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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中 시진핑 눈 밖에 난 알리바바

‘짝퉁 판매’ 폭로에 백기투항…글로벌 대기업도 꼼짝 못 하는 공산당의 힘

中 시진핑 눈 밖에 난 알리바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중국 알리바바(阿里巴巴)그룹이 정부와의 갈등을 가까스로 수습하며 위기를 모면했다. 중국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공상총국)은 1월 28일 발간한 백서를 통해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淘寶)가 가짜 담배와 술, 가짜 명품 핸드백은 물론, 무기 등 각종 금지 물품을 파는 행위를 눈감아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상총국은 또 알리바바 직원들이 검색어 순위를 올려주거나 광고 자리를 내주겠다는 명목으로 상품 판매자들로부터 뇌물을 챙겼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백서까지 내면서 민간 대기업의 부당행위를 지적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 공상총국은 1월 23일에도 지난해 하반기 대형 인터넷 쇼핑몰 표본조사 결과 타오바오의 정품 판매율이 37%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공상총국은 또 타오바오가 쇼핑몰 점주들의 신분을 확인하지 않았고, 가짜 휴대전화를 파는 등 위조품 판매가 많으며, 과장광고를 했다는 등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민간은 관료와 다투지 못한다

중국 정부의 잇단 경고로 올해도 거침없이 질주할 것으로 예상되던 알리바바의 행보에 급제동이 걸렸다. 먼저 주가가 1월 28일과 29일 이틀 연속 각각 4.3%, 8.7% 폭락하면서 시가총액 300억 달러(약 33조 원)가 순식간에 증발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4분기 매출 규모가 시장 예상보다 못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알리바바는 더 큰 타격을 입었다.

영어교사 출신인 마윈(馬雲) 회장이 1999년 창업한 알리바바는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84%를 점유하는 거대 기업이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증시에서 사상 최대인 250억 달러(약 27조 원)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성사했다. 당시 공모 가격 기준으로 기업가치 평가액(시가총액)이 2314억4000만 달러(241조6000억 원)를 기록하면서 알리바바는 세계 굴지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인터넷 업체 중에서는 구글(4031억8000만 달러)에 이어 세계 2위. 그에 따라 마 회장은 지난해 말 개인자산 286억 달러(약 31조5100억 원)를 기록하면서 중국 최고부자로 등극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주가 폭락으로 마 회장은 최고부자 자리를 리허쥔(李河君) 한넝(漢能)그룹 회장에게 넘겼으며, 이내 3위까지 밀려났다



中 시진핑 눈 밖에 난 알리바바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 홈페이지(www.taobao.com)에서 한류 제품을 뜻하는 ‘한국풍(韓國風)’으로 검색한 결과 화면. 국내 오픈마켓과 크게 다르지 않게 의류, 신발, 액세서리 제품 사진이 검색된다.

홍콩과 중화권 언론매체들은 마 회장이 중국 정부에 호되게 뺨을 얻어맞았다며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알리바바와 정부 간 불화설을 제기하고 나섰다. 마 회장이 중국 정부에 밉보인 이유는 무엇보다 공상총국의 권위에 도전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공상총국은 중국 기업의 상거래를 감독하는 기관. 공상총국의 짝퉁 조사 결과에 대해 당초 알리바바는 판매 제품 10억 개 가운데 51개 제품만 조사 샘플로 선정하는 등 편파적으로 판정이 내려졌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공상총국이 백서를 공개한 것은 이러한 반발에 대응한 조치였다.

그러나 주가 폭락 등으로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자 마 회장은 1월 30일 공상총국의 장마오(張茅) 국장을 찾아가 짝퉁 제품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등 고개를 숙였다. 마 회장이 사실상 ‘백기투항’한 것은 중국공산당이 기업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중국에는 ‘민간이 관료와 다투지 못한다(民不與官鬪)’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글로벌 대기업이라 해도 공산당 일당 지배체제의 중국에선 정부 관리가 ‘슈퍼 갑(甲)’일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세계적 인물로 부상한 마 회장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왔다. 이번 사건을 두고 중국 정부가 알리바바와 마 회장에게 본때를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한때 중국 최고부호로 이름을 날린 황광위(黃光裕) 궈메이(國美)그룹 전 회장, 쓰촨(四川)성에 본거지를 뒀던 한룽(漢龍)그룹의 류한(劉漢) 회장도 공산당에 밉보여 몰락한 일이 있다.

이번 사태의 또 다른 이유는 알리바바와 마 회장의 지나친 사업 확대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중국 정부가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알리바바와 마 회장은 인터넷 쇼핑몰 운영을 통해 확보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인터넷 금융, 민간은행, 개인신용정보 조회업, 관광업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이와 관련해 류타이강(劉太剛) 런민(人民)대 공공관리학원 교수는“알리바바의 빅데이터는 중국인의 모든 생활상을 담고 있고 이를 통해 중국 전략 자원의 유통과 취약성까지 파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국가안보 차원에서 정보보안을 강화해왔는데, 알리바바의 사업 확장과는 상충되는 측면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태자당의 축재 노려보는 시진핑

마 회장이 ‘태자당(太子黨)’과 연루됐기 때문이라는 설도 제기된다. 태자당은 중국 당·정·군 고위층 인사들의 자녀를 말한다. 알리바바 주식을 상당량 보유한 중국 투자기업은 보위캐피털, 시틱캐피털, 중국개발은행(CDB)캐피털 등인데, 이들은 모두 태자당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보위캐피털은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손자인 장즈청(江志成)이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고, CDB캐피털에서는 허궈창(賀國强) 전 상무위원의 아들 허진레이(賀錦雷)가 부사장을 지냈으며, 시틱캐피털에는 류윈산(劉雲山) 정치국 상무위원의 아들 류러페이(劉樂飛)가 회장으로 있다.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의 아들 윈윈쑹(溫雲松)이 공동설립자로 참여한 뉴호라이즌캐피털도 알리바바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지난해 알리바바의 기업공개로 엄청난 이득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축재가 ‘부패와의 전쟁’을 주창해온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 시 주석이 마지막 호랑이로 장 전 주석 일가를 겨누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알리바바와 마 회장이 앞으로 중국 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 낙관이 쉽지 않은 배경이다.



주간동아 2015.02.09 975호 (p56~57)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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