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21

2014.01.13

당뇨, 30~40대 조준했다

2012년 30~40대서 25만 명 발병…약물 요법은 필수, 조기 발견과 초기 관리가 중요

  • 최영철 주간동아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14-01-13 10: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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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건강검진을 받은 직장인 이모(48) 씨는 의사로부터 평생 당뇨병 치료제를 복용해야 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신장 170cm에 몸무게 83kg인 그는 비만인 탓에 건강검진 때마다 체중 감량을 권유받았고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직계가족 가운데 당뇨병을 가진 이가 없는 데다, 평소 건강과 관련해 특별한 문제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이씨는 식사 및 운동 요법을 통한 체중 조절과 함께 당뇨병 치료제도 복용 중이다.

    3다(多) 증상과 고위험군은 무조건 의심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국내 당뇨병 진료 환자 가운데 40대 이하 환자는 전체 환자의 12.5%에 해당하는 약 27만600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이하 환자 수가 약 2만4000명인 점을 감안하면 30~40대에서 약 25만 명의 당뇨병 환자가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추이는 연령 증가에 따라 높아져 50대에서는 약 31만 명의 신규 당뇨병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히 당뇨병 쓰나미주의보가 발동한 셈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당뇨병 안전 나이대라고 생각했던 30대에게도 당뇨병은 더는 남의 일이 아닌 질환이 됐다.

    당뇨병은 일단 발병하면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으로,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관리할 경우와 방치할 경우를 비교하면 환자 예후가 극과 극이라 할 만큼 차이가 난다. 그만큼 조기 발견 및 초기 관리가 중요하지만 당뇨병 환자 10명 중 3명은 자신이 당뇨병을 앓는다는 사실조차 모르며, 특히 30~40대 젊은 당뇨병 환자의 10명 중 6명이 자신이 환자인 것을 알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는 당뇨병의 경우 혈당 상승이 심하지 않으면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증상이 있더라도 간과하기 쉽기 때문이다.

    당뇨병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다음(多飮), 다식(多食), 다뇨(多尿), 이른바 3다(多) 증상을 꼽을 수 있다. 따라서 자주 물을 마시고, 밥을 많이 먹으며, 소변보는 횟수가 증가하는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면 당뇨병 발병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 없이 발병하는 경우도 흔한 만큼 당뇨병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이는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발병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정창희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뇨병 발병 위험인자가 없더라도 40세 이상 성인과 과체중을 포함해 직계가족 가운데 당뇨병이 있는 경우, 공복혈당장애나 내당능장애 같은 당뇨병 전 단계를 앓은 과거력, 임신성 당뇨병이나 4kg 이상의 거대아 출산력,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같은 질병을 동반한 경우 등 위험인자를 갖고 있다면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30세에 접어든 시점에 당뇨병을 조기 발견하고 초기부터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뇨병 관리에서 약물 요법은 식사 요법과 운동 요법만으로 혈당 조절이 되지 않는 환자에게 필수적이다. 걱정스러운 점은 젊을수록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 치료제 복용지침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당뇨병을 진단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참 환자 중에 일단 약물 요법을 시작하면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것에 거부감을 갖고 약물 요법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당뇨병 약물 요법에서 약을 정해진 방법대로 복용하는 복약 순응도는 혈당 조절에 영향을 미치며, 복약 순응도가 10% 감소할 때마다 혈당 관리 지표로 사용하는 당화혈색소 수치는 0.10~0.15%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화혈색소 수치가 증가할수록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 발생과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 만큼, 일단 약을 처방받은 환자라면 당뇨병 관리 초기부터 혈당을 적절히 조절하고 합병증 발생과 진행을 늦추기 위해서라도 약을 처방에 따라 제대로 복용해야 한다.

    정창희 교수는 “진료 시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는 환자를 접하곤 하는데, 업무 등으로 바빠서 약 먹는 것을 잊거나 제때 복용하지 못하는 젊은 환자도 상당수”라며 “약 복용을 제때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다면 이를 주치의에게 알리고 적절한 복약 지도와 함께 하루 한 번 복용으로 기존 복합제와 동일한 효과를 내는 복합제 서방정(서서히 방출되는 정제약)을 처방받는 등의 방법으로 이를 개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식사 요법과 운동 요법 적극 실천해야

    당뇨, 30~40대 조준했다

    당뇨병 환자의 식이요법은 ‘가려 먹기’보다 ‘골고루 먹기’여야 한다. 균형 잡힌 식단에 대해 영양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당뇨병은 대표적인 생활습관 질환인 만큼 약물 요법과 함께 식사 요법과 운동 요법을 꾸준히 챙겨야 한다. 식사 요법의 경우, 표준체중을 바탕으로 열량을 계산해 섭취량을 조절해야 하며, 혈당을 급격히 높일 수 있는 설탕 같은 단순당이 많이 함유된 음식은 섭취 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비만 정도가 약물 치료 효과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열량 과다 섭취를 피하고 적정 체중 유지에 힘써야 한다.

    운동 요법은 칼로리 소모를 통해 식사 요법의 효과를 높이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합병증 예방을 돕는다. 또한 당뇨병 관리로 발생할 수 있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등 정신건강 관리에도 이롭다. 특히 인슐린 주사제나 치료약을 투여받는 당뇨병 환자는 식후 30분 이후부터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당뇨병 환자의 혈당이 가장 높아지는 시간인 데다, 공복 시 또는 식사 전 무리하게 운동할 경우 저혈당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창희 교수는 “30~40대 젊은 당뇨병 환자 중에는 바쁜 사회활동과 일상생활로 식사 요법과 운동 요법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환자가 많은 편”이라며 “하지만 30~40대에 당뇨병 관리를 제대로 못 할 경우, 당뇨병 합병증 등으로 60대 이후 환자 본인의 삶의 질이 훼손되는 만큼 외부 요인을 탓하기보다 의지를 갖고 스스로 식사 요법과 운동 요법을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당뇨병은 대부분 정확한 발병 시기를 알 수 없어 진단 당시부터 당뇨병 합병증이 이미 진행된 경우도 종종 있지만, 일반적으로 발병 후 10~15년 사이 만성 합병증이 시작된다. 40세에 당뇨병을 진단받은 환자가 80세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그는 25~30년 남짓한 기간을 망막병증, 족부병증 같은 당뇨병 합병증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게다가 합병증이 악화할 경우 실명, 족부절단, 투석 등의 심각한 상태로 여생을 보내야 한다. 30~40대 당뇨병 환자라면 당뇨병을 적극 관리하는 것이 가장 필요한 노후 관리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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