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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독과점 기업 인센티브 규제 ‘양면시장’ 새 패러다임 제시

올 노벨경제학상 장 티롤 교수…거시경제·게임이론 등에서 영향력 발휘

  • 전도신 툴루즈대·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독과점 기업 인센티브 규제 ‘양면시장’ 새 패러다임 제시

독과점 기업 인센티브 규제 ‘양면시장’ 새 패러다임 제시

장 티롤 교수가 재직하고 있는 프랑스 툴루즈 경제대 캠퍼스.

경제학계에 새로운 스타 학자가 탄생했다. 2014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장 티롤(Jean Tirole) 프랑스 툴루즈대 교수가 바로 그다. 툴루즈대에서 제자, 공동 저자, 동료로서 티롤 교수를 가까이에서 접해온 필자가 그의 업적과 인품 그리고 툴루즈 경제대(Toulouse School of Economics·툴루즈 1대학)를 소개하게 돼 영광이라 생각한다.

티롤은 프랑스 최고 엘리트 교육기관인 그랑제콜 가운데 하나인 에콜 폴리테크니크(Ecole Polytechnique)를 졸업하고 1981년 MIT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위 취득 이후 파리에서 잠시 활동하다 84년부터 MIT에서 교수로 재직했고, 91년 프랑스에 있는 툴루즈대로 옮겼다. 이때쯤 이미 그는 세계적인 경제학자였고, 지금까지 툴루즈대에서 활동해오면서 많은 영향력 있는 논문을 저술해 61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노벨상을 받게 됐다.

학계와 정책결정자에 많은 영향

티롤은 금융, 거시경제, 경제와 심리, 게임이론 등 경제학의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논문을 많이 집필했다. 이번 노벨상은 그중 규제 및 산업조직론에 관한 공헌으로 받은 것이라 그 부분을 중심으로 소개하려 한다.

1970년대 중반 경제학계에선 정보의 비대칭성(Asymmetric Information)에 관한 연구 열풍이 불었다. 이는 80년대에도 계속 이어졌다. 정보의 비대칭성이란 경제 거래에 참여하는 두 당사자 중 한쪽이 가진 정보를 상대가 갖고 있지 않을 때 발생하는 것이다. 예컨대 중고차 거래 때 차를 파는 사람은 차의 품질을 정확히 알지만 사는 사람은 잘 모르는 경우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한다. 정보의 비대칭성에 관한 연구는 무척 중요해, 이미 세 차례에 걸쳐 8명의 경제학자가 이 분야에 대한 연구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1980년대에는 특히 정보의 비대칭성하에서의 계약이론에 관한 연구에 많은 진전이 있었는데, 이 분야에는 장자크 라퐁(Jean-Jacques Laffont)이란 프랑스 출신 대가가 있었다. 라퐁과 티롤은 공동 작업으로 저술한 10여 편의 논문을 통해 규제이론을 인센티브 관점에서 새로 정립했다.

이전의 규제이론은 규제 대상 기업의 인센티브 문제를 도외시했지만, 두 사람은 정보의 비대칭성하에서 인센티브 문제에 초점을 맞춘 ‘인센티브 규제(Incentive Regulation)’ 이론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학계와 정책결정자들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예컨대 규제 대상 기업이 비용을 절감하는 노력을 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는 누구나 동의하겠지만, 실제로 어떻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지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특히 비용 절감이 쉬운 상황이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상황도 있을 수 있는데, 이 상황에 대한 정보는 규제받는 기업만이 알고 규제 당국은 잘 모르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가격 상한(price cap) 규제처럼 상황과 관계없이 비용 절감을 많이 하도록 강한 인센티브만 제공하는 것은 많은 렌트(rent)를 줄 위험이 있다. 물론 어떤 비용도 회수할 수 있도록 약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기업이 비용 절감 노력을 게을리하기 때문에 이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인센티브 규제이론은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할 때 어떻게 규제하는 것이 좋은지를 연구한다.

