 서점 20개가 폐업했다. 개업 당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떠들썩하게 화제를 모았다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서점도 적잖다. 한동안 ‘개성 있는 동네 서점’의 대표 주자 격으로 각종 언론에 소개됐던 서울 연남동 ‘책방 피노키오’는 지난해 경북 경주, 올해 대구로 두 차례 장소를 옮겼다 현재는 오프라인 서점 영업을 잠시 중단한 상태다. 

      이 때문에 상당수 작은 서점 주인의 꿈은 ‘살아남는 것’이다. 10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지난해 9월 서울 공릉동에 서점 ‘51페이지’를 창업한 김종원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최근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교육기관 ‘퇴사학교’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생존하는 방법’에 대해 강연했다. 소개 글 내용은 이랬다. 

      ‘서점 창업은 쉽습니다. 창업비용이 다른 자영업에 비해 크지도 않습니다. 단, 생존은 반대로 너무 어렵습니다. ‘오픈’보다 어떻게 ‘생존’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수업에 참가하면서 공간 창업을 희망하는 분들에게 본 과정을 권합니다.’


      책 처방, 북큐레이션…다양한 생존 전략

      경기 분당 ‘좋은날의 책방’에 있는 개인 책장. 단골들이 
술을 키핑하듯 자기 책을 보관할 수 있다. [지호영 기자]

      경기 분당 ‘좋은날의 책방’에 있는 개인 책장. 단골들이 술을 키핑하듯 자기 책을 보관할 수 있다. [지호영 기자]

      전문가들에 따르면 소규모 오프라인 서점은 구조적으로 수익을 내기 힘들다. 책의 공급가가 정가의 70~80% 수준이고, 인기 있는 신간의 경우 85%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단골 확보 차원에서 지급하는 적립금과 카드 수수료 등을 감안하면 마진율이 20% 이하로 떨어지기 일쑤다. 1만5000원짜리 책 한 권을 팔아도 3000원이 남기 힘든 셈이다. 여기에 서울의 ‘살인적’인 임대료와 각종 공과금까지 내고 나면 주인의 인건비조차 건지기 어려운 곳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 서점이 음료, 주류 등을 판매하거나 주인의 ‘투잡’으로 부족분을 충당한다. 이 과정에서 주객이 전도되는 사례도 종종 나타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점 주인은 “처음에는 책을 중심으로 한 카페, 술집, 공연장 등을 추구해도 나중에는 결국 돈이 벌리는 쪽에 사업을 집중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일부 서점은 논술 강의 등도 하는데, 이렇게 사업의 중심에서 ‘책’이 밀린 공간을 과연 ‘서점’이라 불러도 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위험을 피하려면 창업 초기부터 ‘책에 바탕을 둔’ 수익 창출 방안을 분명히 계획해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땡스북스’ 직원 출신으로 지난해 10월 서울 창전동에 ‘사적인 서점’을 창업한 정지혜 대표는 ‘책 없는 책방’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번듯한 공간을 확보하고 다양한 책을 들여놓는 대신 아예 새로운 콘셉트의 서점을 꾸민 것이다. ‘사적인 서점’ 이용 방법은 이렇다. 점장에게 책을 추천받고자 하는 이가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상담 예약을 한다. 정해진 시간에 16.5㎡(약 5평) 규모의 ‘사적인 서점’에 방문하면 정 대표와 일대일로 마주 앉을 수 있다. ‘가장 좋아하는 책 세 권’ ‘최근 읽은 책 가운데 좋았던 책과 실망스러웠던 책’ 등 방문자의 독서 취향을 보여주는 주제를 중심으로 대화를 시작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이후 정 대표가 손님에게 적합할 것으로 보이는 책을 골라 택배로 발송한다. 이른바 책 처방이다. 1시간 동안의 일대일 대화와 음료 한 잔, ‘처방’ 도서 한 권을 포함한 프로그램 이용료는 5만 원이다. 이름 그대로 ‘사적인’ 이 서점에는 입소문을 타고 예약자가 몰리고 있다. 

      ‘밤의 서점’은 큐레이션으로 승부를 볼 생각이다. 창업 전 10년 이상 광고기획자로 일했던 남지영 대표는 똑같은 물건이라도 놓인 장소와 배치 등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특히 책은 공간에 이야기를 심는 데 큰 힘을 발휘한다. 남 대표는 “일본에서는 이미 공간의 성격에 맞게 책을 배치하는 북큐레이션이 전문 영역으로 인정받고 있다. ‘밤의 서점’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 그 분야를 개척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미 동굴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인테리어 등을 통해 ‘밤의 서점’이라는 이름을 하나의 ‘브랜드’로 구축했다는 평을 듣는 그는 현재 “서점의 모든 책이 하나하나 꼬리에 꼬리를 물고 주목받을 수 있도록 책을 배열하려” 노력 중이다. 그러한 큐레이션을 통해 “책방을 둘러보기만 하려고 들어왔지만 나갈 땐 두 손 가득 책을 들고 나가게 하는 마력의 서점을 만들고 싶은 야심이 있다”고 한다. 궁극적으로는 “동네 서점이 다 거기서 거기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놀라움을 주고, 책을 안 읽는 사람에게도 책을 팔 수 있는 서점”을 꾸리는 게 목표다. 

