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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커져라 세져라, ‘방산 한류’

T-50, K-9 자주포 등 첨단 국산 무기 수출 적극 추진

  • 이정훈 신동아 기획위원 shamora@donga.com

커져라 세져라, ‘방산 한류’

커져라 세져라, ‘방산 한류’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10월 13~17일 열린 중동 3개국 초청 한국 방산 콘퍼런스. 중동 3개국은 걸프협력회의(GCC) 소속이라 이 행사는 ‘한국-GCC 콘퍼런스’로 명명됐다.

공군의 3차 FX(차기전투기) 사업이 한창일 때 여러 언론이 미국 록히드마틴과 보잉, 유럽연합 EADS사의 전투기 조립 공장을 방문한 르포 기사를 실었다. 그 기업들이 자사 전투기를 홍보하고자 한국 기자들을 초청했던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우리 무기를 수출하려고 영향력 있는 외국인을 불러와 설명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특정 안건이 있을 때만 소수를 불러들였다. K-9 자주포나 K-2 전차, KT-1 기본훈련기, T-50 고등훈련기, 잠수함 등을 수출하기 위해 다른 나라와 경쟁해야 할 때, 수입할 나라의 실력자나 조사 담당자들을 불러 살펴보게 했을 뿐이다.

이 한계를 방위사업청(방사청)이 깨뜨렸다. ‘방산 한류’를 만든다는 목표로 한국 무기를 살 수 있는 나라의 관계자를 초청해 한국 무기 홍보 기회를 만든 것. 대상 국가는 ‘돈도 있고 안보 수요도 많은’ 중동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로 삼았다. 이들은 현재 IS(이슬람국가) 사태라는 위기에 직면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외국 관계자 초청 무기 설명회

방사청은 10월 13일부터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이들 3개국을 위한 종합설명회(콘퍼런스)와 국가별로 다르게 한 맞춤설명회를 가졌다. 이어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주요 방산업체를 견학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

이 설명회에서 눈길을 끈 것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었다. KAI는 2009년 UAE를 상대로 T-50을 처음 수출하려 했지만 이탈리아 업체에 패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겨 UAE와 이탈리아 업체는 계약하지 못했다. UAE는 고등훈련기 도입 사업을 새로 한다고 했지만, 내부 사정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KAI는 이라크 문을 두드려 2013년 T-50에서 파생된 경공격기 FA-50 24대를 11억 달러에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



사우디는 최강 전투기 F-15SA와 유러파이터 타이푼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한 사우디를 상대로 KAI는 FA-50을 들고 맞춤설명회를 가졌다. ‘모기 보고 검을 뽑을 수는 없지 않느냐’는 논리로 “F-15SA 등은 장거리 작전을 수행하는 데 사용하고, FA-50은 해상 유전 등 가까운 국익을 지키는 데 사용하라”고 권유한 것. 고등훈련기 사업을 애써 외면하는 UAE 측에는 수리온 헬기의 성능을 보여줬다.

중동전쟁은 대부분 육지에서 발발했다. 그런 이유로 이 지역 국가들은 지상군과 공군력을 많이 보유해왔다. 미국이 이란을 견제하고자 걸프해역으로 함정을 투입하자. 이란은 북한산 잠수정을 도입, 대항했다. 이란이 해군력을 키워가자 중동의 친서방 국가들은 해군력을 키워야 한다는 문제에 직면했다. 대우조선해양은 그 점을 파고들어 인도네시아에 1400t급 잠수함(DSME-1400) 3대를 수출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 설명회에 함정을 갖고 참가했다. 미국은 대형 함정만 만들기에 중동국가들이 원하는 작은 함정은 제공할 수 없다는 점을 노렸다. 한국은 조선업 강국인 데다 이러한 나라들이 사용할 수 있는 잠수정과 소형 잠수함, 고속함, 초계함을 많이 만들어왔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들을 모두 건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이 밖에도 삼성테크윈은 미국산 팔라딘 자주포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K-9 자주포를, 현대로템은 세계 최강이라는 찬사를 받은 K-2 전차를 설명했다.

