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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10구단 발목 잡을래?

삼성·롯데·한화·두산 등 재벌구단 NC에 몽니

  •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정말 10구단 발목 잡을래?

정말 10구단 발목 잡을래?

3월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귀국한 NC 선수단.

일부 ‘재벌구단’의 극단적 이기주의가 한국 프로야구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4월 10일 서울 도곡동 한국야구회관빌딩에서 9개 구단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제3차 정기 이사회를 열고 제9구단 NC 다이노스의 2013년 1군 진입과 제10구단 창단 추진 문제를 논의했다.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절대 다수 야구 관계자와 팬은 두 사안의 일괄처리를 기대했으나 이날 이사회는 아무런 결과도 도출하지 못했다. KBO 수뇌부의 무능과 삼성, 롯데 등 일부 재벌구단의 옹졸한 이기주의 탓이다.

이사회는 NC가 KBO에 ‘2013년 1군 진입을 희망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정식으로 제출하면 실행위원회(단장회의) 심의를 거쳐 차기 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매듭짓기로 했다. 10구단 창단 여부도 실행위원회에서 심의한 뒤 차기 이사회에서 논의키로 했다. 삼성과 롯데, 한화 등 3개 구단이 절차상 문제점을 거론하며 NC의 2013년 1군 진입에 반대 의견을 폈는데, 결과적으로 뜻을 관철한 셈이다.

‘한 달 뒤 재논의’ 이해득실

NC는 2011년 3월 KBO 구단주 총회 때 9구단으로 창단 승인을 받았다. 당시만 해도 2014년 1군 진입을 목표로 했다. 그런데 이후 한국 프로야구가 10구단 체제로 가려면 NC의 1군 진입 시기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만들어졌다. 이런 여론을 반영해 지난해 6월 21일 열린 KBO 이사회는 ‘NC의 2013년 1군 승격을 전제로’ 신생 구단의 선수 수급 방안을 상정한 실행위원회 안을 의결했다.

NC는 여기에 맞춰 착실히 준비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기존 구단보다 많은 특급 신인을 영입하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기존 팀에서는 더그아웃 신세지만 당장이라도 경기에 투입할 수 있는 ‘즉시 전력감’ 선수를 대거 뽑았다. 두 차례의 트라이아웃(공개적으로 선수를 선발하는 행사)을 통해 다른 팀에서 방출된 뒤 갈 곳이 없는 선수도 받아들였다. 올 시즌 1군이 아닌 2군 무대에 참여하는데도 다른 팀처럼 미국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뒤 두 달여 동안 구슬땀을 흘렸다. 그렇게 수백억 원의 돈을 썼다. 이 모든 것이 2013년 1군 진입을 전제로 한 일이었다. 야구 팬이나 관계자 대부분이 ‘NC의 2013년 1군 진입’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 롯데, 한화 등 세 구단이 “이사회에서 이를 명시적으로 결정한 적이 없다”며 NC의 2013년 1군 진입에 반대 의사를 폈고, 이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SK와 넥센의 찬성 의견은 묻히고 말았다. 구본능 KBO 총재는 “이번 이사회에서 결정을 안 하면 반(反)기업 정서로 번질 수 있다”는 일부 사장단의 우려에도 결국 표결에 부치지 못한 채 ‘1개월 뒤 재논의’라는 절충점을 찾았다.

