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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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 “文 대통령 ‘평화 프레임’이 평화를 지켜내는가”

“美, 北 공격 가능성…트럼프 참모들 ‘군사옵션, 실행검증 끝냈다’ 전해”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17-08-18 16:4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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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8일 북한의 ‘괌 타격 발언’ 이후 극단으로 치닫던 미국과 북한의 ‘강(强) 대 강’ 대결이 15일 “괌 포위사격과 관련해 미국 측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는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숨 고르기에 들어간 형국이다.

    그러나 전날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북한이 미국을 공격하다면 급속히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했고, 북한은 8월 21일 시작되는 한미연합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에 대해 “미국놈들이 조선반도 주변에서 위험천만한 망동을 계속 부려댄다면 중대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협박한 만큼 일촉즉발 긴장의 불씨는 여전하다. 한반도는 지금 태풍의 눈에 들어간 형국이다. 

    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을 상대로 선제공격, 예방전쟁(preventive war)을 할 수 있는 인물로, 이미 그의 참모들이 실행검증을 마친 것으로 안다”며 “‘전쟁이냐, 평화냐’는 프레임을 놓고 평화를 강조하는 일은 정치적으로 유리하지만 ‘평화 프레임’이 곧 평화를 지켜낸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백 의원은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북한연구실장·안보전략연구센터장과 국방부 차관을 지낸 대북·외교 전문가로, 지난해 20대 총선에서 경북 구미갑에 출마해 당선했다. 72주년 8·15 광복절 경축식의 TV 생중계가 흘러나오는 서울 동부이촌동의 한 옛날식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인터뷰는 자연히 문재인 대통령의 경축사로 시작됐다.





    체임벌린 vs 처칠

    문 대통령은 오늘 “한반도에서 다시는 전쟁은 안 된다. 누구도 동의 없이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을 할 수 없다”며 한반도 문제 해결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오늘 경축사는 북한에게는 매우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고, ‘예방전쟁 옵션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것으로도 들린다. 북한은 군사적 제재에 대한 두려움 없이 도발을 반복해도 되겠다고 오판할 수 있고, 한미 지도자 간에는 새로운 불신을 만들 수 있는 발언이다. 대북전략, 한미공조에 상당히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의 원인은 북한이 제공했는데, 마치 미국과 미 대통령의 태도가 위기를 만들고 있다는 식의 발언은 동맹국에게 책임을 미루는 것으로 전해질 수 있어 위험하다. 위기 국면이 오면 한미동맹이 함께 피를 흘릴 수 있다는 각오를 보여줘야 김정은의 도발 의지를 꺾을 수 있고, 평화도 유지된다. 그런데 오늘 경축사에서는 북한의 괌 포위사격 위협 등 한반도 위기에 대한 구체적 해법은 찾아볼 수 없다. 북한이 괌 공격 작전계획을 노출하는 상황인데 ‘양측은 자제하라.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는 식의 메시지 같다. 이는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북한과 미국은 자제하고 대화로 풀어라’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 성명과 비슷하다. 북한이 도발하면 한미동맹을 통해 강력한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는 메시지는 빠졌다. ‘한반도에 전쟁이 없다’는 말은 명분과 염원만으로 이뤄지는 문제가 아니다. 6·25전쟁에서 국군과 미군의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누리는 한반도 평화가 가능했겠나.”



    美 합참의장의 韓中日 방문

    한반도 위기 상황인 만큼 ‘평화적 해결’을 강조한 거 같다.
    “국내 정치에선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프레임에서 평화를 강조하는 게 유리하지만, 평화 프레임이 곧 평화를 지켜낸 것은 아니다. 1930년대 후반 네빌 체임벌린 영국 총리는 대독(對獨) 유화정책을 썼지만 히틀러에게 강요한 평화는 제2차 세계대전을 초래했다. 전후 서방의 발전과 평화는 평화·유화론자인 체임벌린이 아니라 결전(決戰)을 주장한 윈스턴 처칠이 만들었다.”

