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3

2012.02.06

정치적으로 올바름이란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12-02-06 10: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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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탕할 표)는 女(여)가 들어간 한자로 ‘윤락녀와 놀아나다’는 뜻도 있습니다. 女를 포함한 한자는 뜻이 부정적인 게 많습니다. 奸(간사할 간), 妖(괴이할 요), 妄(허망할 망)…. 여성을 비하하는 시대착오적 한자를 폐기하고 새로 만들자는 주장이 중국에서 잊을 만하면 나옵니다. 여성만 간음하는 것이 아닐진대 姦(간음할 간) 같은 글자를 쓰는 것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는 겁니다.

    정치적으로 올바름(politically correct)이라는 언설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습니다. 버터 냄새가 나는 데다 속마음이 아닌 가식으로 말하라고 부추기는 것 같아섭니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말만 하는 이에겐 사람 냄새가 덜 납니다. 가식으로 올바른 척하는 것보단 실수하더라도 진정을 드러내는 사람에게 마음이 갑니다. 물론 성별, 장애, 인종, 출신지역을 공연하게 비하하는 사람은 교육을 올바르게 받지 못했거나 인성에 문제가 있는 거고요.

    팟캐스트 ‘나꼼수’가 한때 인기를 끈 것은, 진정이 담겼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색다른 방식으로 때로는 통쾌하게, 때로는 부박(浮薄)하게 최고 권력자를 꼬집어섭니다. 나꼼수 팬인 저의 친구는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 정치를 경박하게 푸는 게 매력”이라고 말하더군요. 나꼼수가 공영방송이 아닐지니 부박하건, 경박하건 탓할 까닭이 없습니다.

    정치적으로 올바름이란
    정봉주 비키니 논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달굽니다. “독수공방을 이기지 못하고 성욕감퇴제를 복용하고 있으니 마음 놓고 수영복 사진을 보내라”(김용민 PD)느니 “가슴 응원 사진 대박, 코피를 조심하라”(주진우 기자)고 떠들었습니다. 비키니를 입은 채 가슴패기에 ‘나와라 정봉주’라는 식의 글자를 써넣은 사진을 보낸 여성들은 코피를 조심하라는 표현을 접하고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요? 속살을 드러내는 방식의 시위는 명분이 강한 메시지를 내놓아야 뜻이 주목받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성을 활용한 해프닝으로 추락하죠. 자발적으로 가슴패기 사진을 보낸 여성들은 자신의 행위에 정치적 메시지를 담았을 겁니다. 강력한 메시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주장이 적합한지를 떠나 여성들의 행동을 탓할 까닭은 없습니다. 그런데 나꼼수는 여성팬들을 공연하게 성욕과 관련한 객체로 대접했습니다.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일일뿐더러 인성에도 의심이 가는 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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