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25

2014.02.17

콘텐츠 최강자 OTT 세상

인터넷 기반 TV 등 미디어 서비스…기존 통신과 방송 산업 위협

  • 문보경 전자신문 통신방송사업부 기자 okmun@etnews.co.kr

    입력2014-02-17 10: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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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텐츠 최강자 OTT 세상
    우리나라에서도 각종 베트남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1월 22일 지로드코리아(대표 이영표)가 베트남 ‘씬짜오TV’ 서비스를 개시했기 때문이다. 해외 방송을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이유는 오버 더 톱(Over The Top·OTT) 때문이다. OTT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미디어 서비스를 말한다. 인터넷 때문에 방송 영역에서도 경계가 허물어졌다. 지로드는 해외 방송 플랫폼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에 OTT 방식으로 진출했다.

    지로드가 제공하는 OTT 셋톱박스 하나만 있으면 해외 채널 20여 개를 TV로 시청할 수 있다. 씬짜오TV는 VTV, VTC, YeahTV 등 베트남 국영·민영 방송사가 송출하는 종합편성, 경제, 문화, 오락 등 21개 채널을 제공한다. 또 교육, 엔터테인먼트, 어린이, 뉴스 등 주문형비디오(VoD) 2000여 개와 베트남 녹음 반주 1만여 곡도 즐길 수 있다. 베트남에서 보는 방송을 한국에서 그대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보니 모바일로도 시청할 수 있다.

    한국에서 씬짜오TV를 이용하려면 OTT셋톱박스를 15만 원에 구매하고, 매달 이용료 1만7000~2만 원을 내면 된다. 국내 유료방송보다 비싸지만 12만여 명에 달하는 국내 베트남 관련 인구를 감안하면 적잖은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각종 기기로 서비스 이용량 증가

    앞서 설명했듯 OTT는 기존 통신이나 방송사가 아닌 새로운 사업자가 인터넷을 이용해 제공하는 콘텐츠·미디어 서비스다. 이용 시간이 자유롭고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다양한 기기에서 원하는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이용료도 유료TV보다 낮다.



    카카오톡처럼 인터넷 기반으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것도 OTT 가운데 하나다. 인터넷으로 실시간 볼 수 있는 방송 프로그램도 OTT다. 티빙(tving)과 푹(pooq)이 대표적인 국내 OTT 서비스다. 자유롭고 편리해 통신과 방송 등 기존 산업을 위협한다.

    초기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는 유튜브처럼 짧은 동영상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드라마와 영화, TV쇼로 옮겨갔다. OTT를 큰 화면에서 볼 수 있게 도와주는 각종 기기가 나타나면서 서비스 이용량이 더욱 증가하는 상태다.

    미국 온라인 비디오 마케팅 매체 릴서(ReelSEO)에 따르면 현재 세계에서 사용하는 OTT 단말기는 총 17억 대 이상으로 추산된다. 셋톱박스, 블루레이 플레이어, 커넥티드TV, 비디오 게임기(콘솔)뿐 아니라 애플TV, 로쿠, 박시 같은 디지털 미디어 어댑터(DMA) 등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개인용 컴퓨터(PC), 태블릿PC, 스마트폰도 OTT 단말기에 포함된다. 태블릿PC는 지난해 4분기 PC 판매량을 앞지르며 가장 주목받는 OTT 단말기로 떠올랐다. 스마트TV도 증가 추세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어낼리틱스(SA)는 ‘2014년 사용자 기기 분야 10대 혁신 기술’ 중 하나로 OTT를 주목했다. 시장조사업체 인포마(Informa)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이 2012년 102억 달러에서 2017년 27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OTT는 단순히 콘텐츠 전달 방식만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제 콘텐츠까지 직접 제작하며 하나의 세력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위상을 보여주는 사건이 최근 일어났다.

    콘텐츠 최강자 OTT 세상

    씬짜오TV 브로슈어.

    1월 12일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Netflix)가 제작한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가 골든글로브상을 거머쥔 것. 방송사가 아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이 골든글로브상을 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지난해 9월 TV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하는 에미상에서도 최고감독상을 받았다(‘주간동아’ 922호 참조).

    OTT가 가장 활발한 지역은 미국이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NPD그룹에 따르면 미국 전체 가구 중 27%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한다. 유료TV를 이용하는 비율은 32%다. 아직은 유료TV 시장이 5%p 높지만 온라인 스트리밍의 무서운 성장세를 보면 유료TV 이용률을 뛰어넘는 건 시간문제다.

    실제로 유료TV 가입자 감소세가 두드러진 반면 넷플릿스와 훌루 등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가입자는 눈에 띄게 증가했다. 지난 2년간 전체 유료TV 가입자는 6% 하락했다.

    구글의 크롬캐스트 한국 발매 유력

    미국 OTT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대표적 기업은 넷플릭스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가입자 수 3300만 명을 기록하며 대표 유료TV인 HBO 가입자 수 2870만 명을 추월했다. 이러한 상황이 연출되자 미국 시청률 조사기업 닐슨은 지난해 온라인 TV 시청자를 시청률 조사에 포함할 계획까지 언급한 상태다.

    전통 미디어 산업은 침체기를 겪는 반면 OTT 시장은 성장을 거듭하다 보니 내로라하는 글로벌 업체도 OTT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아마존이 케이블채널 및 위성TV와 경쟁하는 스트리밍 유료TV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미 아마존은 모바일 VoD ‘프라임 인스턴트 비디오’로 콘텐츠 분야 경쟁력을 쌓아왔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아마존 방식은 넷플릭스를 넘어선다. 아마존은 넷플릭스와 같은 OTT 방식으로 케이블채널처럼 자체 네트워크를 만들지 않고 웹으로 서비스를 확대한다.

    물론 OTT의 길이 호락호락한 것만은 아니다. OTT가 가장 활발하게 서비스되는 미국에서조차 규제 문제는 심각한 이슈다. 전통 산업은 규제와 허가 대상이지만 신규 서비스는 그렇지 않다. 방송은 자체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하지만, OTT는 인터넷 인프라에 무임승차한다는 비난도 있다. 최근 미국항소법원은 이와 관련한 소송에서 정보통신 전문업체 버라이즌 손을 들어줬다. 통신사가 인터넷에서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기업으로부터 비용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 판결로 넷플릭스는 1000억 원에 이르는 비용을 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티빙과 푹이 대표적인 OTT 서비스로 꼽힌다. 기존 방송 프로그램을 어떤 단말기로도 볼 수 있는 인터넷 기반으로 바꿔 인기를 끈다.

    여기에 더해 구글이 지난해 야심 차게 선보인 ‘크롬캐스트’의 한국 정식 발매도 유력한 상황이다. 구글은 3월 1일 영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 시장에 크롬캐스트를 출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크롬캐스트는 약 4만 원에 구형 TV를 인터넷TV로 바꾸는 기기다. TV HDMI 단자에 크롬캐스트를 끼우고 무선인터넷만 연결하면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서 보던 인터넷 콘텐츠가 간편하게 TV로 전송된다.

    구글은 개발자가 크롬캐스트와 호환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할 수 있는 ‘캐스트 소프트웨어 개발도구(SDK)’까지 공개했다. 현재 크롬캐스트는 구글플레이 뮤직, 무비·TV, 넷플릭스, 유튜브, HBO, 훌루 플러스, 판도라 앱을 실행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OTT는 전 세계적 흐름”이라며 “한국은 아직 초기 시장이지만, 한번 바람이 일기 시작하면 급속도로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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