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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2016 겨울 대한민국, 뭣이 중헌디?

4대강사업 후 5년, 여름엔 녹차라테, 겨울엔 간장국물

보를 해체하거나 수문 열어 물이 흘러가도록 하면 강은 스스로 정화

  •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apsan@kfem.or.kr

4대강사업 후 5년, 여름엔 녹차라테, 겨울엔 간장국물

4대강사업 후 5년,  여름엔 녹차라테, 겨울엔 간장국물

녹조로 뒤덮인 낙동강에서 채수하고 있는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왼쪽). 2014년 여름 녹조가 낀 낙동강에 죽은 붕어가 떠올라 있다. [사진 제공 · 정수근]

11월 중순 대구 달성군 화원유원지 바로 앞 낙동강에 나가봤다. 4대강사업 후 5년 동안 맡아온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역시 올라왔다. 강물색은 여름철 진한 녹색에서 짙은 간장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강물은 통상적으로 겨울이 오면 맑아진다. 그런데 간장색이라니. 비릿한 냄새와 간장색은 초대형 보로 막힌 작금의 낙동강을 설명해준다.



겨울철에도 위협받는 식수 안전

호수처럼 물을 가둔 곳에서 식물성 플랑크톤의 일종인 조류(藻類·algae)가 일시적으로 창궐하는 것을 우리는 ‘녹조현상’이라고 한다. 지난여름 낙동강을 ‘녹차라테’ 색깔로 만들었던 건 ‘마이크로시스틴’ 같은 맹독성 물질(주로 간질환을 일으키며 물고기, 야생동물, 가축, 심지어 브라질에서는 사람까지 사망케 한 사례가 있음)을 내뿜는 마이크로시스티스라는 남조류였다. 계절이 바뀌면서 낙동강의 녹차라테가 사라졌으니 조류도 사라진 것일까. 그건 아니다. 다만 조류 종류가 바뀌었을 뿐이다. 지금은 남조류가 사라진 자리에 규조류와 갈조류가 번성해 있다. 그러니 낙동강에는 겨울철에도 녹조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심지어 남조류도 일부 남아 있다. 이날 화원유원지 앞 낙동강 가장자리 쪽에서도 선명한 녹색띠가 관찰됐다. 조류 알갱이가 몽글몽글 모여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강바닥 상태는 어떨까. 낙동강에 직접 들어가 삽으로 강바닥 흙을 퍼봤다. 이전 같으면 모래톱이던 곳이 검은 펄층으로 변해 있었다. 가까이 가니 더욱 역한 시궁창 냄새가 올라왔다.

그 속을 더 파봤다. 그때 본 것은 놀랍게도 실지렁이였다. 실지렁이는 환경부가 지정한 4급수 지표종이다. 실지렁이가 나오는 물에 대해 환경부는 ‘식수로 부적합하고 장시간 노출될 경우 피부병을 앓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낙동강 원수 상태가 1~4등급 중 최악 등급인 4급수로 전락했다는 증거 아닌가. 영남지역 1300만 명의 식수원인 낙동강이 말이다. 우리 모두는 고인 물은 썩는다는 사실을 잘 안다. 작금의 낙동강이 거대한 보로 막혀 썩어가고 있다. 아니, 죽어가고 있다.



이런 현실은 6월 ‘4대강조사평가위원회’(위원회)의 낙동강 조사 결과와도 맥을 같이한다. 당시 위원회가 펴낸 조사 결과 보고서에는 ‘수질환경기준상 BOD(생화학적 산소요구량)는 함안보, 합천보 3등급(보통), 달성보 5등급(나쁨)을 나타내며 COD(화학적 산소요구량)는 합천보 4등급(약간 나쁨), 함안보와 달성보 5등급(나쁨)을 나타냈으며(후략)’라는 대목이 있다.

낙동강 수질이 이렇게 나빠진 까닭은 수심이 깊어져 층이 지고, 층진 물이 순환되지 않으면서 강바닥에 무산소층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낙동강에서 해마다 반복되는 물고기 떼죽음과 어민의 탄식이 이를 방증한다.  

