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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온라인 시대, 은행의 생존법

벼랑에 선 은행들, 디지털 강화만이 살 길

비대면·핀테크 확산에 위기감 고조…미래금융 위한 정부 규제·금융보안 해법 강구해야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벼랑에 선 은행들, 디지털 강화만이 살 길

벼랑에 선 은행들, 디지털 강화만이 살 길

은행들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고자 디지털 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한, KB국민, 우리, NH농
협, KEB하나은행의 모바일 플랫폼.[Shutterstock]

4대 금융지주(신한·KB국민·KEB하나·NH농협) 및 우리은행은 올해 그룹 전략과 관련해 공통적으로 디지털 전략 강화 와 그룹 시너지 효과 확대를 핵심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진행으로 금융 환경이 급격하게 바뀌면서 금융그룹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핀테크(FinTech·금융+기술) 육성 및 계열사 간 협업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정부는 은행의 디지털화를 이끌기보다 오히려 ‘갈팡질팡’하는 정책으로 혼란을 가중하는 모습이다. 온라인뱅킹(모바일뱅킹 포함) 활성화의 발목을 잡는 공인인증서를 보더라도 2014년 규제가 풀리긴 했지만 여전히 일부 은행은 공인인증서를 요구하는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전자금융거래법에 명시된 ‘이용자 중대과실’ 조항 때문이다. ‘규제는 풀어주되 책임은 묻겠다’는 정부의 방침으로 애먼 소비자만 불편을 감수하는 상황인 것.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의 핵심 이슈라 할 수 있는 ‘은산(銀産)분리’ 규제 완화와 관련해서도 정부는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연말만 해도 규제 완화 의지를 밝혔던 금융당국이 올해 초 다시 규제 강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어서다.



은행 수장들 “미래금융에 대비하라”

현재 은행업은 안팎으로 혹독한 현실에 놓여 있다. 인터넷·모바일뱅킹 활성화로 비대면 업무가 늘어나면서 영업점 창구 수는 점점 줄어들고, 저금리 기조에 따른 수익률 감소로 은행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마저 높아진 상황이다. ‘K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본격적으로 영업에 돌입하면 기존 은행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올해 초 주요 금융지주 회장 및 은행장이 발표한 신년사를 보더라도 디지털 금융이 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은행권의 위기의식이 느껴진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회사 회장은 신년사에서 “디지털 시대에는 금융회사가 있는 곳에서만 금융서비스가 존재하고 고객은 금융회사를 알아서 찾아온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기존 조직 운영체계와 의사결정 프로세스 등 기본 시스템을 디지털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역시 “디지털 금융 시대가 열린 만큼 올해는 데이터 분석과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컴퓨터 알고리즘이 자산 관리를 해주는 시스템) 등 핀테크 영역의 인력을 늘리고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핀테크 활성화 방안을 ‘오거닉 비즈니스’라는 용어로 정리했다. 김 회장은 “20개가 넘는 각종 페이(PAY) 서비스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올해 인터넷전문은행(K뱅크)도 본격 출범했다. 앞으로 고객이 직접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오거닉 비즈니스’ 기업이 돼야 승자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 ‘하나멤버스’(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역시 오거닉 비즈니스로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도 올해 성장동력을 디지털 금융에서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근 농협은 금융지주에 디지털금융단, 은행에 디지털뱅킹 본부를 신설했다. 이와 관련해 김 회장은 “전담 조직을 중심으로 모바일플랫폼 ‘올원뱅크’를 고도화하는 등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상품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민영화에 성공한 이광구 우리은행장도 “최근 핀테크 기술의 발달로 ‘주거래 은행’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위비플랫폼(위비뱅크, 위비톡, 위비마켓, 위비멤버스 등 애플리케이션)을 확대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자”고 주문했다.

이처럼 “디지털 금융에 대비하라”는 은행권 수장들의 주문을 받들어 각 은행은 지난 연말부터 조직개편을 시작해 올해 초 모두 마무리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디지털 금융은 은행 창구에서 개개인을 응대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만큼 치밀하고 혁신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지금 은행권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은 외부인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섭다. ‘변화에 편승하지 못하면 끝’이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이번에 진행된 조직개편에 각 은행의 미래가 걸렸다고 볼 수 있다.

먼저 신한은행은 디지털 부문과 영업을 강화하고자 1월 초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디지털 대응력 강화를 위해 디지털전략본부, 써니뱅크(Sunny Bank) 사업본부, 디지털금융본부 및 스마트론센터 등을 신설했다. 디지털전략본부는 디지털 관련 컨트롤타워 구실을 수행하고, 써니뱅크 사업본부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며, 비대면채널 경쟁력 강화 업무는 디지털금융본부 및 스마트론센터에서 추진한다.  

KB금융지주는 미래금융부 안에 KB이노베이션 허브 유닛을 신설해 핀테크 시장의 전초기지 구축에 나섰다. 미래기술을 적용한 신사업 기획, 핀테크 기업 및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한 신사업 추진, 핀테크 스타트업 지원 등을 수행해 그룹 디지털화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KB금융 관계자는 “기존에 있던 핀테크 스타트업 지원 조직을 더욱 강화해 신기술 인큐베이션 전담 조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핀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한 지원 및 투자에 그치지 않고 기술력을 보유한 이들 기업과 협업을 통해 신속하고 상시적인 모델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블록체인(온라인 금융거래에서 해킹을 막는 기술), 인공지능의 상용서비스화를 최우선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EB하나은행은 미래금융그룹을 확대 개편했다. 그룹의 모든 부서를 통합해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한 혁신 조직인 셀을 유연하게 운영하기로 한 것. 셀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주로 쓰는 조직운영 방식으로 업무와 인원을 유연하게 조정하고, 의사결정체계를 단축해 실행력과 효율성을 강화한다는 장점이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으로 KEB하나은행 미래금융사업본부는 7개 셀로 나뉘어 운영되고, 각 셀 부문 장은 수행 프로젝트에 대해 부서장에 준하는 책임과 권한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온·오프라인 연계를 강화하고자 인터넷·모바일뱅킹 업무를 리테일, 기업사업본부 등 해당 사업부로 통합했으며, 대규모 고객 창출을 위해 일상생활과 금융을 접목한 생활금융 플랫폼 사업을 담당하는 ‘생활금융 R&D센터’도 신설했다.



