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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애 부활, 얼마 만이냐

9월에만 2주 연속 우승, 다음 목표는 골프여제 탈환

  • 글 | 주영로 스포츠동아 기자 na1872@donga.com

신지애 부활, 얼마 만이냐

신지애(24·미래에셋)는 올 9월에만 2승을 기록했다. 미국 LPGA 투어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1년 10개월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린 데 이어 브리티시 여자오픈까지 제패하며 2주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언제 그랬냐는 듯 화려하게 부활했다.

2년 만에 돌아온 ‘파이널 퀸’

브리티시 여자오픈 우승은 4년 만이다. 2008년 비회원으로 출전해 첫 우승을 차지하며 ‘신지애’라는 이름을 전 세계에 알렸다. 그에겐 잊을 수 없는 경기로 남았다.

9월 17일(한국 시간), 영국 리버풀의 로열 리버풀 링크스에서 열린 브리티시 여자오픈. 장소만 바뀌었지 주인공은 4년 전과 같았다. 신지애는 2위 박인비에 9타 차로 앞서며 완벽한 승리를 따냈다. 미 LPGA 투어에서 거둔 통산 10번째 우승이다. 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 2년이 걸렸다. 힘든 순간도 많았다.

2011년 3월 기아클래식 최종 라운드. 선두로 출발한 신지애의 무난한 우승이 예상됐다. 특별한 경쟁 상대도 없어 보였다. 그러나 경기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렀다. 퍼트가 문제였다. 초반부터 짧은 거리 퍼트를 놓치는 실수가 나왔다. 그 사이 산드라 갈(독일)이 추격을 시작했다. 희비가 갈린 건 마지막 18번 홀. 신지애가 세 번째 샷을 홀컵 1.5m에 붙여 승기를 잡는 듯했다. 그러나 갈도 만만치 않았다. 더 가까운 지점에 공을 붙여 신지애를 압박했다.



반드시 성공해야 연장으로 승부를 이어갈 수 있는 상황. 신지애는 긴장했다. 퍼트를 하려다 멈칫했다. 그리고 다시 시도한 퍼트가 홀을 빗나갔다. 갈이 퍼트를 성공하면서 우승 트로피를 가져갔다. 충격이었다.

올 4월 신지애는 더 크게 흔들렸다. 일본에서 열린 스튜디오 앨리스 여자오픈에서 마지막 3홀을 남기고 4타 차 역전패를 허용했다.

9월 9일 열린 킹스밀 챔피언십 연장전. 폴라 크리머를 상대로 연장 혈투를 벌였지만 승부는 쉽게 나지 않았다. 연장은 하루를 지나 다음 날까지 이어졌다. 이 경기에서도 졌다면 충격이 꽤 컸을 것이다. 어쩌면 더 깊은 부진의 늪으로 빠져들 수도 있었다.

다행히 우승은 신지애 몫이었다. 1박2일이나 이어진 긴 연장 혈투 끝에 얻은 값진 우승으로, 무엇보다 기쁜 점은 자신감을 되찾았다는 것. 우승 갈증을 푼 신지애는 거침없이 내달렸다. 브리티시 여자오픈까지 제패하면서 지존의 귀환을 알렸다. 신지애의 질주가 다시 시작됐다.

킹스밀 챔피언십과 브리티시 여자오픈 우승에서 신지애의 달라진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기술 변화가 눈에 띈다. 하이브리드 클럽을 자주 사용했다. 신지애의 장기는 정확한 아이언 샷이다. 상대적으로 짧은 드라이브 샷을 커버한다. 그러나 한계가 있었다. LPGA 대회 코스가 점점 길어지면서 롱 게임에 약점을 보였다. 단점을 보완하려고 선택한 게 하이브리드 클럽이다. 페어웨이 우드와 아이언의 장점을 결합한 장비다. 롱 게임이 불안한 선수가 선호하는 클럽이다. 남자 선수 중에서는 필 미컬슨과 양용은이 주로 사용한다.

하이브리드 클럽 사용 이후 그린 적중률이 높아졌다. 2009년 미 LPGA 진출 초기 신지애의 그린 적중률은 71.4%였다. 그러나 2010년 68.7%로 낮아졌다. 2011년 70.9%까지 끌어올렸지만 예전 같지 않았다. 올 시즌은 73.5%(5위)로 미 LPGA 진출 이후 가장 좋아졌다. 그린 적중률이 높아지면서 많은 버디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 덕분에 평균 타수 부문도 1위(70.17타)를 질주하고 있다.