    북한은 8월 8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으로 괌 주변을 포위사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위협한 데 이어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이 김정은에게 ‘괌 도발 타격(작전)계획’을 보고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김락겸은 4발의 ‘화성-12형’을 괌 주변 30〜40km 해상에 떨어뜨리겠다고 했다. 일본 시마네현을 지나 괌 주변을 타격하겠다는 건 북한의 군사능력을 국제사회에 과시하는 한편, 내부 결집 의도로도 보인다. 8월 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 2371호가 채택되면서 북한은 수산물과 석탄 등의 수출길이 막혀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 이걸 외부 탓으로 돌리려는 건데, 이럴 때일수록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

    북한이 왜 IRBM을 괌 주변 해역에 떨어뜨리겠다고 했을까.
    “김정은의 비이성적 측면을 고려할 때 가능성은 열려 있다. 지금까지 미사일 시험발사에서 나타난 사거리를 고려할 때 괌 주변을 목표로 한 미사일 발사는 충분히 가능하다. 괌의 특정 목표물이 아니라 주변 30~40km라고 할 때 정밀도에 대한 외부 의혹을 상쇄할 만한 공격목표 설정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어떻게 대비하나.
    “북한이 화성-12형을 발사하면 가장 먼저 미국의 탄도탄 조기감시위성(정찰위성)이나 일본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포대에서 파악할 거다. 이미 미국은 요격을 결심한 것으로 보이며, 요격 성공에 모든 군사역량을 동원할 거다. 이와 관련해 일본 등 군사동맹국들과도 긴밀한 군사협력을 진행해놓았다고 본다. 일본 정부가 요격을 직접 언급한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요격시 괌 주변에 배치된 이지스 구축함, 요격 고도 500km에 이르는 SM-3, 괌의 사드 포대와 패트리엇 전력이 이용될 거다.”  



    “김정은, 꼬리 내릴 것”

    최근 조지프 던퍼드 미국 합참의장의 한중일 3국 방문도 ‘괌 도발’ 때문인가. 8월 14일 방한했을 때 선제타격 질문에 “단호한 대응에 문제없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답했다.
    “현 상황과 깊이 관련 있다고 본다. 3국 군사 지도자가 미국과 북한의 군사충돌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상황 악화 시에는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 등을 점검하는 기회로 활용했을 거다.”

    백 의원은 8월 17일 추가 전화인터뷰에서 “어제(16일) 던퍼드 의장이 북·중 접경지역을 직접 방문한 군사적 의미를 판단해야 한다”며 “중국과 북한에 대해 군사옵션을 실행할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미군 최고 지휘관이 한반도 유사시 가장 먼저 투입되는 중국군 사령부를 방문한 것은 2007년 피터 페이스 합참의장 이후 10년 만”이라고 부연했다.

    만약 미국이 북한을 공격한다면 우리 정부와 논의하는가.
    “중요한 질문이다. 미국은 작전 성공의 여건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우리와 ‘협의’는 하겠지만, 미국 대통령의 고유 권한을 간섭받는 ‘동의’나 ‘관여’를 허락지 않고 결정할 거다. 어제(8월 14일)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현안보고에서 미국의 북한 공격 가능성과 관련해 이순진 합참의장은 ‘모른다’고 답하더라. ‘협의한 바는 있는가’라고 물었더니 ‘없다’고 했다. (미국의 선제공격 시) ‘우리 정부와 의논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렇게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기대한다? 우리 정부가 미국과 ‘따로 논다’는 느낌이다. 북한 공격 가능성에 대해 ‘모른다’고 할 게 아니라 ‘한미 합참의장 간 대화 내용과 관련해 말할 수 없다’는 태도가 더 바람직하다.”

    북한과 미국의 전면전 가능성은 어떤가.
    “전적으로 김정은 태도에 달렸다. 김정은이 괌 주위에 군사도발을 감행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공언한 대로 직접적인 군사제재를 할 테고, 이후 김정은이 전면적 충돌을 할지 결정해야 한다. 전면적 충돌로 가면 김정은은 자신의 생명과 북한 체제 소멸을 각오해야 하는 만큼 가능성은 낮다. 결국 김정은이 꼬리를 내릴 거로 본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김정은은 2015년 8월 박근혜 정부에게 꼬리를 내린 적이 있다. ‘목함지뢰’ 도발을 했을 때 우리 정부가 11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은 확성기를 향해 기관총을 발사했다. 우리는 자주포로 대응사격을 했다. 당시 ‘전역을 연기하겠다’는 장병이 속출했고, 예비군들은 ‘군복 착용 인증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등 국민적 응원도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한미동맹 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천명하자, 북한은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서울로 보내 유감을 표하고 8·25 합의에 서명했다. 우리 정부의 결기 있는 모습, 국민의 지지, 한미동맹에 눌려 꼬리를 내린 거다.”
    ‘목함지뢰’ 사건은 2015년 8월 4일 7시 40분 무렵 경기 파주시 육군 제1보병사단에서 하사 2명이 비무장지대(DMZ)를 순찰하던 중 목함지뢰가 폭발해 발목과 무릎이 절단된 사건이다. 이로 인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은 14.5mm 기관총과 76.2mm 평사포를 쐈고, 우리 군은 155mm K-55A1 자주포 28발로 대응사격을 했다. 이후 당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정부 대표로 나서 △당국자 회담 개최 △지뢰 폭발 부상자에 대한 유감 표명 등 6개 항에 합의했다.  