커져라 세져라, ‘방산 한류’

포구 자동 청소기를 설명하는 수성정밀 안상진 대표.

이 설명회에 대기업만 참여한 것은 아니다. 중소업체 수성정밀도 참여했다. 수성정밀은 실린더가 있는 엔진 블록과 실린더 안을 오가는 피스톤 등을 만드는 회사다. 방산 대기업들이 내놓은 제품은 선진국 무기 회사가 이미 만든 것을 ‘따라 한 것’이다. 우리가 최초로 만든 제품을 내놓은 것이 아니라 그들이 만든 제품을 개량해 내놓았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수성정밀만은 세계에 없는 창조적인 장비를 내놓았다.

포병 생활을 해본 남자라면 알 것이다. 포 사격이 끝난 뒤 포구를 청소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를. 한국이 자랑하는 K-9 자주포의 포구를 닦으려면 1m 길이의 장전봉 9개를 연결하고 장병 7~8명이 달라붙어 용을 써야 장전봉을 밀어 넣었다 빼내면서 포구 속 화약 찌꺼기를 닦아낼 수 있다. 전투 시엔 특히 화약 찌꺼기가 많이 생기는데 그때마다 장병들을 포구 청소에 투입하는 것은 허점이 될 수도 있다.

수성정밀 안상진 대표는 포구는 실린더, 장전봉은 피스톤과 같다는 데 주목하고 자동차 피스톤처럼 장전봉도 자력으로 오가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동으로 오가는 장전봉을 ‘자동 포구 청소기’라고 명명했다. K-9 자주포의 포구는 49개 강선이 돌아가고 있어 장전봉을 넣어 닦는 것이 매우 힘든데, 안 대표는 강선 사이에 있는 48개 홈에 쏙 들어가는 돌기를 자동 포구 청소기에 설치했다. 자동 포구 청소기가 전진과 후퇴를 할 때 돌기들이 회전해 강선 사이에 있는 홈을 스케일링하는 방식이다.

새 장비 도입하는 나라 집중 공략

수성정밀은 첨단기술을 개발한 게 아니라, 있는 기술을 응용해 세상에 없는 장비를 만들어낸 것이다. 전 세계로 특허출원을 한 수성정밀이 이 장비를 들고 나가자 많은 나라가 주목했다. 수성정밀이 이 설명회에 특별 초청받은 이유도 중동 3개국이 이 장비에 관심이 높았기 때문이다.

방사청이 주최한 이번 설명회에는 한국방위산업학회(방산학회)가 협조했다. 방산학회는 학자들을 내세워 한국 방산 능력을 학문적으로 설명했다. 방산 회사보다 학자들이 나서서 설명하는 것이 객관성을 높인다고 봤기 때문이다.

방산은 수출보다 수입이 많은 대표적인 적자 산업이다. 방산은 쉽게 시장이 창출되지 않는다. 미국제 무기를 한번 도입하면 실탄과 부속을 계속 도입하게 되고, 그 결과 미국 장비에 익숙해져 다음 장비를 살 때도 미국제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 한국 같은 방산 후발국이 시장을 만들기 어려운 이유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은 새로 장비를 도입하는 나라를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한다. 또한 수성정밀처럼 실용적인 장비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수출보다 수입이 많은 방산을 효자 산업으로 만들려면 ‘방산 한류’를 창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한국 방산을 소개하는 좀 더 교묘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방사청과 방산업체들이 나서는 것은 너무 속 보이니 방산학회가 주최해 객관성과 전문성을 갖추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방산 한류를 만들려면 여러 조직이 다양한 발상을 내놓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커져라 세져라, ‘방산 한류’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한 중동 3개국 대표들.





주간동아 960호 (p56~57)

이정훈 신동아 기획위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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