라퐁과 티롤은 강한 인센티브와 약한 인센티브 모두를 하나의 메뉴로 제공해 규제 대상 기업이 비용 절감이 쉬운 상황에서는 강한 인센티브를,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약한 인센티브를 스스로 선택하게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이러한 인센티브 규제이론은 텔레콤, 전기, 철도 같은 기간산업 규제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10년 전 작고한 라퐁이 살아 있었더라면 티롤과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했을 공산이 크다.

또 1980년대에는 게임이론(상호작용을 하는 경제 주체 간 전략적 의사결정을 수학적 모델을 사용해 분석하는 이론)이라는 새로운 방법론을 독과점적인 기업 간의 전략적 경쟁에 적용하는 새로운 연구들이 이뤄졌다. 티롤은 이러한 연구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 집대성한 ‘산업조직이론’이라는 책을 88년 출판했다. 이 책은 산업조직론의 ‘바이블’이 돼 26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이 분야 최고 교과서로 사용되고 있다.

명석한 머리에 겸손한 모습

이 밖에도 티롤은 다양한 개별 시장들(텔레콤, 에너지, 신용카드, 은행, 특허 시장 등)에 대한 연구들로 영향력 있는 논문을 많이 저술했다. 특히 장샤를 로셰(Jean-Charles Rochet) 교수와 함께 2000년대 이후 저술한 신용카드의 정산수수료(interchange fees)에 관한 논문들과 이를 바탕으로 한 ‘양면시장(two-sided markets)’에 관한 논문들은 양면시장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산업경제학계에 널리 사용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양면시장은 상이한 그룹 간 상호작용을 매개해 수익을 올리는 플랫폼 연구에 아주 적합한 개념이다. 이는 경제학자들뿐 아니라 플랫폼을 연구하는 경영학자들에 의해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예컨대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인터넷 검색 엔진들은 소비자와 콘텐트(content) 간 상호작용을 검색 서비스를 통해 도와주고 키워드 광고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양면시장의 플랫폼이라 볼 수 있다. 그 밖에도 미디어, 비디오게임, 크레디트 카드, 운영체제(operating system) 등을 양면시장으로 간주할 수 있다.

티롤을 평가할 때 잊지 말아야 할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그가 라퐁과 함께 툴루즈대를 세계적인 대학으로 성장시켰다는 사실이다. econphd.net에 따르면 경제학에서 툴루즈대는 세계 18위와 유럽 2위를 차지하고 있고, 특히 산업경제학 분야에서는 세계 5위에 올라 있다.

라퐁은 티롤의 공동 저자이자 멘토로, 1970년대부터 툴루즈대에 정착해 학문적 황무지에 인재들을 하나 둘씩 모아 툴루즈학파를 만들어낸 존경받는 리더였다. 티롤도 MIT라는 세계 최고 대학에서 슈퍼스타 경제학자로서의 안락한 삶을 추구할 수 있었지만, 고국에 돌아와 세계적인 경제 연구 대학을 만들자는 라퐁의 비전을 공유해 툴루즈대로 옮겼다. 10년 전 라퐁이 안타깝게 작고한 후 티롤은 적극적인 기부금 유치에 나서 그 기금으로 툴루즈 경제대를 공식 출범했으며 학교가 한 차원 높이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점이 있다. 무엇보다 티롤은 성실하다는 점이다. 아마 그가 툴루즈대 동료 가운데 가장 비상한 두뇌를 가졌을 가능성도 높지만, 그보다는 동료 가운데 가장 일찍 출근해 가장 많은 시간을 연구에 집중하는 사람이라는 점만은 확실하다. 또 그는 아주 겸손하고 젊은 후배 동료들을 세심하게 배려할 줄 안다. 필자도 그의 집에 저녁식사 초대를 받곤 했다.

*전도신 교수는 2000년 프랑스 툴루즈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8년간 바르셀로나 폼페우파브라대(Universitat Pompeu Fabra)에서 교수로 일했으며, 2008년부터 툴루즈대에 재직하고 있다.



주간동아 960호 (p40~41)

전도신 툴루즈대·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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