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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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페놀A…통조림 캔은 억울?

코팅제 유해성 논란에 관련 업계 초비상…식약처 “안심해도 될 수준”에도 소비자 불안

  • 김지은 객원기자 likepoolggot@empas.com

    입력2013-11-11 11: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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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스페놀A…통조림 캔은 억울?
    최근 캠핑용 인기 식품 ‘비어치킨’에서 비스페놀A가 검출되면서 안전성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양승조 민주당 의원은 11월 1일 국내 대표 맥주 브랜드 3개와 2개 외국 브랜드(네덜란드, 일본) 캔맥주를 이용해 비어치킨을 조리할 경우 비스페놀A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양 의원 측은 국립환경연구원에 비스페놀A 용출 가능성에 대한 검사를 의뢰했고, 그 결과 가열 전에는 검출되지 않던 비스페놀A를 비롯한 물질 3종이 가열 후 국내 브랜드 제품 1개에서 26.2ppb 검출됐다.

    비스페놀A의 유해성과 관련한 보도는 10월 1일에도 나왔다. 서울대병원이 발표한 비스페놀A와 어린이 학습능력의 연관성 자료에 따르면, 비스페놀A 농도가 짙을수록 어린이의 학습능력이 떨어지고 행동장애 지수는 올라간다는 것. 서울대병원 측이 서울, 성남, 울산 등 5개 도시 초등학교 3~4학년 1000여 명의 소변을 채집해 비스페놀A 농도를 측정한 결과, 검사에 응한 모든 어린이에게서 비스페놀A가 검출됐으며, 비스페놀A가 10배 높아질 때마다 불안·우울 지수는 107%, 사회성문제 지수는 122% 증가했다.

    이에 관련 업계는 초비상 상태다. 어린이 학습능력과 행동장애는 한 가지 요인만을 원인으로 지목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 측 주장이다. 양 의원 측 발표에 대해서도 업계는 “비어치킨은 식약처(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캔 통째로 직접 가열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며 강하게 반발한다. 식약처 역시 이번 논란에 대해 비스페놀A 검출량이 기준치 이하이므로 안심해도 된다고 설명하고 나섰지만 캔 제품의 유해성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엔 역부족인 듯하다.

    인체안전기준치에 못 미쳐

    캔 제품은 대부분 내부 부식을 막으려고 코팅제로 에폭시 수지를 사용하는데, 이 원료가 되는 물질이 바로 비스페놀A다. 통조림의 경우 보관 상태나 기간에 따라 캔이 부식하면서 비스페놀A가 용출되기도 한다.



    그러나 식약처는 통조림에서 검출된 비스페놀A의 양은 0.0041~0.281ppm으로 우리나라 통조림 용기 용출기준인 0.6ppm에 훨씬 못 미치는 양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2007년 국내 유통 통조림 식품의 비스페놀A 함유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183개 제품 가운데 가장 많은 양이 검출된 것은 오렌지주스로, 최대 검출량은 0.017μg이었다. 이는 체중 60kg인 성인이 매일 176캔 이상을 먹어야만 인체안전기준치에 도달할 수 있는 양이다. 비스페놀A의 하루 인체안전기준치(일일섭취허용량·TDI)는 0.05μg/kg이다.

    이병무 한국독성학회 회장(성균관대 약학과 교수)도 급식용 통조림의 유해성에 대해 “비스페놀A 함량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 꽁치 통조림의 경우 그 수치가 281.09μg/kg로, 10세 어린이(평균체중 35.25kg)에게 제공되는 통조림 제품 1회 양을 100g으로 가정할 때 28.11μg/kg의 비스페놀A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어린이 체중을 1kg으로 산정하면 0.797μg/kg이란 수치가 나오는데, 이는 비스페놀A를 가장 선진적으로 규제하는 캐나다의 일일섭취허용량(25μg/kg)과 비교할 때 3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양”이라고 설명했다.