    김정은이 꼬리를 내리지 않는다면 미국이 선제공격, 예방전쟁을 할 것으로 보나.
    “트럼프 대통령은 할 거 같다. 미국 국내법 전쟁수권법안(war act)에 따르면 대통령은 의회 동의 없이 군사력을 사용해 최장 3개월간 외교 목적에 활용할 수 있다. 군사력 사용을 결정한 이후 48시간 이내 의회에 통보하면 된다. 의회가 전쟁 중지 여부를 2개월 안에 결정하고, 중지를 결정하면 한 달 안에 철수하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시진핑 중국 주석과 ‘초코 케이크’ 디저트를 먹다 시리아 공습 사실을 전했고, 1983년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와 의논하지 않고 그라나다에서 군사작전을 펼쳤다. 미국의 파나마, 리비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공격 등도 대통령의 결심이라는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



    콜린 파월 전 美 국무장관 “총을 빨리 내려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12일 ‘폭스 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6일 시 주석과 저녁식사 후 디저트를 먹을 때 미군은 지중해 구축함에서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했다. 시 주석에게 ‘방금 미사일 59기를 시리아를 향해 쐈다’고 알려줬더니 아무 말이 없었다”고 밝혔다. 백 의원은 “예고 없이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중국에 전하면서 동시에 북핵 문제를 놓고 중국을 압박하는 고도의 전략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선제타격이든, 예방전쟁이든 성공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예방전쟁은 공격 징후가 없더라도 예방적 차원에서 위협을 사전에 제거하는, 선제타격은 적으로부터 구체적인 공격 징후가 있을 때 취하는 군사옵션이다. 지난해 12월 나를 포함한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 대표단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및 조야(朝野) 지도자를 만나 미국의 군사옵션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다. 미국 측 핵심 인사는 ‘우리가 미국의 군사옵션을 언급할 때는 반드시 실행능력 검증이 끝나야 한다’고 했다. 당시 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한 발언과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 내용을 분석했을 때 선제타격이든, 예방전쟁이든 미국은 ‘할 수 있는 것’으로 결론을 얻었다는 확신이 든다.” 군사옵션 성공 여부에 대해선 의심할 여지가 없다. 미국은 현재 북한의 대응공격 등 ‘뒷감당’에 대해 복잡한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예방전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을까. 미국 민주당 인사들의 반응은 어떤가.
    “6월 30일 한미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6자회담과 불충분한 제재를 결합한 전략적 인내만으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고 ‘새로운 방식’을 찾는 중이었다. 이후 북한의 ‘화성-14형’ 발사는 미국의 ‘레드 라인’을 넘는 도발이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예방전쟁 방식을 검토했다고 본다. 이 ‘옵션’은 미국 지도자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6자회담을 시작한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을 지난해 8월 개인적으로 만난 적이 있다. 그는 ‘북한을 다룰 때 테이블에서 총(군사적 제재 수단)을 너무 빨리 내려놓은 것이 잘못이었다’고 회고하더라. 트럼프 대통령은 총알이 장전된 총을 다시 테이블에 올려놓고 막판 협상을 통해 김정은이 사실상 핵 폐기를 결심하도록 하려는 거 같다.”

    자유한국당은 전술핵 반입과 핵무장, ‘전시(戰時)정부’ 구성 등 전쟁에 대비하자고 강조한다. 이를 ‘색깔론’ ‘정부 흔들기’라고 하는 비판도 있다.  
    “정치적 역(逆)색깔론이다. 전쟁 대비 주장을 마치 호전(好戰)론으로 몰아붙여선 안 된다. 사마천은 ‘이전거전(以戰去戰)’, 즉 ‘전쟁을 잘 준비함으로써 전쟁을 막자’고 주장했다. 안보위기에서 정부를 흔들고 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야당의 건강한 비판을 경청하기보다 ‘정치 프레임’을 가져다 야당을 호전세력으로 규정하는데, 이는 ‘안보 포퓰리즘’이다. 한미공조를 강조하면 ‘종미(從美)주의’라거나 ‘미국 바짓가랑이 잡고 안보를 구걸한다’고 주장하지만 자유한국당은 미국이 반대하는 전술핵 반입과 핵무장을 요구한다. 안보를 위해 우방국인 미국에 반하는 걸 요구하는 게 종미주의인가. 핵무장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추진할 때 당시 박정희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이미 취했던 정책이다. 미국 등 국제사회, 북한에 주는 메시지로 봐야 한다.”