신지애 아버지 신제섭 씨는 “예전과 달리 하이브리드 클럽을 쓰는 일이 많아졌다. 킹스밀 챔피언십이 열렸던 코스는 길이가 긴 편이지만 그린 적중률이 높았던 이유도 하이브리드 클럽 덕분이다. 그린에 공을 세울 수 있을 만큼 잘 다룬다”고 말했다.

2년 동안 홀로 서기를 하면서 지친 심신도 상당히 안정됐다. 올해부터 신지애는 사촌오빠 신정훈 씨와 함께 투어생활을 한다. 신정훈 씨는 물리치료사 출신으로 신지애의 트레이너 구실을 한다. 경기가 끝나면 마사지로 몸을 풀어주고 부상 예방에도 신경 쓴다.

더 강하고 세진 긍정의 힘

신지애는 최근 2년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허리 부상에 이어 올 초에는 왼손바닥과 손목에 부상을 입었다. 급기야 시즌을 잠시 접고 왼손바닥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크고 작은 부상 악몽에 시달렸던 터라 사촌오빠의 합류는 큰 힘이 됐다.

8월부터 아버지 신씨가 투어에 동참한 것도 힘이 됐다. 신씨의 합류는 신지애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느슨해진 자신을 깨워줄 채찍이 필요했다. 어려서부터 늘 아버지와 함께했다. 아버지인 동시에 무서운 스승이었다. 아버지의 합류 직후 곧바로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안정을 찾으니 경기도 잘 풀렸다.

새 캐디와의 호흡도 척척 들어맞는다. 프랑스 에비앙 출신인 플로리앙 로드리게스는 7월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처음 만났다. 신지애는 캐디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다. 경기 중 거의 모든 일을 자신이 해결한다. 마음을 편하게 이끌어주는 캐디를 선호한다. 우승 뒤 “새로운 캐디가 나를 무척 편하게 해준다. 호흡이 잘 맞는다”며 만족해했다.

무엇보다 자신감을 되찾은 게 가장 큰 무기다. 우승 없이 보내는 동안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됐던 게 사실이다. 우승으로 모든 걸 되돌려놓았다.

아버지 신씨는 “킹스밀 챔피언십 우승으로 자신감을 되찾았다. 모든 게 예전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부활을 확신했다.

신지애는 늘 밝고 환하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아도 인상을 찌푸리는 일이 없다. 매사 그렇다. 7월 서울 한 병원에서 재활훈련을 하던 신지애는 “이제 다시 올라갈 때가 됐다”고 말했다. 당시 신지애의 세계랭킹은 10위였다. 2010년 5월과 11월 1위에 오른 뒤 계속 미끄러졌다.

신지애는 자신을 믿지 못하는 나약한 선수가 아니다.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안다. 그리고 긍정의 힘을 믿는다. 그는 “긍정을 가장 큰 무기로 생각했다. 그런데 성적이 떨어지면서 점점 긍정적인 생각이 약해졌다. 나 스스로 축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한 게 얼마 되지 않는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다음 목표는 골프여제 자리를 되찾는 일이다. 강적 청야니를 넘어야 한다. 청야니는 분명 잘하는 선수다. 그러나 넘지 못할 산은 아니다. 청야니보다 먼저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신지애다. 그는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면 그때는 미련 없이 골프를 그만둘 수 있을 것 같다. 그때는 골프채를 놓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당장 은퇴하겠다는 건 아니다. 그만큼 마음의 짐을 덜어 홀가분해졌기에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뜻이다.

에비앙 마스터스 출격을 앞두고 신지애는 “다시 세계랭킹 1위에 오를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한 번 경험해본 만큼 꼭 다시 그 자리를 되찾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계속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신지애는 누구
생년월일 | 1988년 4월 28일 | 156cm 소속 | 미래에셋 학력 | 전남 함평골프고, 연세대 체육교육학과 프로 데뷔 | 2006년 우승 | KLPGA 통산 20승, 미 LPGA 투어 통산 10승, JLPGA 투어 통산 4승 주요 기록 | 2009년 미 LPGA 신인상·다승왕·상금왕, 2010년 5월 3일 아시아인 최초로 여자골퍼 세계랭킹 1위, 2009년 세계 4대 투어(미 LPGA, JLPGA, KLPGA, 유러피언 투어)를 한 해에 모두 우승(세계 최초)




주간동아 856호 (p112~113)

글 | 주영로 스포츠동아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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