    비스페놀A가 학습능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발표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초등학생 행동변수에 대한 임상학적 측정 없이 부모가 자체적으로 설문형태의 아동행동점검표(CBCL)를 작성한 만큼 결과의 일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동행동과 비스페놀A의 영향에 대한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체내에서 쉽게 배출되는 비스페놀A를 단기간 채취한 결과를 놓고 장기간에 걸쳐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행동장애를 연관시켜 해석하는 것은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어린이의 행동 및 지적장애는 모체 태내에서부터 성장기를 거쳐 장기간 다양한 요소에 의해 유발되는 만큼, 소변에서 검출된 비스페놀A 양 하나만으로 그 원인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이번 연구논문의 제1저자인 홍순범 서울대 소아정신과 교수 역시 조심스럽게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본 연구 결과는 행동, 감정,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들과 비스페놀A에의 노출 간 관련성을 나타냈지만 인과관계를 명확히 규명한 것은 아니므로 후속 연구가 더 필요하다”면서 “어린이의 불안, 우울, 집중력 부족이나 산만함, 학습 곤란은 그 원인이 다양해 비스페놀A에의 노출만 걱정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비스페놀A…통조림 캔은 억울?
    비스페놀A, 소변으로 대부분 배출

    정상희 세계보건기구(WHO) 식품안전성 전문위원(호서대 교수) 역시 “2010년 WHO에서 이뤄진 ‘비스페놀A 인체건강 영향 평가’에서도 단면적 역학조사 결과와 인체 건강장애 상관성 연구 결과에 대해 동일한 의견으로 신뢰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며 논란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또 “WHO에서는 저용량 독성 연구논문이 실험마다 오차가 너무 크고 아직까지는 높은 신뢰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향후 전문가 회의를 재개하자고 결론 내렸다”며 “현재까지 우리가 가진 모든 과학 자료에 의한다면, 실생활에서 노출될 수 있는 현재의 비스페놀A 양은 사람에게 해를 입힐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미국 독성학자 저스틴 티가든도 비스페놀A 논란에 대해 “오해 소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2월 미국과학진흥협회 회의에서 그는 비스페놀A에의 노출 수준이 인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만큼 높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저용량 독성 연구와 인체 노출을 연관 짓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저용량’이라는 용어 자체가 인체 노출과 관련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지 않은데도 일반 대중과 다수 언론매체가 오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비스페놀A는 WHO에서 내분비계 장애 추정물질로 구분하며, 환경부에서도 내분비계 장애물질(일명 환경호르몬)로 확정되지 않은 관찰물질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비스페놀A의 유해성에 대해 명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스페놀A와 관련한 동물실험의 가장 큰 맹점은 설치류와 영장류의 체내 축적 여부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설치류의 경우 장관 재순환으로 비스페놀A의 재흡수가 발생하는 반면, 사람 같은 영장류는 간과 장에서 빠르게 대사가 이뤄져 소변으로 배출된다는 것이다.

    비스페놀A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지면서 최근에는 이른바 ‘비스페놀A 프리(free)‘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대체물질들에 대한 안전성도 보장할 수 있는 건 아니다. 2011년 미국 국립환경보건과학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비스페놀A가 없는 제품이 함유 제품보다 환경호르몬이 더 검출된 경우도 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미국 텍사스 갤버스턴대는 비스페놀A 대체재 가운데 하나인 비스페놀S를 검사한 결과 비스페놀S가 세포신호를 줄여 세포 확산 등을 변하게 만든다고 발표했다.

    비스페놀A도, 그 대체물질도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떤 선택이 가장 현명할까. 전문가들은 무조건 대체재를 선택하기보다 플라스틱 제품에 끓는 물을 넣거나 음식을 넣고 데우지 않는 등의 생활습관을 권한다. 식약처는 통조림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가 큰 만큼 통조림 식품을 조리할 때는 반드시 냄비나 프라이팬 등 다른 조리기구를 사용하고, 통조림은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하라고 권고했다. 식약처는 통조림 식품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려고 2012년 8월 ‘통조림 캔에 대해 알아봅시다’ 캠페인을 통해 국내 통조림 기준이 선진국과 비교해도 가장 엄격해 안심하고 사용해도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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