    북핵 해결을 위한 ‘운전석’엔 누가 앉아야 한다고 보나. 최근 문 대통령은 자신이 앉겠다고 했는데.
    “문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 해결 주체는 대한민국이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에서 운전석을 얘기했다면 이해가 가지만, ‘운전사 마음대로’라는 의미였다면 적절치 않다. 북핵 해결을 위한 특수차량은 운전석보다 ‘내비게이션 세팅’이 중요하다. 특수차량에 동승한 사람들은 같은 목적지와 경유지를 합의하고 ‘같이 갑시다 정신’(Go Together)으로 내비게이션 좌표를 세팅해야 한다. 어디로 갈지 갈등한다면 운전석에 누가 앉느냐는 큰 의미가 없다.”



    ‘코리아패싱’ 내비친 ‘키신저 사고’의 위험성

    ▼‘내비게이션 세팅’에서 한국은 배제되고 있나. 야당은 외교 문제 해결 테이블에서 우리나라가 제외되는 ‘코리아패싱(Korea passing)’을 주장한다.
    “‘패싱을 당하느냐, 아니냐’ 하는 것보다 ‘패싱을 당하고 있다’는 평판을 듣지 말아야 한다. 최근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코리아패싱이 논란이 됐는데, 그의 해법은 약소국 처지에선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가 설계한 ‘파리평화협정’(1973)은 베트남전쟁을 종식한 협정이었지만, 미국 처지에서는 베트남 참전을 끝낸 협정이었다. 당시 키신저는 남베트남(월남) 몰래 북베트남(월맹)의 레둑토와 비밀평화협정을 추진하면서 남베트남을 철저히 ‘패싱’했고, 결과는 월남 패망이었다. 키신저 전 장관의 최근 주장도 ‘김정은 몰락 이후 새 정권을 수립할 때 중국이 원하는 한반도 질서에 관한 아이디어를 일정 부분 수용하자’는 건데, 발상과 내용 모두 심각한 문제가 있다. 미국은 일본의 한반도 지배권을, 일본은 미국의 필리핀 지배권을 각각 인정한 ‘가쓰라-태프트 밀약’(1905) 같은 코리아패싱이 있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코리아패싱 비판을 억울해할 게 아니라 이런 얘기를 듣지 않도록 미국과 신뢰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키신저 전 장관은 7월 28일 북한의 ‘화성-14형’ 발사 이후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에게 “북한 정권 붕괴 이후 상황에 대해 미·중이 사전 합의한다면 북핵 문제 해결에 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중국 측 우려를 덜어주고자 (북한 붕괴 후) 주한미군 철수 공약 같은 것이 포함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을 배제한 채 미·중이 한반도 문제를 결정하자는 뜻으로 풀이돼 논란이 증폭됐다.

    취임 100일을 맞은 문재인 정부의 안보정책을 어떻게 보나.
    “국방·안보정책은 극적인 변화보다 연속성이 중요하다. 사드 포대 완전 배치를 결심하고, 한미 미사일 개정 협정을 토대로 우리 미사일 전력을 강화하려는 것은 높게 평가하지만 한미동맹 강화, 대북 군사태세, 군에 대한 국민 신뢰 측면에서는 좋은 평가를 할 수 없을 거 같다. 북한은 김대중·노무현정부의 대북·안보정책을 악용해 결과적으로 핵·미사일을 개발할 시간을 벌었다. 새 정부도 노무현 정부의 안보·국방정책을 답습하는 느낌이 들고, 북한이 다시 악용할 거라는 걱정이 앞선다. 북한에게 나쁜 메시지를 주는 정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 국방·안보 분야에서는 포퓰리즘을 경계하면서 명분과 실리를 함께하는 통찰력 있는 국방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향후 5년간 추진할 국방정책은 그다음 5년, 50년을 내다보는 정책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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