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5

2008.12.16

數를 잘 배우면 인생이 秀하다

수학자들의 수학 예찬 ‘말 말 말’

  • 정리=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입력2008-12-08 18: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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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數를 잘 배우면 인생이 秀하다

    김난주 작 ‘N8880’, 39X49X59cm, 나무 위에 드로잉, 2002

    수학과 인생은 어떤 관계일까. 수학자들은 인생 역시 수학을 통해 이해하고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수학 잘하는 수학자들이 말하는 인생을 가꾸는 수학, 수학으로 달라진 인생 이야기.

    “수학은 ‘다름’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인류의 위대한 발견 가운데 하나는 서로 달라 보이는 것들이 실은 같다는 깨달음이다. 전기와 자기, 시간과 공간, 사랑과 증오,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이 위대한 발견은 수학이 준 선물이다. 수학 기호 ‘=’은 좌우에 있는 것이 서로 달라 보일지라도 실제로는 다르지 않음을 의미한다. 사람 사이의 다툼은 서로 같은 것을 다르다고 생각하거나, 다른 것을 같다고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 경우가 허다하다. -김홍종 서울대 수학과 교수

    “수학은 연애의 조건이다.”

    수학을 잘하면 연애도 잘한다. 수학은 수많은 정보의 우선순위를 파악하고, 중요 정보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훈련이다. 이런 전략적 사고에 능한 사람은 좋아하는 상대에 대한 수많은 정보 가운데 무엇을 어떻게 활용해야 그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지를 잘 알 것이다. 그래서 수학자는 연애박사다. -김정한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



    “인생의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법, 수학.”

    수학은 문제를 해결하는 학문이다. 그런데 인생은 문제투성이다. 그래서 수학자인 나는 인생에 대한 두려움이 덜하다. 왜냐하면 인생도 수학처럼 풀면 되니까. - 박영훈 ‘기호와 공식이 없는 수학카페’ 저자

    “수학은 끝내 정복 못할, 그러나 포기 못할 산이다.”

    사실 나는 여학생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수학을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여학생들은 수학을 싫어하더라. 수학을 잘하는 사람은 함부로 무시당하진 않지만 한편으로는 이해받기도 어렵다. 어쩌면 나는 수학을 하면서부터 인생이 꼬였는지도 모른다. 풀지 못한 문제들 때문에 얼마나 열등감에 시달렸는지…. 한 문제를 풀면 또 다른 문제가 나를 괴롭힌다. 하지만 그렇게 새로운 문제들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지겹진 않다. 그 재미에 빠져 수학자의 길을 계속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 강석진 서울대 수학과 교수

    “수학은 청량제다.”

    나는 아무리 졸려도 수학책만 펼치면 잠이 확 깬다. 재미있다고 말하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수학문제를 마주하면 온 정신이 집중된다. 어떤 때는 게임을 즐기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 박원길 국가수리과학연구소 기반수학연구원

    “수학자는 망하지 않는다.”

    수학자는 당연히 이해관계를 빨리 파악한다. 단지 대의를 생각하고 작은 이익에 연연하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길게 보면 최소한 잃진 않는다. 수학자니까. - 조용승 이화여대 수학과 교수

    “책상머리에 앉아 수학으로 우주를 넘나든다.”

    우주는 지구 밖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평범하게 봐온 수직선, 0과 1 사이에는 대우주 같은 극대의 세계와 함께 극소의 세계도 존재한다. 이렇듯 수학은 다른 생각을 통해 발상의 전환을 가능케 하고 세상을 풍요롭게 만든다. - 김용운 한국수학문화연구소장

    “수학은 보약이다.”

    양방(洋方)이 직접 균을 죽여 감기를 낫게 한다면, 한방(韓方)은 몸을 튼튼하게 해 몸 스스로 감기를 이기도록 한다. 수학은 한방 같은 것이다. 우리 몸에 차곡차곡 쌓여 양분이 된다. 논리적 사고를 가능케 하고, 창의성을 키워주며, 문제 해결력을 배양시킨다. 인류가 2000년 이상 후세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장건수 연세대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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