“남조류는 사멸하는 시기에 더 많은 독성물질을 내뿜는다. 이 때문에 여름보다 겨울로 넘어가는 시점에 수질이 더 나빠질 수 있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환경공학과 교수의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원수의 안전성이 떨어져 정수 과정에서 약품 투입량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또 다른 유해부산물이 만들어진다. 대표적인 것이 ‘총트리할로메탄’이다. 총트리할로메탄은 원수의 유기물과 정수 과정에 투여되는 염소가 만나 만들어지는 물질로, 대표적인 발암물질이다. 낙동강에 녹조가 창궐하면 정수된 물에 총트리할로메탄 농도 또한 올라가 먹는 물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는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남조류의 독성은 원수의 안전성을 해칠뿐더러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녹조가 창궐한 물에 사는 물고기에게 독성이 전이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잠자리와 농작물에서 남조류의 독성물질이 검출된 사례가 있다. 이는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쯤 되면 국가가 나서야 한다.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단수 조치를 내리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2014년 미국 오하이오 주 톨레도 시의 식수원인 이리 호에 심각한 녹조가 발생했을 때 당국이 한 조치가 바로 그것이다. 당시 톨레도 시장은 즉시 수돗물 공급을 중단하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지금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건강한 물을 마시고 싶다

4대강사업 후 5년,  여름엔 녹차라테, 겨울엔 간장국물

낙동강 바닥에서 나온 실지렁이. [사진 제공 · 정수근]

낙동강에 심각한 녹조가 나타났을 때도, 그리고 강바닥에서 실지렁이가 발견됐을 때도 당국이 한결같이 내뱉는 말은 “고도정수처리를 진행해 식수는 안전하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100% 안전하다”는 말도 한다. 그러나 과연 100% 안전이란 것이 있을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그럴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공학 분야에서는 100%라는 게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아무리 고도정수처리를 해도 마이크로시스틴은 걸러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90% 정도는 확실히 걸러지겠지만 그 이상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원수의 안전이 매우 중요한 겁니다.”

김영일 충남연구원 박사(환경공학)의 말이다. 세계적 녹조 전문가인 박호동 일본 신슈대 교수도 “녹조를 99%까지는 걸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100% 걸러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보수적으로 잡아 고도정수처리를 통해 녹조를 99%까지 거를 수 있다고 하자. 지난해 8월 박호동 교수가 채수한 낙동강 시료에서는 기준치의 400배가 넘는 독성물질이 나왔다. 그 1%에 해당하는 독성물질의 농도는 4ppb(ppm의 1000분의 1)가 넘는다. 먹는샘물 기준치(1ppb) 4배 이상의 독성물질이 우리가 마시는 수돗물에서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김영일 박사의 주장에 따라 계산한다면 이론상 40ppb 이상(기준치의 40배)의 독성물질이 나올 수도 있다. 이는 엄청난 재앙이다.

설령 당국의 바람대로 100% 안전이 장담된다 해도 작금의 낙동강물을 그대로 마실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 낙동강을 비롯한 4대강 원수에서는 매년 심각한 녹조가 발생하고 있다. 강바닥은 썩은 펄로 덮여가고 수중산소는 고갈돼 물고기가 떼죽음한다. 이런 강물을 고도정수처리해 안전기준을 통과시키면 안전해지는 것일까. 과연 이런 물을 마셔도 좋은가. 고도정수처리를 하면 똥물도 마실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더라도 우리가 똥물을 마시지는 않지 않는가.

우리에게는 건강한 원수의 물을 마실 권리가 있다. 원수를 건강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강을 살아 흐르게 만들어줘야 한다. 4대강 보를 해체하거나 수문을 열어 강 수위를 낮추고 강물이 흐르게 해야 한다. 그러면 모래톱이 다시 생겨나고, 수초 등이 자라 습지가 조성되면서 강이 스스로 정화하는 힘을 다시 만들어갈 것이다. 그것이 정답이다. 






주간동아 2016.12.07 1066호 (p36~37)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apsan@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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