      ‘좋은날의 책방’은 손님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북클럽’ 활동 지원 등을 통해 단골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단골 술집에 술을 ‘키핑’해두고 마시듯, 평소 읽던 책을 맡겨놓고 언제든 들러 읽을 수 있도록 ‘개인 책장’ 서비스도 제공한다. 박윤희 대표는 “온라인 서점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책을 굳이 우리 서점에 주문하고 기다려주는 분들이 있다. ‘동네 서점’의 가치를 이해하고 우리 공간을 좋아하는 분들을 계속 늘려가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장은수 대표에 따르면 새로운 사업이 일시적 유행에 그칠지, 장기적으로 자리 잡을지를 판단하려면 최소 5년은 지켜봐야 한다. 지금의 동네 서점 열풍이 반짝 바람으로 끝날지, 우리 서점 생태계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단, 서울시가 지난해 7월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시내 서점 지원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경기도가 11월 19일까지 ‘2017 발견! 경기동네서점展’이라는 제목으로 관내 작은 서점 활성화를 위한 행사를 여는 등 각계에서 다양한 노력을 진행 중인 것은 분명하다. 동네 서점 살리기에 힘을 보탤 도서정가제도 3년 연장됐다. 이런 흐름 속에서 더 많은 서점이 탄생하고 문화의 꽃을 피울지 지켜볼 일이다.


      동네 책방 주인이 말하는 ‘서점 경영의 진실’

      서울 서교동 한 건물 5층에 있던 시절  ‘유어 마인드’ 내부. 지금은 연희동으로 이전했다. [지호영 기자]

      서울 서교동 한 건물 5층에 있던 시절 ‘유어 마인드’ 내부. 지금은 연희동으로 이전했다. [지호영 기자]

      △서점 운영은 ‘노가다’다
      좋은 책으로 둘러싸인 아늑하고 따뜻한 공간을 완성하는 건 전적으로 주인의 노동이다. 서점 경영자는 매일 신간 목록을 챙기고, 틈날 때마다 새 책을 읽어 독자에게 추천할 책을 골라야 한다. 책 진열을 수시로 바꾸고, 독자 관심을 끌 만한 강연회, 낭독회, 독서토론회 등 이벤트도 마련해야 한다. 한 서점 주인은 “요즘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소통이 서점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친다. 창업 초기엔 그렇잖아도 바쁜데 SNS에 글 하나 올리는 데 몇 시간씩 걸려 무척 고통스러웠다”고 털어놓았다. 완력, 독서력, 창의력, 소통력에 ‘에너자이저’급 체력까지 갖춰야 서점 창업에 성공할 수 있다.

      △돈 벌기를 기대하는 건 사치다
      현재 ‘경영을 잘하고 있다’고 알려진 서점 대부분이 필수 경비를 간신히 버는 수준이다. 상당수 서점은 책을 팔아 임대료와 전기료 등 각종 공과금 내기도 벅차다. 한 서점 주인은 “창업 후 1년 동안 온갖 노력을 기울여 간신히 수익 구조를 만들었다. 내 인건비는 한 푼도 가져가지 않았다. 그런데 가게 재계약 시 임대료가 50% 오르더라. 결국 다시 원점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서점 주인도 “생활비는 과거 직장생활하며 모아뒀던 저축에서 충당한다. 생업으로 서점을 차리겠다면 말리고 싶다”고 밝혔다.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 5층(서점 ‘유어 마인드’)처럼 상대적으로 인기 없는 장소에 서점을 내면 임대료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이 경우 손님 수 또한 줄어드는 걸 감수해야 한다.

      △손님은 까다롭다
      동네 서점 열풍을 묘사하는 언론기사에 등장하는 손님은 대부분 매우 관대하다. 서점 주인이 시도하는 다양한 실험에 찬사를 보낸다. 현실은 다소 다르다. 온라인 서점의 편리성을 뒤로하고 굳이 오프라인 서점을 찾는 소비자는 책방 주인만큼이나 책과 서점을 사랑하는 사람일 공산이 크다. 주인의 비전문성을 매우 쉽게 간파한다. 북큐레이션이 서툴거나 자신과 취향이 맞지 않는다고 느끼면 두 번 다시 걸음하지 않는다. 서점을 열 때는 카페나 레스토랑을 창업할 때보다 훨씬 꼼꼼한 노력을 기울여야 진짜 단골을 확보할 수 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