SK나 넥센은 절차상 문제를 모르고 찬성한 것일까. 물론 아니다. 야구 발전이라는 큰 목표를 위해 NC의 2013년 1군 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두산, KIA, LG는 적극적인 의사 표시를 하지 않은 가운데 KBO는 표 대결로 갈 경우 총 10표(KBO 총재+9개 구단 사장) 가운데 7표 이상의 찬성을 얻을 수 없다고 판단해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중립적 성향의 A구단 사장은 “NC의 2013년 1군 진입 문제는 사실상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사회가 1개월 뒤 다시 논의하기로 한 것은 삼성과 롯데 등 그동안 부정적 견해를 내비친 구단이 반대 의견을 누그러뜨릴 수 있도록 시간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이사회에서는 큰 무리가 없는 한 NC의 2013년 1군 진입을 확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1군 진입 시기 결정이 1개월 늦춰진다고 해서 NC가 받을 불이익은 거의 없다. 하지만 10구단 추진 계획을 고려하면 문제가 달라진다. 10구단이 2013년이나 2014년 1군 진입을 목표로 한다면 창단 준비 일정에서 1개월을 허비하는 것은 대단한 손실이다. 삼성, 롯데, 한화가 NC의 1군 진입을 사실상 인정하면서도 시간을 끄는 이면에는 10구단 체제에 반대하는 속내가 숨어 있다. 결국 이 세 구단은 NC의 1군 진입 결정을 1개월 늦추면서 10구단 체제 추진에 막대한 지장을 주려는 목적을 이룬 셈이다. 이사회 결정을 1개월 늦추는 바람에 10구단을 창단한다 해도 2014년 1군 진입은 불투명해졌다.

더 큰 문제는 이들 3개 구단 외에 그동안 NC의 2013년 1군 진입에 대해 이렇다 할 의견을 내지 않았던 두산이 10구단 체제에 반대하고 나선 점이다. 창원을 연고로 하는 NC와 지역 기반이 겹치는 롯데는 9구단 창단 초기부터 일관되게 반대 의견을 냈다. NC의 2013년 1군 진입을 전제로 한 선수 수급 방안을 의결한 지난해 6월 이사회 당시 반대 의견을 낸 구단도 롯데가 유일했다.

“넥센도 기분 나쁜데 NC까지…”

정말 10구단 발목 잡을래?

4월 10일 서울야구회관빌딩에서 각 구단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제3차 한국야구위원회 이사회가 열렸다.

롯데는 그렇다 해도 삼성, 한화, 두산 등 소위 재벌구단이 10구단 체제에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 한마디로 대기업인 자신들과 ‘격이 맞지 않다’고 여기는 것이다. 프로야구판에서 중소기업과 어울리고 싶지 않다는 심사다. 이들 구단 소유주가 참여하는 그룹 최고위층 모임에서 “넥센을 끼워준 것도 기분 나쁜데, NC까지 들어왔다”면서 “이미 들어온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또 다른 중소기업이 10구단으로 들어오는 것만은 막자”고 뜻을 모았다는 설이 야구계에 파다하다.

최근 대기업이 골목 상권을 침범해 비난받는 상황에서 재벌구단이 중소기업의 프로야구 진입을 막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김응룡 전 삼성 사장은 자신이 몸담았던 삼성 라이온즈가 10구단 창단에 반대한다는 사실에 대해 “그동안 야구는 발전했지만 경영은 발전하지 못했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9구단, 나아가 10구단 체제로 가는 것이 한국 프로야구 발전을 위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구단이 등장하면 지금과 같은 크기의 파이를 나눠 먹는 게 아니라 전체 파이를 키울 수 있다. NC가 9구단으로서 빨리 1군에 정착해야 10구단을 창단할 기업도 나타난다. 이것이 한국 프로야구 발전을 위한 선순환구조다. 하지만 삼성을 비롯한 일부 구단이 대의와 명분을 무시한 채 기득권적 이기주의로 꼼수를 부리고 있다. 특히 1등 기업임을 자임하는 삼성은 “30년 넘게 열악한 대구구장에 팬과 선수를 방치하는 등 야구 발전을 위해 제대로 한 것도 없으면서 이제 와서 몽니를 부린다”는 거센 비난을 받는다.

최근 4년 연속 500만 관중을 동원하고, 올 시즌 사상 첫 페넌트레이스 700만 관중을 목표로 하는 등 한국 프로야구는 국민스포츠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일부 재벌구단이 딴죽을 거는 바람에 더 많이 발전할 수 있는 길이 가로막혔다. 5월 8일로 예정된 KBO 4차 이사회에서 뒤늦게라도 야구 발전을 위한 지혜를 모을지 지켜볼 일이다.



주간동아 834호 (p54~55)

김도헌 스포츠동아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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