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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스트렐, 조연의 화려한 변신

스페인 보데가스 카스타뇨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모나스트렐, 조연의 화려한 변신

모나스트렐, 조연의 화려한 변신

스페인 보데가스 카스타뇨의 까사 씨스까, 헤쿨라, 솔라네라 와인(왼쪽부터)[사진 제공 · ㈜WS통상].

와인은 여러 품종의 포도를 섞어 만들기도 한다. 블렌딩을 하면 단일 품종이 낼 수 없는 또 다른 맛과 향을 창조할 수 있다. 여러 목소리가 섞여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는 중창곡처럼 말이다. 중창 안에서 테너와 바리톤이 멜로디와 화음을 주도하듯, 블렌드 와인에서는 주품종이 맛과 향 대부분을 만들어낸다. 반면 베이스를 담당하는 보조 품종은 부족한 면을 보강할 뿐 주목받지 못한다. 적포도 중에는 모나스트렐(Monastrell)이 주로 그런 구실을 한다.

프랑스 남부와 호주에서는 레드 와인을 만들 때 시라(Syrah)와 그르나슈(Grenache)에 모나스트렐을 자주 섞는다. 시라와 그르나슈는 블렌드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풍부한 과일향을 책임진다. 소량 첨가되는 모나스트렐은 타닌, 알코올, 색상을 더할 뿐이다. 영원한 조연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모나스트렐을 화려한 주연으로 만든 곳이 있다. 바로 스페인 와이너리 보데가스 카스타뇨(Bodegas Castaño)다.

보데가스 카스타뇨는 발렌시아(Valencia)에서 남쪽으로 약 130km 떨어진 예클라(Yecla) 지역에 자리한다. 예클라는 2000년 넘는 와인 역사를 가진 곳이지만 한 번도 주목받은 적이 없다. 품질보다 양 위주로 저렴한 와인을 생산했기 때문이다. 카스타뇨도 과거에는 값싼 와인을 통 단위로 판매했다. 그들이 병입한 고급 와인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1980년부터다. 이웃 지역의 와이너리들은 카스타뇨가 허황된 꿈을 꾼다며 비웃었지만, 그들은 이제 스페인 최고 모나스트렐 와인을 만든다는 평가를 받으며 예클라 와인의 고급화를 이끌고 있다.

카스타뇨의 포도밭은 덥고 건조하며 바람이 충분해 모나스트렐을 기르기에 최적지다. 총 600ha(600만㎡) 가운데 80%가 모나스트렐인데, 대부분 고목이고 수령이 100년 이상인 나무가 많아 수확은 적지만 품질이 좋다. 까사 씨스까(Casa Cisca)는 가장 나이 많은 모나스트렐로 만든 와인으로 생산량은 1년에 겨우 1만 병 정도다. 딸기, 체리, 블랙커런트 등 과일향의 농축미가 뛰어나고, 타닌이 매끈하면서도 강건하다. 마시고 난 뒤에는 신선한 베리향과 은은한 미네랄향이 오랫동안 입안을 맴돈다. 힘과 우아함을 겸비한 역작이다.

헤쿨라(Hécula) 와인은 평균 수령이 60년인 모나스트렐로 만든다. 질감이 부드러워 마시기 편하고, 고급스러운 향미에는 블루베리, 블랙베리, 미네랄, 후추 등이 어우러져 있다. 매년 와인 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할 정도로 품질이 뛰어나지만 가격은 3만 원대로 저렴한 편이다. 솔라네라(Solanera)는 모나스트렐 70%에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과 그르나슈가 15%씩 섞인 와인이다. 붉은 베리와 검은 베리의 향미가 조화롭고 보디감이 묵직하며 구조감도 탄탄하다. 가격은 5만 원대로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와인 톱3 가운데 하나로 선정한 바 있다.



카스타뇨의 와인을 마시면 작고한 성악가 오현명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묵직하면서도 부드럽고 힘이 느껴지는 그의 음색이 모나스트렐과 많이 닮았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오현명이 부른 ‘4월의 노래’를 들으며 음미하는 모나스트렐이야말로 와인과 음악이 이루는 환상의 마리아주(mariage)가 아닐 수 없다.

모나스트렐, 조연의 화려한 변신

모나스트렐 와인의 고급화를 이끈 아버 지(왼쪽)와 그의 뒤를 이어 와이너리를 경영하는 카스타뇨 집안의 삼형제.
모나스트렐 고목이 자라는 포도밭[사진 제공 · ㈜WS통].





주간동아 2017.03.22 1080호 (p72~72)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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