조직개편 핵심은 ‘디지털 강화’

벼랑에 선 은행들, 디지털 강화만이 살 길

시중은행들은 지난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우리은행은 스마트금융사업본부를 그룹으로 재편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스마트금융사업본부 산하에 ‘플랫폼사업부’와 인공지능을 포함한 빅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정보를 활용하는 ‘빅데이터추진팀’을 신설해 기능을 강화했다. 또한 민영화 성공을 변곡점으로 삼아 ‘금융 영토’를 확장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쇼핑, 여행 등 모든 생활이 모바일 중심으로 이뤄지는 환경에서 위비플랫폼을 생활밀착형 금융플랫폼으로 확장해나가고자 이종 사업 간 제휴를 활발히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한편 이번 조직개편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점은 ‘미래전략단’ 신설이다. 미래전략단은 우리은행 ‘지주사 전환’을 전담할 예정으로, 민영화 과정에서 매각 실무를 담당했던 이원덕 미래전략단 상무가 이 작업을 진두지휘한다. 현행 은행법으로는 복합 점포나 계열사 연계 상품 출시 같은 협업이 어렵고, 4대 금융지주와 경쟁이 불가피한 만큼 지주사 전환이 꼭 필요하다는 게 우리은행 측 생각이다.   

NH농협금융도 지주사에 디지털금융단, 은행에 디지털뱅킹본부와 빅데이터전략단을 신설했으며 기존 핀테크사업단을 ‘부’로 격상해 핀테크 및 빅데이터 활성화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그 밖에도 농협보험, 농협증권 모두에 디지털 기능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 전략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도 시중은행의 움직임에는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014년부터 시중은행이 앞다퉈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놓고 IT를 활용한 간편송금 등 관련 서비스를 접목하고 있지만 본질을 꿰뚫지 못하고 있어 혁신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수용 글로벌핀테크연구원장(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은 “IT 발전에는 ‘지원’과 ‘혁신’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제까지 기존 서비스의 전산화나 홈페이지 구축 등 지원적 IT는 잘해왔지만, 인공지능이나 블록체인 등 아예 업의 본질을 바꾸는 혁신적 IT는 뒤처져 있다. 모바일뱅킹 앱도 기존 은행업무를 전산화한 것에 불과하다. 금융권이 혁신적 변화에는 여전히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현 시점에서 은행이 가장 효과적으로 디지털 금융을 선점할 수 있는 방법은 은행과 핀테크 기업의 협력 및 공생이다. 박 원장은 “독일 인터넷전문은행 ‘피도어(Fidor)’는 이미 클라우드 기반의 오픈플랫폼 ‘피도어오에스(FidorOS)’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금융데이터 분석, 예측모델, 결제 솔루션 등 40여 개 핀테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형은행은 스타트업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적극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정공백에 막혀버린 銀産분리 완화법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구실이 매우 중요한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지원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핀테크연구소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정부 부처 위주로 시장이 돌아가기 때문에 고객의 니즈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금융결제원,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신용정보원 등 핀테크 사업의 유관기관만 몇십 개에 달하지만, 정작 해당 사업자가 원하는 지원은 받기 어렵다. 우수한 핀테크 기업이 나오면 대기업이 삽시간에 장악해버리기 때문에 더는 발전의 여지가 없다. 스타트업 생태계를 보호할 수 있는 법과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자생적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규제 완화도 불투명하다. KT가 주축인 ‘K뱅크’가 지난해 12월 14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처음 인가를 받은 데 이어 카카오가 핵심인 ‘카카오뱅크’도 올해 일사분기 본인가 신청을 앞두고 있지만, 핵심인 은산분리 규제를 둘러싼 이견이 여전히 팽배하다. 현 은산분리 규제는 은행업에서 산업자본의 지분을 4%로 묶어두는 것을 골자로 하는데,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전만 해도 이를 일시적으로 완화할 것이라는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 여당을 중심으로 은행법 개정안이 속속 발의된 것도 이러한 기대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요원해지고 있다. 그 이유로 ‘최순실 사태’가 첫손에 꼽힌다. 비선 실세가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을 좌지우지한 상황이 된 만큼 야당을 중심으로 은산분리 완화에 대한 회의감이 급속도로 번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탄핵정국, 대선정국과 맞물려 은행법 개정안은 다음 정부로 넘어갈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K뱅크나 카카오뱅크 측은 “정부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중요한 변화의 기회를 놓치려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편 미래금융과 관련해 해킹과 정보 유출 등 금융보안의 위협 요소도 증가하는 만큼 이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미래금융연구센터장은 “하루빨리 블록체인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서비스 개발 스타트업 R3가 운영하는 ‘R3CEV’라는 블록체인 컨소시엄에 연간 3억 원가량 회비를 내고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지만, 이렇다 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최 센터장은 “국내 기술력만으로도 충분히 블록체인 시스템을 만들 수 있고, 그런 업체를 적극 지원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간동아 2017.03.01 1077호 (p34~37)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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